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등 금융상품 시장은 종목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통한 이성적 판단에 의해서만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사이의 거래 관계이기에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여유와 기다림 없이 서두르면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본문발췌]

 

 

성공적인 투자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다. - 제이슨 츠바이크

 

 

단기적으로 우매한 대중 행동의 장기적 합은 합리적이다. 대중은 우매하다. 그런데 이런 행동의 장기적 합은 매우 현명하다. 우리나라 전체 상장 기업이 장기적인 흐름을 분석해 보면 놀랍게도 주가는 순자산의 증가 속도와 비슷하게 간다. 시점과 종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일치한다. 이는 미국의 연구 결과와도 비슷하다. ... 주식 시장의 장기적 합리성은 대중의 이런 단기적 비합리적 행동들이 중첩된 결과로 나온다. 이런 면에서 주식 시장은 '창발적'이다. 창발성이란, 하위의 구성 요소들로 이루어지는 상위의 산출물에 하위 요소들을 가지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특성이 생기는 현상을 총칭한다. 또한 창발성은 '복잡계'를 대표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 투자자들을 '개미'라고 처음 부른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 그야말로 멋진 은유적 표현이다. 개미들은 자신들이 모인 집단의 합리성을 알지 못한다.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장기적 합리성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지능이나 안정성에 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개미들의 집합이 놀라운 지능적 특성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주식 시장의 단기적 움직임은 예측하기가 힘든 반면, 장기적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장기적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도 데이터가 너무 방대하고 노이즈가 산재해 있어 이를 극복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데이터 처리 능력이 제한된 개인이 이런 일을 하려면 인자의 수를 대폭 줄이고 모델을 최대한 간명하게 하면 장기적으로 유의미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예는 PBR이 1 미만이고, PER 7 미만인 주식을 20개 사서 1년을 기다린다는 식의 모델이다.

 

 

수치적 실험을 해 보면 주식 시장이 얼마나 불합리한 상태에 놓였던 적이 많았는지, 얼마나 수익의 기회가 많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수치적 조사 결과 하나하나가 반드시 투자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이런 작은 빌딩 블록이 모여 하나의 추상화된 산출물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추상화된 산출물들은 다시 모여 더 높은 추상적 산출물을 만든다. 마치 우리의 사고 과정이 겹겹의 추상화 레벨을 누적시켜 가듯이 투자 알고리즘도 그렇게 진화한다. 앞으로의 시장은 알고리즘들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이러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이런 조그만 빌딩 블록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투자 운명을 좌우할 '장기적' 미래가 확률에 따라 움직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고 시장에서 느긋하게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데카르트-뉴튼 방식의 사고에 젖은 현대인들은 사물을 쪼개고 쪼개서 들어가면 결국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을 거라 상상하곤 한다. 모든 현상에 대해 '결정론적인'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뉴런의 화학적 교신을 분석해서 사람의 생각을 알아낼 수 있다는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인지물리학자들도 있다. 그 위에 열 겹도 더 되는 추상화의 단계를 거쳐야 실체가 드러날 사고 작용의 비밀을 말단의 분자 레벨에서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이며 유명한 수학 프로그램 매스매티카를 만든 천재 스티븐 울프람은 '문지기의 꿈Janitor's Dream'이라는 표현을 썼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무식한 낭만' 정도가 된다. 주식 시장은 이런 낭만을 기대하는 문지기의 꿈들로 가득하다. 모든 것을 다 아는 투자의 신이 있다고 기대한다. 그래서 시중에는 백발백중 모드의 사이비 투자 교주들이 먹고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시장에 대해서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하고, 어떤 성공적인 투자든 그 과정에는 상당한 실패가 혼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투자는 확률 게임이고, 수리적 게임이다. 내가 생각하는 투자의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는 수리적 능력, 데이터 처리, 최적화 기법이다. 일반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최적화 기법을 구사할 수는 없겠지만, 공부를 통해 수리적 마인드를 가질 수는 있다. 경우에 따라 조그만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작업 정도는 할 수 있다. 

 

 

주식 시장에서 평균적인 행동이 가장 비합리적인 집단은 개인 투자자들이다. 그들은 지식과 경험이라는 면에서 가장 덜 갖추어진 집단이다. 그래서 대부분 그들의 수익률은 시장 수익률보다 많이 밑돈다. 그렇지만 이들은 시장에 아주 생산적인 기여를 한다. 이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시장에 노이즈를 제공한다. 잦은 거래로 국가에는 세금을, 증권사에는 수수료를 선물한다.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시장이 역동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순수하게 공익적인 목적으로만 존재하는 투자자, 즉 공익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시중의 용어로는 봉이 되는 것이고. 물론, 공익을 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개인은 없다. 그렇지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98%쯤의 개인 투자자는 공익 투자자로 자신의 투자 경력을 마무리한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합리적이다. 주가와 장부 가치(순자산, 자본총계)의 동행한다. 주식 시장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노이즈와 군중 심리, 돌발 사건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장부 가치의 증가를 따를 수밖에 없다. 

 

 

찰리와 나는 기복 없이 매끄럽게 연간 12%의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들쑥날쑥하더라도 연 15% 수익 쪽을 택하겠다. 수익률은 하루나 1주일 단위로는 크게 진동한다. 지구의 공전 궤도와 같은 수준의 매끄러움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 - 워런 버핏

 

 

머튼과 숄즈가 주도한 LTCM에 대해 에드워드 소프는 "두 사람은 극단적 위험과 굵은 꼬리 분포에 노출되는 상황을 켈리 시스템이 어떻게 통제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수익률 분포의 양쪽 끝 영역에서는 전혀 정규분포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운용 전략에서는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이런 위험을 줄이는 장치가 여러 겹 포함되어 있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여러 종목을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아 산술 평균은 동일하지만 기하 수익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이것이 분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횡적' 분산 투자라 하자. 반면에 '종적' 분산 투자도 있는데, 시간에 따라 나누어 사는 것을 말한다. 한 종목을 사더라도 하루에 다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걸쳐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 이동 평균선을 상상해 보라. 매일 매일의 주가보다 이동 평균선이 훨씬 부드럽다. 이것은 한 번에 주식을 사는 것보다 여러 날에 나누어서 사는 것이 변동성이 작다는 것을 시사한다. ... 이것은 주식을 사는 또 한 가지의 핵심적인 요령을 말해 준다. 여러 주식에 분산 투자하고 아울러 여러날에 분산 투자하면 두 단계로 변동성을 줄여 두 단계로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런 전략으로 몇 달 만에 결실을 보려하면 별로 기쁜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여러 해를 시행해 보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런 관리 기술이 수익률을 조금씩 더 높여 주는 것이다.

 

 

시장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최적의 타이밍을 맞출 수는 없고, 그런 시도를 하다 보면 결정적인 수익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2-3년의 윈도우로 시장을 보면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하락은 충분히 견딜 만합니다. 다만 수익을 최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한 특징을 가진 종목의 집합으로 바꾸어 가면서 현명한 운용 전략과 함께 견디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시장에 있습니다.

 

 

단기 실적만을 판단 기준으로 삼으려 할 때마다 이 점을 생각하라. 눈에 보이는 그 실적의 대부분이 능력이 아니라 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 커티스 페이스

 

 

느긋한 호흡과 문화가 필요하다. 대다수 주식 투자자의 호흡은 너무 가쁘다. 내가 생각한는 건강한 투자자의 제 1 덕목은 주식을 사놓고 편한 잠을 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신문에서 지난 일주일간, 1개월간 어떤 펀드가 선방했느니 하는 기사는 투자 문화를 조급하게 만든다. 적어도 몇 년간의 결과를 놓고 실력을 말해야 한다. 수익에 대해서 긴 호흡으로 보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래야 투자 시장의 정서가 점잖아지고 호흡이 편안해진다.

 

 

토마스 쿤이 그의 역작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제기한 핵심 주제는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패러다임은 어떤 과학 공동체에서 통용되는 이론 체계를 말한다.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것은 기득권자들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위험한 일이다. 오랜 시간 그들이 전문가로서 행동해 온 기반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좀처럼 자신이 기반을 두고 구축해온 패러다임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는 흔히 억지로 절충을 시도하는 단계를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델들은 지저분하다. 기존의 패러다임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 대부분을 새로운 패러다임이 해결하는 상태에 이르러 자명해질 때까지 버틴다. 금융 투자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지속되고 있다.... 앞선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구식 패러다임에 속한 사람들이 그랬듯 기계가 완전히 시장을 장악하고 사람에 의한 투자는 화석 같은 존재로 변해갈 무렵에야 완전히 항복하게 될 것이다.

 

 

시장은 원래 그렇게 오르고 내리고 한다. "오늘은 왜 이렇게 내리지?", "오늘은 왜 이렇게 오르지?"라는 질문은 1년을 놓고 보면 별 의미가 없다. 1년의 결과를 놓고 보면 항상 체감도가 높은 등락일이 많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체감도가 높은 등락일이 있으면 그건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주식이 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삐뚤삐뚤 가고 있는 것이라고. ... 추세선에서 멀어지는 움직임들은 시작과 끝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노이즈다. 매일 매일의 등락에 신경을 쓰지 않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좀 긴 단위의 움직임을 보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뉴스는 잡음이다. 투자 정보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시장에 잡음을 주는 뉴스, 잡음을 주는 투자자의 비이성적 탐욕, 공포, 이런 것들이 없다면 평균을 넘는 수익을 올리는 투자는 정말로 힘들어진다. 다행히 전 세계 모든 시장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잡음투성이의 잔치판이다. 판세를 1년 이상의 관점에서 확률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투자 결산을 3년 단위로 할 수 있는 정신적 힘만 있다면 이 시장은 거의 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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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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