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공간이동을 하지 못하는 식물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씨앗속에 생명을 간직하고 싹 틔우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기다리는 것, 몇 백년을 자라며 깨끗한 공기와 시원한 그늘을 주는 아름드리 나무들... 이런 것들이 식물의 시간 여행이겠지?
[본문발췌]
돈은 늘 지식을 위한 과학이 아닌 전쟁을 위한 과학에 몰렸다.
씨앗은 번성하기를 기다리지만 나무는 죽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갈고, 포장하고, 태우고, 베고, 판다. 우리가 사는 도시 환경에서 번창할 수 있는 식물은 단 한 종류밖에 없다. 바로 빨리 자라고 공격적으로 번식하는 잡초들이다.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사는 식물은 골칫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지 않아야 할 곳에서 번창하는 식물이 잡초다. 우리는 잡초의 대담성에 화를 내지는 않는다. 모든 씨앗은 대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잡초들의 눈부신 성공이다 인간들은 잡초밖에 살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놓고 잡초가 많이 자란 것을 보면 충격을 받은 척, 화가 나는 척한다.
당신이 아무리 일을 사랑해도 일은 당신을 사랑해주지 않아요.
30억 년 동안 진행된 진화 과정에서 출현한 생물 중 단 한 종의 생물만이 이 모든 과정을 뒤집어 지구를 훨씬 덜 푸른 곳으로 만들 능력을 지녔다. 도시화는 식물들이 4억 년 전에 고생 끝에 푸르게 만들었던 곳에서 식물의 흔적을 없애고 땅을 다시 딱딱하고 황폐한 곳으로 되돌리고 있다.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딛을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다.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장소를 이동하지 않는다. 대신 그들은 사건을 하나하나 경험하고 견뎌내면서 시간을 통한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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