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것, 그리고 새로운 경험과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본문발췌]

 

 

[오이디푸스 왕]

  • 크레온 : 모든 일은 시기에 맞을 때 아름다우니까요.

  • 코로스 : 오, 조국 테바이의 거주자들여, 보라, 이 사람이 오이디푸스로다. / 그는 그 유명한 수수께끼를 알았고, 가장 강한 자였으니 / 시민들 중 그의 행운을 부러움으로 바라보지 않은자 누구였던가? / 하지만 보라, 그가 무서운 재난의 얼마나 큰 파도 속으로 쓸려 들어갔는지. / 그러니 필멸의 인간은 저 마지막 날을 보려고 / 기다리는 동안에는 누구도 행복하다 할 수 없도다, / 아무 고통도 겪지 않고서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에는.

 

 

[안티고네]

  • 코로스 : 무서운 것 많지만, 사람보다 / 더 무서운 것은 없도다. / 그는 잿빛 바다까지 / 넘어, 몰아치는 남풍을 타고/ 건너도다. 두루 덮치는 / 파도 밑을 지나며, 또한 신들 가운데 / 가장 존귀한, 불멸하며 / 지치지 않는 대지를, 해에 해를 이어 / 구르는 쟁기로 닳게 하누나, / 말에서 난 종족을 써서 갈아엎으며. / 마음 가벼운 새의 무리와 / 들판의 짐승 종족과 / 바다의 짠물 속에 생겨난 것들을 / 교묘한 인간은 얽은 그물을 / 던져 에워 잡도다. / 또한 기술로 / 지배하도다. 들판을 집 삼고 / 산을 오가는 짐승들을. 또 갈기가 북실북실한 / 말과, 산에 사는 지칠 줄 모르는 황소를 / 목에 멍에 씌워 묶도다. / 말소리와, 바람같이 빠른 / 생각과, 도시를 이뤄 살려는 / 마음을 스스로 가졌도다. 또 살기가 불편한 / 노천의 설와 / 고약한 빗방울의 공격을 피하려는 생각도. / 그는 모든 일에 대처하도다. 방편없이 맞이하지 않도다. / 그 어떤 일이 다가와도. 다만 하데스만큼은 / 피할 방법을 내놓지 못하겠으나, / 어쩔 수 없던 질병에 대해서도 그는 피할 방편을 / 생각해 내었도다. / 그는 기술의 교묘함에서는, / 예상을 넘어설 만큼 현명한 존재이지만 / 때로는 나쁜 결과에, 때로는 좋은 결과에 도달하도다. / 땅의 법과 신들께 / 맹세한 정의를 존중하면 / 융성하는 도시를 가지게 되도다. 그러나 대담하게도 / 선하지 않은 것과 함께하는 자는 도시를 잃게 되도다. / 이런 짓을 하는 자가 나와 같은 화로에 / 속하지 않았으면! 나와 / 같은 대의를 나누지 않았으면!

  • 하이몬 : ... 그러니 마음속에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품지 마십시오. / 당신이 말씀하시는 것만 옳고 다른 것은 옳지 않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 왜냐하면, 누구든지 저 혼자만 현명하다고, / 혹은 자신이 다른 누구도 갖지 않은 혀나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 사람들은 열어 보면 빈껍데기로 드러나는 법이니까요. / 현명한 사람이라 해도, 많이 배우려 하고 / 자기를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 아버지께선 겨울철 격류에 얼마나 많은 / 나무들이 몸을 굽혀 가지들을 구하는지 보시지요. / 반면에 저항하는 것들은 뿌리째 뽑히고 맙니다. / 또 마찬가지로 배의 돛 아래 줄을 계속 당기며 / 바람에 전혀 굴복치 않는 사람은 결국 배가 / 뒤집혀, 남은 여정을 뒤집힌 의자에 앉아 항해하게 되지요. / 그러니 노기를 그치고 태도를 바꾸십시오. /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젊은 제게도 어떤 지혜가 있다면, / 사람이 나면서부터 지식으로 가득한 게 / 단연코 으뜸이라 하겠지만, / 그렇지 않다면 - 사실 그렇기는 어려우니까요. - / 좋은 충고를 하는 이에게서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 하이몬 : 한 사람에 속한 것은 국가라 할 수 없습니다.

  • 테이레시아스 :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요. / 하지만 실수했을 때, 한 번 잘못에 빠졌어도 / 치유책을 찾고 고집 부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 결코 생각 없고 운 없는 사람이 아니오. / 그대도 알다시피, 자만은 어리석다는 평을 빚질 뿐이오. / 어쨌든, 고인에게 양보하고 죽은 이를 / 찔러 대지 마시오. 죽은 자를 또 죽이는 게 무슨 용기 있는 행동이겠소? 

  • 전령 : ... 사람이 즐거움을 잃었을 때, 나는 그를 산 사람으로 / 여기지 않고 숨이 붙어 있는 시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 그대가 원한다면, 집안에 큰 부를 쌓고, / 군주의 위광을 갖추고 살아 보시오. 그렇다 해도 거기에서 / 즐거움을 얻을 수 없다면, 나는 누구에게서도 / 즐거움 이외의 다른 것은 사지 않으렵니다. 연기의 그림라도 값으로 치르기에 아깝습니다.

  • 코로스 : 현명함은 행복의 으뜸가는 / 바탕이로다. 그리고 신들에 관해서는 / 아무것도 불경스럽지 말 것이로다. 지나치게 오만한 자들의 / 방자한 말은 큰 타격을 / 희생을 치르고서 / 노경(老境)에야 현명함을 가르치는 법이니.

 

 

[작품 해설 중에서]

 

오이디푸스의 운명과는 별개로, 이 작품은 지식 일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현명한' 오이디푸스가 그 현명함으로 지위와 권력을 얻었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정작 자기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결국 지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세계를 차지하고 지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있다. 이것은 오이디푸스가 남부럽지 않게 갖고 있는 것이었다. 다음은 삶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 필요한 지식, 아마도 자신에 대한 지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한데 우리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이것을 갖지 못했던 듯하다. 이 작품은 오이디푸스의 추락을 통해 세계를 향한 지식만큼이나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돌이켜 깨닫게 한다.

 

작품의 첫머리에 나오는 "항상"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의미의 '늘', '언제나', '계속', '결코' 같은 말들은, 인간이면서도 신과 같이(이 작품 첫 줄의 "항상"은 아테네의 행동을 묘사하는 것이다.) 변치 않는 일관성을 추구했던 영웅 아이아스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이 시간 속에서 변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가 자결하기 위해 모래 속에 묻는 칼마저도 꼿꼿하게 서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런 그가 따르는 행동 준칙은 기독교가 보편화되기 이전 시대에 어디서나 통용되던 원칙, 즉 '친구에게는 달콤하게 적에게는 쓰라리게' 였다. 그는 자기 적들에게 항상 적으로 남아 어떻게든 피해를 입히려 한다. 그와 대비되는 인물이 오뒷세우스다. 그는 모든 것이 시간 속에서 변하며, 이전에 친구였던 사람이 적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변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는 인간이 그림자일 뿐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죽은 자 앞에 염치를 지키고 동료들에게도 관용을 설득한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오뒷세우스가 이렇게 너그럽고 합리적인 인물로 나오는 것은 구식 영웅의 '전락' 뒤에 일종의 '부활'이 이루어짐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인류의 정신이 새로운 덕목을 갖추고 다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62425

반응형
Posted by 소요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