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 정보의 양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고 소통과 이동의 속도가 빨라진 사회를 살며 여유, 만족, 느림을 우리 마음과 생활 속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시간의 여유, 물질적 여유, 깊고 넓은 지식, 마음의 여유!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욕심이 그 기준을 한 없이 늘리기 때문에 양적으로만 많다고 여유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다. 여유와 적당한 만족이 있다면 적은 양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
정철의 <불법사전>을 보면 '여유있게 사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 시계를 자주 보지 않는 것. 조급한 사람은 시간의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 나이를 자주 묻지 않는 것. 조급한 사람은 세월을 붙잡으려고 헛힘을 쓴다.
- 남의 말을 끝까지 듣는 것. 조급한 사람은 대화에서도 도로에서도 꼭 끼어든다.
- 위에서 내린 세 가지 정의를 외우려고 하지 않고 그냥 흘려듣는 것. 나중에 정의가 필요한 그 순간에 생각나는 여유로운 그림을 내놓는 것.
- 미리미리 대답을 생각해두지 않는 것. 정답은 이거라고 서둘러 결론짓지 않는 것.
- 이렇게 같은 얘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도 짜증내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주는 것.
여유와 더불어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만족할 줄 아는 삶이 필요하다.
유교경에 "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해도 부유하다."고 했다. 아무리 많은 재물과 권력을 가지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가난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빨리빨리"가 익숙한 세상에 잠시 느리게 움직여보고 지름길이 있더라도 가끔은 가보지 않은 길을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매일 같은 길로 앞만 보고 다닌다면 어떻게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과 경험을 할 수 있겠는가.
댄스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 댄스를 배우는 초보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춤 동작을 배우는 과정에 "슬로우~~슬로우~~퀵~퀵"을 외치며 춤을 가르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리 바쁘고 삶이 버겁더라도 잠시 쉼표, 느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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