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사회, 문화, 경제, 기술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혼란이 생기고, 그 혼란 속에서 각 영역에서 패권을 잡기 위한 보이는, 보이지 않는 힘의 대결이 나타나겠지요.
이 시점에 과거 역사 흐름 속에서 변화를 주도한 힘의 요소와 그 역학관계를 살펴보고 미래를 대비하는 데 참고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본문발췌]
세계사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간의 감정',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들어낸 다섯 가지 힘, 즉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자본주의,사회주의,파시즘)', '종교' 입니다. 무엇이 과연 세상을 움직여왔는지, 큰 흐름으로 살펴보면 인류 역사를 좀 더 쉽고 적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의 중심은 경제의 중심과는 다릅니다. 문화예술의 경우, 그 중심이 떠나도 그곳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기게 됩니다. 경제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쇠퇴와 몰락으로 인한 우울함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곳에는 품격 있는 건조물과 명화, 예술과 문화의 향기라는 유산이 남아서 사람들은 이전의 영광을 긍지로 여기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로마, 피렌체, 파리, 빈과 같은 문화적, 예술적인 중심을 경험한 장소가 지금도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동경의 땅'으로서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는 것은 그런 문화적인 유산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문화예술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고, 경제의 중심이었던 곳은 브랜드가 되지 않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원래 문명의 탄생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물건을 교환하는 것, 즉 도시화로부터 시작됩니다. 물건과 정보 교환이 번잡함을 만들어내므로 그곳에 필요한 것은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을 가진 사람과 물건이 한 장소에 모임으로써 화학반응이 일어나듯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그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음으로써 도시는 성장합니다. 따라서 떠들썩한 도시는 이전 당나라의 '장안'이든 예술의 도시 '파리'든 지금의 '뉴욕'이든 다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서로 이질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여러 장소로부터 모여드는 공간입니다. 인간은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먹는 일이 전부라면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는 넓은 땅이 있는 곳에서 사는 것이 훨씬 낫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이마처럼 좁은 장소밖에 얻을 수 없는 도시로 경쟁하듯 몰려듭니다. 왜 사람들은 부나비처럼 도시로 모여들까요? 거기에는 화폐 문제가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그 밖에는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만들어지는 화려함과 즐거움, 다양성,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생겨나는 유행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분비는 테마파크에 가면 '줄 서지 않고 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텅 빈 테마파크에 가면 반갑기는커녕 오히려 외롭다는 느낌을 갖기 쉽습니다.
"언어의 독점이 권력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 미셸 푸코
우리는 '권력'이라고 하면 막강한 군대를 손아귀에 넣고 민중을 원하는 대로 다스리거나 거대 자본을 장악한 뒤 시장을 통제하는 일 따위를 주로 떠올립니다. 그러나 진짜 권력은 그런 것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습니다. 진정한 권력은 그 시대의 '지식을 독점'하는 것입니다. 당시 유럽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에 대한 지식이었습니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차이를 만들어내어 차별화하는 것으로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는 물건을 소비하는 '욕망 긍정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볼 때 자본주의의 진짜 적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대립적인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자신의 뼛속까지 스며든 욕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본질 - '더 많이 가진 자'와 '덜 가진 자'의 싸움. 원료와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식민지를 갖는 것.
"선전은 모두 대중적이어야 하며, 그 지적 수준은 선전이 목표로 하는 대상 중 최하 부류까지도 알 수 있을 만큼 조정되어야 한다. 그 지적 수준은 선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조정해야 한다. 따라서 획득해야 할 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순수한 지적 수준은 그만큼 낮게 해야만 한다. 민중의 압도적 다수는 진지하고 냉철한 사고나 이성보다 감정적, 혹은 감상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여성적 기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복잡하지 않고 매우 단수하면 폐쇄적이다. .... 긍정 아니면 부정이며, 사랑 아니면 마음이고, 정의 아니면 불의이며, 참 아니면 거짓이다.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않다든가, 혹은 일부분은 그렇다는 일은 없다." - 히틀러, <나의 투쟁>
사람은 불안해지면 자신과 다른 것을 찾아내 배제하는 것으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하나가 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대부터 세계사를 보면 인간이 자기 존재의 왜소함, 불안정함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대상에 의존해온 결과가 오늘날의 문화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언어가 생기고, 문자가 생기고, 종교가 확립되고, 또 다른 방향으로는 과학의 발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다시 말해, 무질서를 견디지 못하고 질서와 안정을 원하는 인간의 감정이 이 세상에 '문화'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을 갈망하는 마음이 수많은 다툼과 분쟁을 만들어낸 것도 사실입니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서 해석되고 재해석된다.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역사학을 가지지 않은 나라에서 능동적으로 시대를 열거나 주도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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