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도 있지만,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은 천지 차이다.


[본문발췌]


기억은 실물을 덮어버린다. 풀은 초록색이라는 기억, 사람의 팔은 양쪽이 같다는 지식이나, 눈은 둘이요 코는 하나라는 정보 등은 그림의 진실을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교양에 복종하지 않는 천진함, 대상의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는 어린아이의 눈이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한다.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는 사람은 달을 가리켰으되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과 같다.


강요배의 풍경에서 가장 극적으로 요동치는 소자(素子)는 '바람'과 소금기가 코끝에 스치는 '습기'이다. 어둑한 날의 우울감이 밴 색조에다 그 심리적 무게를 지탱하는 밀도 높은 터치가 신산스런 효과를 자아내고 있으며, 거기에 눈에 뵈지 않는 바람과 눅눅한 습기까지 포착하는 작가의 눈길. 풍경은 그저 바라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간단없이 뒤척이게 한다.

마파람, 강요배, 캔버스에 유채
바람 타는 나무, 강요배. 2013
파도, 강요배. 1995년




고갱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누구이고, 어디로 가는가>



한광석 : 오방정색, 오방간색


'세상에서 가장 짙푸른 쪽색은 리비아의 렙티스 마그나 앞 지중해 색이다' - 한광석의 쪽빛 무명

'예술이란 하루아침의 얄팍한 착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재치가 예술일 수는 더욱 없는 것이다. 참으로 나자깨나 앉으나 서나,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만을 위해서 한눈 팔 수 없는 외로운 길을 심신을 불사르듯 살아가는 그 자세야말로 정말 귀한 예술의 터전이 된다.' - 혜곡 최순우


수묵화 : 희고, 검고, 마르고, 축축하고, 진하고 옅은
칠하지 않는 종이는 흰생, 먹을 더하면 검은색, 그리고 바짝 마른 색과 축축한 색, 마지막으로 진하고 옅은 색... 그래서 먹은 육채(六彩)라고 했다.


삼여도, 세가지 여유란 '밤'과 '겨울' 그리고 '흐리고 비오는 날'
책을 읽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왜 독서하지 않느냐는 추궁에 '농사짓느라 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럴 때 꾸짖는 말이 '학문하는 데는 삼여만 있으면 충분하다'



화중유시(畵中有詩), 송나라 때 화원을 뽑는 시험은 참으로 흥미롭다. 뭐뭐를 그려보라는 주문 없이 아예 시를 지어 출제하게 했다.

  • '꽃을 밟고 달려운 말발굽의 향기.', 흙바람을 따라 날아오르는 한 무리의 나비 그림이 입선. 꽃향기가 날리는 곳에 어찌 나비가 없을까보냐는 시적인 발상
  • '한적한 산골에 강 건너는 사람 하난 없고 외로운 나룻배 종일토록 떠 있네', 뱃머리에 다리 괴고 누워 피리 부는 노인을 그린 사람이 장원

단 한 순간에 초월의 경지로 나아가는(一超直入) 그림이 수묵화이다. 그것은 손끝의 재주가 아니라 정신의 깊이에서 탄생한다. 장인의 현란한 기교가 행세하는 세상, 정신의 고매함이 밴 수묵화가 그늘진 외지에서 배회하고 있다는 상상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대중문화의 이미지는 알게 모르게 화가의 밑천이 되고 있다. 그래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통찰은 대중문화의 우산 속에서 참말이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게 된다.


산새 소리가 뜻이 있어 아름다운가? - 피카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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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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