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으로 유리한 지형을 선점하고 바다 길목을 통제하는 힘이 하늘을 넘어 우주로 확장된다.
[본문발췌]
<1권>
지구상의 서로 다른 지역의 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들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가르는 지배적인 요소들에 포함된다. 넓게 말하면, 지정학geopolitics은 지리적 요인들을 통해 국제적 현안을 이해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는 산맥 같은 천연의 장애물이나 하천망의 연결 같은 물리적 지형뿐 아니라 기후, 인구 통계, 문화지역, 그리고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까지 포함된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치, 군사 전략부터 시작해서 언어, 교역, 종교 등을 포괄하는 인류의 사회적 발전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명의 여러 국면에 중대한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
중국은 일종의 <지정학적 공포>가 있다. 만약 중국이 티베트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언제고 인도가 나설 것이다. 인도가 티베트 고원의 통제권을 얻으면 중국의 심장부로 밀고 들어갈 수 있는 전초 기지를 확보하는 셈이 되는데 이는 곧 중국의 주요 강인 황허, 양쯔, 그리고 메콩 강의 수원이 있는 티베트의 통제권을 얻는 거나 다름없다. 티베트를 <중국의 급수탑>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미국에 버금가는 물을 사용하지만 인구는 다섯 배나 많은 중국으로서는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중국에게 신장 지구는 전략적으로 몹시 중요한 곳이다. 이곳이 8개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그래서 중국 심장부의 완충지 역할을 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다. 다량의 원유가 매장돼 있을 뿐 아니라 중국 핵무기 실험장도 이곳에 있다.
중국인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구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서구인들의 사고에는 무엇보다 개인의 권리라는 개념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반면 중국인들의 사고에서는 <집단>이 개인에 우선한다. 서구가 인간의 권리로 여기는 것들을 중국 지도층은 다수를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이론으로 여긴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개인 이전에 대가족이 우선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중국인들이 많다.
중국 선박들은 태평양을 향하든 인도양을 향하든, 남중국해를 나서는 순간부터 여전히 난관에 직면한다. 하지만 중국에게 가스와 원유를 수송하는 이 물길이 없다면 중국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중국으로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항로를 지켜야 한다. 자국의 상품들을 시장으로 내보내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그 상품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원자재, 즉 언유, 가스, 귀금속 등을 들여오기 위해서도 말이다. 따라서 봉쇄당하는 경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 경우 외교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만 몸집을 불려가는 자국의 해군력 또한 다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선의 보장책은 뭐니 뭐니 해도 파이프라인, 도로, 그리고 항구들이다.
금세기에 치명적인 게임은 향후 중국과 미국, 그리고 그 지역 다른 국가들이 체면을 잃지 않고 서로 분노와 원망의 우물을 깊이 파는 법 없이 위기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특히 전쟁 시절을 겪어보지 않고 현재의 위기를 맞는 이들은 유럽의 통합이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유럽은 지난 65년 이상 유례없는 평화의 시기를 누려왔다. 비록 우리 앞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와 난관이 있지만 해답은 그것밖에 없다. 평화 말이다." - 헬무트 콜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거대 공룡들은 경쟁 관계이긴 하나 다양한 차원에서 협력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벗어나려는 유럽 국가들의 야심을 모를 바 없는 모스크바는 그 대안으로 중국을 기대하고 있다. 일단 구매자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중국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두 나라의 소통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다.
모스크바 대공국을 시작으로 표트르 1세, 스탈린, 푸틴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문제들에 직면했다. 통치 이념이 전제주의든, 공산주의든, 정실 자본주의든 간에, 항구들은 반드시 얼어붙었고 북유럽평원은 여전히 평지로 남아 있는 것이다.
금세기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 두 개의 장에서 펼쳐진다. 먼저 자원 쟁탈전의 경우 익히 알려진 대로 바깥 세계의 관심과 참견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내부 패권 쟁탈전이 있다.
미국은 자국의 에너지 수입 요구가 감소함에 따라 중동 지역에서 정치적, 군사적 투자의 규모 또한 줄여가려 한다. 미국이 손을 뗀다면 중국이, 보다 적게는 인도가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려 할지 모른다. 중국은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이란 등지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 차원에서의 시나리오는 강대국들 수도에 있는 통치자들의 관저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요구, 희망, 필요, 그리고 그들의 삶 가운데서 그 게임이 펼쳐질 것이다.
모든 주권 문제는 동일한 욕망과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것들은 군대와 상업적 운항을 안전하게 확보하고픈 욕망과 자기가 잃어버린 곳을 남들이 차지할지 모르는 데에 따른 두려움일 것이다. 최근까지도 풍부한 자원의 보고는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북극 지방의 얼음이 녹자 그 이론은 실현 가능한 것이 되었고 일부에선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이 지역의 얼음이 녹자 지리는 물론 지역의 말뚝마저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북극권 국가들과 거대 에너지 기업들은 이 변화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또 북극 지방의 환경과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관심을 쏟아야 할지를 놓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에너지에 대한 갈망은 일부 전문가들이 뉴 그레이트 게임이라 불렀던 경주가 불가피하게 이곳에서도 이뤄질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어쩌면 이곳은 국가들 간이 또 다른 전쟁터로 바뀔지 모른다. 다른 나라에 대한 공포 때문이든 싸움은 시작됐다. 하지만 북극은 또한 다르다. 즉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제로섬 방식의 게임이 얼마나 게걸스러운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부분적으로 지리적 결정주의에 기반을 둔 신념이 인간 본성과 결합해서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하지만 현대 기술이 우리를 <지리라는 감옥>에서 탈출시켜준 사례들도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만든 것은 우리 자신이기에 이 새로운 세계화 시대에 그 기술을 북극에서 기회를 얻는데 사용할 수 있다. 인간 본성의 탐욕스러운 부분을 극복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득이 되는 <그레이트 게임>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별에 도착했을 때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온 도전들이 우리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그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서로 힘을 모아야 한다. 러시아나 미국, 중국인의 자격으로가 아니라 인류의 대표로서 우주를 방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력이라는 족쇄만을 겨우 풀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갇혀 있다. 타인에 대한 의심과 자원을 탐하는 원초적 경쟁이 형성한 틀 속에 말이다. 우리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2권>
지리는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을 제한하는 주요한 요소다. 물론 정치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리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을 한다.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 나라들, 바닷길, 천연자원 등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
"그 사람들이 여기 살고 있다. 나는 그들이 거의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주 작은 것에도, 아니 아무것도 없는데도 만족하는 사람들...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하지도 않고, 심지어 유럽인들이 필수불가결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없어도... 그들을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적은 것을 바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유럽인들은 이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우리만치 너무도 많은 것을 점점 더 바라고 있는데 말이다." - 조지프 뱅크스
그리스는 더 이상 영국, 러시아 또는 미국의 것일 필요가 없다. 그리스는 그리스다. 그런데도 또 다시 이 나라는 중요한 부동산이 되었다. 위기 상황에 처한 러시아 해군이 흑해에서 탈출해야 할 때 그리스는 2차 방어진지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리스는 유럽의 난민 위기 최전선에 있는 데다 동부 지중해에서 나오는 가스 파이프라인의 핵심 경로가 될 운명으로 보인다. 이 세 가지 이슈 모두 가까운 장래에 전략적 사고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가 나토와 화해하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스는 수많은 이주민들과 난민들을 앞으로도 몇 년씩이나 수용해야 할 것이며, 터키와의 해묵은 적대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으니 잠재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헬. 기후변화, 사막화, 폭력의 악순환. 일단 가뭄으로 땅이 말라서 소나 양을 치기 어려워지면 유목민들은 새로운 도시나 시골을 찾아 들어온다. 여기서 그들은 <외부인>으로 취급받고 그 지역 농민들과 이해가 충돌하면서 여기저기서 폭력사태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태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기후변화다. 테러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 또한 국경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는 무한하다. 더불어 그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 공상과학 소설이 그토록 재미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현재의 지식에 구속돼 있으면서도 그 지식으로 인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다른 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현재까지의 역사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리고 구속돼 있다는 것은 우리의 지식으로는 광대한 우주 전체를 아우를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연법칙의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땅과 바다의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경쟁, 힘겨루기, 승자가 규칙을 정하고 선을 긋는 것 말이다. 이 장면을 우주로 옮긴다면, 이제껏 우리가 아는 지식으로는 현재는 쫓겨날 소유주가 없고 위험을 부담하면서 모험을 감행하고 투자하는 측은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펼칠 수는 있겠지만 이제는 지구에서의 모든 분쟁과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 대한 책임을 폭넓게 받아들여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바로 기후변화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비록 우주에서 무한정으로 풍부한 에너지와 자원을 찾아낸 강대국들이 그것을 지구로 가져올 수 있다 해도 그것을 나누는 것은 우리의 공통된 관심사다. 전 세계인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이곳에 남아 있는 자원은 유한하고 그것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분쟁을 촉발하고 있지만 우리 위, 저 높은 곳에는 3554 아문이라는 소행성이 있다. 그곳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니켈, 코발트, 철광석과 여러 광물의 가격만 해도 20조 달러, 즉 미국의 GDP(2018년 기준)에 맞먹는 양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가 나눌 수 있을 엄청나게 많은 것 가운데 하나다.
"모든 혁신적인 생각들은 그 비판자들의 관점에서 규정되는 세 가지 국면을 통과해야 한다. 첫째, 결코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그냥 허구다. 둘째, 실현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봐야 별반 소득이 없다. 셋째, 내가 그건 좋은 생각이라고 내내 말해 오지 않았던가." - 아서 C. 클라크
우주는 그 무한대 속으로 우리 인간의 정신이 뻗어나갈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은 늘 위를 바라보았고 깜깜한 밤하늘의 아득히 먼 곳을 바라보면서 꿈을 꾸어왔다. 실제로 우리는 높은 곳에 도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높이 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서로 힘을 합친다면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우주에는 한계가 없으니까.
'4.읽고쓰기(reading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이 필요한 시간 - 궤도 (0) | 2022.12.03 |
---|---|
식탁위의 경제학자들 - 조원경 (1) | 2022.11.26 |
연결 (1) | 2022.11.12 |
알레프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0) | 2022.11.05 |
변화하는 세계질서 - 레이 달리오 (0) | 2022.10.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