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과 상품, 사회 구조 및 관계의 변화는 언제나 계속 진행된다. Covid19는 단지 그 변화의 속도를 가속시켰을 뿐이다.
[본문발췌]
기술적 진화의 목적은 위험 회피와 안전 지향과도 연관이 있다. 기술이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해주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자유를 더 확대시켜준다. 결국 언컨택트는 우리가 가진 활동성을 더 확장시켜주고, 우리의 자유를 더 보장하기 위한 진화 화두다. 비대면의 위상이 높아지는 계기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욕망의 문제다. 사회가 바뀌고 문화가 바뀌는 것도 결국 우리가 가진 욕망이 바뀌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대로 변화하는 것이다. 언컨택트는 욕망의 진화인 셈이다.
20세기 동안 인류가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해왔고, 20세기 후반부터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어왔음에도 모두가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21세기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가 전염병에 대한 불안과 불편을 겪을 일은 앞으로 더 잦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는 노령, 장애, 빈곤을 가진 사회적 약자에겐 더 취약한 상황이 된다. 위생을 신경 쓰고 면역력을 키우는 건 각자의 몫이지만, 대면과 접촉을 줄여서도 사회와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건 정부와 기업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언컨택트 사회를 지향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하는 것도, 정부와 기업에 이런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일상에서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행동하는 것도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당연하던 모드 것이 당연해지지 않기 전에, 당연했던 것 중에서 문제 될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는 것을 우린 받아들여야 한다. 컨택트 사회만 고집하다간 위기 상황 앞에서 일상이 멈춰버린다. 언컨택트 사회를 받아들이면서 우린 계속 일상을 이어가야 한다.
스타벅스 아메리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12억 69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가 충전하고서 아직 사용하지 않은 현금이다. 전 세계 매장 중 미국 매장이 60%가량 되니까, 전 세계적으로 20억 달러(약 2조 4000억 원) 저도가 예치금으로 확보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 스타벅스 통장 예금인 셈인데, 이자도 없고, 고객은 60%를 써야 나머지 40%를 인출할 수 있다. 스타벅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스타버스는 전 세계 64개국에 진출했다. 글로벌 금융사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별도 환전 없이 자국에서 쓰던 스타벅스 앱의 예치금을 쓸 수 있도록, 스타벅스는 백트Bakkt라는 암호화폐 거래소 파트너로 참가했다. 2018년 10월에는 아르헨티나 은행 방코 갈리시아와 제휴해 실제 오프라인 은행 지점도 오픈했다. 스타벅스가 금융업에 진출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스타벅스가 스타벅스 앱 이용자를 활용해 다양한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사실 아마존의 진짜 목적은 직접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마존은 무인 매장에서 자동으로 계산하는 기술을 '저스트 워크 아웃 테크놀로지 바이 아마존Just Walk Out Technology by Amazon'으로 명명해서 외부로도 팔고 있다. 이 기술을 대형 월마트나 타깃 같은 유통업체를 비롯, 소매 결제가 이뤄지는 다양한 영역에 팔고자 한다. 2019년 9월 CNBC는, 아마존이 아마존 고 결제 시스템을 공항 내에서 샌드위치나 식음료를 파는 'CIBO 익스프레스'의 운영회사인 미국의 OTG와 극장 체인을 가진 영국의 시네마월드 그룹에 제안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이때 CNBC는 아마존이 결제 시스템 제공으로 상품 판매액에서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을 비롯, 초기 구축 비용과 월 단위 요금을 징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2020년 3월 9일, 로이터통신은 이미 아마존이 여러 기업과 무인 결제 캐셔리스Cashierless 기술 판매 계약을 맺었다는 보도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년 3월 16일, 아마존이 캐셔리스 스토어Cashierless stores 솔루션 확대 일환으로 관련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황들로 보면, 확실히 아마존은 유통시장에서 무인 매장 분야의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건 유통의 미래가 언컨택트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존의 솔루션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돌아간다. 결국 아마존의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 확산으로 유통업계의 지배력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지배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셈이다. 아마존의 전략이 성공할지 안 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유통의 방향이 바뀔 것은 장담할 수 있다.
가장 대중화, 보편화된 것이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이다. 이는 가짜만으로 이뤄진 공간이다. 그 다음이 진짜 공간과 가짜 공간이 결합해 진짜 공간을 확장시키는 증강현실AR, Auugmented Reality이고, 그 다음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융합한 혼합현실MR, Mixed or Merged Reality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혼합현실에 네트워크를 결합해 원격의 서로 다른 사용자들이 현실 공간감을 함께 느끼며 친밀하게 협업하는 공존현실CR, Coexistent Reality이다. 공존현실이 완전히 구현되는 상황이 되면, 우린 가상과 현실이 경계가 지워진 확장된 공간 속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고, 어울리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혼자 꾸면 꿈이지만 모두가 꾸면 현실이 된다. 가상현실에서 증강현실, 혼합현실로 진화했다면, 이젠 공존현실이다. 현실과 가상이 결합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협업도 하고 어울리기도 한다. 혼자서만 가짜를 진짜로 여기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함께 가짜와 진짜가 결합된 공간에서 시각과 청각, 촉각, 후각까지도 느낀다. 이쯤 되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함께 느끼는 모든 것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그 자체로 모든 건 실제하는 진짜가 되는 셈이다. 진짜냐 가짜냐의 의미가 사라지는데, 대면이냐 비대면이냐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모든 기술은 언컨택트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공간이 제약을 넘어서서 더 원활하고 효율적인 컨택트를 위해 우린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언컨택트를 받아들이려는 것이다.
아마존 스카우트를 개발한 스타트업 디스패치는 2014년 자율주행 배송로봇 시제품을 내놓았는데, 2017년에 이미 아마존에 인수되었다. 아마존은 자율주행 배송로봇에 대한 투자를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던 셈이다. 분명 아마존은 스카우트가 진화되어 자사의 배송에 전격 투입되고 나면, 그 뒤론 스카우트 로봇을 전 세계 다른 유통사에도 팔려고 할 것이다.
CES 2020에서 LG전자는 캐나다 인공지능 솔루션업체인 엘레멘트 AI(Element AI)社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 발전 단계(Levels of AI Experience)’를 소개했다. 1단계는 효율화(Efficiency)로, 인공지능이 지정된 명령이나 조건에 따라 제품을 동작시킨다. 2단계는 개인화(Personalization)로, 사용자의 행동을 분석해 패턴을 찾고 사용자를 구분한다. 3단계는 추론(Reasoning)으로, 여러 접점의 데이터를 분석해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한다. 4단계는 탐구(Exploration)로, 인공지능 스스로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 더 나은 솔루션을 제안한다.
디스토피아는 전체주의적 정부에 의해 억압받고 통제되는 사회를 말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1868년 영국 의회에서 영국 정부의 아일랜드 억압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 말을 처음 썼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 영화, 만화 등에서 미래를 그려낼 때 보편적으로 설정하는 사회가 디스토피아이기도 하다. 디스토피아의 대표적 소설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 조지 오웰의 <1984>(1948)이고, 수만흔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디스토피아 배경도 이 두 소설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 볼 수 있다. ... 전 세계에서 식민 지배를 하는 제국주의 영국이, 식민지ㅔ서의 정책이 디스토피아 사회의 모습이었다. 지금 시대는 중국을 디스토피아 사회에 가깝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권력이 견고하고 독재에 가까울수록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된다. 한국 사회도 군부 독재 시절에 겪어본 일이다. 과거에 물리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공권력에 의한 통제였다면, 지금은 IT 기술로 인한 통제가 대두된다. 사람의 대면이 줄어도 되는 사회는 데이터와 기술에 의한 관리가 원활하다는 의미가 되는데, 이를 악용하면 통제가 된다. 초연결 사회, 언컨태그 사회, 4차 사업혁명 사회, 인공지능 사회, 뭐라고 불러도 과거에 비해 디스토피아의 우려가 생기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언컨택트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디스토피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방법이 중요한 숙제댜. 견제와 투명성이 언컨택트 사회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우린 컨택트 사회에 태어났다. 평생 사람들과 대면하고 소통하며 살아왔다. 컨택트 사회에 완전히 적응한 기성세대일수록 언컨택트 사회에 새롭게 적응할 일이 더 많다. 이 과정에서 언컨택트 디바이드, 디지털 디바이드, 인공지능 디바이드 등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관계에 대한 단절과 소외 현상도 드러난다. 가뜩이나 외로움이 질병이 되는 외로운 사회로 가고 있는데, 언컨택트 사회가 고립과 외로움을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언컨택트 사회에 태어날 사람들과의 소통 문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람과의 대면을 통해서 쌓고 배운 소통이 아니라, 기계와의 소통에 익숙하게 자란 사람들이 사람과의 소통에선 어떤 문제를 드러낼지도 앞으로의 사회적 리스크다. 사람과의 관계 문화가 달라지면 공동체이자 사회가 유지되는 데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기술로는 채우지 못할 문제들이 있는 것이다.
언컨택트 사회는 예고된 미래였지만, 코로나19로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전환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언컨택트 환경을 도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이 언컨택트가 가진 문제를 급격히 노출시키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인간 소외와 새로운 갈등, 새로운 차별과 새로운 위험성, 결국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우리 사회는 언컨택트 사회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었는데 그 시기가 당겨지고 속도가 빨라졌다. 이미 시작된 언컨택트 사회, 우린 그 속에서 계속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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