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들려주는 소확행(小確幸)!
[본문발췌]
글쓰는 틈새에 고양이와 마라톤 그리고 여행을 즐긴다.
Always remember, others may hate you, but those who hate you don't win unless you hate them.
이것을 잘 기억해두게. 만일 상대가 자네를 미워했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상대를 같이 미워하지 않는 한, 그들은 자네를 이길 수 없다네. - 닉슨
나는 학교를 졸업한 이래 어떤 조직에도 속하는 일 없이 혼자서 꾸준히 살아왔지만, 그 20여 년 동안에 몸으로 터득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개인과 조직이 싸움을 하면 틀림없이 조직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물론 마음에 위안을 주는 결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개인이 조직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세상은 어수룩하지 않다. 분명히 일시적으로는 개인이 조직에 대해서 승리를 거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마지막에는 반드시 조직이 승리를 거두고야 만다.
때때로 문득 '혼자서 살아가는 것은 어차피 지기 위한 과정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정말 피곤하네'라고 인정하면서도, 나름대로 힘껏 살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개인이 개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그 존재 기반을 세계에 제시하는 것, 그것이 소설을 쓰는 의미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세를 관철하기 위해 인간은 가능한 한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해두는 것이 좋다고(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낫다)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여름에 책이 잘 팔리고 당연히 피서지나 관광지의 서점이 번창하게 된다. 그 서점들은 대부분 신간 전문점이 아니고 헌책방이다. 사람들은 읽고 난 책을 그 서점에 팔고 새로운 책과 교환해간다. 이렇게 해서 이른바 '익스체인지exchange'라고 불리는 서점이 생겨나고 많아진 것이다.
'먹기, 자기, 놀기' 고양이 손목시계....
시계를 보고 있기만 해도 왠지 마음이 느긋해진다. 안달해봤자. 기껏해야 이건이 인생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도 안자이 화백의 경우에는 '그리기, 술 마시기, 자기' 시계가 될 것이다.
생활 속에서 개인적인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꾹 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 같은 것이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아!" 하고 혼자 눈을 감고 자기도 모르는 새 중얼거리는 것 같은 즐거움, 그건 누가 뭐래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참된 맛이다. 그리고 그러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없는 인생은 메마른 사막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언제나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오랫동안 뭔가를 계속하자면 산도 만나고 골짜기도 만나는 법이다. 컨디션이 나쁠 때는 나쁜 대로 자신의 페이스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 범위 안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나가는 것도 중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고, 고개를 치켜들고 꾸준히 참고 해나간다면, 다시 조금씩 컨디션이 되돌아오는 법이니까.
42킬로미터를 달리는 일은 결코 따분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매우 스릴 넘치는 비일상적이고도 창조적인 행위다. 달리다 보면 평소에는 따분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라도 '뭔가 특별'해질 수 있다. 설령 짧게밖에 살 수 없다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세계와 단절된 듯한 자세로 세계에 대한 냉담함을 드러내 보여주는 전혀 길들여지지 않는 동물이다. 개가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자신의 온몸과 정신을 쏟아부을 때, 고양이는 능청스럽게 자기만의 세계와 사고를 고집한다. 길고양이는 말할 것도 없고 온전히 집에서만 자라는 고양이도 그러하다. 마치 고양이가 그 집주인인 것처럼 행세한다.
'레종 데트르', 즉 인간의 존재 이유를 탐구하는 작가 하루키의 '모든 사물과 나 자신 사이에 적당한 거리 두기'의 미학 정신이 고양이의 사는 모습과 거이 닮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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