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밖으로 나온 말은 주어담을 수 없고 말이 화의 근원이 되는 예도 많다.
반대로 말로 천냥 빚을 갑는다는 속담도 있다.
삶에서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본문발췌]
말의 한계가 그 사람의 한계다.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면, 존중받기를 바란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 첫째, 오락가락하지 않아야 한다. 머릿속 생각과 내뱉는 말이 따로따로이면 안 된다.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일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심을 말해야 한다.
- 둘째, 배울 점이 있어야 한다. 어른의 말은 적게 말하면서 많은 것을 들려준다. 천방지축 끼어들고, 참견하고,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본보기가 되어 남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위로와 용기와 깨우침을 준다. 얻을 게 하나도 없는 말은 '꼰대'의 잔소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셋째, 징징대고 어리광부리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해 의젓하게 말한다.
- 넷째, 나답게 말한다. 말이란 곧 나이기에 그렇다. 내 말이 소중하다고 믿고, 말이 거칠어지거나 투박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인다. 더불어 내 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한다.
귀로 듣는 게 잘 듣는 것일까? 혹은 시간을 내 들어주면 잘 듣는 것일까 아니다. 마음으로 들어줘야 잘 듣는 것이다. 마음으로 듣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말하는 사람의 심정과 처지에서 듣는 것이다. 듣고 나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주고, 그것을 생색내지 않는 것이다.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반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 첫째, 상대 의견을 부정하지 않고 인정해준다. "얘기 잘 들었습니다. 얼마든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요"라고 말한다.
- 둘째, 공통점을 찾는다. "이러이러한 점에서 저와 의견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뻤습니다."라고 말한다.
- 셋째, 내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자락을 만들어둔다. 이른바 쿠션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다. 상대의 불쾌감을 덜 수 있도록 본론을 꺼내기에 앞서 '이렇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만', '결례인 줄 압니다만', '언짢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와 같이 완충 작용을 하는 말을 먼저 덧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상대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존중받았다고 느낀다.
- 넷째, 이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반대하는 이유와 근거, 대안을 포함해 말해야 한다. 그래야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지 않는다.
- 끝으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반대하는 이유가 개인의 이해득실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이익 때문에 반대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반대했을 때 명분이 생긴다. 또한, 사람이 싫어서 반대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 반대하는 사안과 사람을 분리해야 한다. 그래야 앙금이 남지 않는다.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된 것이다. - 루쉰, <고향>
의제를 설정하고 여론을 만들어가는 힘이 일부 집단에 편중되어 있는 사회, 언론과 정치와 권력기관이 말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힘있는 사람끼리 은밀히 말을 주고받으며 자기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말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시민이 언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말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과 언론이 시민의 말을 두려워해야 한다. 시민이 균형 있는 공론의 장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의 입이 열려 있어야 하고,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
대화에 집중하는 몰입과 동시에 적당한 거리두기가 균형을 이룰 때 대화는 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둬야 한다. 나를 객관화해서 보고, 내 삶을 관조하는 거리두기 말이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늘 하는 말이 과연 사실인가? 나는 언제나 진실한가? 남들은 내 말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는 거리두기가 가끔은 필요하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만 보게 되고, 과정을 눈여겨보지 않으니 칭찬에 인색해지는 것이다. 결과는 한 번뿐이고 늘 좋을 수는 없다. 반면, 과정은 보기에 따라 무수히 많은 칭찬거리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남의 얘기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각각의 경험에서 배운 것, 느낀 것, 새롭게 알게 된 것, 깨달은 것을 추가해 경험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랬더니 이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단다. 그런데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고 한다. 지금 상태는 저자 개인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 '이건 내 얘기만이 아니라 당신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라는 생각을 갖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경험을 모두의 경험으로 만드는 일반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의 경험을 보편적인 경험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게 인용이다. 인용은 내 말의 신뢰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나의 특수한 경험을 일반화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도 그랬고, 누구도 이렇게 말했어'라는 것이다. 경험은 가장 중요한 말하기의 밑천이다. 말문이 막히거나 말하기가 막막할 때는 경험을 얘기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용을 달아주면 된다.
말 잘하는 사람은 7가지를 맞춘다.
- 눈을 맞추고 말해야 한다. 단순히 시선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교감하며 말하는 것이다. 상대의 반응에 응답하고 감정을 교류하며 말한다.
- 상황을 맞춰야 한다. 정치나 종교 얘기가 특히 그렇다. 상대의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적 신념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면 관계를 해치거나 시비가 붙을 수 있다.
- 속도도 맞춰야 한다. 말하는 속도만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는 속도에 맞춰 말해야 한다.
- 관심사를 맞춘다.
- 스타일을 맞춘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런 걸 좋아히지 않는 사람도 있다. 공격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고 수줍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상대 스타일을 파악해 맞춰줄 필요가 있다. 말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 말수를 좀 줄여 상대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고, 수줍게 말하는 사람의 말은 적극적으로 반응해줘서 자신감을 북돋아줘야 한다.
- 수위를 맞춰야 한다. 수위는 말의 톤에 해당한다. 따뜻하고 차가운, 부드럽고 거친 정도를 의미한다.
- 수준을 맞춰야 한다. 사람마다 수준이 다르다. 어린아이와 나이 지극한 사람의 수준이 다르고, 많이 배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수준이 다르다.
관찰이 차이를 만든다.
- 우리는 살면서 몇 안 되는 세계를 체험한다. 나머지는 자신이 경험한 세게를 바탕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편견과 오해, 선입견, 고정관념이 만들어진다.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아는 길은 관찰뿐이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거기에 오묘한 세계가 있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고 파면 팔수록 더 깊이가 느껴지는 또 다른 세상 말이다.
-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모르는 미지의 것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다. 그래서 사람을, 사건을, 사물을 유심히 본다. 호기심이 발동해 관찰하고 본 것을 말한다. 아니 말하기 위해 열심히 관찰한다. 관찰은 나만의 느낌과 독창적인 생각을 만드는 출발점이다. 보는 것만 실재하는 세계이고, 말하기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관찰하고, 그걸 말로 표현하는 법을 태어난 직후부터 끊임없이 배우는데 그 단계는 다음과 같다.
"대화의 요체는 말하는 수사학에 있지 않고, 말을 듣는 심리학에 있다."
말의 선명도를 낮추는 5적(賊). 명확하게 말하기 위해 피해야 할 다섯 가지
- 첫 번째 적은 전제 조건을 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말 앞에 '....합니다만'이라는 단서를 붙인다. 자기 말에 자신이 없는 경우다.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놓는 것이다.
- 두 번째 적은 말끝을 흐리는 것이다. 얼버무린다고도 하는데, 끝까지 말하지 않고 말줄임표로 말을 마친다. '~같다', '...인 듯하다', '~로 보여진다'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본다'라고 하면 될 것을 '보인다'도 아니고 '보여진다'고 말한다.
- 세 번째 적은 주어를 빼고 말하는 것이다. 사돈 남 말 하듯 하는 것이다. 방송기자들이 자주 쓰는 '~라고 알려졌습니다'도 여기에 해당한다. '알려졌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다.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사실은 누가 말한 것인가.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낭설에 불과한 것인가?
- 네 번째 적은 지시대명사의 남발이다. '그것', '저것', '이것' 등의 지시대명사를 많이 쓰면 '거시기' 화법이 될 공산이 크다.
- 다섯 번째 적은 이중부정과 피동형이다.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등과 같이 비비 꼬아 이중부정하거나 '~라고 예측한다', '~라고 부른다' 하면 될 것을 '~로 예측된다', '~라고 불리운다'같이 피동형으로 말한다.
말은 곧 자기 생각과 마음이다. 말이 바뀌면 생각과 마음이 바뀌고, 생각과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현실이 바뀐다. 모든 것이 말한 대로 된다.
우리는 상대에게 말을 건네기 전에 무슨 말을 할지, 또 그것을 어떻게 전달할지를 충분히 고민한다. 그러나 누구에게 말하는지는 간과하기 쉽다. 내 의견을 어떻게 설득할까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듣는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그가 무엇을 기대하는지는 뒷전일 경우가 많다. 사실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다. 말은 내가 하는 것이니 내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말은 하지 않을 때까지만 내 것이다. 내뱉는 순간, 그 말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그때부터 말의 소유권은 들은 사람에게 옮아간다.
상관과 리더의 차이는 무엇일까? 상관은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리더는 의욕이 샘솟게 한다. 상관은 책임을 추궁하고 리더는 문제를 해결한다. 상관은 '해'라고 말하고, 리더는 '합시다'라고 말한다. 결국 상관과 리더의 가장 차이는 질책하는 순간에 나오는 말의 품격에서 드러난다.
협상을 잘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 상대를 잘 파악해야 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대화가 오갈지 예상해봐야 한다. 가상 시나리오를 써보는 것이다.
- 대화의 주도권을 잡을 필요는 없다. 주도권을 잡으려 하면 할수록 상대는 더 멀리 도망간다. 상대의 기를 꺾기보다는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고, 많이 듣고 적게 말하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상대 생각을 알면 내가 할 말의 윤곽이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게 낫다. 사람들은 다소 논리가 빈약하더라도 충정이 느껴지는 사람에게 끌리고, 논리적 설득보다는 인간적 신뢰가 협상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껄끄럽고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을 뒤로 미뤄두면 대부분 타협을 하고도 협상 말미에 어려움에 봉착한다. 그러나 어려운 것을 먼저 해결하면 거기에 들인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쉬운 것은 서로 양보하며 결론을 내게 돼 있다.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려운 과제를 뒤로 미뤄두고 싶은 심리가 발동해 쉬운 것부터 합의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 협상은 이기고 지는 승부가 아니라, 거래를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얻는 흥정이다. 이기려 들지 말고 함께 성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 툭 까놓고 말하는 게 낫다. 투명해야 한다. 내 카드를 보여줘야 실질적인 협상이 가능하다.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 차선책을 찾는 유연함이 있어야 한다. 독식하려 말고 교환해야 한다.
말은 듣는 사람의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생각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이 말로 나오는 순간 이미 나의 것이 아니다. 말은 드는 사람이 주도권을 쥔다. 어떤 말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들었느냐가 중요하다. "병은 입으로 들어가고 화는 입에서 나온다."
내 평판 혹은 내 삶이 왠지 꼬이는 것 같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의 말버릇을 되돌아보면 어떨까. 나는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인가, '반이나 남았다'고 말하는 사람인가. 말 습관이 바뀌면 인상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
누구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와 이야기를 갖는 것. 달라진 시대, 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이 하루가 고맙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입에 달고 살아보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감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게 고마울 뿐이다. 고맙다는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든다. 미움과 원망과 불평이 가져오는 해악을 생각해보면, 감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빈손으로 태어나 무어라도 가졌으니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어 감사합니다."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면서, 또 읽고 나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읽으면서 메모하고, 읽고 나서 누군가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할 때 독서는 명실상부한 말하기 훈련이 된다. 이밖에도 독서를 하면 얻는 게 많다. 말할거리를 얻을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어휘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다만 말할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메모해야 하고, 어휘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자가 쓴 단어와 글의 구성에 주목하며 읽어야 한다. 메모하지 않거나, 내용을 파악하는 데만 몰두해서 읽으면 말하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69352
'4.읽고쓰기(reading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금 - 박범신 (0) | 2021.09.10 |
---|---|
나의문화유산 답사기 (1권, 8~10권) - 유홍준 (0) | 2021.09.05 |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아잔 브라흐마 (0) | 2021.08.20 |
그림 여행을 권함 - 김한민 (0) | 2021.08.10 |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0) | 2021.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