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여행이 어려운 시기. 독서, 그림, 음악, 사진을 통해 감각적, 시간적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다.
[본문발췌]
그림이란 뭘까? 그림은 명사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동사이기도 한 말이다. 꿈을 꿈, 삶을 삶, 그림을 그림. 이런 말들에는 결과와 과정을 동등하게 중시하는 뜻이 읽힌다. 이런 의미에서, 그림이라고 하면 대게 종이에 남는 결과물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행동, 더 자세히 말해 그리는 사람 속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변화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사람은 다른 시간 속을 걷게 된다. 이 과정이 종이에 그럴싸한 무엇을 남기는 결과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누군가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요."라고 말하면 나는 "아, 이 사람은 지금 다른 시간을 필요로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을 때는 바쁨을 자각할 수라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바쁜 상태에 너무 익숙해져 오히려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마치 여유를 즐길 능력을 상실해 버린 것처럼. 분주함은 여행 최대의 적이자,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상실을 겪었을 때 누군가와 함께 그 슬픔을 애도할 수 있으면 점진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함께 공유할 상대가 없으면 결국 트라우마가 돼 버린다.
모든 비극의 원인은 자만!
뇌의 정보 처리 과정은 '효과적인 정보 손실 프로세스' 이다.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잘 잊어버리는 건 정말 중요한 능력이다. 그런데 정작 대화 상대를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끼어드는 중요하지도 않은 메시지와 전화에 응답하랴, 잡을 필요도 없었던 다음 약속 때문에 끊임없이 시간을 확인하랴, 어디를 가든 주위를 끄는 모니터에서 드라마나 스포츠 경기를 틈틈이 체크하랴.... 결국 가장 중요한 걸 잃는다. 눈앞의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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