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미국의 의사 던칸 맥두걸이 인간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 가설을 제기했다.
사람이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썩어 없어지거나 재로 뿌려져 사라지는 육신의 흔적과 실존을 증명할 수 없는 영혼의 무게만 남을 것이다.
고독속에 영글어진 생각, 그 생각을 정리하고 창작을 통해 문자화 된 이야기와 글, 그 무게는 영혼의 무게보다 더 무겁고 그것을 읽은 사람의 기억속에 좀 더 오래 남겨질 수 있지 않을까?
[이하 본문 발췌]
삼심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삼십오 년간 나는 그렇게 주변 세계에 적응해왔다. 사실 내 독서는 딱히 읽는 행위라고 말할 수 없다. 나는 근사한 문장을 통째로 쪼아 사탕처럼 빨아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한다. 사상이 내 안에 알코올처럼 녹아들 때까지. 문장은 천천히 스며들어 나의 뇌와 심장을 적실 뿐 아니라 혈관 깊숙이 모세혈관까지 비집고 들어온다. 그런 식으로 나는 단 한 달 만에 2톤의 책을 압축한다.
내가 혼자인 건 오로지 생각들로 조밀하게 채워진 고독 속에 살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나는 영원과 무한을 추구하는 돈키호테다.
"사람에게서 남는 건 성냥 한 갑을 만들 만큼의 인과, 사형수 한 명을 목매달 못정도 되는 철이 전부라는", 인간이 소멸된 자리에 남는, 그의 실존을 증명하는 존재의 무게는 고작 25g이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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