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화살 - 치누아 아체베
인간은 우주적 시공간에서 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또한 많은 결정과 선택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외부 존재의 힘에 의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도 자기 중심적이고 자신은 모든 것이 옳고 완벽 하기에 모든 사람이 자기와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거나 따르기를 바란다. 자기애는 넘치면서 공감과 배려는 부족한 사람.
[본문발췌]
오늘 아침에 내가 그 백인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인데 그는 들으려 하지 않더군. 사람은 요청 받은 걸 해 주지 않겠다고 거절할 수는 있지만 요청 받는 것 자체를 거절할 수는 없다는 말이 있잖아. 그런데 백인의 나라에는 그런 종류의 속담이 없는 것 같네.
에제울루의 단 한 가지 잘못은 모든 사람들이, 그러니까 아내, 친족, 자녀, 친구, 심지어는 적들까지도 자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살아생전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에제울루에게 감히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의 적이 되었다. 만약 자신과 아주 똑같이 행동하는 친구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고독하게 살 것이라고 했던 원로들의 말을 에제울루는 잊고 있었다.
혼잡한 시장을 지나갈 때는 극도로 조심해서 걷는다 해도 그의 옷깃이 다른 사람의 상품을 뒤엎거나 깨트릴 염려가 있다. 그런 경우 손해를 벌충할 책임은 옷이 아니라 옷을 임은 사람에게 있었다.
그는 우선 극도로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 왜냐하면 싸울 때 두려움을 주는 것은 먼저 극한에 이르기까지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아프리카 독사가 무서운 까닭이었다. 그것은 어떠한 도발도 견뎌 낼 것이고 심지어 적이 자신의 몸통을 짓밟아도 내버려 둘 것이다. 일곱개의 어금니가 하나씩 하나씩 모두 다 드러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런 다음 그는 자신을 괴롭히던 자를 향해 말할 것이다. 내가 여기 있노라!
"타! 은와누!" 귀신이 버릇없는 어린아이의 귀에 대고 소리치듯 울루 신이 그의 귀에 대고 외쳤다. "이게 네 개인적인 싸움이라고 누가 너한테 말했느냐?" 에제울루는 시선을 마룻바닥으로 떨어뜨린 채 부들부들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네 마음에 맞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들다니, 누가 너한테 이게 너의 개인적인 싸움이라고 말했느냐? 너에게 야자 술을 가져다 준 친구들은 구해 주고 싶으냐, 헤헤헤헤헤!" 오로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만이 메마르고 해골 같은 웃음을 웃어 대는 신들의 협박과 조롱에 때때로 다가갈 수 있었다. "나와 내 희생자 사이에 끼어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라. 그렇지 않으면 너를 때릴 마음은 전혀 없는데도 네가 대신 주먹을 맞을 수도 있을 테니! 두 마리 코끼리가 싸울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느냐? 넌 어서 집에 가서 잠이나 자라. 이데밀리와의 싸움은 나한테 맡겨라. 시기심으로 가득한 이데밀리는 그의 비단뱀이 다시 한 번 권좌에 오르도록 나를 파멸시킬 방도를 찾고 있다. 이제 네 생각을 나한테 말해 보렴. 난 어서 가서 잠이나 자라고 했다. 나와 이데밀리는 끝장날 때까지 싸울 거란다. 누가 누구를 쓰러뜨리건 간에 승자가 상대방의 발찌를 벗길 것이다!" 그다음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성스러운 비단뱀을 믿는 질투심 많은 종교 의식을 상대로 맞서 싸우는 방법을 인간에 불과한 에제울루가 어떻게 감히 자신의 신에게 알려 준단 말인가? 이건 신들의 싸움이었다. 에제울루는 신의 활시위에 걸려 있는 화살에 불과했다. 에제울루는 야자 술 같은 이런 생각에 취해 있었다. 새로운 생각들이 서로 뒤엉켰고 과거의 사건들이 새롭고도 흥미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어째서 오두체는 상자 속에 비단 뱀을 가두었을까? 그것은 백인의 종교에서 저주받은 동물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기 때문이었나? 오두체 또한 울루의 손에 들린 화살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