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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4 경주로 가는 길 (안동-청송-구룡포-경주)

중/고등학교시절 수학여행으로 가본 경주의 기억은 모조리 사라져서 이번 경주 방문은 새로운 곳을 찾는 여행의 기대로 설레이기까지 했고 청송, 구룡포를 거쳐 천천히 돌아가는 길도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침나절 안동을 떠나 청송방향으로 길을 잡아 달기약수에 들러 톡쏘는 약수 한잔 마시고 8~9년 전 회사 산악회에서 주왕산 산행길에 잠깐 들렀던 주산지로 간다.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가보고 싶은 곳 리스트에 올려놨었지만 물리적 거리보다도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환경과 시간적/심리적 거리가 더 멀게만 느껴졌던 청송에 대한 느낌으로 미루어 왔던 곳.

영화의 세트는 이제 없기에 초겨울, 평일의 주산지는 왠지 황량함이 느껴지지만 고적함 속 산책의 여유와 즐거움을 맛보기에는 가장 좋은 선택이었으리라...

그리고 왠만한 영화 촬영지가 당시의 세트장을 남겨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이용하는 것에 반해 원래 주산지의 모습으로 되돌려 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도 든다. 

주산지 산책 후에 길 양쪽에 암벽들이 늘어서고 서늘한 기운이 가득한 얼음골을 지나 동해안 7번 국도에 올라 구룡포로 향한다.

다들 늦어진 점심에 시장기가 올라서 구룡포에 도착해 줄줄이 늘어선 대게, 과메기 등 뭐든 먹을 기세지만 새로운 메뉴 "모리국수"를 찾아 가는 길, 항구 건물 지붕에 줄줄이 늘어서 먹이를 찾는 갈매기들을 보니 왠지 두려움이 드는 것은 왜일까?

먹는 시간보다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는 "모리국수" 집을 전세내고 할머니의 인심까지 더해진 푸짐한 국수로 늦은 점심을 먹고나니 좀 전에 봤던 갈매기들은 두려움의 존재에서 멋진 항구 풍경의 일부로 바뀌는 것 같다.

안동에서 경주로 바로가는 것은 오로지 길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면서 구불구불하고 길어진 길 위에서 만나는 새로운 장소, 사람, 먹거리들은 인생의 즐거운 경험을 더해 준다.

2015.12.7

 

볼거리 : 청송 주산지, 주왕산, 청송-7번국도 사이 암벽과 계곡길

할거리 : 설탕 뺀 사이다 맛 달기약수 맛보기

먹거리 : 청송 사과 (가을~초겨울), 구룡포 모리국수, 과메기***, 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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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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