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파키스탄의 독립과 함께 태어난 한밤의 아이!

가족, 인생의 희로애락과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선이 있으면 악도 있다는 삶의 양면성.

 

분량도 분량이지만 내용이 쉽게 읽히지 않는 소설이다. 

 

 

[본문발췌]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대부분 우리가 없는 곳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내게는 내가 알 리가 없는 일들을 알아내는 재간이 어디선가 생긴 모양이고, 그래서 아주 세부적인 내용까지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데, 이를테면 이른 아침의 대기 속에서 천천히 흘러내리는 듯한 그 안개도 그렇고... 아무튼 나는 거미줄에 뒤덮인 채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좋았을 낡은 양철 트렁크를 열었을 때 발견하게 되는 몇몇 실마리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한 인간이 엄청난 다수 속에서도 한 개인으로 남고 싶다면 스스로 괴상해져야 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모두의 꿈이었던 신생국 인도 전역에서 나처럼 부분적으로만 자기 부모의 자식인 아이들이 속속 태어나고 있었다. 왜냐하면 한밤의 아이들은 시대의 아이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가 그들의 아버지였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특히 그 자체가 하나의 꿈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모든 놀이에는 교훈이 따르는 법인데, 뱀과 사다리에는 다른 어떤 놀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교훈이 있다. 이 놀이는 사다리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로 그 너머에는 뱀이 기다리고 있으며 뱀 한 마리를 만날 때마다 바로 그 너머에는 뱀이 기다리고 있으며 뱀 한 마리를 만날 때마다 곧 사다리가 보상해준다는 영원한 진리를 가르쳐준다. 그러나 이것은 당근과 채찍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다. 이 놀이는 모든 일에 수반되는 불변의 양면성, 즉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고 선이 있으면 악도 있는 이원성을 암시한다. 사디리의 든든한 합리성은 뱀의 신비로운 유연성과 균형을 이르고, 계단과 코브라의 대립 속에서 우리는 알파와 오메가,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립관계의 은유를 발견한다.

 

 

나는 진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기억 속의 진실이죠. 기억 속에는 기억만의 특별한 현실이 있으니까요. 기억은 선택하고 생략하고 변경하고 과장하고 축소하고 미화하고 헐뜯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현실을 창조하는데, 각각의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복합적이면서도 대체로 일관성이 있는 해석을 내리는 거죠. 하지만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기 의견보다 남의 의견을 더 신뢰하는 경우는 없어요.

 

 

나는 한평생 나를 괴롭히던 존재의미의 문제 대한 해답을 울부짖는 여자들이 모인 집에서 비로소 얻게 되었다고 믿는데, 이 믿음이 옳을 경우 만약 내가 그 파멸의 궁전을 피해 무사히 도망쳤다면 그렇게 소중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좀 더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나는 모든 자서전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유혹, 즉 과거는 본인의 기억과 부질없이 그것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문장 속에만 존재하므로 과거에 이런 저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기만 해도 그 일을 창조할 수 있다는 착각에 처음으로 굴복하고 말았다.

 

 

그래. 그들은 나를 짓밟을 테고, 숫자들이 하나 둘 셋, 사억 오억 육, 그렇게 행진하며 나를 말 못하는 먼지로 만들어버릴 테고, 때가 되면 내 아들이 아닌 내 아들도, 그의 아들이 아닌 아들도, 또 그의 아들이 아닌 아들도 그렇게 짓밟힐 테고, 그렇게 천 세대하고도 한 세대가 지나고 천 번하고도 한 번의 자정이 끔찍한 재능을 나눠주고 천 명 하고도 한 명의 아디들이 죽게 될 텐데, 왜냐하면 자기 시대의 주인인 동시에 재물이 되어 사생활을 포기하고 대중의 무자비한 소용돌이에 말려들어 평화롭게 살지도 못하고 죽지도 못하는 것이 한밤의 아이들이 지는 특권인 동시에 저주이기 때문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7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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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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