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고도 하지만, 우리는 계속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본문발췌]
의식을 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말할 때에는 새로움novelty과 적절성appropriate이라는 두 가지 기준이 사용된다. 어떠한 물건이나 아이디어가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 물건이나 아이디어가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것이어야 하는 동시에 유용하기도 해야 한다.
두 가지 창의
새로운 새로움 : 모르기 때문에 새롭다고 느끼는 새로움.
새롭지 않은 새로움 : 이미 알고는 있어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새로움.
창의를 만드는 재료
10년의 법칙과 전문성, 10-year-rule, 2만 시간의 노력.
전문가들의 가장 큰 특징은 고도로 조직화된 지식의 구조를 이용해 지식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이들은 방대한 양의 지식을 소유하고 그러한 지식이 사용되는 과정을 자동화시킴으로써, 즉 일련의 단계를 의식적인 통제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통합된 루틴으로 만들어서 문제를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해결한다.
지능intelligene은 보통 적응adaptation이라는 말로 정의되며, 적응이란 곧 생존을 의미한다. 이때 생존을 위해서는 두 가지 필수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하는데, 그것은 바로 '정확성accuracy'과 '신속성speed'이다.
인간이 지식의 효율적 인출을 위해 지식을 네트워크의 형태로 저장한다. 생존을 위해 정확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식에 조금이라도 빨리 접근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으며, 이것이 바로 우리 머릿속의 지식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이유인 것이다.
우리가 제약조건 내에서 최적화 대신 만족화를 택하는 인지특성을 가진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휴리스틱스적인 사고가 잘못된 사고과정이 아니라 인지부하를 감소시키면서 동시에 최선의 결과를 얻으려는 우리의 고유한 인지 특성임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검토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우리의 인지구조 내에서 정확성과 신속성의 최적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상향처리보다는 하향처리를 그리고 규범적 합리성보다는 휴리스틱 합리성을 선호하며 진화하도록 만들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사고가 반드시 최적의 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급적이면 인지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최선의 답을 찾으며 진화되어 왔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휴리스틱적인 사고는 결점이라기 보다는 우리의 본질인 것이다.
하향처리과정(top down processing)은 이미 존재하는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임에 틀림없다.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경우 하향처리과정은 문제의 탐색공간을 축소시켜 주며 우리가 인출해야 하는 지식의 범위를 좁혀주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의 답을 찾아가는 상황에서는 분명히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다양한 답을 만드는 데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인출할 지식의 범위가 축소되면 그만큼 다양한 생각이 만들어질 확률이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 상황이 달라지면 당연히 그 상황에 적합한 또 다른 인지과정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과정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다양한 답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하향처리과정을 선호함으로써 기존의 지식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이러한 지식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어려워지는 현상을 '고착fixation'이라고 불러 왔다.
고착 현상은 단순히 기억의 문제뿐만 아니라 문제해결 과정에서도 발생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특히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에 대한 연구들은 전형적 사고typical thinking와 암묵적 가정implicit assumption 그리고 최근 경험recent experience 등이 고착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제안한다. 전형적 사고란 우리가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내재해 온 문제해결 방식을 말하며, 본질적으로는 일반적 사고와 같은 의미다. 암묵적 가정이란 문제에 제시되어 있는 정보와 상관없이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제약조건을 의미한다. 우리는 스스로가 이러한 가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새로운 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경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때 이전에 반복적으로 수행했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최근의 경험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게 되면 최근에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으로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데, 만약 그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안적인 인지조작자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된다.
'새로운 새로움'의 창의를 만드는 재료는 전문성
'새롭지 않은 새로움'의 창의는 우리가 무의식적이고 관습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습관에서 벗어나야 만들어질 수 있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른 것들을 연결하라.', 고착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는 것.
"우리는 언제나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는 이 두 가지로부터 최고의 장점들을 얻기 위함이었습니다.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진보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했지만, 동시에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쉽고, 사용하는 데 즐거운 그러한 제품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야만 그것이 사용자에게 진정으로 적합한 제품이 되는 것이니까요. 사용자가 제품으로 다가오게 해서는 안 됩니다. 제품이 사용자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입니다." - 2010년 1월, iPad 제품설명회에서, 스티브 잡스
인문학적 교양이란 단순히 과학과 대비되는 문과적인 지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이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의 답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인문학적 교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할 것이고, 과자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만드는 과자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이 단지 이윤을 남기고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할 때와, 교육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기능해야 하고 과자는 사람에게 건강과 즐거움을 전해 주는 기능을 해야 한다고 규정할 때, 그 이후에 각각의 경우가 만들어 내는 결과는 완전히 상이할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생각을 하기 힘든 이유는 우리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폴더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여는 폴더는 대개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우리의 욕구에 의지한다. 인문학적 교양은 우리의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에 저항하고 보다 의미 있는 폴더를 열 수 있는 눈을 만들어 줄 것이다. 결국 인문학적 교양은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던 새롭고 의미 있는 폴더로 접근하는 훌륭한 열쇠인 것이다.
'새로운 새로움'의 창의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인지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새롭지 않은 새로움'의 창의는 지식과 경험이 만드는 고착을 벗어나거나 새로운 폴더에 들어감으로써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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