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국내 확진과 확산으로 양돈 농가와 관련 공무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근본을 따라가 보면, 좁은 공간에 닭, 돼지, 소 뿐만 아니라 양식장의 물고기를 몰아넣고 항생제 등 약품을 먹여가며 키우는 인간의 욕심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자유를 갈망하지만, 동물이나 식물도 자연법칙에 따라 자유롭게 생장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라면의 생산, 유통, 소비 양태는 모든 식품들 중에서 가장 공업적이다. 이제, 과수농업이나 축산업, 양식업은 제1차 산업이라기보다는 공업의 생산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조류독감이 돌면 철새들은 약하고 부상당한 것들 몇 마리만 죽지만, 양계장 닭들은 모두가 동시에 싹 죽는다. 양계장의 닭들은 공업적 틀 안에서 사육되고 그 형질이 유전되어서 생명체로서의 독자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강하거나 약한 차이가 없이, 모두 다 일제히, 이탈자 없이 '싹' 죽는다는 것이다. ... 이제, 닭은 닭이 아니라 닭고기를 만드는 생산공정의 한 단계일 뿐이다. 과수원의 포도나무나 사과나무는 인간이 작업하기에 알맞게, 키가 크지 않고 가지가 벌어지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쇠줄에 결박되어 있다. 그 나무들은 나무가 아니라, 사과나 포도를 뽑아내는 기계처럼 보인다. 라면은 닭이나 나무 같은 생명체를 직접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대량생산된다는 점에서, 모든 식품 중에서 가장 공업적이다. 라면 포장지에는 60여 종의 첨가물이 적혀 있어서 제조 과정의 공업적 성격을 알 수 있게 해준다. - 「라면을 끓이며」
도요새의 무리들이 그 뻘에 당도한다. 이 갯벌은 새들의 고향도 아니고 타향도 아니다. .... 대륙 간을 날아다니면서도, 그것들은 짐보따리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것들의 자랑은 무일푼의 혈혈단신에 있다. 그것들은 먹을 것과 잠자리를 예비하고 있지 않고, 버리고 떠나고 또 찾아서 날아간다. 그것들의 유선형 몸매와 기름진 용골 근육은 홀로 시공을 통과하는 자의 외로움과 강인함으로 빛난다. 원양의 바람 속을 무착륙으로 건너가는 그것들의 눈은 두꺼운 보호막으로 덮여 있고, 보호막 안쪽에서 그것들의 눈동자는 닥쳐올 시공 속의 조짐들을 예민하게 관찰한다. 그것들의 싸움은 바다에 순응하는 싸움이다. -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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