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길이 사막이나 평지가 끊없이 계속된다면 얼마나 단조롭고 재미없을까?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희로애락의 역동성이 힘들 때도 있지만 내려가기 위해 올라가고, 올라가기 위해 내려가야만 한다.
[본문발췌]
지옥이었다. 등반 첫날은 항상 그랬다. 내 몸 상태는 구제 불능이었다. 배낭은 그냥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천근만근이었다. 준비가 안 된 채 이렇게 무거운 걸 메본 것도 처음이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이 힘겨운 투쟁이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아무리 걸어도 끊임없이 새로운 봉우리가 나온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봉우리에 올라서면 지금까지 올라온 길은 훤히 보이지만 앞으로 뭐가 나올지 전혀 예측 할 수 없다. 어느 쪽이든 나무 커튼 사이로 가파른 비탈길이 손에 잡힐 듯 잡힐 듯하다가 다시 뒤로 물러서고, 그럴수록 몸의 기운은 쪽쪽 빠지고 얼마나 왔는지조차 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꼭대기라고 생각한 곳까지 억지로 몸을 끌고 올라갈 때마다 그 너머에 또 다른 봉우리가 솟아올라 있다. 그것도 전혀 밑에서는 보이지 않는 각도에서 봉우리가 나타나고 그 비탈을 넘어서면 또 다른 비탈, 그 비탈을 넘어서면 또 다른 비탈, 각 비탈마다 새로운 비탈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길게 반복해서, 끊임없이 비탈이 늘어서 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겨질 때까지 비탈이 나타난다. 마침내 그 너머로 맑은 하늘밖에 보이지 않고 가장 높이 있는 나무들의 맨 위를 볼 수 있는 높이까지 올라가면 "바로 저기다!" 하면서 전의가 다시 살아나지만, 이내 잔인한 기만으로 끝난다. 교묘히 치고 빠지는 산 정상은 나아간 만큼 계속해서 후퇴한다. 그래서 전경을 볼 수 있을 만큼 시야가 열릴 때마다 가장 높이 있는 나무들이 전과 다름없이 엄청나게 떨어져 있어서 결국은 가까이 가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고 좌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비틀거리며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 밖에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크게 심호흠을 한번 하고 몸을 돌려 똑바로 누운 뒤 배낭을 벗고 힘겹게 일어서면 갑자기 환상적인 경치가 눈 아래 펼쳐져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산들이 나무로 뒤덮인 채 사방으로 끝없이 뻗어 나간다. 의심할 여지 없이 장관이다. 천당이 따로 없다. 하지만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저 장관 속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비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새 발의 피도 안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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