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기본원리로 되돌아가서 사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인데, 그 개념과 약속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기호의 나열로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모국어가 아닌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 많은 노력이 필요하듯이 수학의 언어를 배우는 데도 노력을 들여야 한다.
[본문발췌]
리버럴 아트는 자신의 의사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일이 허락된 자유인의 교양이라는 말이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정된 일 이외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해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리버럴 아트는 '논리' '문법' ' 수사' '음악' '천문' 그리고 '산술'과 '기하' 7가지 교과로 이루어져 있었다. 앞의 세 가지 교과는 설득력 있는 언어로 말하기 위한 기술이다. 생각이란 말로 표현해서 처음으로 모양을 갖추는 것이므로, 제대로 된 언어로 말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함을 알 수 있지. 이 가운데 '산술'과 '기하'라는 수학 분야가 들어 있는 것이 재미나다. 언어를 다루는 문학이나 외국어는 문과계열의 과목이고, 수학은 이과계열 과목이다. 그런데 나는, 수학 공부는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수학은 영어나 일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사물에 대한 정확한 표현을 위해서 만든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로 큰 성공을 한 사람은 보통 사람에게는 없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안아도 매일매일 쌓아가는 확률을 조금씩 유리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길게 보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진보란 경험을 쌓는 것으로, 보다 정확한 지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를 얻었을 때 이제까지의 판단을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유연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 그 자체를 몰랐을 때는 배우려 하지 않지만,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탐구를 하게 됩니다. 자신이 모르는 일을 탐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이 모르는 것을 탐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보다 우수한 사람이고, 보다 용감한 사람이고, 보다 성실한 사람입니다. - 소크라테스
인류는 보다 강력한 계산방법을 구해서 수의 세계를 확장해왔다. 사과와 귤의 수를 세는 1, 2, 3이라는 자연수에서 시작해서 뺄셈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영과 음수를 상각해 냈다. 나눗셈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 분수를 생각했고, 자와 컴퍼스를 이용하는 작도에서 무리수를 발견했다. 이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파스칼이나 데카르트와 같은 위대한 수학자도 음수를 납득하지 못했다.
자연수의 성질을 조사하는 '정수론'은 순수 수학 중에서도 특별한 지위에 있다. 이를테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의 한 사람인 가우스는 '수학은 모든 과학의 여왕이고 그 중에서도 정수론은 수학의 여왕이다'라고 했다. 또한 19세기 독일의 수학자로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레오폴트 크로네커는 "신은 자연수를 만들었고 나머지는 모두 인간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자연수는 소수의 곱으로 분해되고 게다가 분해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사물을 조사할 때 그것을 가능한 작은 구성요소, 즉 최소단위로 분해하고 그 최소단위로부터 이해하려고 하는 것은 과학의 기본적 생각이다. 이를테면 물질의 성질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원자나 소립자로 분해한다. 마찬가지로 자연수는 소수의 곱으로 분해되므로 자연수의 최소단위는 소수이다. 수학자는 수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소수에 있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연구가 정수론의 중심적 문제 중 하나인 것은 그 때문이다. 순수 수학의 꽃인 소수의 연구는 현대의 인터넷 경제를 떠맡고 있는 기반 기술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우리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쇼핑을 할 때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낸다. 이것이 도중에 도둑맞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가 암호화되어야 한다. 암호학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 페르마나 오일러 등의 수학자가 발견한 소수의 성질이다.
우리들은 한정된 수의 뇌세포를 가지고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고 있으므로 본래는 유한한 것밖에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수학에서는 무한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언어를 정비한 선구자의 한 사람이 19세기 독일 수학자 게오르그 칸토어였다. 칸토어는 우리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집합 개념을 발명하고 그것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집합의 원소의 수가 유한하다면 원소의 수를 세고 비교함으로써 집합의 대소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집합의 원소가 무한개인 경우는 어떻게 하면 될까? 칸토어의 아이디어는 두 집합은 집합을 구성하는 원소들끼리 일대일 대응시킬 수 있다면 두 집합은 같은 크기라고 보자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저서 <방법서설>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말한다.
명백하게 진리라고 인정할 수 없으면 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
사고의 대상을 더 잘 이해하려면 잘게 나눌 것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순서에 따라 사고를 유도할 것
완전한 열거와 광범위한 재검토를 할 것
현대의 천체 물리학자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의 성질을 이용하여 우주의 형태를 결정했다. 지구로부터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우주에 100억 광년의 삼각형을 그릴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학은 우리의 경험세계를 크게 넓혀왔다. 이러한 수학을 발전시켜 온 것은 인간의 순수한 호기심이다. 유클리드의 평행선 공리가 다른 공리와 독립적인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의 탐구는 가우스가 곡률의 개념을 발견하는 데 공헌했다. 그리고 인류는 우주 전체의 형태와 그 안에 존재하는 물질과 에너지의 양까지도 과학적인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인간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자기 자신의 생명을 가지고 발전해간다. 이번에 이야기한 삼각함수와 지수함수의 관계에 대해서도 인간이 만들어냈다기보다는 오일러와 같은 탐험가들이 수학의 세계 속에 이미 있던 것을 발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복소수는 원래 인간이 상상한 수였지만, 인간이 사는 현실세계와 독립적으로 널리 퍼져있는 수학의 세계 속에서 확실히 존재하는 수이기도 하다.
갈루아 이래 수학의 세계에서 발전해 온 '군'의 사고방식은 20세기가 되면서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응용되었다.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은 물리법칙이 대칭성을 가져야 한다는 윈리를 바탕으로 특수 상대성 이론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구축했다. 화학이나 재료과학에서도 군의 사고방식을 이용하여 분자나 결정의 구조를 분류한다. 소립자론에서도 소립자와 그들 사이의 힘을 이해하는 데 군은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이다. 이처럼 갈루아가 '방정식의 어려움이란 무엇인가'를 파고들어 생각하던 중에 탄생한 '군'이라는 사고방식은 과학이나 기술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는 우리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 느끼는가, 또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크나큰 영향을 준다. 고대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 유럽을 다시 통일한 샤를 대제는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또 하나의 영혼을 얻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들의 사고방식은 말에 지배되므로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배우는 것이 된다는 뜻이다.
수학은 기본원리로 되돌아가서 사물을 가능한 한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제6장에서 인용했던 데카르트의 <방법서설>과 같이 "완전한 열거와 광범위한 재검토를 한다". '예상 밖이었다'와 같은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순서를 따라서 사고를 유도한다." 애매한 표현을 용납하지 않고 "명확한 증명을 통해서 진리라고 인정되지 않으면 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 삶에 바로 도움이 되는 방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고방식을 단련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제2장의 앞부분에서도 인용한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일으키려면 기본원리부터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분야라도 그 분야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를 찾아내고 거기서부터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러한 방법으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다. 일본의 근대 평론을 확립하여 현대 일본인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고바야시 히데오는 자신의 대표작 중 하나인 <무상이라는 것> 첫머리에 나오는 글 '다에마'에서 "아름다운 '꽃'이 있을 뿐, '꽃'이 아름다움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라고 적고 있다. 즉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구체적인 것이어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수학에서 언급하는 대상은 한정돼 있다. 그러나 그 한정된 대상 속에는 드넓고 풍요로운 세계가 있다. 팔짱을 낀 채로 "어려운 '방정식'이 있을 뿐, '방정식'의 어려움이라는 말은 없다"라고 중얼거리고는 거기서 사고를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어떻게든 수학으로 표현하려고 한 결과 '군'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것이 갈루아였다. 그리고 이 '군'이 수학의 새로운 대지를 여는 열쇠가 되었다.
수학은 발전 과정에 있는 언어다. 과학의 최첨단에서는 최신 과학지식을 표현하기 위해서 지금도 새로운 수학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카블리 연구소에서도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새로운 수학을 만들며 우주의 수수께끼를 해명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제껏 말할 수 없었던 것을 말하고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풀기 위해서 새로운 말을 만든다. 이것은 인간의 지식활동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수학과 민주주의는 둘 다 고대 그리스에서 탄생했습니다. 수학은 종교와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만인에게 받아들여진 이론만을 사용해서 진실을 찾아가는 방법입니다. 위에서 강요하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머리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합니다. 이런 자세는 민주주의가 건전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수학과 민주주의가 거의 동시대에 같은 장소에서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행하고 있는 15세 청소년 대상 학력국제비교(PISA)에서도 '수학적 문해'란 '수학이 세계에 미치는 역할을 인식하고, 건설적이고 적극적이고 사려 깊은 시민에게 필요한 확고한 기초에 뿌리를 내린 판단과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의해 세계의 지식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정보의 홍수에 밀려 떠내려가지 않고 본질을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수학의 언어가 이것을 위한 힌트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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