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 대한 여러가지 정의가 있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청춘의 의미가 좋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생물학적 나이의 어느 한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과 무모함의 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 시기가 나의 청춘이었다."

 

하고 있는 일에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고, 그 일의 결과물로 다른 사람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는 청춘을 보내고 싶다.

 

 

[본문발췌]

 

 

해결이 된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지나간 것뿐이다.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보면 살면서 필요한 웬만한 것들은 60리터 배낭에 다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며칠 푹 쉬다 보면 세상에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에쿠니 가오리의 말처럼 내 인생과 무관하게 세상은 무사히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인간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서만 걷는 건 아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핀다는 건 참 싱그러운 느낌이야. 글쎄, 어차피 필 거라면 난 누군가가 봐주었으면 해. - 마스다 미리, <주말엔 숲으로>

 

 

일은 잘하는 것보다 제 시간에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두 시간 동안 끙끙대며 마무리짓지 못한 원고를 한 시간 더 잡고 있어봐야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니 정해진 시간 안에 마무리해서 넘기는 것이 우선이다. 고치는 것은 그 다음에. 때로는 그렇게 넘긴 원고를 좋다고 하기도 한다. 보는 눈과 취향은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안자이 선생의 "대충 한 게 더 나은 사람도 있다"라는 말은 이 뜻일 것이다. 그리고 십년, 이십 년 같은 일을 계속 해온 사람은 '대충'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줄 안다. 그게 프로다. 재능에는 '한 가지 일을 계속한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재능보다 중요한 것은 능률이다. 안자이 선생 또한 능률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잔업을 하기에 잔업은 질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어두워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놀러 나간다고. 어떤 일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순서로 일을 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느냐가 때로는 일의 성공에 더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안자이 미즈마루, <마음을 다해 대충 그린 그림>

 

 

레몽 드파르동의 사진들은 "무엇을 바라보려면 고독해야 한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이 말은 오랫동안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생각해야 하며, 오랫동안 사랑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오랫동안' 해야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완전한 것만이 고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직 마음에 드는 문장을 쓰지 못하고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은 내가 충분히 고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리버 색스는 "우리가 세상을 떠나면 우리와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어떤 다른 사람도 결코 나와 같을 수 없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구멍을 하나씩 남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왜, 그 사람과 즐겁게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마흔이 지나면 온 세상이 오리가 지나간 자리의 물결처럼 되는 거야. 마흔이 지나면 인생은 원래 낭비하기 위해 있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제프 다이어,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

 

 

떠나간 것은 기다리지 않아야 하고, 운명은 강처럼 흘러가며, 사랑은 생의 유일한 약점이라는 것, 사막을 등지고 집으로 들어온 낙타처럼, 생을 등지고서 비로소 생을 안을 수 있다는 것.

 

 

소중함을 모르다가 곁에서 없어지니 얼마나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야 사무친다. 그래서 후회가 된다. 바람에 날리는 꽃잎 한 조각에도 멀어져가는 봄이 느껴지고 살이 아프다. 열 달 뒤면 봄은 다시 오겠지만 그 봄은 지금의 봄과 다를 것이다. 지난해의 봄이 그 전 해의 봄과는 달랐던 것처럼. 아프고 슬펐던 것처럼.

 

 

오베라는 남자가 있습니다. 59세. 까칠하고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남자입니다. 이웃과도 담을 쌓고 지내는 그런 남자죠. 하지만 이런 남자들 중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운명이란 다가올 '무언가'가 아니라 만나게 될 '누군가'라고 생각할 만큼. 돌처럼 단단하고 순정한 마음도 가지고 있죠. 그에게는 소냐라는 예쁜 아내도 있습니다. "흑백으로 보이는 세상에 그녀만이 유일한 색깔"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주 특별한 존재죠.

 

 

그 많은 돈으로 무얼 하시나요? 자유, 자유를 사고, 내 시간을 사요. 그게 가장 비싼 거죠. 인세 덕에 돈을 벌 필요는 없게 됐으니 자유를 얻게 됐고, 그래서 글 쓰는 것만 할 수 있게 됐죠. 내겐 자유가 가장 중요해요. -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에서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 코엘료

 

 

이 세상 살아 있는 생물들은 모두 온 힘을 다해 살고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 신야, <인생의 낮잠>

 

 

아이야, 행복이라는 건 인간의 수만큼 많단다. 다른 이의 행복을 부러워하지 말거라. 너에게는 네게 꼭 맞는 행복이 있을테니까.

 

 

누군가를 잃어서 슬픈 것은 그 사람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모습으로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외로움이다. - 히라노 게이치로, <TED x Kyoto 2012> 강연에서

 

 

하늘이 어떤 사람에게 장차 큰 사명을 맡기려 할 때는 반드시 그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그 몸을 지치게 하고,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생활을 곤궁케하여, 하는 일마다 어지럽게 하느니 이는 그의 마음을 두들겨서 그 성질을 참게 하여, 지금까지 할 수 없었던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맹자>, 고자 하 편중에서

 

 

타협은 인생을 편하게 해주지만 나중에 반드시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한다.

 

 

"르 주에 람 들 라 메카니크 Le jeu est l'ame de lamecanique!" 이 말은 문자 그대로 하자면 '틈은 기계의 영혼' 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는 쉽지 않다. 뤼크는 그것이 그의 핵심 규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어떤 것이든 너무 꽉 죄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특히 낡은 피아노의 경우에는. '움직이는 모든 부품에는 틈이 있어야 해요.' - 사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청춘이라는 단어를 생물학적 나이의 어느 한 시기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과 무모함의 함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그 시기가 나의 청춘이었다.

 

 

"인간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파스칼, <팡세>

 

 

여행을 하며 깨달은 건 삶은 모험이라는 것. 모험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서 흘러서 바다로 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이백, <장진주> 중에서..... 여행을 하며 깨달은 단 하나의 진리라면 이것이다. 황하의 물이 바다로 흘러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청춘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스물한 살이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서른두 살이고,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마흔세살인 것이다. 두보 역시 "봄을 마음껏 보려고 하나 꽃잎은 눈을 스치고 지나간다"라고 했던가. 어쨌든 인생이 그런 것이다. 불과 아침과 저녁 사이만큼 순식간에 지나간다. 일을 하다 보면, 도대체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의 인생을 굴러가게 하는 것은 매일의 결기 어린 다짐이 아니라, 어제에 대한 회의와 내일에 대한 의심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하기 싫은 일이고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우주는 점점 팽창하고 있고,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있고, 우리는 우물쭈물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습니다. 버나드 쇼는 묘비명에 이렇게 써놓아다죠.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러니까 사랑을 하든, 여행을 하든 뭐라도 합시다.

 

 

야자수 그늘 아래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으면 오래 생각한다고 반드시 좋은 생각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해결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우리는 때로 너무 신중해서, 너무 심각해서 일을 그르치곤 했지. 서두르지 말것.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것. 비난하지 말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우리 인생이 뭔가 비뚤어지고 어긋난다고 느낄 땐 낮잠을 잘것. 여행하고 또 여행할 것.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 파울로 코엘료, <알레프>

 

 

어차피 시간은 지나가고, 시간은 우리에게 의미 따위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하고 늙어갈 뿐이다. 코엘료 역시 단호하게 말한다. "시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건 피로하다는 느낌.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뿐이지"라고. 맞다. 그리고 이 또한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TV를 보고 있어도, 때볕이 내리쬐는 사막을 걷고 있어도 우리는 어차피 늙어가고 있으니까.

 

 

나는 꽃내음을 맡기 위해 발걸음을 멈춘 채 서 있었고 나의 밤은 향기로 물들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꽃들을 아깝다는 듯 담장 속에 숨겨두는 그 사람의 심정을 나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하나의 정열은 그 주위에 굳건한 요새의 성벽들을 쌓아두고자 한다. 그때 나는 하나하나의 사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비밀을 예찬했다. 비밀이 없이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 장 그르니에, <섬>

 

 

나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변기에 앉아 여행이란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생각했다. 집의 안락함을 기꺼이 버리고 낯 선 땅으로 날아와 집을 떠나지 않았다면 애초에 잃지 않았을 안락함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쓰면서 덧없는 노력을 하는 게 여행이 아닌가. -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호텔에 대한 불평, 음식에 대한 불만, 국민성에 대한 불신, 날씨에 대한 혹평, 교통편에 대한 피로감, 풍경에 대한 회의.... 사실, 여행의 대부분은 이것들의 연속 아니겠는가. 이 감정들 사이사이 우리는 아주 짧게 찬탄하고 즐거워할 뿐이다. .... "텔레비전은 고장 났고, 욕실에 세수하러 갔을 때는 배관이 심하게 떨면서 전쟁 영화에서처럼 소리가 탕탕 나" 더라도, "줄을 설 때는 끼어드는 사람을 막기 위한 곡괭이가 필요"할지라도,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신히 눈치로 알 수 있을 뿐이며,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가 없"을 지라도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삶 역시 마찬가지. 되는 일도 하나 없고, 생활은 뒤죽박죽이고, 당신과는 오해만 쌓이더라도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삶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삶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이다.

 

 

'사랑'을 '여행'으로 바꿔보았습니다. "여행이 없으면 사는 게 얼마나 밋밋하겠어요? 여행은 우릴 흥분시키고 즐겁게 해주죠. 여행을 하면 삶은 모험의 연속이 되고, 만남은 순간순간 아찔한 경이가 된답니다. 물론 늘 그런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전 여행이 현대 생활의 가장 큰 불행, 즉 권태로부터 우릴 지켜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이긴 하지만 우린 지나칠 정도로 보호받으며 살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에게 여행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모험이지요. 우릴 늘 젊게 만들어주는 여행만세예요." - 프랑수아 를로르, <꾸뻬 씨의 사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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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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