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을 동경하며 떠나는 도시인들이 막상 접하는 어려움은 토박이들의 텃새, 집 안팎으로 늘어나는 관리요소들 - 돈을 주고 사람을 쓸 수 있지만, 그마저도 기다림에 지쳐 직접 해결하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 - 벌레/해충의 공격, 도시보다 더한 추위와 난방비, 겨울에는 큰길로 오고가기 위해 눈도 치워야 하는 등등... 그래도 불편함을 적응하고 극복하며 삶 자체를 느끼고 싶기에 누군가는 전원생활을 꿈꾼다.
https://www.casa-ana.com/walking-holidays-with-chris-stewart
[본문발췌]
설명할수록 민망해졌다. 내 삶의 허식들이 그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의 단출하고 원초적인 삶과 비교했을 때 이 모든 물건들은 조잡스럽게만 보였다. 알푸하라스 사람들은 그런 잡다한 물건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이나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나갈 수 있었다. 플라스틱 청량음료 병과 포장용 끈 한 묶음만 있으면, 여름에 물이나 와인을 차갑게 유지할 수 있는 - 적어도 펄펄 끓어오르는 것은 막을 수 있는 - 보냉병이 만들어졌다. 낡은 폐타이어로는 수로에서 사용하는 샌들 한 켤레로 변신했고, 뼛조각은 문 받침대로 쓰였다. 산자락에 자라나는 풀로는 집에서 필요한 온갖 살림살이를 엮어낼 수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었다. 우리에게는 수도도, 온수기도, 오븐도 그리고 도로도 있었다. 우리는 자연 속으로 떠나면서 버리고 왔던 그 모든 것들의 노예 신세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종종 그렇듯, 마누엘 역시 매끄럽고 유창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문자가 발전하면서 인간은 긴 얘기를 머릿속에 담아두었다 능란하게 풀어내는 재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간은 삶의 경험들을 단순히 스쳐 보내는 대신 거기서 얻은 교훈을 실천해야 하니까.
[옮기고 나서]
때문에 스튜어트가 가장 존중하고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도밍고나 안토니아처럼, 외국인과 토박이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삶을 투명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만큼 남들의 삶 역시 그렇게 받아들인다. 폭우로 강이 범람한 후 일어나는 예기치 않은 사건, 그리고 동화 속처럼 환상적인 결말 부분의 묘사는 어쩌면 작가의 바람이 살짝 가미된 상징적 픽션인지도 모른다. 모든 동화들이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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