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렵생활에서 농업혁명, 인지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양적/물질적 풍요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생활의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여유와 정신적 측면에서 삶의 질은 어떤가?

 

 

[본문발췌]

 

 

인간은 권력을 확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역사연대표>

  • 135억 년 전. 물질과 에너지 등장. 물리학 시작. 원자와 분자 등장. 화학 시작
  • 45억 년 전. 지구 행성 형성
  • 38억 년 전. 생명체 등장. 생물학 시작
  • 6백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 조상.
  •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호모 속 진화. 최초의 석기 사용.
  • 2백만 년 전.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퍼짐. 다양한 인간 종의 진화
  • 50만 년 전. 유럽과 중동에서 네안데르탈인 진화.
  • 30만 년 전.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
  •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호모 사피엔스 진화.
  • 7만 년 전. 인지혁명. 창작하는 언어의 등장. 역사의 시작. 사피엔스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감
  • 45,000년 전. 사피엔스 호주에 정착. 호주 대형동물 멸종
  • 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멸종
  • 16,000년 전. 사피엔스 아메리카 대륙 정착. 아메리카 대륙 대형동물 멸종.
  • 13,000년 전. 플로레스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 12,000년 전. 농업혁명.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작물화. 영구 정착 생활 시작.
  • 5천 년 전. 최초의 왕국. 글씨와 돈 사용. 다신교 종교.
  • 4,250년 전. 최초의 제국 탄생(사르곤의 아카드 제국)
  • 2,500년 전. 주화의 발명-보편적 통화. 페르시아 제국-'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보편적 정치 질서. 인도의 불교 - '모든 존재를 번뇌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하나의 보편적 진리.
  • 2천 년 전. 중국의 한 제국. 지중해의 로마 제국. 기독교 전파.
  • 1,400년 전. 이슬람 발생.
  • 5백 년 전. 과학혁명. 인류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전대미문의 힘을 얻기 시작. 유립인들, 아메리카 대륙 정복 시작. 지구 전체가 단일한 역사의 무대가 됨.
  • 2백 년 전. 산업혁명. 가족과 공동체가 국가와 시장에 의해 대체됨. 동식물의 대량 멸종.
  • 현재.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를 초월. 핵무기 인류의 생존을 위혐. 생명체의 형태가 자연선택보다 지적설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커짐.
  • 미래. 지적 설계는 생명의 기본 원리가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에 의해 대체될 것인가?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버릴 수 있다는 데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었다. 인지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 종의 행위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했다. 인지혁명 이후에는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렇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종이 우편물 시대에 편지를 쓸 때는 대개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머릿속에 처음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역시 그렇게 심사숙고한 답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고받는 편지가 한 달에 몇 통 되지 않았으며 당장 답장을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지도 않았다. 오늘날 나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고, 상대방은 모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은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미래의 몇 해나 몇 십년이라는 세월 속으로 상상의 항해를 떠났다.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 미국 독립선언문 중... 해당 구절을 생물학 용어로 번역한다면,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나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상상의 질서를 믿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는 위대한 신이나 자연법에 의해 창조된 객관적 실재라고 늘 주장해야 한다. ... 또한 사람들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세상 만물에 스며들어 있는 상상의 질서 원리들을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상상의 질서가 정확히 어떻게 삶이라는 직물 속에 짜 넣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세 가지다.

  •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 소비지상주의는 우리에게 행복해지려면 가능한 한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양자의 결합은 현대 여행산업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무한한 '경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여행산업은 비행기표나 호텔 객실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판다. 파리는 도시가 아니고, 인도는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다. 그것을 소비하면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으로서 잠재력이 실현되고,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설령 내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스스로의 개인적 욕망을 상상의 질서의 속박에서 풀려나게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나는 한 개인에 불과하다. 상상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면,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에게 나와 협력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상상의 질서는 내 상상력 속에만 존재하는 주관적 질서가 아니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상호 주관적 질서이기 때문이다.이를 이해하려면 '객관' '주관' '상호 주관'이란 용어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객관적 현상은 인간의 의식이나 믿음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 주관이란 한 개인의 의식과 신념에 따라 존재하는 무엇이다. ... 상호 주관이란 많은 개인의 주관적 의식을 연결하는 의사소통망 내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복잡한 인간사회에는 상상의 위계질서와 불공정한 차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순환은 수세기 수천 년 지속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질서에 불과한 상상의 위계질서를 지속시킬 수 있다. 부당한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남성male과 여성female으로 나뉜다. 호모 사피엔스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진 존재이고, 여성은 X염색체 두 개를 가진 존재이다. 하지만 '남자man',와 '여자woman'는 생물학적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 범주를 지정한다. 물론 대부분의 인간사회에서 대다수의 경우는 남자는 남성이고 여자는 여성이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사회적 용어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이것은 생물학적 용어와는 관련이 희박하다. 남자는 단지 XY염색체와 고환 같은 특정한 생물학적 속성을 지닌 사피엔스를 일컫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속한 사회가 상상하는 인간의 질서 상에서 특정한 자리에 딱 맞는 존재를 일컫는다. ... 생물학이 아니라 신화가 남녀의 역할, 권리, 의무를 규정하기 때문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의미는 사회에 따라 크게 달랐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모두가 '우리'였다.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백 년간 인간의 힘은 경이적으로, 유례없이 커졌다. 1500년에 지구 전체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5억 명이었다. 오늘날에는 70억 명이 산다. 1500년 인류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 가치는 오늘날 화폐로 치면 약 2500억 달러였다. 오늘날 인류의 연간 총생산량은 60조 달러에 가깝다. 1500년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한다. 인구는 열네 배로 늘었는데 생산은 240배,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었다.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다. 과학이 진보하려면 연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상호 강화에 의존한다. 자원을 제공하는 정치 경제적 제도가 없으면 과학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과학연구는 새로운 힘을 제공하는데, 이 힘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는 데도 쓰인다. 새 자원의 일부는 연구에 재투자된다.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이다. 행복에는 중요한 인지적, 윤리적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기 독재자의 비참한 노예'로 볼 수도 있고, '사랑을 다해 새 생명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 큰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체계다. 니체가 표현한 대로, 만일 당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 의미 있는 삶은 한창 고난을 겪는 와중이더라도 지극히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의미 없는 삶은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끔찍한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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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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