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 부모의 환영과 보살핌을 받고, 세상을 떠나기 전 가족의 보살핌과 배웅을 받아 왔는데, 요즘은 생의 마지막길을 홀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본문발췌]

 

 

나이든 사람들은 항상 머릿속에 생각이 많은 법이다.

 

 

정의롭지 못한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잠을 자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남의 일에 아랑곳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은 매사에 걱정이 많아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정의로운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 하밀 할아버지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다.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한다.

 

 

법이란 지켜야 할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로자 아줌마가 개였다면, 진작에 사람들이 안락사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항상 사람에게보다 개에게 더 친절한 탓에 사람이 고통 없이 죽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바캉스 장소를 산과 바다 중에서 선택하듯이 사람들도 그렇게 선택당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한다. 사람들이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듯이,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낸 나치나 베트남 전쟁같은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을 선택하듯이 말이다. 그러므로 엘리베이터도 없는 칠층에 사는, 과거에 너무 고통스럽게 살았기 때문에 지금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닌 유태인 노파 같은 건 누구의 관심사도 될 수 없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몇백만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돈이 적게 드는 일일수록 그만큼 중요하지 않은 일이니까...

 

 

생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무서워하는 데는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너뿐.

 

 

 

[슬픈 결말로도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 조경란(소설가)

로자 아줌마가 이제 천천히 죽어가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모모는 열다섯 살 때의 아주머니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건 지금의 늙은 로자 아줌마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사진 속의 처녀는 앞날이 충만하고 행복하기만 하리라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이제 모모는 생은 그러한 것들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모모는 로자 아줌마를 파괴해가는 것은 다름아닌 生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했다. 로자 아줌마가 의식을 잃기 시작했을 때 모모는 아주머니를 아주머니가 평소에 사랑했던 방, 혼자만의 방, 무서운 것이 있을 땐 혼자 숨어들곤 했던 지하실의 방으로 데리고 간다. 로자 아줌마는 거기서 죽었고 그녀가 죽은 지 삼 주 후, 진동하는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사람들이 지하실 문을 부수고 들어왔을 때까지 모모는 거기서 아주머니와 자고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모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살아갈 낯선 땅을 찾아가던 길에 모모는 문득 하밀 할아버지가 노망 들기 전에 해주었던 말을 떠올린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는 그 말을. 그리고 모모는 깨닫는다. 손에 쥔 달걀 하나,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로자 아줌마를 죽인 것은 생이지만 그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도 바로 그 신비롭고 경이로운 生이라는 사실 또한. 그건 모모의 깨달음이자 곧 그 책을 읽는 우리들의 깨달음이기도 할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3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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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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