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인 작가의 여행과 독서에 대한 또 다른 책!
[본문발췌]
(1권)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이 가을에 몇 권의 책을 읽을 것이다. 술술 읽히는 책 말고 읽다가 자꾸만 덮어지는 그런 책을 골라 읽을 것이다.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良書는 읽다가 자꾸 덮이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그 구절들을 통해서 나 자신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준다. - 법정 스님 <무소유 중에서>
천가지 욕망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냐, 한 가지 욕망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냐. - 영화 <삼사라> 중에서.
천가지 채울 수 있는 욕망보다 이겨내기 어려운 한 가지 욕망을 가슴에 품고 산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일까?.....
지쳐버린 많은 살람들은 그동안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들의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자신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것은 단순하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동안 무시했던 그대의 영혼이 다시 그대를 만나게 하라. 그것은 그대의 잊혀진 신비와 다시 가까워지는 멋진 일이다. - 켈트인의 속담 중
진정한 여행은 어느 정도 삶을 변화시킨다고 믿는다. ... 삶에 작은 변화라도 없었다면 당신은 진정한 여행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다.
"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에겐 풍경이 된다"
진정한 걷기 애호가는 구경거리를 찾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기분을 찾아서 여행한다.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자, 내 운명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세",
"운명아, 너 가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라",
"여행아, 너 가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라" - 오이디푸스
"우리 중에 떠돌아 다니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양치기밖에 없어."
"그렇다면 전 양치기가 되겠어요."
산티아고의 당돌함이 멋지다 생각할 즈음 그의 아버지는 금화 세 개를 건네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것으로 양들을 사거라. 그리고 세상으로 나가 맘껏 돌아다녀. 우리의 성이 가장 가치 있고, 우리 마을 여자들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배울 때까지 말이다." - <연금술사> 중에서
대지는 우리에게 온갖 책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왜냐하면 대지는 우리에게 저항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장애물과 스스로 겨눌 때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 <인간의 대지> 중에서
산티아고에게도 길을 떠나던 날부터 읽으려 했던 책이 한 권 있었다. 그러나 대상 행렬을 바라보거나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었다. 그는 자신의 낙타를 더 잘 알고 싶었고, 낙타와 친해지기 시작하자 책을 던져버렸다. 책은 이젠 그에게 그저 무게만 나가는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 <연금술사> 중에서
사막은 사람에게 행동하라 가르친다. 그 행동이란 의도된 철학적, 존재론적 행위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안간힘일 뿐이다. 사막 같은 극한의 땅위에 서면 누구나 일상을 뛰어넘는 사색과 결단을 하게 되고 마침내 행동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사막은 책 따윈 버리고 대신 땅을 읽으라 한다.
"단단하고 높은 벽이 있어 그곳에 하나의 달걀이 부딪쳐 깨질 때, 아무리 그 벽이 옳다고 해도 아무리 달걀이 잘못했다고 해도 나는 달걀 편에 설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 개개인은 하나의 달걀과 같으며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깨지기 쉬운 껍질에 쌓여 있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싸우는 것은 높은 벽이며 그 벽은 곧 제도이다." - 무라카미 하루키,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 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가장 멋진 여행은 아직 떠나지 않은 여행이며, 가장 훌륭한 책은 아직 쓰이지 않은 책이다.
이상 사회, 유토피아는 경제 지표나 통계 등 숫자로 가늠되는 나라가 아닐 것이다. 사람들 얼굴에 담긴 표정, 그들이 보이는 씀씀이나 여유에서 드러날 것이다.
여행은 꿈을 이루는 것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꿈을 하나 둘 잃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 가슴 속에 고이 간직했던 땅들이 마침내 눈과 코, 발바닥 앞에 벗겨질 때 그 만큼의 감격과 함께 꼭 그 만큼의 상실감이 따라온다. 꿈꾸던 곳을 디딘 순간, 꿈이 하나둘 가슴팍 어딘가에서 허무하게 빠져나간다. 처음부터 꿈 따위는 갖고 가지 않는 것이 현명한 여행자일지도 모른다.
이 땅의 주인인 인디오들은 여전히 자신의 땅에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고, 식민지를 수탈했던 유럽의 후손들은 여전히 땅의 주인인 양 여행을 한다. 슬픈 역설.
그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소명이 영원히 세계 곳곳을 방랑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항상 호기심을 갖고,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들여다 보고, 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리고 항상 어떤 곳에도 뿌리내리지 않고, 적어도 사물의 근저에 무엇이 있는지 깨달을 만큼 오래 머무르지 않는.... 우리는 표면적인 것만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다. - <체 게바라이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중에서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그책을 나는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 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그들은 모든 꽃을 꺾어버릴 수는 있지만 결코 봄을 지배할 수는 없을 것이다." - 파블로 네루다
결국, 인간은 얼마나 사는 걸까?
천 년? 단 하루?
일주일? 수 세기?
인간은 얼마나 오랫동안 죽는 걸까?
'영원히'라는 말은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 파블로 네루다의 시, <영혼의 집> 중에서
당신이 그렇게, 걷고 또 걸으면, 언젠가 사람들이 길이라고 부르겠지. - 이철수 판화 <길>
(2권) 길을 안다는 것, 길을 간다는 것
아직 읽지 않은 책, 아직 가지 않은 여행을 향한 마음이 간절할 때, 어쩌면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러산의 대불은 정말 컸고, 청두 문수원의 스님들은 한가로웠으며 주자이거우의 물빛은 세상의 빛깔이 아니었다.
확인하러 가는 것도, 감탄하고 오는 것도 모두 여행이다. 실망하러 가는 것만큼이나.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감동하는 능력,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언제부터 우리가 쿨한 것, 감정을 억제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 쉽게 만족하지 않는 것을 세련되고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에 살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하고 세련되었는가. 감동이 드문 사람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반대로 쉽게 감동할 줄 아는 자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혁명은 운동으로는 안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으로 일으키는 것이라고! 집단은 어차피 집단이라고.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집단이 되면 모두 똑같아. 권력을 탐하고 그것을 못 지켜서 안달이지! 개인 단위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만이 참된 행복과 자유를 손에 넣는 거얏!" - <남쪽으로 튀어>에서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우리가 상상하고 싶어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 <타인의 고통에서>
"왜 살아야 하는 지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 니체의 말,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나를 죽이지 못한 시련은 나를 한층 강하게 만들 뿐'이라던 니체의 말은 용기와 객기 사이에 갈 곳을 마련하는 여행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트래블'에 '트러블'은 때로 필요악이다'라던 후지와라 신야의 말도 그러하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 <여행의 기술>에서
"인간의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 고요히 머무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 <여행의 기술>, <팡세>에서 인용....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나라란 대체 어디일가?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대면 대관절 위험하지 않은 나라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을까? 위험하지 않은 나라란 어디에도 없다. 처음부터 위험한 나라란 존재하지 않았듯이.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의 산물이 처하게 되는 이러한 상황은 예술작품의 존속에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은 어쨌든 예술작품의 '여기'와 '지금'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을 '아우라(Aura, 독특한 분위기)'라는 개념 속에 요약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즉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위축되고 있는 것은 예술작품의 아우라다. -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중에서
TV나 사진, 책 등에서 무수히 넘쳐나는 여행의 이미지와 정보들을 통해 우리 시대 여행은 설렘과 기대로 넘쳐나는 '아우라'를 상실한 지 오래다. 비용과 시간만 넉넉하다면 아주 쉽게 저지를 수 있는 것이 여행일뿐더러....
'4.읽고쓰기(reading &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이후의 세계 - 제이슨 솅커 (0) | 2020.07.07 |
---|---|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6권 - 유홍준 (0) | 2020.07.06 |
생활의 발견 - 린위탕 (0) | 2020.07.02 |
언컨택트: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 - 김용섭 (0) | 2020.07.01 |
여행의 문장들 - 이희인 (0) | 2020.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