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옛날 조상들이 살던 세상과 비교해 우리 삶은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좋아졌다. 반면,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고 주변의 사소한 일들에 무디어져 가고 있지 않나요?

 

박노해 시인의 글처럼, "돈으로 살 수 있는 능력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삶에 대한 맷집을 더 키울 수 있다.

 

 

[본문발췌]

 

 

어떤 일이든 시작 전에는 예상을 하고 짐작을 하고 기대를 하게 된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니 그 정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긴 하다. 그러나 예상, 짐작, 기대가 현실과 100퍼센트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상, 짐작, 기대가 현실과 일치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맞는 정도?

그러니까 제주에서 살면 어떨까. 덥고 습해서 힘들까? 그곳 사람들은 어떨까? 돈벌이는 어떨까? 많은 예측과 상상과 추측이 나래를 펴고 때로는 그 생각들 때문에 두렵기도 기쁘기도 하겠지만 어느 것도 현실은 아니라는 점. 일단은 저지르고 부닥쳐 보면 알리라는 것, 답은 그뿐인 듯....

 

 

가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자기가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면 쉬어보라고. 내가 이 세상의 '리얼'을 경험한 때는 일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쉴 때였다. 맨발로 해변을 걸을 때, 오토바이를 타고 라오스와 중국의 국경을 넘을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할 때 어쨌든 나는, 나는, 쉬고 놀 때, 세계를 보고 만졌다. 그리고 내가 '쉬는 시간'에 세계는 실재하고 있었다. - <우리는 사랑아니면 여행이겠지>, 최갑수

 

 

환경의 변화는 사람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 나는 그 기회가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형태이기만을 바랐다. 그러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변화 앞에선 모든 일이 좋을 수많은 없는 것이다.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 그런데 대개 사람들은 그 기회가 긍정적인 사건의 형태로 오기를 생각하고 기대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시나 모욕감 등과 같은 고통이 오히려 그 자신의 본질을 찾고 알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형태의 사건이든 그때 경험하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 프리츠 펄스

 

 

동화작가 정채봉님은 '오늘 내가 나 자신을 슬프게 한 일들이 뭐가 있을까?' 하면 이런 게 떠올랐다고 해요. 꽃밭을 그냥 지나쳐버린것, 새소리에 무심하게 응대하지 않은 것, 밤하늘의 별들을 새어보지 않은것, 좋은 데도 체면 때문에 환호하지 않은 것.... 어른이 되면서 사소한 일들에 점점 무디어져 갔죠. 좋은 일이 있어도 크게 기뻐하지 못하고, 슬픈 일이 있어도 목 놓아 엉엉 울지 못하고, 재미난 일에도 박장대소 웃지 못하면서요. 일부러 시크한 척 노력했던 걸 거예요. 그래야 마음이 덜 다치는 줄로만 믿었으니까요. 제주에 지내면서 알아차린 게 있네요. 내 삶에 언제부터 이렇게 감탄사가 사라져 있었지? 였어요. 더 이상 새롭지도, 신기하지도 않고, 고맙지도 않고, 의례 그러려니 하는 감동 없는 일상. 어른스럽게 굴자. 느끼지 마, 소리 내지마, 자신을 억누르면서 마음 속 작은 소리, 누군가의 외로운 몸짓 같은,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알아채는 감각도 함께 무뎌졌더군요. 생채기를 덮어둔 채 다 나았다 믿고 있었죠. 세상에서 수없이 반짝이고 있는데 미처 주의를 주지 못한 것들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펴보고 음미하는 일. 좋은 건 좋다 말하고, 신나는 일에는 환호성을 지르고, 슬픈 일에는 펑펑 우는 일. 이렇게 평범하지만 어려운 일을 조금씩 연습하는 중이에요. 원한 적도 없는 '나이'라는 선물은 매년 배달이 되네요. 삶이 주는 그 선물을 싫다고 하기보다 아이들처럼 잘 갖고 놀아 볼래요.

 

 

사람 사이에서는 준만큼 돌려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더 빼앗기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자연에서만큼은 늘 준 것 이상으로 돌려받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위대한 갯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박스 속 작은 귤 하나에도 1년의 비와 바람과 햇살과 새의 그림자, 벌레의 흔적, 사람의 손길과 그 모든 이야기들이 담긴다. 반짝거리는 결과물 이면에는 사람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는 고된 과정이 있을 것임을, 나는 이제야 알겠다.

 

 

통조림을 먹고 싶은 데 깡통 따개가 없고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졌는데 충전할 곳이 없고 버스와 지하철은 파업 중인데 자가용은 수리센터에 들어가 있고 폭설이 사흘이나 계속 내려 슈퍼에 몇몇 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는 날이면... 이런 경험을 할 때면 우리는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나는 오늘도 걷는다>, 미쉘 퓌에슈

 

 

내가 생각하기에 재능이란(천재가 아닌 다음에야) 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산다는 것도 그래. 걷는 것과 같아. 그냥 걸으면 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살면 돼. 그 순간을 가장 충실하게. 그 순간을 가장 의미 있게. 그 순간을 가장 어여쁘고 가장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만들면 돼. 평생을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는 없어. 그러나 10분은 의미 있고 어여쁘고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살 수 있다. 그래, 그 10분들이 바로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첫 번째 걸음이고 그것이 수억 개 모인 것이 인생이야. -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광고인 박웅현의 <여덟 단어>라는 책에 "인생에 정석과 같은 교과서는 없습니다. 열심히 살다 보면 인생에 어떤 점들이 뿌려질 것이고, 의미 없어 보이던 그 점들이 어느 순간 연결돼서 별이 되는 거예요." 라는 글귀가 나오는데 나는 이 비유가 참 좋다. 우리의 인생을 잘 들여다보면 사방에 무작위로 찍힌 점 같지만 나중에 이 점들이 모여 특정한 선 모양을 그린다는 의미다. 지금 당장 찍는 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시행착오라고 여겼던 것들이 하나의 일관된 방향으로 선을 그려가고 있었음을 알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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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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