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읽고쓰기(reading & essay)

다른길 - 박노해

소요유+ 2023. 10. 21. 08:42

풍요와 편리함 속에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은 줄고 점점 시스템의 노예가 된다.



[본문발췌]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똑똑하고 편리해진 시대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을 잃어버리고 모든 걸 돈으로
살 수밖에 없는 무력해진 세계에서, 그들은 내 안에
처음부터 있었지만 어느 순간 잃어버린 나 자신의 모습이다. 

조용한 시간, 내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듣는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나,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나는 실패투성이 인간이고 앞으로도 패배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겠지만, 내가 정의하는 실패는 단 하나다.
인생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살지 못하는 것!
진정으로 나를 살지 못했다는 두려움에 비하면
죽음의 두려움조차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인생에는 각자가 진짜로 원하는 무언가가 있다. 

나에게는 분명 나만의 다른 길이 있다.
그것을 잠시 잊어버렸을지언정 아주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 이대로 괜찮지 않을 때, 지금 이 길이 아니라는 게
분명해질 때, 바로 그때, 다른 길이 나를 찾아온다.
길을 찾아 나선 자에게만 그 길은 나를 향해 마주 걸어온다. 

나는 알고 있다. 간절하게 길을 찾는 사람은 이미
그 마음속에 자신만의 별의 지도가 빛나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진정한 나를 찾아 좋은 삶 쪽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게는 분명, 다른 길이 있다. 




우리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나무 열매도 산나물도 아침의 신선한 공기도
 눈부신 태양도 샘물도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다 공짜다.
 


씨알을 심는 농부는 기다림을 산다.
 기다림은 씨앗이 땅에 심기었다는 믿음,
 지금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믿음,
 어둠 속 대지에서 하루하루 커나간다는 믿음.
 나에게 진정 간절한 기다림이 있는가.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오직 희망이 있을 뿐.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은 적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큰 사람들.
 창조란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내는 것이고
 최고의 삶의 기술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빠가 아이에게 주었던 것은 '시간의 선물'.
 사랑은, 나의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다.
 먼 훗날 한숨지으며 내 살아온 동안을 돌아볼 때
 '아 내가 진정으로 살았구나' 생각되는 순간은
 오직 사랑으로 함께한 시간이 아니겠는가.
 그 시간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그의 인생이 아니겠는가.



탐욕의 그릇이 작아지면 삶의 누림은 커지고
 우리 삶은 '이만하면 넉넉하다'.

 

아이들아, 너는 이 지구별에 놀러 왔단다.
 더 많이 갖기 위한 비교경쟁에 인생을 다 바치기엔
 우리 삶은 너무나 짧고 소중한 것이란다.
 너는 맘껏 놀고 기뻐하고 사랑하고 감사하라.
 그리고 네 삶을 망치는 모든 것들과 싸워가거라.
 인생은 수고의 놀이터이니 고통받기를 두려워 말고,
 고통을 공깃돌 삼아 저마다의 삶을 누리며 행복하라.
 


수많은 고통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은 나 홀로 버려져 있다는 느낌,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세상을 다 가졌어도 진정 사랑이 없고 우정이 없다면
 인생은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은 비와 바람과 태양이 길러준
 대지의 선물을 허리 숙여 거두는 날.
 우리는 태양을 직접 바라볼 수 없다.
 태양으로 길러지고 빛나는 것으로만 확인될 뿐.
 사랑 또한 볼 수 없고 단지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 사랑으로 우리는 '덕분에' 살려지고 있으니.

 

집이란 이렇게 사고 파는 부동산 가치가 아니라
 내 삶의 무늬를 새기며 오래될수록 아름다워지는
 지상의 단 하나뿐인 기억과 소생의 장소이니.
 


인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결핍이 아니다.
 자신의 생명 에너지를 다 사르지 못하고 
 자기 존재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지는 것, 
 '잉여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은 고통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이 아무 의미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종자로 쓰려는 것은 그 해의 결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만을 골라 매달아진다.
 수백 수천의 옥수수 알들은 단지
 한 톨의 씨앗에서 비롯되었다.
 씨앗이 할 일은 단 두가지다.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고 지켜내는 것.
 자신의 대지에 파묻혀 썩어 내리는 것.
 희망 또한 마찬가지다.
 헛된 희망에 자신을 팔아넘기지 않는 것.
 진정한 자신을 찾아  뿌리를 내리는 것.
 그대, 씨앗만은 팔지 마라.



오늘 무슨 일을 했는가 못지 않게
 어떤 마음으로 했는가가 중요하지요.
 모든 것은 물결처럼 사라지겠지만
 사랑은 남아 가슴으로 이어져 흐르겠지요.



만족滿足이란, 발이 흙 속에 가득히 안기는 것,
 대지에 뿌리박은 삶에서 행복이 차오르는 것이니.

 

시작은 짜이
 꽃 농장 인부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
 짜이를 끓여 마시며 담소 중이다.
 이들의 하루는 짜이와 함께 시작된다.
 "내 몸에 따뜻한 기운이 돌고
 동료 간에 우애의 감정이 돌아야
 내가 가꾸는 꽃들도 향기를 건네겠죠.
 삶을 위해 일하고 웃기 위해 돈 버는 건데
 일과 돈이 사람의 주인 노릇 하면 되나요."
 일터는 '돈터' 만이 아닌 '삶터'이자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수행터'이고,
 동료란 경쟁 관계가 아닌 '좋은 벗'인 것을.
 아침 해와 함께 멋진 하루를 열어주는 짜이 한잔.



선물 받은 하루의 생을 다 소멸시키며, 텅 빈 충만의 정신적 풍요를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니, 삶도 초원의 꽃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고 하루하루 사랑으로 나를 살라가는 생의 도약을 이루기를...
 


남김 없이 피고 지고
 야크 젖을 짜던 스무 살 엄마가
 아이에게 젖을 먹이러 천막집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지상에 잠시 천막을 친 자이지요.
 이 초원의 꽃들처럼 남김없이 피고 지기를 바래요.
 내가 떠난 자리에는 다시 새 풀이 돋아나고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아이들이 태어나겠지요."
 충만한 삶이란, 축적이 아닌 소멸에서 오는 것이 아니던가.
 우리 삶의 목적은 선물 받은 하루하루를 남김없이 불살라
 빛과 사랑으로 생의 도약을 이루는 것이 아니던가

 

나날이 새롭게
 여명은 생의 신비다.
 우주의 순환은 날마다 한 번 해가 뜨고 한 번 해가 지고
 우리는 오직 하루 치의 인생을 새로이 선물 받는다.
 이 대지의 삶은 순간이고 미래는 누구도 모른다.
 하여 삶은 일일일생一日一生이니
 오늘 하루의 생을 남김없이 불사르고
 지금 여기서 자신을 온전히 살아내기를.
 


우리는 위대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하는 것
작지만 끝까지 꾸준히 밀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가장 위대한 삶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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