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느끼고, 행하라!
[본문발췌]
천천히.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천천히'가 될 것이다.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을 하건 천천히 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책 읽기도 예외는 아니다. 남보다 더 많이 읽고, 남보다 더 빨리 읽으려 애쓰며 우리는 책이 주는 진짜 가치와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천천히 읽어야 친구가 된다. '천천히'는 물론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深思 心知其意),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 우리에게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많이 읽는 게 제일이잖아요.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양적으로는 많이 읽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책 속의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습, 즉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려는 노력입니다. 이 문장을 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내가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중한 지식이 된다는 사실도요.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 문장론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 세네카
지나친 독서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위험성을 내포되어 있다. - 문장론
진정 스스로 사색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 소재를 현실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독서는 어디까지나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공적 현실이다. - 문장론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문장론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 문장론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 문장론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했다. - 문장론
우리는 작가의 지혜가 끝날 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 - 독서에 관하여
독서가 정신의 개인적인 삶에 눈을 뜨게 하는 대신에 그것을 대체하려 할 때 위험해진다. 그럴 때면 진리는 ... 몸과 마음이 쉬고 있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미 준비된 꿀을 음미하는 것과도 같이 서재 선반들에 꽂힌 책들에 손을 뻗어 당기만 하면 되는 물질적인 것이며, 위험 존재가 된다. - 독서에 관하여
'관찰과 사유에 대하여'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해 보아 또하나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더라. 잘 익어가자.
별 볼 일 없는 풍경, 그것을 주목하는 힘. 그게 삶의 지혜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자 시인의 재능.
어디를 여행하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눈을 가지고 여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꿈, 가난, 숨결들. - 포구 기행
눈앞에 걸여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 포구 기행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 포구 기행
섬과 / 섬 사이로 / 새가 날아갔다 / 보래색의 햇살로 묶은 / 편지 한 통을 물고 / 섬이 섬에게 / 편지를 썼나 보다. - 포구 기행
우리 삶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삶에 대해 명료한 답을 할 수 없다. 어떠한 일반론도 각자 삶의 특수성 앞에서는 무력하다.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 포구 기행
아름다움은 아득히 먼 곳에서 빛나는 별빛 같은 것. 가까이 다가가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 - 포구 기행
살아간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
살아 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입니다. - 길귀신의 노래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 고맙다 /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 시를 어루만지다
지난 20년 동안 대체로 나는, 시 쓰기는 제 할말을 위해 말을 잘 '사용하는' 또는 '부리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해왔다. 시공부는 말과 마음을 잘 '섬기는'데에 있고,..... 시를 제대로 읽어 보려는 사람은 어떻든 시 앞에서 일단 겸헣고 공경스러워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한 편의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소리와 빛깔과 냄새들이 나에게 와 닿을 수 있다. ... 실물적 상상력을 토대로 한 정서적 공감과 일치.- 시를 어루만지다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 - 법정 스님
우리는 멈출 줄 모르는 속도와 낮출 줄 모르는 성장에 갇혀 '정신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 오로지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앞'만 '위'만 바라볼 뿐, 우정과 사랑과 진리를 나누기 위하여 '옆'과 '뒤'를 보지 않는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수행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성과를 쌓아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평형수 수위를 낮춰가고 있다. 욕심으로 내 삶을 가득 채운 후 높아져 버린 무게 중심으로 뒤뚱거리며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느새 위태롭게 높아져버린 내 삶의 무게 중심, 다시 안전하게 낮추어야 한다. - 박준현 상계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배가 한 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돈을 더 벌려면 평형수를 빼면 됩니다. 그 안에 사람을 더 태우면 되니까요. 지금 우리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펙관리를 하기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좋은 시간,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이런 것들을 다 빼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리를 욕망으로 채우죠. 그 배는 겉으로만 보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배는 언제라도 가라앉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가는 거죠.
수행은 곧 내 삶의 참된 변화와 완전한 내적 혁명이다. 수행은 언젠가의 지향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실현해야 할 삶 그 자체이다. ...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크고 비싼 집과 재물을 갖고 있고, 권력과 명예를 갖고 살아간다 해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느낌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 송이 꽃과 바람소리, 물소리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풍부하게 소유하느냐, 풍요롭게 존재하느냐. - 법정 스님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구분해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악인일 때보다 선인일 때가 더 많다든가, 게으를 때보다 부지런할 때가 더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똑똑할 때가 더 많다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 톨스토이, <부활>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우리 인생을 이렇게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의 것은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면 나의 하루입니다. 이불 개고 일어나,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현재의 삶이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행복을 추구하는 한 너는 /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이 모두 너의 거일지라도 //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 하는 한 /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 목표와 욕망을 잊어버리고 /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 그때 비로소 세상일의 물결은 / 네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 너희 영혼은 마침내 평화를 찾는다. - 헤르만 헤세, [행복]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둘 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라고 말합니다. - 코카콜라 전 CEO 더글라스 대프트의 신년사 중
삶의 아름다움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좋을지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죽는다는 것은 언젠가 육체를 원소로 돌리고 자연을 다른 형태로 소생시켜야 할 때를 뜻한다. -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시대를 바꾼 질문, 시대를 품은 미술'
중세는 "왜?"라는 질문이 없던 시대였습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나 르네상스 시데에는 "왜?"라는 질문이 존재했죠. 신의 말은 언제나 옳은가?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인류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같은 질문들이요.
우주는 신의 도움 없이도 움직이고, 사후세게에 경험하게 된다는 종교적 공포는 인간생활의 적이며, 쾌락과 미덕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있다. ...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영속적으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여 "일탈한" 결과로서 물질들을 구성한다. ...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 1417년, 근대의 탄생...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에 본성에 관하여>
소크라테스는 결국 젊은이들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질문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나요? 왜 대학에 가고 싶지? 왜 돈을 벌고 싶지? 왜 결혼을 하지? 왜 아이를 낳고 싶지? 이런 질문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안 물어봐요. 아니, 묻긴 묻죠. 자기 자신이 아닌 부모님, 선생님,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묻죠.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는 묻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 들어왔던 것처럼. 당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왔던 그 똑같은 길을 따라 어떤 감정이나 두려움 없이 다시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자. 당신의 죽음은 우주의 질서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죽음 역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한 부분이다. - 몽테뉴, 1417년, 근대의 탄생
쾌락에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 실제로는 꿈에 불과한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 마음을 파고들며 끝내 전소시키고 마는 그 망상적인 소유욕. - 1417년, 근대의 탄생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을 통해서 커져가고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유홍준
인간이 바라본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술의 과제가 되었다. ... 서적의 보급은 독서의 형태를 낭독에서 묵독으로 바꾸었으며, 개인적인 독서를 허용했다. 미래를 얻기 위해서 현실과의 단절이 필수적이다. 추상은 구상의 억압과 배제 위에서 탄생한다. - 시대를 훔친 미술
'희망을 극복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
일반적인 여행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습니다. 기차표가 얼마이고, 맛집이 어디에 있고 하는 식의 객관적인 사람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기행문들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순간순간 예민하고 싶어 했죠. 그 순간에 오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나는 그런 영혼이오. 세계를 만지는 촉수가 다섯 개 달린 덧없는 동물.'
우리는 지금 모두 숨을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숨 쉬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눈을 감고 가만히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 코를 통해 공기가 삭 들어갔다가 내 몸에 퍼져나갈 때의 느낌, 그리고 그 숨을 다시 내쉴 때의 느낌을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세상과 접촉하는 나의 모든 촉수를 예민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문장입니다. 여기서 다섯 개의 촉수는 미각, 촉각, 후각, 청각, 시각의 오감입니다. 이 감각이 얼마나 예민하느냐가 '얼마나 좋은 삶을 사느냐'의 핵심이라고 본 거에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아무 생각없이 마시는 사람과 아주 예민한 촉수로 느끼면서 먹는 사람은 그 순간 존재하는 방식이 다를 겁니다. 만약에 물을 한 잔 마시더라도 물의 온도, 물의 맛, 목넘김의 느낌을 오전히 느낀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찬란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온몸이 촉수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디에도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사는 것뿐이죠.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아요. 카잔차키스가 그런 말을 했죠. "신은 천둥 벼락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신은 빗방울 같은 모습으로 온다."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 그리스인 조르바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 나는 성급함과 초조함과 서두름을 극복했다. ... 예술품의 완전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예술품이 태어난 나무와 물과 언덕 사이에서 그것을 보아야 한다. ...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게나. 자신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용감하게 서 있게나. 일상 생활에서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할 때면 무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야유할 때면 꼼짝도 하지 말게나. ...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고 성공한 곳은 터나라. - 천상의 두 나라
나는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론 강의 원천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비단 리본만큼 좁다란 파란 물이 초록색 빙하 아래로, 마치 어디로 갈지 무엇이 될지 모르는 듯 주춤거리며 나아간다. 그것은 천천히 움직이며 조금씩 커져 다른 물의 띠와 만난다. 그리고 결심한 듯 길을 파 만들며 더 이상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나아간다. 이제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더 넓어지고 깊어져 마을을 적시고, 방앗간을 돌리고, 멜론 밭을 축이고, 도시를 가르며 지나 흘러 - 이미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 바다로 향한다. - 천상의 두 나라
- 영국인은 외부의 법규는 모름지기 개인 내부의 입법자에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국 기행
그는 <진리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되는 주요 장애물 네 가지> - 허영, 통속적 견해에 대한 신뢰, 당국의 견해에 대한 복종, 그리고 습관 - 를 줄기차게 공격했다. - 로저 베이컨
심한 육체적 단련이나 지나친 정신적 긴장을 주장하여 인간을 영육 간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불구자로 만들지 않는다.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 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종합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종합 기술 전문대학, 병원 등 어디서나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 영국 기행
옥스퍼드 졸업생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걷습니다. <온 세상이 내 것이다>. 반면에 케임브리지 졸업생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걸어요. <세상이 누구의 것이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 영국 기행
시간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본연의 의무를 수행한다. ...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오직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 나는 이 세상에 왔던 것에 만족합니다. 내가 무수한 고난을 겪었음에, 중대한 실수들을 저질렀음에, 만족합니다. - 영국 기행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 하느님은 번개와 천둥에 사여 오시지 않는다. 또한 하느님은 불쌍한 거지처럼 강림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조롱조의 야유를 받고 피를 흘리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지 않는다. 하느님은 찬물을 담아두는 청동 잔이나 지저귀는 새로, 혹은 사랑받는 동쪽의 나이팅게일의 모습으로 이곳에 오신다. 그것이 우리가 늘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 여자와 포도주와 태양과 꽃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 스페인 기행
순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완벽해야 한다. 부족함 없어야 하고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 모든 희망의 극복이 필요하다.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든다.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세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 - 영국 기행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치통을 과소평가하는 지식인의 말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야말로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훨씬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이다. - 밀란 쿤데라, <불멸>
서사시의 영웅들은 승리의 순간이나, 혹은 패배했다 해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위대함을 잃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 커튼
그동안의 소설은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탐구하겠다는 목표 없이 그저 이야기만 했어요.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는 게 소설의 전부였죠. 그러나 필딩은 소설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얘기를 해주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의미한 소설을 썼습니다.
과학의 역사는 진보의 특성을 지닌다. ... 역사의 개념이 예술에 적용되면 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완성, 개선, 향상을 함축하지 않으며,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그것을 지도에 넣으려고 시도하는 어떤 여행에 가깝다. - 커튼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입니다.
키치는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죠. 로맨티스트는 모두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거든요. 지극히 주관적이죠.
사회 현상의 실존적 영향력은 그것이 팽창할 때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미약한 상태인 초창기에 가장 날카롭게 인지될 수 있다. ....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 시의 독창성은 상상력에 의해 발현되지 전체의건축술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까. 반대로 소설의 아름다움은 그 소설의 건축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 커튼
'소설이 말하는 우리들의 마술 같은 삶'
부분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 뒤 나머지를 내 상상으로 채워요. 그 상상은 대부분 내 욕망이지요.
공적인 생활의 과제는 두려움을 지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부부 생활의 과제는 지겨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파우스트>에는 자본의 논리, 과학, 사랑, 남녀관계, 지식인, 종교, 자연,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수많은 인간사가 녹아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전체적인 스토리로 따라 읽기보다 한 편의 시를 읽듯, 한 줄 한 줄 명언을 읽듯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나가며 읽어보시길 권하는 겁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줄 만한 한 줄을 찾겠다는 목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냥 내 몸속에 들어온 <파우스트>를 만나보셨으면 해요. 이렇게 펼쳐도 좋고, 저렇게 펼쳐도 좋은 책이 될 겁니다. 괴테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 선물을 감사히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극단주, 극작가, 어릿광대.... 오늘날의 자본가, 순수예술가, 대중예술가로 대치시켜볼 수 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 태어나지만, 진실한 것은 후세에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단 말이오. - 파우스트
그때 내겐 아무것도 없었으나 충분히 갖고 있었으니, 진리에 대한 충동과 환상에 대한 쾌락이 있었다오. - 파우스트.... 젊음
성취의 다락방은 삭막합니다. 연애, 결혼, 섹스, 여행도 마찬가지구요. 언제나 처음이 설레죠. 시작하기 전, 준비할 때요. 그러나 이루고 나면 힘들고 삭막해요. 성취는 환상일 때 아름다워요. 현실이 되면 힘들어지죠.
친구여, 부득이 그대가 청춘을 필요로 할 때란, / 전쟁터에서 적들이 그대에게 밀어닥칠 때, / 사랑스럽기 한량없는 소녀들이 / 전력을 다하여 그대 목을 끌어안고 매달릴 때, / 빨리 달리기 경주의 월계관이 멀리 / 도달하기 어려운 골인 지점에서 눈짓하고 있을 때, / 회오리바람처럼 돌아가는 격렬한 춤을 춘 다음 / 주연을 베풀어 술 마시며 밤들을 지새울 때올시다. ... 그러나 대답하고도 우아하게 / 이미 익숙해 있는 현악을 연주하며, / 자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하여/ 즐겁게 방황하며 소요해가는 것이, / 노인장, 당신네들의 의무올시다. - 파우스트
지상의 작은 신이라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창조의 그날 그대로 괴상망측하지요. 차라리 당신이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더라면, 인간들이 조금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인간은 그걸 이성이라 부르며, 어떤 짐승보다 더 동물적으로 살아가는 데만 쓰고 있지요.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인생의 황금나무뿐이라네. - 파우스트
온갖 지식의 혼탁한 연기로부터 해방되어 네 이 슬에 흠뻑 몸을 적시고 싶구나! ... 슬프도다! 나 아직 이 감옥에 갇혀 있단 말인가? ... 이곳엔 저 사랑스런 하늘의 빛까지도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드는 구나! ... 신은 인간을 자연 속에 만들어 넣어주었는데, 그런 생동하는 자연 대신에, 연기와 곰팡이 속에 너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뼈다귀와 죽은 인간의 해골뿐이로다. ... 도망쳐라! 일어나라! 드넓은 세계로 나가거라! ... 너의 오관이 닫혀 있고, 네 마음이 죽었노라! 일어나라, 학생들이여, 세속의 병든 가슴을 붉은 아침 햇빛 속에 끊임없이 씻어내도록 하라! ...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 그러면 고서들이 신성한 샘물과 같아서, 그걸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영원히 진정시켜준단 말인가?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다면, 결코 상쾌한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일세. - 파우스트
진심으로 느끼질 못한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진 못하리라. ...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와서, 원초적으로 강한 즐거움으로 모든 청중의 마음을 몰아가지 못한다면 말일세. ... 아교풀로 붙여도 보고, 남들이 남겨놓은 향연의 찌꺼기로 잡탕을 끓여보고, 자네들의 빈약한 잿더미 속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불러일으켜보라! ... 그러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결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할걸세. ... 이성이 있고 올바른 생각만 있으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나오는 법일세. 자네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지하다면, 말마디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는가? - 파우스트
진실한 말에는 꾸밈이 없고, 꾸미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 - 노자
좋아요! 그건 돈도 안 들고, 의사나 마술도 필요 없는 요법이지요. 당장 저 바깥 들판으로 나가셔서, 괭이로 갈고 땅을 파는 일을 시작하시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극히 제한된 생활권 안으로 국한하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고, 가축과 더불어 가축으로 살면서, 추수할 밭에다 몸소 거름 주는 일을 약탈이라고 언짢게 여기지 마시오. 이것이 믿을 수 있는 최선의 요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당신을 젊게 유지해줄 것이오! - 파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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