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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2 먹고 싶은 술을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횟집!

프랑스어 중 mariage(마리아주)라고, 마실 것(특히 와인)과 음식의 조합[궁합]이 좋은 것을 이르는 말이 있다.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술이 정해진 법칙은 없더라도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와인의 차이에 따라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조합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제철 음식을 먹으며 곁들이는 술의 종류를 달리해 보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밖에서 갖는 조촐한 모임에 원하는 술을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소주와 맥주, 막걸리로 한정되 있고, 일부 고급 음식점에서 정종/사케나 와인, 위스키 등을 팔고 있지만, 동네 조그만 단골집에서 내가 원하는 술을 가져가 먹을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강북에 술사와, 강남에 최우영식당!

 

두 곳 모두 회와 해산물을 안주로 취급한다.

 

술사와는 방학, 수유, 노원/상계 등 강북지역에 몇 곳의 체인형태로 운영을 하는데, 내가 주로 찾는 곳은 방학역 인근의 방학점이고 수유점도 1~2회 방문해 본 적이 있다. 제철회나 양식으로 사시사철 나는 회, 그리고 해삼/멍게 등 해산물을 곁들여 판다. 두 명이서 가면 25000원정도 제철회를 주문할 수 있다.

 

최우영 식당은 강남 선정릉점을 가 봤는데, 회는 모듬회 중심으로 종류가 술사와보다 제한된 듯 하지만 초밥이나 문어/소라 숙회 등의 해산물까지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영업시간이 짧은편이고 예약을 하거나 미리가서 자리를 잡기 어려운 나름의 운영시스템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회뿐 아니라 다른 음식 메뉴를 취급하는 이런 식당이 좀 더 생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PS. 애주가의 필독서 두 권!

음주와 관련해 술을 마시는데도 급수가 있다는... 조지훈 시인의 음주론! "주도유단(酒道有段)"

변영로 선생의 40년 간 애주인생을 담은 수필집 "명정사십년 [酩酊四十年]"

 

 

酒道有段(주도유단) - 조지훈, 1956년 新太陽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氣高萬丈(기고만장)하여 英雄(영웅) 豪傑(호걸)이 되고 偉人(위인) 賢士(현사)도 眼中(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酒歷(주력)과 酒力(주력)을 당장 알아 낼 수 있다.

주정도 敎養(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酒格(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酒道(주도)에도 엄연히 段(단)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年輪(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세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네째는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段(단)의 높이가 어떤 것을 알 수 있다.

飮酒(음주)에는 무릇 十八(십팔)의 階段(계단)이 있다.

1)不酒(불주)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畏酒(외주)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憫酒(민주)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隱酒(은주)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어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商酒(상주)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利(이)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色酒(색주)

性生活(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睡酒(수주)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

8)飯酒(반주)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學酒(학주)

술의 眞境(진경)을 배우는 사람(酒卒(주졸)).

10)愛酒(애주)

술의 趣味(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주도)).

11)嗜酒(기주)

술의 眞味(진미)에 반한 사람(酒客(주객)).

12)耽酒(탐주)

술의 眞境(진경)을 體得(체득)한 사람 (酒豪 (주호)).

13)暴酒(폭주)

酒道(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주광)).

14)長酒(장주)

酒道(주도) 三昧(삼매)에 든 사람(酒仙(주선)).

15)惜酒(석주)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주현)).

16)樂酒(낙주)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주성)).

17)觀酒(관주)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주종)).

18)廢酒(폐주)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涅槃酒(열반주)).

不酒(불주) 畏酒(외주) 憫酒(민주) 隱酒(은주)는

술의 眞境(진경) 眞味(진미) 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商酒(상주) 色酒(색주) 睡酒(수주) 飯酒(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3술의 眞諦(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學酒(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初級(주도초급)을 주고

酒卒(주졸)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飯酒(반주)는 二級(이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不酒(불주)가 九級(구급)이니

그 이하는 斥酒(척주) 反酒黨(반주당)들이다.

愛酒(애주) 嗜酒(기주) 耽酒(탐주) 暴酒(폭주)는

술의 眞味(진미) 眞境(진경)을 悟達(오달) 한 사람이요,

長酒(장주) 惜酒(석주) 樂酒(낙주) 觀酒(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任運自適(임운자적)하는 사람들이다.

愛酒(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주도)의 初段(초단)을 주고

酒徒(주도)란 칭호를 줄 수 있다.

嗜酒(기주)가 二段(이단)이요,

차례로 올라가

涅槃酒(열반주)가 구단으로

名人級(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段(단)을 맬 수 없다.

그러나 酒道(주도)의 段(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質量(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降等(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大綱領(대강령)만은

確乎(확호)한 것이니

有段(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幾百萬金(기백만금) 이 들 것이요,

修行年限(수행연한) 이 또한

幾十年(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다.

(旦(단) 天才(천재)는 此限(차한)에 不在(부재)

이다).

요즘 바둑 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棋院(기원)이다.

酒道熱(주도열)은

그보담 훨씬 먼저인 太初(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한 적이 없지만

亂世(난세)는 斯道(사도)마저 타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學酒(학주)의 小卒(소졸)이지만

아마추어 酒院(주원)의 師範(사범) 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건만

二十年(이십년) 정진에 겨우 初級(초급)으로

이미 몸은 觀酒(관주)의 경에 있으니

咄咄(돌돌) 人生事(인생사) 한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稿料(고료)는

술 마시기 위한 酒餞(주전)을 삼는 것이

제 格(격)이다.

글 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萬事休矣(만사휴의)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惡人(악인)이 없다는 것은 ,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 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飮酒有段(음주유단)!

高段(고단)도 많지만

學酒(학주)의 境(경)이

최고경지라고 보는 나의 拙見(졸견)은

내가 아직 세속의 念(망념)을 다 씻어버리지 못한 탓이다.

酒道(주도)의

正見(정견)에서 보면

功利論的(공리론적) 경향이라 하리라.

天下(천하)의

好酒(호주) 同好者(동호자)

諸氏(제씨)의 의견은 若何(약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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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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