광막한 공간과 영겁의 시간 속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앤과 공유할 수 있었음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입니다. - 칼 세이건, <코스모스> 헌사 중
진화는 진보가 아니며 다양성의 증가일 뿐. -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우리는 생존 기계, 즉 유전자라고 알려진 이기적 분자를 보존하기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자다.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부분과 전체, 개인과 집단, 분석과 관계, 본성과 상황, 추상성과 실용성 등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을 구분하는 키워드... <생각의 지도>, 리처드 니스벳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남다른 재능과 특별한 기회, 계속되는 놀라운 행운이 있었다. 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따를 만큼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되었을 것이다. -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저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 의미, 그리고 돈이죠. 제 경우, 그중에 제일은 '재미'였습니다. 어느 날 저는 맹세를 했죠. 재미없는 일은 평생 안 하겠다고요. 요즘 사람들을 보면 주로 돈에, 그리고 '노벨상 수상의 영광'과 같은 의미에 너무 집착하며 사는 것 같아요. - 파인만
생물학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의미 있는 물음 - 무엇, 어떻게, 왜 - 이 존재하며, 그 물음에 대해 생물학의 여러 분과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각자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가령 분류학은 '무엇'에 대한 대답이고, 분자생물학은 '어떻게'에 대한 대답이며, 진화생물학은 '왜'에 대한 탐구입니다. - <이것이 생물학이다>, 에른스트 마이어
137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타임라인에서 역사의 대전환점을 만들었던 여덟 번의 '임계국면'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그 여덟 번의 임계국면은 차례로 우주의 탄생(137억 년 전), 별의 탄생(135억 년 전), 원소의 생성(135억 년 전),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45억 년 전), 생명의 탄생(38억 년 전), 집단학습의 출현(20만년 전), 농경의 시작(1만1000년 전), 근대 혁명(250년 전)을 말합니다. 저자들은 각 임계국면에서 매번 차원을 달리하며 복잡성이 증가했다고 말합니가. 그리고 그때마다 다양성, 관용과 개방성, 상호관련성, 정보의 축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에 빅 히스토리의 분수령이랄 수 있다고 말합니다. - <빅 히스토리>,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
대부분의 과학은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확실성 싸움이라기보다는 어떤 설명이 '더 그럴듯한가?'를 놓고 벌이는 개연성의 싸움이다.
옛날에는 자연과 생태적 조화를 이루고 살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서로 평등했고 전쟁도 없었으며, 어머니 대지에서 꼭 필요한 것만을 가져가고 남는 것은 되돌려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국주의, 산업주의, 자본주의, 과학주의라는 악이 들어와 이들을 덮쳤다. - <과학의 변경지대>, 마이클 셔머
르워틴은 언젠가 "본질은 맥락과 상호작용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가 <DNA 독트린>에서 논의한 상호작용은 유전자와 환경, 개체와 환경, 그리고 원인과 결과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이런 상호작용들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는 유전자와 환경의 효과가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 표현형의 범위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 유전자가 여러 원인들 중에 특권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환경이 개체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점 등을 부각시켰습니다.
3차 산업혁명의 핵심 조건 : 재생 에너지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수평적으로 공유되는 혁명이 시작 - 제러미 리프킨, <3차 산업혁명>
발전과 풍요, 편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합리, 효율, 성장 제일주의, 과학만능주의, 물질주의가 어떻게 생명과 자연에 적대적인 야만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되새겨 봐야 한다.
최근 일본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하려고 계획하는데, 그들 앞 세대의 실수(미나마타병)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본문발췌]
인간은 누구나 이 세상에 목숨 받아 태어나 자신의 의지에 따라 능력대로 사회를 위해 일하는 기쁨을 알 수가 있다. 태아성 미나마타병 환자에게는 그런 기쁨을 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나는 슬펐다.
진보하는 과학문명이란 보다 복잡하고 합법적인 야만세계로 역행하는 폭력지배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 동양의 덕성이 그 체질에 감추고 있는 전제주의와 서구 근대가 기술의 역사 속에서 관철해온 합리주의의 더없이 황폐한 결합에 의해 일본 근대 화학산업은 발전하였고, 이 열도의 골수에 파고든 썩은 종양의 한 부분을 미나마타병 사건은 보여주고 있었다.
미나마타병 사건의 모든 양상은 단순한 중금속중독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공해문제 혹은 환경문제라고 하는 개념만으로는 묶어낼 수 없는 양상을 지니고서 이 나라 근대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묻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 연관된다면, 그 사상과 행동은 그 인간의 전 생애를 건, 어떤 결정적인 작업을 강요하게 된다.
미나마타병의 원인물질은 메틸수은화합물이다. 신일본질소 미나마타공장의 아세트알데히드 초산 공장설비 안에서 생성된 메틸수은화합물이 처리되지 않은 채 미나마타만으로 방류됨으로써 만의 내부가 오염되었고 만 안쪽을 오염시킨 메틸수은화합물은 어패류의 체내에 축적되었다. 미나마타병이란 이 어패류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중추신경계의 중독성 질환이었다.
storyteller & number cruncher의 조합, 숫자에 가치를 더하는 이야기의 힘!
[본문발췌]
스토리가 뒤를 받쳐주지 않는 가치평가는 영혼과 신뢰성이 없으며, 스프레드시트보다는 스토리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의 성공 여부를 재는 척도는 창의성이 아니라, 약속 전달과 이행능력이다.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숫자는 우리에게 정밀하고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게 하는 균형추가 된다. 하지만 이런 정밀성은 대개 허상인 데다, 숫자가 개입하는 편향의 여지도 크다.
투자를 하면서 당장 부딪히는 문제는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너무 많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데이터 과부하로 아이러니한 결과가 생겼다. 행동경제학자들이 단정 지어 하는 말처럼, 모든 데이터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사결정의 단순성과 비합리성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또 다른 모순된 결과는 여러 사업 논의를 숫자로 지배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이 숫자를 믿기는커녕 점점 불신하면서 스토리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스토리를 숫자로 바꾸는 프로세스
1단계: 가치평가를 위한 비즈니스 스토리 만들기. 이 단계에서 만들어내는 스토리는 회사가 장차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자신감의 의견이 담겨 있다.
2단계: 스토리의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 시험하기. 가능성 있는 스토리는 많지만, 가능성 있는 스토리가 전부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개연성을 가진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다.
3단계: 스토리를 가치 요인으로 전환하기. 스토리를 분해한 다음 이것을 시장 규모나 현금흐름, 위험 등 가치평가를 위한 투입변수로 전환할 방법을 관찰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스토리의 각 요소가 숫자로 표현되어야 하며, 반대로 각 숫자들 역시 스토리의 요소요소로 되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
4단계: 가치 요인과 가치평가 연결하기. 투입변수를 기업의 최종가치와 연결하는 내재가치평가 모델을 만든다.
5단계: 피드백 고리 열어두기. 그 회사를 더 잘아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조언을 활용해 스토리를 세세하게 다듬고 필요하면 수정도 한다. 스토리를 다르게 했을 때 기업의 가치평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해본다.
변화는 상수이다. 모든 가치평가의 시작은 기업에 대한 스토리이고, 평가의 시발점이 되는 수치들은 그 스토리에서 흘러나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스토리 자체가 변하게 된다. 스토리가 변하는 원인은 금리나 인플레이션, 새로운 경제 지도의 탄생 등 거시경제의 변화 때문일 수 있다. 또는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기존 경쟁자의 전략 수정, 일부 경쟁자의 시장퇴줄처럼 경재 역학이 바뀐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어떤 스토리의 변화는 경영진의 구성원이나 경영 전술이 바뀐 데서 비롯될 수 있다. 결론을 말하면, 스토리텔링에서는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하는 넘버크런칭도) 한번 정해진 스토리는 실제 세계에 완벽한 면역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는 것이다.
스토리의 힘, 스토리는 화자와 청자 사이에 감정적 관계를 만들어 더 오래 생생히 기억되게 하며, 청자의 행동을 이끌어낸다.
스토리텔링의 위험, 스토리가 감정을 건드리고 과거의 경험이 가끔씩 거짓 기억으로 조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숫자를 은근슬쩍 끼워넣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토리텔러가 공상의 세계를 헤매고 있을 때 공상 세계로의 여행이 가능성이나 개연성도 전혀 없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제시하는 것이 그를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청자를 압도할 정도로 스토리의 힘이 강력하다면, 약속된 결과를 달성하는 데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묻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찰스 맥케이는 시장 거품을 다룬 자신의 고전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서 튤립구근부터 정체도 확실하지 않은 회사에 이르기까지 매도자들이 모든 것의 가격을 부풀리고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활용하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이런 매도자들의 사기에 계속해서 속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한다. 금융 시자의 부상과 미디어의 성장으로 스토리텔러들의 청중이 확대되었고, 더불어 그들이 입힐 수 있는 피해의 잠재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사업 활동에서 스토리는 매우 중요하다. 스토리를 이용하면 기업은 투자자, 고객, 직원들과 순수한 사실이나 숫자만 가지고는 절대로 힘든 수준의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스토리는, 특히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스토리는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스토리텔러는 현실을 망각하고 성공을 보장하는 가상의 세계를 날조해낸다. 스토리에 넘어간 청자들은 회의적 질문을 던지지도 않고, 의심도하지 않은 채 해피엔딩만을 원하며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처음으로 스토리의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그리스 연극의 관찰을 바탕으로 모든 스토리에는 도입부, 중간부, 결말부가 있어야 하며, 모든 사건이 원인과 결과로 연결돼 있을 때 스토리가 계속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토리가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스토리 진행에 맞춰 주인공의 행복과 불행도 변해야 한다. 놀랍게도 이런 스토리 구조는 오랜 세월 유지돼왔다.
19세기 독일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구스타프 프라이타크는 이런 스토리 구조에 살을 붙여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 새로운 스토리 구조를 만들어냈다.
발단이나 자극의 순간: 스토리의 시작이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해야 할 주요 갈등이 소개된다.
심화나 상승: 이 단계에서는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면서 스토리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비극의 심화 단계에서는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계속 일어나고, 희극에서는 고난이 이어진다.
절정이나 전환점: 사건의 방향이 전체적으로 뒤바뀐다. 비극은 좋은 쪽에서 나쁜 쪽으로 변하고, 희극은 나쁜 일들이 사라지고 좋은 일들이 펼쳐진다.
반전이나 하강: 여기서는 앞의 3단계에서 시작된 변화의 영향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단원: 비극이라면 스토리는 비참한 결말로 끝난다. 또는 주인공의 승리나 패배를 보여주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소설의 스토리가 주로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창의성에 제약이 없는 것에 반해 비즈니스 스토리는 많은 제약이 있다는 차이가 있다. 영화 각본이나 소설을 쓴다면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세상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고, 충분히 잘만 쓴다면 독자를 그런 세상으로 얼마든지 데려갈 수 있다. 그러나 비즈니스 스토리는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야 한다. 창의성만이 아니라 신뢰성 그리고 스토리에 담긴 약속을 이행하는 능력도 비즈니스 스토리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에 맞게 일반적인 스토리 구조를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텔러가 밟아야 할 단계
자신의 사업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라. 자신의 사업과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를 만들기 힘들다. 무엇을 하는 사업이고,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어설프고 혼란스럽다면, 비즈니스 스토리에도 그런 혼란은 고스란히 반영된다.
청중을 이해하라. 같은 회사일지라도 듣는 대상에 따라(직원, 고객, 잠재적 투자자) 스토리를 조금씩 변형할 필요가 있다. 청자마다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대로 말하라. 사실 훼손만큼 스토리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없다. 그러므로 회사와 경쟁사 그리고 확보하려는 시장을 철저히 공부하는 것은 스토리텔러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스토리를 말하기 전 사실 점검 단계에서 스토리텔러는 언론에서 활용하는 다음 5W를 응용해서 적용해야 한다.
who: 회사의 고객은 누구이고, 경쟁사는 누구이며, 직원은 누구인가?
what: 지금의 사업은 어떤 모습이고, 미래의 사업 모습에 대해서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가?
when: 언제가 되면 또는 얼마나 걸려야 회사의 사업이 비전에 부합하는 모습으로 발전하는가?
where: (시장과 지리적 측면에서) 영업활동을 하려는 곳은 어디인가?
why: 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구체적으로 말하라. 회사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어떤 성능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면 비즈니스 스토리는 더 쉽게 기억될 뿐만 아니라 영향력도 커진다.
결말에 공을 들여라.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청중의 가슴을 뛰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동시에 압축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결말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스토리의 특징
단순하다.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는 초점을 흐리지 않으며, 핵심 메시지를 잘 전달한다. 그리고 메시지 전달에 방해가되는 복잡함과 난해함은 과감히 없앤다.
믿을 수 있다.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는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하고, 약속 이행이 가능해야 한다. 결론적으로는 현실의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당신이 주도한 게임에서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는 동안에도 사업적 한계에 대해 솔직해야 한다.
진솔하다. 진실성은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말이지만 의미가 모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개인으로서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당신의 사업이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담아낸 스토리가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감성을 건드린다. 감성을 건드려야 한다는 말은 스토리텔러가 무대에서 울먹이며 말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말해야 한다는 의미다. 스토리텔러 자신이 스토리에 어떤 열정도 가지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열정을 가질 리가 없지 않겠는가?
스토리가 관계를 만들고 기억에 쉽게 남게 한다면 숫자는 사람들을 설득한다. 숫자는 정교하지 않은 스토리도 정밀하도록 느끼게 만들며, 불확실성을 다뤄야 할 때에도 숫자를 보고 판단하면 마음이 놓이게 된다.
숫자의 힘. 정밀하다. 객관적이다.통제를 나타낸다.
비즈니스 세계에는 "측정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어떤 산업 분야는 산출량과 진행도를 정확하게 측정할수록 더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예를 들어 재고관리 분야에서는 실시간 재고 보유 현황을 정확하게 측정하면 기업은 재고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충족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이 슬로건은 조금 다르게 바뀌었다. "측정하고 있다면 이미 그것을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기업에서는 진지한 분석을 많은 숫자들로 대체해버렸다.
숫자의 위험.
정밀성에 대한 착각. '정밀precise'과 '정확accuate', framing bias
객관성에 대한 착각. 숫자의 틀짜기(framing) 방식에 따라 반응도 다르게 나온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숫자에 대한 두 번째 착각을 야기한다. 바로 숫자는 객관적이고, 넘버크런처는 어떤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는 착각이다.
통제에 대한 착각. 무언가를 측정한다고 해서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교한 측정 도구를 가졌기 때문에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가올 위험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숫자를 위주로 모든 결정을 내린다면 큰 문제에 빠질 수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언제라도 아웃소싱에 밀려 보다 저렴한 다른 넘버크런처나 기계에게 자리를 내주는 신세가 된다. 기계처럼 객관적이고 오직 숫자 위주로만 결정을 내리는 것이 본인의 강점이라면 기계가 그 일을 훨씬 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순수한 숫자 위주의 투자결정 과정은 남들이 모바아하기 쉽다.
모두가 똑같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어쩌면 분석 도구까지 똑같다 보니 부각되는 투자 기회도 똑같을 것이다. 결국 모두가 이익을 보려고 동시에 같은 투자에 달려든다. 이런 과정에서 모두가 동시에 같은 종목을 사고파는 '군집herding'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 다음에는? 군집은 모멘텀을 만들고, 모멘텀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투자자의 투자결정을 강화해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만약 기본적 과정(사업, 시장 또는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발생하면 군집은 집단 전체의 실패를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데이터라는 것은 어쨌든 과거의 데이터이고, 구조적 변화가 발생해 미래가 과거와 크게 달라진다면 데이터 기반의 미래 예측은 전혀 쓸모가 없어진다.
데이터 중심의 세상으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데이터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과거보다 훨씬 자주 경기호황이나 붕괴가 올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시장의 거품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클 것이며, 당연하게 거품이 터지는 순간 펼쳐질 대학살극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할 것이다.
집단의 광기를 부수는 최고의 방법은 대안적인 (그리고 더 현실적인) 스토리를 결합하고, 숫자로 그 스토리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나는 천성적으로 숫자 지향적인 사람이다. 그러나 숫자를 가지고 씨름하면 할수록 순수한 숫자 주심 주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회계에 대한 것이건 시장에 대한 것이건 금융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나는 금융 데이터에 온갖 잡음이 존재하고, 그 데이터로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과학적 방법을 신봉하지만, 순수한 과학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심스럽다. 모든 연구에는 편향이 개입되기 마련이다. 단지 편향의 방향과 크기가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나는 숫자 중심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그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어떤 편향에 빠졌는지 알아보고, 그 편향에 맞게 숫자를 조정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숫자를 과정이나 변수에 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숫자를 통제하거나 이해하게 되었다고 믿는다면 그것 역시 오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위험을 측정한 수십 가지의 수치는 말할 수 있고, 그것의 학문적 배경까지도 술술 설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지라도 실제로 나는 위험이 정확히 무엇이고, 그것이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다.
좋은 비즈니스 내러티브: 단순해야 한다. 신뢰성이 담겨야 한다. 영감을 주어야 한다.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는 단순하고 믿을 수 있으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좋은 비즈니스 스토리를 말하려면 사업과 그 사업이 속한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
비즈니스 내러티브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구체적인 부분과 세부사항일수록 말을 아끼고, 큰 그림과 비전에 대해서는 많이 설명해야 한다.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
기업에 대한 스토리를 구상한 다음에는 제일 먼저 그 스토리의 가능성Possible 유무를 시험해야 한다.
두 번째 시험은 타당성Plausible 시험으로, 가능성보다는 난이도가 조금 더 높다. 스토리가 타당성을 가지려면 그런 스토리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은 비슷한 스토리를 성공시킨 다른 기업의 선례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스토리텔러의 역사에서도 그런 성공적인 기업들과 비슷한 선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세 번째이자 가장 어려운 시험은 스토리의 개연성Probable에 대한 시험이다. 개연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스토리를 정량화할 수 있어야 하며, 스토리를 숫자로 전개했을 때의 예상치를 최대한 정확하게 추산해서 제시해야 한다. 가능성이 있다고 타당성이 있는 것은 아니며, 타당성 시험을 통과한 스토리도 개연성 시험에서는 낙제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서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전통적 가치평가는 개연성을 중심으로 하고, 그런 개연성을 바탕으로 매출과 순익, 현금흐름 등의 형태로 기댓값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타당성을 중심으로 삼으면 주로 미래 기대 성장률 측면에서 허점이 생긴다. 가능성만 따진다면 일어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 없고,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전통적 가치평가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른바 실물옵션모형real option model(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하나의 대안option이 아니라 여러 개의 대안에 소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적 의사결정 방법 중 하나)을 적용해야 한다.
구시대의 가치투자자들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에 나온 배당 중심 가치평가 모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종목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격언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따. 그래서 그들은 '개연성이 아주 높은' 내러티브를 말하는 회사에 투자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기업이 전체적으로 확실하면 좋겠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어느 정도 공격적인 가치투자자는 개연성의 경로에서 조금 아래로 내려가 내러티브의 개연성이 낮아도 회사의 주가가 적정가격이라면 투자할 것이다. 성장투자자는 타당성이 있는 스토리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그 스토리를 바탕으로 성장 예측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예상에는 위험이 크게 포진해 있다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후기 단계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몰려 있는 곳은 타당성 스팩트럼의 아래쪽으로, 그들은 유망성과 잠재력이 있는(타당성이 낮은 내러티브를 생각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기업에 투자한다. 초기 단계 벤처캐피털리스들은 가능성을 보이는 내러티브에 운을 건다. 그들은 가능성 시험을 통과한 스토리의 일부만이 타당성 시험을 통과하고, 또 ㄱ중에서 아주 일부만이 스펙트럼의 가장 마지막인 개연성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스토리텔러가 제시하는 매출 성장, 이익률, 재투자, 위험에 청자가 동의하지 않을 때가 아니라, 스토리텔러의 견해에 일관성이 없어서 이런 요소들이 서로 충돌하면 스토리는 개연성을 잃는다.
가치의 철의 삼각관계의 세 꼭짓점(성장, 위험, 재투자)은 비즈니스의 가치 요인으로, 이 세 변수가 미치는 영향은 예측이 가능하다. 성장이 늘어나면 가치는 상승하지만, 위험이나 재투자가 증가하면 하락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업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스토리텔러가 고성장, 저위험, 낮은 재투자율을 한데 묶어 말한다면 이 스토리는 앞 뒤가 맞지 않으므로 타당성도 없다. 고성장을 꾀하는 회사가 성장을 달성하려면 재투자를 높여야 한다. 그러니 평상시보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치 분해하기
스토리와 가치를 연결하려면 제일 먼저 내재가치평가에 대한 기본부터 이해해야 한다. 내재가치란 현금흐름, 기대 성장, 위험 등의 펀더멘털에 근거해 자산에 매겨진 가치를 의미한다. 내재가치에서 중요한 부분은 시장이 다른 자산에 매긴 가격이 얼마인지 전혀 알지 못해도(물론 그런 정보를 알면 도움이 되기는 한다.) 특정 자산의 가치를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현금 흐름할인법 모델은 위험 조정된 기대 현금흐름을 토대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점에서 내재가치평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순자산가치(장부가치) 접근법도 내재가치평가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회계사가 추정한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의 가치가 기업의 진짜 가치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현금흐름할인법 평가는 가치와 기대 현금흐름을 연결하는 등식을 이용해 내재가치를 추정하며, 기대 현금흐름은 성장 추정치에(위험 반영 가중치를 적용함) 할인율을 결합한 것이다.
사업 유형에 상관없이 가치 창조의 핵심 요인. 첫 번째는 기존 자산의 현금흐름 창출 능력으로, 수익 창출력earning power이 높은 자산일수록 낮은 자산에 비해 가치를 많이 창출한다. 두 번째는 성장가치로, 성장 결과에서 상충되는 부분들을 더하고 뺀 결과 값이다. 성장가치는 매출과 이익 증가는 더하고, 성장을 위해 들어간 재투자 비용은 뺀다. 세 번째는 위험이다. 위험이 높아질수록 할인율은 커지고 가치는 줄어든다.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가치평가를 할 때의 한 가지 단점은 계속기업을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기업이 아주 오랫동안 영업활동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회사으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경우에는 가치가 너무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이런 부도 위험은 사업 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여러 힘든 시험대를 거쳐야 하는 신생기업이나, 오래되고 쇠락 중인 시장에 속해 있고 부채가 아주 많은 기업일수록 높다. 그런 회사들의 기대가치를 추정하려면 투자자의 입장에서 부도 확률과 거기에 따른 결과를 분명하게 고려해서 부도 위험으로 조정한 가치를 다시 구해야 한다.
가격결정 스토리
(주식의) 가격결정은 대개 (매출 요인, 매출액, 순이익, 순자산가치에 대한) 가격 승수를 계산하고, 이 배수를 '비교 가능한' 기업들과 대조해보는 식으로 이뤄진다.
사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현금흐름, 위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 기대되는 성장 수준과 효율성의 크기이다. 거래되는 자산(주식)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진다. 사업가치도 가격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수치지만,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 지배적 요소는 아닐 수 있다. 시장의 밀고 당기기(모멘텀, 유행, 기타 가격결정 요소)와 유동성(또는 유동성 부족)은 가격 자체에 독자적인 역동성을 부여하는 원인이 되어 가치와는 전혀 다른 시장가격이 매겨지게 할 수 있다.
가격결정의 세 단계
비교 가능하거나 비슷한 자산을 찾는다.
투자자들이 회사들의 가격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척도를 찾는다. 기업에 가격을 매길 때에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투자자가 '사용해야 하는' 척도가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촉도를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자들이 소셜미디어 회사의 가격을 결정할 때 초점을 맞추는 척도가 사용자 수라면, 우리도 그 척도에 초점을 맞춰서 해당 분야 회사의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기업에 가격을 매긴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 회사가 사용자 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2013년 시장이 사용자 1명당 평균 100달러의 가격을 매겼다면 트위터의 시장가격이 얼마인지 계산할 수 있다. 2013년 10월 트위터의 사용자 수는 2억 4,000만 명이었으며 시장가치는 대략 240억 달러였다.
가격결정으로 나온 결과는 가치평가는 결과와는 매우 다를 수 있다. 어떤 결과 값을 사용할 것인지는 본인이 투자자인지 트레이더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여기서 트레이더에 대해 좋은 말도 나쁜 말도 할 생각이 없다. 투자자의 초점은 가치이고, 가격은 가치를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믿으며 투자한다. 트레이더의 초점은 가격이며, 그들은 가격 이동의 방향을 옳게 파악했는지를 통해 능력을 판단받는다.
가치평가 진단
성장, 재투자, 투자의 질: 앞에서 성장, 재투자, 위험의 균형이 일관된 가치평가를 만들어내는 가치의 철의 삼각관계를 소개했다. 일관성을 검사하는 간단한 방법은 고성장 단계에서 예상되는 영업이익의 변화를 합산하고, 그 합산액을 같은 기간 동안 예상되는 재투자 변화로 나누면 된다(한계자본수익률=영업이익의 변화 / 재투자). 한계자본수익률marginal return on invested capital은 기업의 미래 투자가 좋을 것 같은지, 나쁠 것 같은지를 대략적으로 가늠하게 해주는 척도이다. 이 수익률이 기업의 자본비용, 역사적 자본수익률, 산업평균 등에 비해 너무 낮거나 높다고 판단되면 본인이 세운 성장과 재투자에 대한 가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적신호이다.
위험과 돈의 시간가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과정은 돈의 시간가치(다시 말해 현금흐름은 빨리 들어오는 것이 더 좋다.)와 계속기업으로서 회사를 운영할 때의, 위험을 반영해 가치를 조정하는 작업이다. 시간가치와 위험이 기업의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명목현금흐름(할인을 하지 않은 현금흐름)의 총액을 현재가치와 비교하면 된다. 돈의 시간가치는 재무학 수업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기본 개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들어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수록 가치는 놀랄 정도로 크게 떨어진다. 특히 위험이 높거나 고인플레이션 환경이라면 그 가치는 더욱 크게 낮아진다.
현금흐름의 가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고성장하는 신생기업이라면 초기의 현금흐름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며, 당연히 그래야 한다. 초기 연도에는 순이익이 낮거나 순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한 이유이고, 고성장을 위해 재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것도 한 이유이다. 주식투자자는 소유 지분이 미래의 주식 발행으로 희석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지만, 마이너스 현금흐름은 이런 희석 효과를 포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래의 주식 발행은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보충하기 위해 행해지므로, 만약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가치 추정에 통합한다면 희석 효과를 미리 포착하는 것과 같다. 간단히 말해 현금흐름할인법으로 가치평가를 할 때는 미래의 주식 발행 수를 추정해서 현재의, 주식 수를 조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이미 가치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자기자본의 마이너스 가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합한 것이 영업자산가치이며, 영업자산가치에서 순부채를 차감한 값이 자기자본가치이다. 하지만 영업자산의 가치가 순부채보다 낮으면 어떻게 될까? 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시장가격이 0 이하가 될 리 없으므로 자기자본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회사의 재무상태가 심각하게 부실한데도 혹시나 흑자 전환으로 영업자산의 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희망하면서 계속 영업활동을 유지한다면 자기자본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자기자본은 옵션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투자자 역시 자기자본을 옵션으로 처리해야 한다.
카너먼이 자신의 책에서 투자자의 심리에 대해 말했다시피, 투자와 주식 시장에서 경험은 좋은 스승이 되지 못한다. 인간은 과거의 성공에서 잘못된 교훈을 얻고, 실패에서는 충분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 심지어 망상에 빠져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난 것이라고 기억한다.
기업 스토리는 불멸의 고전이 아니다. 기업 스토리는 언제, 어느 순간에도 바뀔 수 있는 내러티브이다. 또한 실적 보고와 재무제표만이 아니라 투자 발표, 자금조달, 배당 정책 등 여러뉴스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뉴스 발표로 인해 기업의 내러티브와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발표 내용에 따라 달라지며, 긍정적인 방향일지 부정적인 방향일지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뉴스 발표에 시장이 보이는 반응은 가치평가 보다는 가격결정 게임에 더 가깝다. 그리고 짐작한 것처럼 어떤 뉴스에는 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내리지만 가치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에 어떤 뉴스에는 주가는 잠잠하지만 가치는 크게 변할 수 있다. 기업의 내러티브에서 최고경영진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들에 대한 뉴스는 주가와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시 스토리의 출발점은 기업이다. 시장과 경쟁 상황을 감안해 스토리를 구축하지만,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초점은 기업이다. 대다수 기업에는 이런 관점이 적절하겠지만, 통제가 거의 또는 전혀 불가능한 거시 경제 변수가 투자 실적을 좌우하는 사업에서는 이런 관점이 쓸모가 없다. 대표적인 예가 원자재 시장의 성숙 기업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원자재 가격 변동이 미래의 순이익을 결정하며, 기업이 발휘할 수 있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 또한 경제 흐름에 미래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좌우되는 순환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이 큰 신흥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스토리 라인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활동보다는 그 나라의 정치와 경제 상황에 맞물릴 수밖에 없다.
거시경제 내러티브를 세우는 과정. 우선은 해당 거시변수(원자재, 경기 순환, 국가 등)를 식별하여 이해하고, 그다음으로 가치평가를 진행 중인 기업이 거시경제 변수에 얼마나 영향을 받을지를 계산한다. 마지막으로 가치평가가 거시변수 예측에 어느 정도나 좌우될 것 같은지, 그리고 거시변수를 투입변수에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라이프사이클 초기에는 내러티브가 숫자를 이끈다면, 후기에는 숫자가 내러티브를 이끈다.
모든 가치평가는 내러티브와 숫자가 결합해서 탄생했지만, 지금이 라이프사이클의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내러티브와 숫자의 중요도는 달라진다. 초기 단계의 기업은 역사적 숫자가 거의 없고, 아직 사업 모델의 변수가 많기 때문에 가치를 견인하는 동인은 거의 전적으로 내러티브이다. 기업의 사업 모델이 가시적 형태를 띠고, 결과를 보이기 시작할수록 숫자가 가치평가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진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내러티브가 더 중요하다.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내러티브는 뒤로 물러나고 숫자가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라이프사이클 단계가 진행되면서 매력적인 내러티브를 이루는 요소들도 바뀐다. 스타트업 단계에서 투자자를 이끄는 것은 큰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원대한 내러티브expansive narrative이며, 큰 스토리를 말하는 기업들이 높은 가치를 보상으로 얻는다. 기업이 아이디어를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현실에서의 시장과 자원 제약으로 인해 내러티브의 범위가 좁혀지거 아예 와해되는 것도 바로 이 단계에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고 나면 내러티브는 '비용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에서 경쟁자들과 싸워야 한다. 수익성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면 다음으로는 기업이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확장성scalability을 강조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생산과 경영, 재무 능력의 한계를 시험받게 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생산과 경영, 재무 능력의 한계를 시험받게 된다. 모든 시험을 다 통과하고 수익을 내는 성숙 기업에 올라선다면 내러티브의 중점은 '진입장벽'과 '경쟁우위'로 옮겨가야 한다. 이 두가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성숙 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이익과 현금흐름을 누릴 수 있는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쇠락 단계의 스토리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규모를 줄이고 시장에서 사라지려는 준비를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계속 수익을 창출하고 투자자들에게도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가치가 아니라 가격결정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편이라면 상대평가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경쟁사들의 주가보다 싼 편인지 비싼 편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럴 경우대개는 공통변수인 가격결정 승수를 선택해서 주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 라이프사이클 초기 단계에는 영업실적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거의 없다. 그럴 경우에는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사용자수, 다운로드 수, 구독자 수 등을 공통변수로 선택할 수 있다. 라이프사이클의 후기 단계로 나아갈수록 영업실적을 나타내는 척도를 가지고 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수익성이 더 높아질 소지가 큰 성장 기업에는 매출액을, 성숙 기업에는 순이익을 척도로 사용하고, 쇠락 기업에서는 순자산가치(청산가치를 대변)를 척도로 사용하면 된다.
타인의 생각이나 투자의 감정이 아니라 자신이 평가한 기업의 가치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모든 스토리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담겨 있다. 내가 앞으로 하게 될 모든 스토리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포함될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꺼리지 않게 되면서 나는 한 가지 부수적 효과를 얻었다. 불확실성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대하게 되었으며,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예전보다 거부감이 덜 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똑같은 회사에 대해서도 나의 스토리와 다른 투자자의 스토리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스토리텔링 덕분에 나는 내가 틀릴 수 있음을 더 침착하게 받아들에게 되었다.
투자자와 직원, 고객을 끌어들일 때는 물론이고 성공적인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비즈니스 스토리는 대단히 중요하다. 비즈니스 스토리는 가능성, 타당성, 개연성의 시험을 거쳐야 하고 현실 검증을 거쳐야 하며, 필요한 현실 여건을 반영하여 스토리를 수정해야 한다. 어떤 스토리도 영원하지 않으며, 어떤 가치평가도 항구적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