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벽돌집 셀프 옥상방수 도전기 - 2. 바탕면 정리
모든 것에 기초가 중요하다. 방수의 기본은 바탕면 정리.
아래 사진으로 보듯이 우리집 옥상 바닥은 정말 최악이다. 바탕면 정리라도 업체에 맡겨볼까 고민도 했고, 더 큰 면갈이 공구를 빌려볼까도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은 4인치 그라인더를 가지고 바닥 40평과 난간 위쪽 면갈이를 시작한다. 쪼그리고 앉아 작업하다보니 다리에 마비가 오고, 그라인더 떨림에 손가락, 손바닥, 손목이 아프고 마비가 오는 면갈이 지옥을 경험했다.
아마 두 번 다시 못할 작업이 아닐까? 업체에서는 7인치 또는 9인치 그라인더와 집진기, 또는 전문적인 면갈이 기계를 사용해 좀 더 수월하게 작업을 하기에 가급적 바탕면 정리라도 업체에 맡기는게 낫다.
직접 고생을 맡보고 싶다면, 4인치 그라인더로 도전해 보시길. 단, 호흡기 건강과 먼지날림을 방지하기 위해 집진흡입커버와 청소기 연결은 필수다.
1일차 (5월24일)
방수재료 선택을 못해 이생각 저생각에 잠못이루는데 집 강아지는 떠돌이 암캐에 마음이 뺏껴 밤새 낑낑댄다.
아침부터 바탕면 정리 작업 착수. 집진용 청소기가 배송되기 전이라 오전은 스크래퍼로 난간벽의 기존 우레탄 방수제 제거하는데 손이 얼얼하다.
오후 집진용 청소기가 배송되서 본격적 면갈이 작업 시작. 처음 쓰는 그라인더, 석재용 평면컵 다이아몬드 날을 이용한 바닥면 갈기.
기존 우레탄 방수면과 벗겨진 콘크리트가 섞인 열악한 옥상바닥에 처음 다루는 장비다보니 집진기 체결이 제대로 안되 결합부위가 일부 녹아내렸다. 면갈이 지옥문이 열릴줄 이때는 알지 못했다.
구부려 앉아 작업하다보니 다리가 마비될지경. 그라인더 떨림에 손과 손목도 같이 마비가 온다.
지금까지 몸쓰는 일 안해본 티가 나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에 조금씩 적응해보자.
2일차
갈수록 스킬은 업그레이드 되는줄 알았으나 기존 우레탄이 잘 안벗겨져 진도가 너무 늦다. 업친데덥친격으로 초반 실수때문에 일부 결합부위 플라스틱이 녹았던 집진기가 그라인더 열이 더해져 완전히 망가져 읍내 철물점 몇 곳을 알아봤지만 집진기가 뭔지도 모르신다.
걱정은 접고 오전 곰소항에서 산 갑오징어, 오는길에 캐온 죽순으로 갑오징어죽순물회와 껍질무침과 태임씨 막걸리 한잔하며 피로를 푼다.
3일차
새벽부터 깨서 옥상에 올라가보니 붉게 타오르는 동틀녘 하늘, 해는 뜨지않는 흐린 아침. 기온이 차다.
바람과 흐린 하늘, 갑작스런 소나기. 집진기 없이 그라인더를 돌려보지만 먼지가 너무 심해 그것을 내가 마셔야 하니 작업은 불가하다.
고창읍내에 집진기 브랜드 공구 대리점이 있어 가봤더니 집진기는 잘 찾지않는 물건이라 별도로 주문해야한단다.
일단 다시 11번가에서 주문 넣고 스크래퍼로 들뜬면과 바깥쪽 난간면 수작업과 물청소.
4일차
오전 흩날리는 비로 휴식하며 방수제 주문을 하다.
망가졌던 집진기 새로 주문한 것과 몇가지 부자재 도착해 4시간여 면갈이 진행.
어제 유튜브에서 그라인더 면갈이 팁을 배워 날이 돌아가는 방향따라 힘조절하니 한결 낫다. 그 전에 그라인더 회전반대방향으로도 돌리다보니 열도나고 바닥이 패임도 심했는데 이제야 깨닫다. 사방 난간쪽 균열부위도 있고 약한부위라 조심해서 작업.
그라인더 회전충격이 손과 손목에 그대로 전달되고 밭일에 쓰는 방석의자 달고 해도 쪼그린 자세에 다리도 마비되는 느낌, 힘들다.
감자 수확시즌이라 얼마전 수확한 감자전에 막걸리로 피로 풀고 이른 코스모스가 벌써 피고 개구리소리가 온동네를 깜싸고 밝은 달이 비추는 저녁을 보낸다.
5일차
달이 무척 밝은 새벽, 새벽 1시경부터 깨서 잠못이루고 다음 작업들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본다.
계속된 면갈이,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잠시 휴식.
6일차
9시부터 오전 작업으로 면갈이 마무리, 오후 보강과 계단 면갈이 까지하고 물청소로 마무리.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바탕면 작업 전 상황]




[그라인더 작업]
[그라인딩 작업 완료 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