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한 언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에 대한 인식이 섬세하다는 의미"라 하고, 어휘력이 많으면 생각과 지적 능력, 창작 능력에 도움이 되듯이,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와 사회, 사람을 경험하는 것도 사람이 생각과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본문발췌]

1. 빛은 한반도로부터

"침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침묵으로 대하고, 자기에게 질문하는 사람에게만 예술은 속삭일 뿐이다." - 아르놀트 하우저 <예술사의 철학>


노동에는 생산의 만족이 있고, 예술에는 창착의 기쁨이 있다. 좋은 조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거기서 한없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좋은 노동조건, 좋은 창작여건은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도(道)에 뜻을 두고, 덕(德)에 근거하고, 인(仁)에 의지하고, 예(藝)에 노닐라.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2. 아스카 들판에 백제꽃이 피었습니다.

일정한 규범이나 전통에서 홀연히 벗어나는 것은 문화의 자기화가 이루어진 다음의 이야기다. 자신감이 부족할 때는 주어진 규범에 충실할뿐이다. 오직 자신있는 자만이 전통에서 벗어나서 그 전통의 가치를 확대해간다.


"온몸에 강함이 너무 지나치다. 그 강함을 깎아내려라, 좀더 약하게 말이야." - 미야모토 무사시 중 닛칸 스님


 

3.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어떤 사람은 나면서부터 알고, 어떤 사람은 배워서 알며, 어떤 사람은 노력해서 안다. 그러나 이루어지면 매한가지다. - <중용>


헤이안 신궁의 신원.
'빼어난 모습은 온통 신궁을 채색한 붉은빛의 수많은 늘어진 벚꽃나무들이다. '참으로 이곳의 꽃을 빼고 낙양(교토)의 봄을 대표할 것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에코는 신궁의 입구에 들어서자 만개한 벚꽃의 붉은 색깔이 가슴 밑바닥까지 스며들어와, '아아, 올해도 낙양의 봄을 만났구나!'하며 선 채로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고도> 중...


명작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s)라고 대답한 명구가 있다. 이말은 1969년 <뉴욕타임즈>가 독일의 건축가 미즈 반 데어 로에의 사망 기사를 쓰면서 인용하여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명구의 연원은 독일인 미술사가 아비 바르부르크가 먼저 한 말이었다고도 하고, 또 그전엔 프랑스의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좋은 신은 디테일에 있다'(Le bon Dieu est dans le detail)라고 먼저 말했다고도 한다. 그런에 이 말이 현대로 내려오면서는 바뀌어 다음과 같은 말이 생겼다고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s)


이로하 노래 - 홍법대사
꽃은 화려해도 지고 마나니
우리의 인생살이 누구인들 영원하리.
덧없는 인생의 깊은 산을 오늘도 넘어가노니
헛된 꿈 꾸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으리라.


"평등이란 서로 다른 개성이 함께 있음을 말하는 것이죠, 그것이 평등입니다." - 평등원 주지 가미이 몬쇼 <평등원 이야기>


"스님은 홀로 깨치기를 좋아하고 남을 가르치기엔 마음 쓰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산길을 가는데 한 나무꾼이 나타나 '먼저 깨우친 자가 나중 깨칠 사람을 위하여 가르치는 데 소홀히 하면 안 된다'라고 꾸짖고 홀연히 사라졌다" - 최치원 <문경 봉암사 지증대사 탑비>
나는 이것을 지식인의 사회적 책무를 말해주는 경구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가 정확히 알아야 남에게 말해줄 수 있고 내가 확실히 봐야 답사기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언젠가를 위해 오늘 고산사로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4.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백제의 미를 말하면서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의 미학을 말했지만, 일본은 화려할 때는 더없이 화려하고 또 검소할 때는 더 없이 검소한 극단을 보여준다. 이 '극과 극의 공존'이야말로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문화적 패턴'이라고 생각한다.


헤겔은 <논리학>에서 이런 말을 했다. 형식을 규정하는 것은 내용이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형식은 다음 내용을 규정한다고. 그리고 과도한 형식은 내용을 변질시키고 붕괴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예술은 자기를 표현하는 매개물이 아니라 자기 자체의 변신이다" (not as a vehicle for self expression, but self alteration) - 존 케이지


오유지족이라! 직역하면 '나는 오직 족함을 알 뿐이다'라는 뜻이다. 이는 석가모니가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담은 <유교경>의 "족함을 모르는 자는 부유해도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자는 가난해도 부유하다"(不知足者 雖富而貧 知足知人 雖貧而富)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불확정적 비움의 공간
우리의 마당은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어린이들이 놀든, 잔치를 하든, 제사를 지내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움으로 돌아온다. 그거야말로 불확정적인 비움이죠.
안동 의성김씨 종가의 마당, 병산서원의 마당, 봉정사 영선암의 마당, 선암사 무우전 마당, 우리 집 앞마당.
일본에는 선의 정원인 석정이라는 뛰어난 관조의 공간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삶의 내용을 다 받아내는 마당이 있다고 할 만하지 않은가. 우리는 그 훌륭한 공간을 갖고 살면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일본 사람들처럼 개념화, 논리화, 형식화해 발전시켜간다면 '불확정적 비움'의 공간이 이보다 더 잘 구현될 수 없을 것 같다. 용안사 경용지를 지천회유하도록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관조의 공간으로서의 일본의 석정과 삶의 공간으로서의 우리의 마당이었다.
 

이런 일본 형식의 정원은 없지만 우리 식의 명원은 많죠. 궁궐 정원은 창덕궁 부용정이 제일이고, 은거지 정원으로는 보길도 부용정, 담양 소쇄원이 압권이고, 저택과 함께 어우러진 정원으로는 성북동 성낙원, 강릉 열화당, 영양 서석지 등등...
사찰 정원으로는 순천 선암사, 서산 개심사, 안동 봉정사 영선암이 멋있조. 우리나라 정원은 일본 정원과 콘셉트 자체가 아주 달라요. 일본 정원은 보시는 바와 같이 자연을 재현한 인공적 공간으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잖아요. 이에 비해 우리 정원은 자연공간 안에 인공적인 건물이 배치되고 나무가 심어지고 화단이 만들어집니다. 자연과 인공의 관계가 일본과는 정반대이고, 사람이 그 속에 파묻히죠. 그래서 일본은 정원이고, 우리나라는 원림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알야야 할 핵심 사항

  • 사회 구성에는 천황, 공가, 무가, 불가
  • 사상에는 신도, 밀교, 선종
  • 건축에는 침전조와 서원조
  • 정원에는 마른 산수, 석정
  • 미술에는 장벽화, 후스마에
  • 역사적 인물로 천황 중에는 헤이안으로 천도한 간무 천황, 원정을 펼친 삼십삼간당의 고시라카와 천황, 남북조시대를 낳은 대각사의 고다이고 천황
  • 무사와 귀족 중에는 최초의 쇼군인 청수사의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 육바라밀사의 다이라노 기요모리, 평등원의 후지와라노 미치나가, 천륭사의 아시카가 다카우지, 금각사의 아시카가 요시미쓰, 은각사의 아시카가 요시마사
  • 승려로는 동사의 공해, 연력사의 최징, 육바라밀사의 공야, 지은원의 법연, 고산사의 명혜, 건인사의 영서, 천륭사의 몽창 국사

 
 
사물에 대한 언어가 발달했다는 것은 그만큼 그것에 대한 인식이 섬세하다는 의미지. 에스키모 사람들은 눈(雪)을 표현하는 단어가 60가지나 된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가 분청사기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것을 일본인들은 미시마, 하케메, 호리미시마, 고히키, 가타데라고 말하고 잡기인 막사발을 고모가이, 아마모리, 이도, 긴카이 등으로 미세하게 분류하여 부른다. 언어는 열심히 사용하고 많이 쓸수록 발전하고 파생한다. 여름에는 잘 식으라고 대접 모양 다완을 쓰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잘 간직하라고 통형 다완을 쓴다.


이도 다완이 느낌
형태는 순박하고, 빛깔은 은은하고, 촉감은 강한 듯 부드럽고, 기품엔 범접하기 힘든 고상함이 있는 것, 그러나 무언가 아쉬움이 남은 듯한 미련이 있어 손에서 놓지 않고 자꾸 매만지게 되는 것. 그것이 와비차의 이도 다완이다.


명작의 3대 조건 : 정신, 재력, 기술
 1) 그 시대를 관철하는 심오한 미학(정신)
 2) 패트론(patron)의 풍부한 재력(경제적 지원)
 3) 장인(예술가)의 뛰어난 솜씨(기술)....
 
고보리 엔슈가 가쓰라 이궁을 건설할 때 제시했다는 세 가지 요구사항
 첫째,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 것.
 둘째, 재촉하지 말것.
 셋째, 비용에 제한을 두지 말 것.
 가쓰라 이궁은 와비사비의 다도가 있었고, 왕가의 재력이 있었고, 불세출의 건축가 고보리 엔슈가 있었다.


히에이산 연력사 비석.
'천가지 구석 중에 한 가지만 비추어도 이것이 곧 국보이다.' (照千一隅 此則國寶)
이것은 한 가지 일에 충실하면서 살아가고 그런 장인정신을 높이 사줄 줄 아는 사회를 만들자는 일종의 표어이다.

 
 
아스카, 나라 , 교토 3박 4일 추천 여행 코스
 1일차) 법륭사, 아스카사, 아마카시 언덕. 가시하라 숙소
 2일차) 흥복사, 동대사, 삼월당, 우지 평등원, 우지 강변 산책 및 대봉암 찻집, 후시미 이나리 신사. 교토
 3일차) 광륭사, 천륭사, 사가노의 죽림, 도월교 강변, 용안사, 금각사, 이총, 야사카 신사, 마루야마 공원, 기온 산책.
 4일차) 청수사, 기요미즈 자카, 산넨 자카, 삼십삼간당, 은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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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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