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파타고니아, 그리고 카리브.... 마음의 빈 공간에 남미의 바람을 채우고싶다.
[본문발췌]
여행은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자 가장 솔직한 자아를 마주하는 길이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부활의 과정이기도 하다. 일종의 명상이나 수련처럼 자신을 비우고 단련하는 가장 신 나는 방법이고 시들해진 일상에 호기심과 열정을 다시 채워 넣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나 뜻밖의 인연을 선물해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트' 상위권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올린다. 여행은 그 자체가 꿈이며, 우리를 끝없이 꿈꾸게 하고 때로는 꿈이 현실로 바뀌는 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은 인간이 가슴에 품고 사는 우주를 확장시키고 내면의 성장을 도와주는 '길 위의 학교'다. 단언컨대, 한 번 여행을 할 때마다 당신의 영혼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모난 부분이 깎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행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아예 그것을 직업 삼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부정적인 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다행스럽다. 나는 여행자로 살면서 '삶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 즉 아픔, 슬픔, 실패, 좌절, 불완전함 등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내 인생의 일부'로 끌어안고 공존해 살아가는 '체념의 미학'을 터득해가고 있다. 이것은 결코 삶을 비관적으로 보고나 자포자기 하는 자세, 혹은 무책임한 태도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생은 유한하다'는 비극적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 앞에서 여행은 가장 큰 힘과 지혜를 준다.
'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텐데.' - 알랭 드 보통, <공항에서의 일주일을>
집 안 대청소를 해서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먼지를 떨어내듯 머릿속도 켜켜이 쌓인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해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쁨으로 채울 수 있다. 우리 몸에 가끔 디톡스 과정이 필요한 것처럼 정신도 마찬가지다. 일상의 긴장과 스트레스에 시달린 영혼에서 독소를 빼내야 한다. 걱정, 불안, 경쟁심, 분노, 조바심 등을 내보내고 빈 공간을 마련하는 일. 그것이 바로 휴가다.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 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 '아베니다 데 라 호야(Avenida de la Hoya)' 식당 주인 아주머니...
페루 여행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자연이 허락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한없이 낮아지던 경험. 때로는 그저 겸허하게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라는 깨달음. 인간 능력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교만함을 버릴수록 영혼이 자유롭고 평화로운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소중한 진리. 이것이 바로 페루 여행에서 얻은 첫 번째 가르침이었다.
'역사는 쉬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그 역사의 강을 따라 흘러가버리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들. 창틀에 소복하게 쌓였다가 바람 한번 불면 포로로 날아가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짧은 여행길 같은 인생에서 욕심 따위는 버리고 걸어도 좋다. 죽음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애석해하지 말지어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인 것이니.'
"인생은 모든 순간이 그 고유의 가치가 있는 거란다. 겉으로 보이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상관없이 의지를 가지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법이며 그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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