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현상과 결과, 성공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삶에서 어떤 것은 관계, 과정, 부분, 실패에서 소중함과 지혜를 얻기도 합니다.
[본문발췌]
[처음처럼]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추운 겨울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수水]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습니다(上善若水). 첫째, 만물을 이롭게 하기 때문입니다(善利萬物). 둘째,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자신을 두기 때문입니다(處衆人之所惡). 셋째, 다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산이 가로막으면 돌아갑니다. 분지를 만나면 그 빈 곳을 가득 채운 다음 나아갑니다. 마음을 비우고(心善淵) 때가 무르익어야 움직입니다(動善時). 결코 무리하게 하는 법이 없기 때문에 허물이 없습니다.
[당무유용(當無有用 )] 진흙을 반죽해서 그룻을 만들지만 그릇은 그 속이 비어있음(無)으로 해서 그릇으로서의 쓰임이 생깁니다. 유有가 이로움이 되는 것은 무無가 용用이 되기 때문입니다. 찻잔 한 개를 고를 때에도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모양, 색깔, 무늬에 한정되어 있을 뿐 그 비어있음에 생각이 미치는 경우는 드뭅니다.
[저마다 진실] 섬사람에게 해는 바다에서 떠서 바다로 지며, 산골사람에게 해는 산봉우리에서 떠서 산봉우리로 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섬사람과 산골사람이 서로를 설득할 수 없는 확고한 '사실'이 됩니다. 지구의 자전을 아는 사람은 이를 어리석다고 하지만 바다와 산에서 뜨지 않는해는 없습니다. 있다면 그곳은 머릿속일 뿐입니다. 바다와 산이라는 현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현장에 튼튼히 발 딛고 있는 그 생각의 확실함이 곧 저마다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우주는 참여하는 우주'이며 순수한 의미의 관찰, 즉 대상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가치중립적 관찰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경험이 비록 일면적이고 주관적이라는 한계를 갖는 것이기는 하나, 아직도 가치중립이라는 창백한 관념성을 체 벗어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나로서는, 경험을 인식의 기초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공고한 신념이 부러우며, 경험이라는 대지에 튼튼히 발 딛고 있는 그 생각의 '확실함'을 배우고 싶습니다.
[백천학해 百川學海]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것은 모든 시내가 바다를 향하여 나아간다는 뜻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뜻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입니다.
[지남철]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끝을 떨고있다. 여윈 바늘끝이 떨고 있는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한 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릇] 성공은 그릇이 가득 차는 것이고, 실패는 그릇을 쏟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성공은 가득히 넘치는 물을 즐기는 도취임에 반하여 실패는 빈 그릇 그 자체에 대한 냉정한 성찰입니다. 저는 비록 그릇을 깨트린 축에 속합니다만, 성공에 의해서는 대개 그 지위가 커지고, 실패에 의해서는 자주 그 사람이 커진다는 역설을 믿고 싶습니다.
[창과 문] 창문보다는 문이 더 좋습니다. 창문이 고요한 관조의 세계라면 문은 현장으로 열리는 실천의 시작입니다. 창문이 먼곳을 바라보는 명상의 양지라면 문은 결연히 문 열고 온몸이 나아가는 진보 그 자체입니다.
[함께 여는 새날] 네 손은 내가 잡고 내 손은 네가 잡고 함께 가자 우리 새날을 향하여. 사랑은 먼길을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양말 향수] ... 기쁨과 아픔의 근원은 관계입니다. 가장 뜨거운 기쁨도 가장 통절한 아픔도 사람으로부터 옵니다.
[한솥밥] 대문을 열어 놓고 두레상에 둘러앉아 한솥밥을 나누는 정경은 지금은 사라진 옛 그림입니다. 솥도 없고, 아궁이도 없습니다. 더구나 두레상이 없습니다. '한솥밥'은 되찾아야 할 삶의 근본입니다. 평화(平和)는 밥을 고르게 나누어 먹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쌀(禾)을 고루 나누어(平) 먹는(口) 것이 '平和'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충무공] ... 진정한 천재와 위인(偉人)은 사람들의 한복판에 서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강한 사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역량을 이끌어 내는 사람이며, 가장 현명한 사람은 가장 많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문사철 작은 그릇] .... 컵으로 바닷물을 뜨면 그것이 바닷물이긴 하지만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망치]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 갇혀 있는 생각의 틀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만남] 지속성이 있어야 만남이 있고, 만남이 일회적이지 않고 지속적일 때 부끄러움(恥)이라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서로 양보하게 되고 스스로 삼가게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남에게 모질게 할 수가 없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세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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