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은("The age of access : the new culture of hypercapitalism, where all of life is a paid-for experience", 2000)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Beyond Beef", 1992), 《노동의 종말》 ("The End of Work", 1995)에 이은 종말 시리즈 중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이다.
리프킨이 쓴 책 중 처음 접한 것은 대학시절 읽었던 《엔트로피》 ("Entropy",1980) 였고, 2013년 경 처음 《소유의 종말》을 읽고 받은 공유 경제, 접속의 시대, 플랫폼 비즈니스가 만들어내는 제러미 리프킨의 통찰력은 충격적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 물질의 공유를 통해 자원이 대폭 절약되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공해와 쓰레기가 줄어들어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 소유에 집착하는 삶!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재물의 노예가 된다. 이제는 시간을 많이 가진 사람, 경험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시간과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프리드리히 실러는 '사람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고 했다. 순순한 놀이는 인간이 누리는 자유의 가장 높은 수준의 표현 형식이고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순수한 놀이에 완전히 참여해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 기업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체험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산업 자본주의 시대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 과제였지만 이제 기업은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본문발췌]
새로운 경제에서는 물건이 아니라 개념, 아이디어, 이미지가 실리를 가져온다. 부는 이제 물적 자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는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에서 나온다.
예전에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시장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공급자와 사용자가 주역이다.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시장을 통한 거래는 줄어들고 전략적 제휴, 외부 자원의 공유, 이익 공유가 활성화 된다. 기업들은 이제 서로에게 물건을 파는 것보다는 집합 자원을 공유하여 광범위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경영을 선호한다.
접속과 네트워크라는 관념은 일찍이 근대의 여명기에 소유와 시장이라는 관념이 중요한 기능을 맡았던 것처럼 앞으로 갈수록 중요해지고 사회의 역학 구조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가 속도의 경제로 바뀌고 있다 - 엘빈 & 하이디 토플러
시장에 먼저 제품을 내놓는 기업만이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점점 무게를 잃어가는 글로벌 경제에서 시장 거래와 금융 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쓰였던 돈은, 순수한 정보의 형태로 광속으로 전달될 수 있는 전자 비트로 변해 가면서 빠르게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공급되는 돈 가운데 현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무게 없는 경제, 돈의 탈물질화)
새로운 네트워크 경제에서 사고 파는 것은 아이디어와 이미지이다. 이런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물리적 구현물은 경제 과정에서 점점 부차적 존재로 밀려난다. 산업 시대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교환했다면 네트워크 결제에서는 물리적 형태 안에 담겨 있는 개념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한다.
나이키 사례 : 운동화 제조업체라기 보다는 정교한 마케팅 원리와 유통망을 갖춘 연구 디자인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유일한 공장 자산은 직원들의 상상력이다. - 프레드 무디 / 뉴욕타임스
21세기의 새로운 비즈니스는 딱딱한 물리적 자산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가치를 평가하는 가벼운 기업을 선호한다.
21세기의 경제는 정보과학과 생명과학, 즉 컴퓨터와 유전자가 함께 이끌어나갈 것이다. 둘 다 물리적 재산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되었든 두뇌가 되었든 가치 있는 정보에 대한 접속에 기반을 두고 있다.
정보에 바탕을 둔 산업 - 금융, 오락, 통신, 비즈니스 서비스, 교육 (무형자산이 기업가치의 상당액)
생명과학 산업 (지적 재산권이나 과학적 노하우 같은 무형 자산에 대한 의존도 높음) - 농업 생물 공학, 섬유 제작, 건축 자재, 에너지, 약학
지적 자본 회계 모델 (레이프 에드빈손, 마이클 말론)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특성 : 직원들의 사기,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지도력, 혁신과 창조성을 뒷받침하는 풍토
새로운 시대는 비물질적이고 사색적이다. 플라톤이 말한 형상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원형의 세계다. 개념의 세계, 픽션 세계다. 산업 시대의 인간이 물질을 축적하고 가공하는 데 빠져들어 있었다면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정신을 관리하는 데 훨씬 관심이 많다. 사업의 성패를 아이디어가 좌우하는 접속과 네트워크의 시대에는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인간의 가장 드높은 꿈이다. 자신의 정신을 최대한 확장하여 보편화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인간의 의식을 바꾸고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산업 활동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다.
산업 시대가 우리의 물질적 생활을 키워주었다면 접속의 시대는 우리의 마음과 감정, 영혼에 양식을 준다. 상품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 흘러간 산업 시대의 특징이었다면 다가올 접속의 시대의 특징은 개념의 교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개념을 거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사람들도 이런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의 물리적 구현물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점점 많이 사게 된다. 새로운 경제에서는 생각을 관리하고 파는 능력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모름지기 사물의 진가는 지닐 때보다 쓸 때 발휘되는 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물품이 점점 정보 집약화, 쌍방향화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물품의 성격도 바뀌고 있다. 물품은 제품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진화를 거듭하는 서비스로 탈바꿈한다. 물품의 가치는 물품을 구성하는 재료나 물품을 담는 통이 아니라 물품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얼마나 접속할 수 있느냐로 결정된다.
물질적 상품은 지식-가치를 담은 통이나 운반체의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 사카이야 다이치(일본경제기획청)
서비스에 역점을 두는 추세는 제품을 혁명적으로 설계하려는 움직임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제품을 고정된 특징과 일회적 사용 가치를 지닌 고정된 품목이 아니라 온갖 유형의 업그레이드와 부가 가치 서비스를 실어 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여긴다. 새로운 제조업의 풍토에서 중시되는 것은 서비스와 업그레이드이다. 플랫폼은 이런 서비스를 실어 나르는 통에 불과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제품은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업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그 성격이 달라졌다. 제품은 고객의 사업장이나 집에 마련해 둔 일종의 교두보이다. 이런 교두보를 발판으로 기업은 고객과 장기적 서비스 관계에 들어간다. 제품이 수명을 다하는 동안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계산을 하고 기업은 플랫폼을 싸게 공급한다.
소비자는 물건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갖는 기능을 사는 것이다. - 몬산토의 로버트 샤피로
물품을 팔지 않고 서비스 접속을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자원이 대폭 절약되고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공해와 쓰레기가 줄어들어 환경 보호에도 상당히 유리한 여건이 조성된다. Revenue Sharing, 절감분 공유
독창성, 기민성, 순발력만으로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기술의 원가가 제로로 곤두박질치는 경제에서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수 있어야만 살아남는다. 머지않아 이런 급락은 거의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똥값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가치라는 것은 처음 개발한 제품을 무료로 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때만 창출될 수 있다. - 비즈니스 위크 <기술의 역설>
세상만사가 서비스화된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에어컨 자체를 사지 않고 에어컨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에어컨을 통해 얻는 경험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에서는 물질의 차원보다는 시간의 차원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장소와 물건을 상품화하고 그것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우리는 서로의 시간과 식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필요한 것을 빌린다. 그것은 우리가 한시적으로 구입하는 활동이나 사건이 된다. 자본주의는 물질에서 출발했지만 물질성을 벗어던지고 점점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개별적 사건으로 나아가고 있다.
<관계relation 기술 / R-기술>
소비자 관리 : 마케팅 분야에서 R-기술을 써서 장기적 상업 관계를 상품화 하는 것
기업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종의 에이전트가 되었다. 에이전트는 일종의 거간꾼 노릇을 한다. 글로벌 경제와 최종 사용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정보를 관리한다. 에이전트의 기능은 마케팅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확립하고 유지하고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가장 큰 자산은 고객에 접속할 수 있는 힘, 최종 사용자와 장기적으로 상업적 관계를 맺을 우 있는 능력이다. 마케팅 관점이 제조 방식보다 우위에 올라서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이점을 명심해야 한다.
<취미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고객의 관심을 끌어 평생토록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 1단계 각성기 : 고객에게 장래의 판매를 염두에 두고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단계
- 2단계 일체감 형성기 : 고객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친근감을 느끼고 그것을 자아의 일부로 받아들임. 특정한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제 그가 세상에서 자기를 차별화 시키는 다양한 방법의 하나가 된다
- 3단계 관계 형성기 : 쌍방향 관계로 이동
- 4단계 공동체 형성기 : 회사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관심이 비슷한 고객들끼리 만날 수 있는 장을 제공.
이런 결속은 대단히 지속성이 강하다. 그것을 깨뜨리려면 경쟁사들은 친구, 동료, 가족 사이의 사회적 유대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과 물자의 상품화가 인간의 경험과 시간의 상품화로 바뀌었고, 이미 시간의 상품화는 포화의 조짐을 보인다.
우리는 상업적 영역 안에서 서로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온갖 활동, 시간과 노동을 절약할 수 있는 온갖 수단을 만들었지만 이제까지의 역사에서 인간이 지금처럼 시간에 쫓기며 산 적도 없었다. 이것은 시간과 노동을 절약하는 서비스가 급증하면서 우리 주위에서 상품화되는 활동의 다양성과 속도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경제는 연결의 속도를 높이고, 지속 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서비스화함으로써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가 상업적 관계로 변하고 개인의 삶이 24시간 내내 상품의 틀에 갇혀 있을 때, 비상업적 관계, 다시 말해서 혈연, 이웃, 문화적 취향의 공유, 종교적 결사, 민족 의식, 형제애, 시민의식에 바탕을 둔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시간 그 자체를 사고 팔고, 삶이라는 것이 한낱 계약과 금전적 도구에 의해서 결합된 상업적 거래의 연속에 불과한 것으로 변질될 때, 애정, 사랑, 헌신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전통적 상호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케팅 전문가와 기업이 이른바 <고객 친밀감>을 발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짜내고 깊은 <공동체적 결속>을 확립할 수 있는 수단과 장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사실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내부에 상업적 덫을 갈지고 있는 이런 대리적 사회 영역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사회 전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것을 의식하지도 못하고 비판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존재의 거의 모든 측면이 유료 활동으로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도 상품이 되어버리고 상업적 영역은 개인과 집단의 운명을 좌우하는 결정권을 쥐게 된다.
네트워크 경제의 탄생, 물품의 점진적인 탈물질화, 물질적 자본의 비중 감소, 무형 자산의 부상, 물품의 순수한 서비스로의 변신, 생산 관점을 밀어내고 사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은 마케팅 관점, 모든 관계와 경험의 상품화 등은, 사람들이 서서히 시장과 재산 교환을 뒤로하고 접속의 시대로 나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첨단 글로벌 경제에서 급격하게 벌어지는 구조 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시간 공유 공동체 (호텔/리조트 등)
일부 회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특정한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팔기 시작했다. 점수는 일종의 시간 공유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의 단위가 대체 가능한 화폐로 바뀌는 추세는 자원의 희소성보다는 시간에, 소유보다는 접속에 중점을 두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음을 의미한다. 고객은 점수를 산다. 점수는 시간 단위를 나타낸다. 이 점수를 가지고 투숙, 항공 여행, 유람선, 골프장, 자동차 렌트, 그 밖의 여행, 레저, 오락 시설 일체를 이용할 수 있다. 렌트, 시간 공유 콘도 구입, 점수 구입은 모두 <시간화> 사업의 다양한 방식이다. 이제는 부동산을 사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의 접속권을 사는 시대다. 아파트, 콘도미니엄, 빌라 같은 시설을 지정된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이다. 빠르게 부상하는 네트워크 경제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판매자-구매자 관계는 서서히 공급자-사용자 관계나 서버-클라이언트 관계로 바뀐다. 재산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접속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재물을 많이 가진 사람은 재물의 노예가 된다.
사람은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재산으로 확인하고 또 표현한다고 헤겔은 믿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를 외부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에 묶어둠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투사하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자기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헤겔의 세계관에서 일은 노동 행위가 아니라 창조적 표현이다. 그리고 일이 만들어낸 생산물은 세계로부터 징발한 것이며 일을 한 사람의 인격 안으로 세계를 통합한 것이다.
"인격은 스스로에게 현실을 부여하려는, 다시 말해서 외부 세계를 자기 것으로 주장하려는 몸부림이다 - 헤겔"
사람의 인격은 소유되는 대상 안에 늘 나타나기 때문에 재산은 인격의 연장선상에 놓인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소유한 것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인격을 알고 확인하게 된다. 재산은 그저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헤겔은 보지 않았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재산은 개인적 자유를 표현한다. 재산으로 자기를 감쌈으로써 사람은 자신의 인격성을 시공간 속에서 부풀리고 자기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디지털 통신 기술과 문화 상업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통신은 인간이 공동의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이 이룩한 세계를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이므로 디지털 통신의 모든 형태를 상품화한다는 것은 결국 개인과 공동체의 살아 있는 경험-문화 생활-을 구성하는 수많은 관계를 상품화 하는 결과로 귀착된다. 공산품이 지배하던 시절에는 소유권을 가지는 것이 중요했지만 상업화된 전자 통신 기기와 온갖 종류의 문화 생산과 상품에 의해 점점 지배당하는 글로벌 경제에서는 경험 세계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인간 문화 안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뜻이며, 어떤 인간 문화 안에 있다는 것은 그 문화를 매일매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보며 알고 세계와 소통한다는 뜻이다. - 리 데이어
커뮤니케이션이 문화의 핵심, 아니 생명 그자체의 핵심 - 에드워드 홀
문화는 소통 - 에드먼드 리치
다니엘 벨은 현대 문명을 분명히 구분되지만 서로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경제, 정치, 문화의 세 가지 권역으로 나눈다.
- 경제 영역의 핵심적 원리는 자원 이용의 효율화
-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여
- 문화 영역에서 제일로 치는 것은 자기 실현과 자기 고양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가 생산하는 물건, 우리가 남을 위해 수행하는 서비스, 우리가 공유하는 문화적 체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존재 전체가 상품화 되고 있다.
"체험 산업의 성장은 산업 혁명이 생산한 물건의 효용성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아직 안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가지고 싶은 것이 뭔가?' 라고 묻지 않고 '내가 아직 체험하지 못한 것 중에서 체험하고 싶은 것이 뭔가?' 라고 묻는다." - <제임스 오길비>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경제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맏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제조업체는 상품을 '체험화' 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모는 체험'을, 가구업체는 '앉는 체험'을, 가전 업체는 '닦는 체험과 요리하는 체험'을, 의류 업체는 '입는 체험'을 격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 <조셉 파인, 제임스 길모어>
접속을 통한 체험이 재산의 소유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대에 새로운 문화의 중개자는 개인과 문화 체험 사이에서 문지기 노릇을 한다.
유행 사냥꾼 : 트렌돌로지, 브레인 리저브, 쿨 워크스, 램버시스, 유스 인텔리전스, 뷰로 드 스타일, 이코노 컬처, 스푸트니크, 에이전트 엑스
탈근대에서 사람을 가르는 선은 소유가 아니라 접속이다. 탈근대와 근대가 다른 원인은 시간, 문화, 실체험의 상품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가 탈근대와 맞물려 있는 반면, 근대의 자본주의는 토지와 자원의 상품화, 노동력의 고용, 제품 생산, 기본적 서비스 제공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고정되고 인식 가능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우리가 경험하고 그 세계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개별적 현실들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현실을 모두 포괄하는 관점, 저 높이 우뚝 솟은 곳에서 현실을 내려다보는 관점은 존재할 수가 없다. 탈근대론자에 따르면 세계는 인간의 구성물이다. 기호학자들은 우리가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 지어내는 이야기, 우리가 세계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방식에 의해 이 세계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세계는 객관적이지 않으며 우발적이다. 진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택과 시나리오로 엮여 있다. 그것은 언어에 의해 창조된 세계, 합의되고 공유되는 의미와 은유로 결속된 세계다. 언어, 의미, 은유는 시간 속에서 달라질 수 있고 또 실제로 달라진다. 현실은 우리가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 소통을 통해 지어내는 것이다.
통신 서비스에 대한 지배가 권력의 원천이 되고 통신에 대한 접속이 자유의 조건이 된다. - 다니엘 벨 (1980)
누가 접속권을 소유하느냐가 핵심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문화는 인간 문명이 원활하게 가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또다른 가치의 산실이 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으로 들어가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을 통해서 동질성을 확인한다.' - 리프턴
사회적 신뢰는 공감이라는 토대 위에서 형성된다. 공감은 '타자의 인간성을 자신의 상상력 속에 끌어들이는 노력'을 요구한다. 친밀함과 예의 바름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도 공감에서 나온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울타리 밖으로 넘어가서 타인 안에서 감정의 둥지를 틀고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감정처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남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희로애락을 함께 체험한다는 뜻이다. 그런 감정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를 배우고 서로를 배려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접할 때 길러진다.
<의식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국지적으로>
시민 사회 조직은 지역 문화의 회복을 주장하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다른 문화가 존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만의 문화 정체성을 앞세우면서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싸우는 것, 시민 사회 조직운동의 성격은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나는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여 있고 창문을 굳게 닫아놓은 집에서 살고 싶지 않다. 온 세계에서 불어오는 문화를 자유롭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그러나 밖에서 불어온 문화에 덩달아 휩쓸려 가지는 않겠다' - 마하트마 간디
다른 문화에 접속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서도 자기 문화의 색깔과 개성을 고수하는 것.
요한 호이징가 -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비롯된다. "사회는 삶과 세계에 대한 해석을 놀이를 통해 표현한다"
놀이를 지배하는 전제와 규칙이 전통적으로 일을 지배해 온 전제와 규칙과 다른점
- 놀이는 신나고 즐겁다. vs 대부분의 일은 따분하고 지루하다.
- 놀이는 자발적이다. vs 대부분의 일은 생존의 문제다. (선택의 제한)
진정한 놀이는 살과 살이 맞닿는 친숙한 분위기에서 일어나며 이때 사람들의 참여도도 높아진다.
놀이의 시간적, 공간적 차원은 일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놀이는 시간을 초월한 영역에 머물러 있다.
놀이 공간은 사람이 보유하거나 소유하는 영토가 아니라 일시적으로만 공유하는 무대이다. 따라서 놀이는 일상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시공간 차원에서 벌어진다. 놀이를 하는 사람은 놀이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놀이에 빠진다. - 놀이에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즐거움과 삶의 본능을 긍정하는 것이다. vs 일의 목적은 징발하고 죽이고 가공하고 생산하는 것이다. 생산은 언제나 사물을 고갈시킨다.
'사람은 가장 인간다울 때 놀고, 사람은 놀 때 가장 인간답다' - 프리드리히 실러 <인간의 미적 교육에 대하여>
순순한 놀이는 인간이 누리는 자유의 가장 높은 수준의 표현 형식이다. 자유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남과 어울리고 싶어서 놀이를 한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깊이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집단적 신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들로부터 단절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진정한 희열을 체험할 수 없기 때문에 진정한 놀이는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놀이도 희열도 결국은 경험의 공유이다. 숲을 혼자 거닐 때 느끼는 잔잔한 희열도 나를 둘러싼 생명과 혼연 일체가 된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다.
'사람은 자신의 자유로움을 두려워하여 자유를 쓰고 싶어하는데.... 그래서 하는 것이 놀이다' - 샤르트르
인간은 순수한 놀이에 완전히 참여해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자유에서 자율성을, 자율성에서 나 자신의 노동력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능력을 연상하면서 우리가 근대를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노동의 결실로 얻은 재산은 우리가 가진 자유의 징표로 여겨졌다. 우리가 소유한 것으로부터 남을 배제하는 권리는 우리의 자율성과 개인적 자유를 지키는 최선의 길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소유가 아니라 공유에서 나온다. 공유하고 공감하고 포용할 수 없으면 사람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
성숙한 놀이는 수동적 오락과는 달리 언제나 문화 영역에서 일어난다. 사람들이 친목, 시민 활동, 교회, 예술, 운동, 사회 정의, 환경 조직 같은 다양한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그들은 성숙한 놀이의 진수를 맛본다. 그들의 사회적 교류는 사회적 신뢰의 섬을 곳곳에 만들고 풍성한 사회 자본을 끌어낸다. 성숙한 놀이는 사람들을 공동체로 끌어 모은다. 그것은 가장 친밀하면서도 가장 섬세한 인간 교류의 형식이다. 성숙한 놀이는 정치적 성격을 띠었건 상업적 성격을 띠었건 제도화된 권력의 무분별한 횡포에 저항하는 힘이다.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 대한 접속을 보장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은 건강하고 다양한 지역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안정된 길을 보장하는 것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살아 있는 인간 체험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생물 다양성을 잃는 것 못지않게 앞으로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접속의 시대는 <우리는 타인과 맺는 가장 기본적인 인간 관계를 과연 어떤 방향으로 재설정하고 싶어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으로 우리를 내몰 것이다. 접속이라는 것은 참여의 수준만이 아니라 참여의 유형을 결정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누가 접속권을 얻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유형의 체험과 세계가 과연 접속할 만한 가치가 있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따지는 물음이다. 21세기에 우리가 만들어나갈 사회의 성격이 답변에 좌우될 것이다.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그것이 생존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체험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산업 자본주의 시대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 과제였지만 이제 기업은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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