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면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 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그렇게 날카로운 시간의 모서리 - 시시각각 갱신되는 투명한 벼랑의 가장자리에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으로, 쓰지 않은 책 속으로 무모하게 걸어들어 간다.
어둠 속에서 어떤 사물들은 희어 보인다. 어렴풋한 빛이 어둠 속으로 새어들어올 때, 그리 희진 않던 것들까지도 창백하게 빛을 발한다.
물과 물이 만나는 경계에 서서 마치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파도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동안(그러나 실은 영원하지 않다 - 지구도 태양계도 언젠가 사라지니까), 우리 삶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만져진다. 부서지는 순간마다 파도는 눈부시게 희다. 먼 바다의 잔잔한 물살은 무수한 물고기들의 비늘 같다. 수천수만의 반짝임이 거기 있다. 수천수만의 뒤척임이 있다(그러나 아무것도 영원하지 않다).
여러 해 뒤 그 생명 - 재생 - 부활의 꽃나무들 아래를 지나다 그녀는 생각했다. 그때 왜 우리는 하필 백목련을 골랐을까. 흰꽃은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죽음과? 인도유럽어에서 텅 빈blank과 흰빛blanc, 검음black과 불꽃flame이 모두 같은 어원을 갖는다고 그녀는 읽었다. 어둠을 안고 타오르는 텅 빈 흰 불꽃들 - 그것이 삼월에 짧게 꽃피는 백목련 두 그루인 걸까?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흩날린다 저물기 전에 물기 많은 눈이 쏟아졌다. 보도에 닿자마자 녹는 눈, 소나기처럼 곧 지나갈 눈이었다. 잿빛 구시가지가 삽시간에 희끗하게 지워졌다.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변한 공간 속으로 행인들이 자신의 남루한 시간을 덧대며 걸어들어갔다. 그녀도 멈추지 않고 걸었다. 사라질 - 사라지고 있는 - 아름다움을 통과했다. 묵묵히.
[해설]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 - 권희철(문학평론가)
"흰색은 죽은 것이 아닌, 가능성으로 차 있는 침묵인 것이다. ... 그것은 젊음을 가진 무(無)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시작하기 전의 무요, 태어나기의 무인 것이다." - 바실리 칸딘스키,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도울 수 있는가. .... 현재가 과거를 돕고, 산 자가 죽은 자를 돕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싶어요." - 김연수, 한강 대담. <사랑이 아닌 다른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창작과 비평 2014년 가을호
투자고 장사고 모든 거래에서 수익을 남기는 제 1 원칙은,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 싸게 사서 적정한 가격에 파는 것'이다.
[본문발췌]
인간은 패턴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이용해 더 쉽게 의사를 결정하고, 이익을 높이며, 고통을 피한다. 중요한 점은 반복되는 패턴에대해 알면 모든 결정을 맨 처음부터 재고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사이클을 공부하고, 사이클의 기원과 의미를 이해하며, 다음 사이클에 대해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투자환경을 매번 새로 이해하기 위해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충격받을 가능성도 작아진다. 우리는 반복되는 패턴을 완전히 이해함으로써 더 나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사이클 안의 포지션이 바뀌면 확률도 변한다. 상황 변화에 따라 투자 견해를 바꾸지 않으면 사이클에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확률을 내 편으로 만들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이다. 반면 사이클에 대한 통찰력이 있으면 확률이 나에게 유리할 때 투자금을 늘려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또 확률이 불리할 때에는 자금을 회수하고 방어력을 높일 수 있다.
나의 투자 철학 가운데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 하나는 경제나 시장, 지정학 같은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거시적 미래'macro future를 결코 알 수 없다는 확신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다른 사람보다 거시적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측은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 때만(더 좋은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는 자료를 더 잘 해석하거나, 해석을 기반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잘 안다거나, 그러한 행동을 취하는 데 필요한 정서적 배짱을 가졌을 때) 뛰어난 성과로 이어진다.
우리는 다음 세 가지 보편적인 영역에서 시간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알기 쉬운 정보'라고 부르는 것들, 이를테면 산업, 기업, 주식의 펀더멘털에 대해 다른 이들보다 더 알려고 노력한다.
위 펀더멘털에 투자할 때 지불할 적정 가격을 안다.
속해 있는 투자환경을 이해하고, 그러한 환경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할 방법을 정한다.
가치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목표는 가장 효율적인 가치 제안, 즉 가장 높은 상승 잠재력을 가졌거나 하락 위험에 비해 상승의 가능성이 더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늘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리스크가 무엇인지, 그것이 투자자의 행동에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 그에 대한 보편적인 동의는 없다. 어떤 이들은 리스크가 돈을 잃을 가능성이라고 생각하고 (다수의 재무학자들을 포함해) 어떤 이들은 리스크가 자산가격 또는 수익의 변동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여기에서 다 다루기 어려울 만큼 여러 종류의 리스크가 있다. (리스크risk는 업계에서도 흔히 쓰는 용어로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되, '위험회피 또는 위험수용'과 같이 다른 명사와 결합해 어떤 행위를 표현할 경우는 '위험'으로 번역한다. - 옮긴이) 나는 첫번째 정의가 훨씬 마음에 든다. 내 생각에 리스크는 주로 자본을 영구적으로 손실할 가능성이다. 한편 잠재적 이익을 놓칠 가능성인 기회 위험opportunity risk도 있다. 두 가지를 합쳐보면 리스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리스크의 원인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투자 철학가 중 한명인 고 피터 번스타인은 그의 뉴스레터 '경제와 포트폴리오 전략'Economics and Portfolio Strategy에서 '리스크를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가?')2007년 6월)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 우리는 매 순간 미지의 곳을 향해 걸어간다. 일어날 수 있는 결과의 범위가 있지만 (실제 결과가) 그 범위 내의 무엇이 될지는 모른다. 때로는 그 범위조차도 잘 알지 못한다."
미래는 일어나도록 정해진, 예측할 수 있는 하나의 고정된 결과가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과 (바라건대 각각의 가능성에 대한 통찰력에 근거한) 확률분포로 봐야 한다. 확률분포는 경향에 대한 투자자의 관점 또는 해석을 반영한다.
특정 문제에 관한 결과는 장기적으로 확률분포를 따를 수 있겠지만, 단일 사건의 결과는 큰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결과가 선택되는 과정은 가치뿐만 아니라 무작위성의 영향도 받기 때문에 분포에 포함된 모든 결과는 다양한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딱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어떤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지 알지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날 일과 아무 관련이 없다.
내 생각에 투자에서 성공은 복권당첨자를 뽑는 것과 비슷하다. 둘다 볼풀(가능한 결과의 전체 범위)에서 공(결과)를 뽑아서 결정된다. 하나의 결과는 매번 여러 가능성들 사이에서 선택된다. 뛰어난 투자자는 볼풀에 어떤 공들이 있으며, 따라서 추첨에 참여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감각이 좋은 사람이다. 즉 뛰어난 투자자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미래의 경향에 대해 평균 이상의 이해를 갖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확률분포를 통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함으로써 미래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에는 사실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요건이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판단 외에 판단이 맞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아주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일도 있고(예를 들어, 특정한 투자등급 채권에서 예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불확실한 일도 있으며(아마존은 10년 후에도 여전히 온라인 쇼핑의 리더일 것인가?), 전혀 예측 불가능한 일도 있다(다음 달에 주식 시장은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 내 말의 요점은 모든 예측의 적중률을 다 같은 가능성으로 놓고 보아서는 안 되며, 따라서 모든 예측을 똑같이 신뢰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뛰어난 투자자는 경향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확률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경제와 기업 수익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상관없이 (즉 학자들이 말하는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다른 말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투자자들이 침체되어 있고, 두려워하고 있다면 (그래서 자산가격이 떨어졌다면) 수익 전망은 좋아질 것이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도취되어 있고, 탐욕스럽다면 (그래서 가격이 올라갔다면) 수익 전망은 나빠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이클을 일련의 사건들로 인식한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은 보통 규칙적으로 서로의 뒤를 따른다고 생각한다. 즉 상승은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새로운 상승 국면이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클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이클의 주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볼 때는 단순히 개별 사건 이후 다음 사건이 뒤따라온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각각의 사건들이 다음 사건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내가 설명하는 사이클은 뒤이은 사건의 원인이 되는 일련의 사건들로 이루어진다. 이런 인과관계를 주목해서 보아야 한다. 한편 마찬가지로 유념해야 할 사실이 있다. 바로 이러한 일련의 사건 때문에 다양한 영역에서 사이클이 발생하고, 어느 한 영역에서 전개된 사이클이 다른 영역의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 사이클은 이익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 이익 사이클에 따라 결정되는 기업 발표는 투자자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의 태도는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시장의 발전은 신용 가용성availability of credit 사이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 기업,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사이클을 따르는 사건들은 내생적 사건(먼저 일어난 사이클 위의 사건을 포함)과 외생적 사건(다른 영역에서 일어난 사건)의 영향을 모두 받는다. 전부는 아니지만 외생적 사건 중 다수가 다른 사이클에 속해 있다. 이러한 인관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이것은 투자환경을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마크 트웨인이 했다는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는 말로 되돌아가보자. 이 개념을 파악하는 것은 사이클을 이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가 정말로 이렇게 말했다면, 이 말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역사의 주어진 범주 안에서 세부사항은 사건마다 다야하지만(선동가의 부상), 기저와 주제와 메커니즘은 한결같다는 것이다.
모든 호황과 불황에서 위험 신호를 보내는 보편적인 주제는 있다. 과도한 낙관주의는 위험하며, 위험회피는 안전한 시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고, 지나치게 관대한 자본시장은 우둔한 금융으로 이어져 참가자들에게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세부사항은 중요하지도 않고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이며 확실하게 반복되는 어떤 경향이 있따. 사이클의 소리를 듣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이런 경향을 이해하고, 반복되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사이클 생성에 있어 기저를 이루는 원리가 있기도 하지만(때로는 없기도 하고), 많은 변화를 야기하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다. 사이클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이 개입하면, 감정과 심리 때문에 만들어진 경향이 사이클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연이나 무작위성 역시 큰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존재에도 인간의 행동이 기여한다. 따라서 인간은 사이클이 존재하는 이유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면서 동시에 무작위성과 함께 사이클의 불규칙성, 그에 따른 낮은 신뢰성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직관의 흐름을 거슬러서 분석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 마음은 사건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상관없거나 무작위적인 요인의 영향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자인 아르멘 알치안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성공이나 실패가 훌륭한 기술이나 엄청난 무능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 상황'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첫걸음이 된다. 무작위적인 과정은 자연에서 기본적인 것이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아주 흔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도 못하며, 깊이 생각하지도 않는다.' - 레너드 믈로디노프,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Drunkard's Walk
우리는 모든 분야의 결과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며, 그중 많은 부분이 무작위적이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경제와 투자 부문에서 사건을 일으킨다. 수입이 안정적이라 하더라도 날씨, 전쟁, 월드컵 우승 국가(그리고 이것은 결국 공이 수비수의 정강이에 어떻게 튀기느냐에 따른다) 등에 따라 개인의 소비 성향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은 양호한 실적을 발표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가의 등락은 기업의 경쟁자들이 어떻게 하는지, 중앙은행이 그 주에 금리를 인상할 것인지, 실적 발표가 나오는 주의 시장 분위기는 어떤지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했을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이클은 규칙적이지 않다. 신뢰할 수 있는 의사결정 규칙이 될 수도 없다.
다음은 내가 경제 사이클의 핵심이라고 믿는 것이다.
한 경제의 생산량은 노동 시간과 시간당 생산량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경제의 장기적 성장은 출산율과 생산성 증가율 같은 기본적인 요소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물론 사회와 환경의 다른 변화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들은 연도별로는 거의 변하지 않으며 10년을 단위로 서서히 변할 뿐이다. 따라서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장기간에 걸쳐 상당히 안정적이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률은 아주 긴 시간 프레임 안에서만 의미 있게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기본적인 장기 경제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경제의 성과가 매년 한결같으리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요인들이 변동하므로 경제 성장은 평균적으로 기본 추세선을 따름에도 불구하고 연간 변동성을 보이게된다. 변동하는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내생적 요소 - 경제 주체의 의사결정이 변하면 연간 경제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지출과 저축 사이에서, 기업은 사업 확장과 축소 사이에서, 혹은 재고 비축(생산 증가 요구)과 재고 판매(기존에 비해 생산 감축) 사이에서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결정은 소비자나 기업 경영자와 같은 경제 행위자들이 심리 상태에 의해 종종 영향을 받는다.
외생적 요소 - 연간 경제 성장은 (a) 전쟁 발생, 세율 변경이나 무역 장벽 조정과 같은 정부의 결정, 카르텔에 의한 상품 가격 변화처럼 엄밀히 따져서 경제적 사건은 아니지만 사람에 의한 사건, 또는 (b) 가뭄, 허리케인, 지진과 같이 사람의 개입 없이 발생하는 자연 현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장기적인 경제 성장은 오랜 기간 일정하지만 장기 사이클에 의해 바뀔 수 있다.
단기 경제 성장은 평균적으로 장기 추세를 따르지만 매년 추세선을 중심으로 진동한다.
사람들은 잠재적인 투자수익의 원천으로서 연간 변화를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대부분 진실에 가까이 간다. 하지만 예측을 지속적으로 정확하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측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하는 이도 거의 없다. 또 추세로부터의 주요한 이탈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거의 없다.
극단적인 경제 사이클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힘이 지나치게 강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고 경제를 너무 높이 끌어올려 경기 후퇴가 불가피해진다. 반면 힘이 너무 약하면 기업 이익이 떨어지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과 재무부 공무원들은 사이클을 관리해야 한다. 사이클은 자칫 과도한 상승과 하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를 다루는 도구는 경기조정적counter-cyclical이며, 이상적으로는 경제 사이클과 반대인 그 자체의 사이클로 적용된다. 사이클과 관련된 다른 모든 문제들처럼, 사이클을 관리하는 문제도 결코 쉽지 않다. 간단히 다룰 수 있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사이클의 극단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주식시장이 심리적 변동은 시계추의 움직임과 비슷하다. 시계추가 움직이며 그리는 아치의 중간지점은 시계추의 위치를 '평균적으로' 가장 잘 설명하지만, 실제로 시계추가 그곳에 머무는 시간은 아주 짧다. 시계추는 늘 아치의 극단을 향해 움직이거나 극단으로부터 멀어진다. 다만 극단에 가까워질 때마다, 머지않아 다시 중간지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게 된다. 사실 되돌림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한쪽 극단을 향한 움직임 그 자체읻. 투자시장도 다음의 범위에서 시계추 같은 동일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도취갑euphoria과 침체depression 사이
긍정적인 발전을 축하하는 것과 부정적인 것에 집착하는 것 사이, 그러므로
너무 비싸지는 것과 너무 싸지는 것 사이
이러한 움직임은 투자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이며, 투자자의 심리는 '중도'보다 양극단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문제가 없다'(2007년 7월) 메모에서 새로운 관찰을 계속 하기 전에, 시계추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여섯 가지 추가적인 요소들을 정리했다. 1)탐욕과 공포 사이, 2)낙관론과 비관론 사이, 3)위험수용과 위험회피 사이, 4)신뢰와 회의 사이, 5)미래 가치에 대한 믿음과 현재의 명확한 가치에 대한 주장 사이, 6)매수하려는 조급함과 매도하려는 패닉 사이. 위에서 말한 양극성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 정도가 특히 흥미롭다. 시장이 한동안 강하게 상승할 경우, 우리는 항상 위에 나열한 요소 중 앞의 것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시장이 하락하고 있을 때는 두 번째로 나열한 모든 요소들을 볼 수 있다. 각각의 구성 요소들이 다음 사건을 발생시키며 인과관계를 가지고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세트가 조합된 모습을 보기란 매우 힘들다.
'중도', 탐욕과 공포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 유명한 시장 격언 중 "시장은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사람들이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흔들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긍정적인 기분을 갖고 좋은 일들을 기대하는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탐욕스럽게 변해 돈 버는 것에 집중한다. 탐욕은 투자 경쟁을 유발하며 사람들은 호가를 불러 시장을 상승시키고, 자산가격을 높인다. 하지만 또 다른 때에는 사람들의 기분도 좋지 않고 기대는 부정적으로 변한다. 이런 경우 두려움이 자리를 채운다. 돈을 버는 것에 열광하기보다는 돈을 잃을까봐 걱정한다. 이로 인해 구매가 위축되고, 자산 가격 아래로 상승 추진력이 사라지며, 가격을 낮춰서 매도할 수도 있다. '공포 모드'에 있을 때, 사람들의 감정은 시장의 매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뛰어난 투자자는 성숙하고, 합리적이며, 분석적이고, 객관적이며, 감정적이지 않다. 따라서 그는 투자 펀더멘털과 환경을 철저히 분석한다. 그는 잠재적 투자자산 각각의 내재가치를 계산한다. 그래서 현재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싸고, 미래에 내재가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을 때 매수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함께 현재 가격에서 매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뛰어난 투자자는 이상의 현명한 행동을 하기 위해 공포(위험회피, 손실회피, 불확실성과 무작위성 중시의 약칭)와 탐욕(열망, 공격성, 욕심으로 알려짐)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맞춘다. 모든 사람들이 감정을 느끼지만, 뛰어난 투자자는 이렇게 상충하는 요소들 사이에 균형을 유지한다. 상쇄되는 두 힘은 책임감 있고 현명하며 안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다음은 중요한 요점이다.
항상 안정적이고 냉정한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어떤 긍정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탐욕과 공포가 균형을 이루는 중간 입장을 취하고 그곳에 머무를 수 있는 투자자는 드물다.
반대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낙관적일 때는 탐욕스럽고, 비관적일 때는 공포심에 사로잡혀 그 사이를 오간다.
대부분은 잘못된 시기에 위치를 이동한다. 긍정적인 사건이 발생해서 가격이 오른 이후 더 탐욕을 가지고, 부정적인 사건이 가격을 떨어뜨린 이후 공포를 키운다.
'소파에서'(2016년 1월) 메모, 심리적 움직임. 투자자들이 적절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객관성보다 감정의 흐름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패는 선택적 인식과 편향된 이해라는 두 가지 주요한 형태로 나타난다. 투자자들은 긍정적인 사건만 주목하고 부정적인 사건은 아예 무시하기도 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 사건을 긍정적인 시간으로 보는 때가 있는가 하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때도 있다. 그들의 인식과 이해가 균형을 이루고 중립적인 경우는 드물다. 결론은 투자자 심리가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 모두에 똑같은 비중을 두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건에 대한 투자자의 해석은 보통 그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그들의 감정적 반응에 의해 편향된다. 대부분의 사건은 유익한 측면과 해로운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보통 투자자들은 둘 다를 고려하기보다 둘 중 하나에 집착한다. 투자자들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중립적이고, 안정적인 포지션을 유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들은 높은 수준의 낙관주의, 탐욕, 위험수용, 신뢰를 보이며, 결과적으로 자산가격을 상승시키고, 잠재수익률을 하락시키며, 리스크를 높인다. 하지만 이후에 어떤 이유로, 아마도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심리는 비관주의, 공포, 위험회피, 회의주의로 바뀌어 결국 자산가격을 떨어뜨리고, 잠재수익률을 높이며, 리스크를 줄인다. 특히 일련의 현상들은 동시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고, 한쪽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의 움직임은 종종 필요 이상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정상이 아니다. 현실 세계에서 일반적인 일들은 보통 '꽤 좋은 것'과 '그렇게 좋지는 않은 것' 사이에서 변동한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인식은 종종 '결함 없는 것'에서 '희망 없는 것'으로 움직인다. 시계추는 한쪽 극단에서 다른 쪽 극단으로 달리고, '중도'에 머무르는 일이 거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합리성의 범위 안에 머무르는 일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에는 항복한다.
위험은 투자자들이 낮다고 느낄 때 높은 것이다. 그리고 위험 보상은 리스크가 최대일 때(즉, 위험 보상이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작다. 합리적인 투자자는 이 순간 투자를 중단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리스크가 없다는 리스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이다. 광범위한 위험수용, 즉 투자자가 위험을 편안하게 느끼는 현상은 시장 하락의 가장 큰 징조이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자들은 위에서 설명한 과정에 따라 행동하므로 어느 때보다 위험을 인지하고 신중해져야 할 때에 이를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위험회피를 간과한 태도 때문에 그 어떤 리스크도 알아채지 못하고 벌기 쉬운 돈이라는 비전에 넘어가 가격을 밀어올리고 꼭지에서 매수했던 것처럼 이제 투자자들은 가격을 끌어내리고 바닥에서 매도한다. 그들은 투자 실패를 경험하면서야 투자는 뛰어들지 말아야 할 위험한 분야라고 확신한다. 그 겨로가 위험회피 성향은 극단으로 나아간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을 매우 잘 수용할 경우, 주식가격은 보상보다 더 큰 위험을 내표할 수 있다. 반대로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위험을 회피할 때는 가격이 위험보다 더 높은 보상을 제공할 수도 있다. '중도'(2004년 7월 메모)
투자 리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부정적인 경제 사건 때문인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기업 실적 때문인가?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인가? 이익 감소나 낮은 신뢰도 때문인가? 모두 아니다. 투자 리스크는 펀더멘털을 기초로 해서는 정당화할 수 없고, 비이성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는, 새로우면서도 사람을 도취시키는 투자 이유로 인해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졌을 때 발생한다. 그러면 언제 이 가격에 도달하는가? 위험회피와 경계심이 사라지고 위험수용과 낙관주의가 지배할 때다. 이런 상태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적이다.
'도취감에 기여하는 것은 우리 시대나 과거에는 거의 주목되지 않았던 두 가지 추가적인 요소들이다. 첫 번째 요소는 금융기억의 극단적인 단기성이다. 결과적으로 금융계의 재앙은 금방 잊힌다. 더 나아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똑같거나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종종 젊고 늘 확신에 차 있는 신세대는 이 상황을 금융계와, 더 크게는 경제계에서 엄청나게 혁신적인 발견인 양 생각한다. 금융계처럼 역사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은 분야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놀라운 기적을 평가할 통찰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원시적 피난처로 치부된다.'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금융 도취의 짧은 역사>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할 때 신중하지 못할수록 우리는 우리 일을 더 신중하게 행 한다." - 워런 버핏 워런 버핏은 내가 늘 사용하는 말인 위 인용구에 이런 내용을 잘 녹여냈다. 나는 이 인용구가 현재 현상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요구되는 반대 반응까지 적절히 압축해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위험을 걱정하지 않고 조심하지 않을 때는 버핏의 말처럼 우리가 더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투자자들이 공황 상태에 빠져서 침체되어 있고, 위험을 감수할 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한다면 우리는 공격적으로 변해야 한다.
소극적인 태도가 극단에 이른 시기에 지나친 위험회피는 가격을 가능한 한 낮아지게 할 수 있다. 추가 손실의 가능성은 아주 낮아지고, 따라서 손실위험은 최소화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리스크가 없다는 믿음이다. 마찬가지로 매수하기에 가장 안전한(그리고 가장 보상이 큰) 시기는 대개 모두가 희망이 없다고 확신할 때이다.
투자자들이 위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요컨대 지나친 위험수용은 위험을 만들며, 과도한 위험회피는 시장을 침체시키지만 최고의 매수 기회를 만들어낸다. 합리적인 투자자는 언제나 부지런하고 회의론적이며 적절하게 리스크를 회피함과 동시에 리스크를 상쇄시킬 만큼 잠재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찾는 사람이다. 이상적인 경우다. 하지만 시장이 좋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리스크? 무슨 리스크요? 그렇게 잘못될 일은 없는 것 같은데요. 얼마나 일이 잘 진행됐는지 보세요. 어쨌든 리스크는 우리의 친구죠. 리스크를 더 많이 감수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답니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에서 돈을 못 벌어도 상관없어요.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내보내줘!"
중요한 점은 합리적이고 침착한 투자자들은 아주 소수이기 때문에 전체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한 태도 또는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심리나 감정의 평형 상태를 이루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모든 투자자들은 그들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위험회피와 투자를 재촉하는 위험수용 사이에서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 둘 중 하나는 확연히 우세하다. 욕심과 두려움, 의심과 신뢰, 때로 긍정적인 것만 보려는 의지와 부정적인 것만 보려는 의지, 그 외 다른 많은 것들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심리 사이클은 투자자들이 가운데에 거의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험에 대한 태도의 변화 또는 움직임은 어떤 사이클의 결과이자 다른 사이클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러할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일이 잘 될 때는 더 낙관적이고 위험을 수용하는 반면, 상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걱정이 많아지고 위험을 회피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장 신중해야 할 때 가장 기꺼이 매수하고, 가장 공격적이어야 할 때 가장 매수를 꺼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뛰어난 투자자들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고 반대로 행동하려고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익 변화,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에 따른 수익 변동은 경제의 출렁임 때문이라고 여겨져왔다. 그러나 침체와 회복 구간에서 경젱성장률은 대개 추세선의 성장률에서 고작 몇 퍼센트포인트 벗어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기업 이익은 왜 그렇게 많이 증가하고 감소할까? 이 답은 재무 레버리지와 영업 레버리지에 있다. 이것이 매출의 증가 및 감소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력을 증폭시킨다. 만약 이익이 GDP보다는 심하지만 비교적 완만하게 변동한다면 주식시장은 왜 그렇게 급격하게 상승하고 하락하는 것일까? 나는 이것이 심리 변동, 특히 심리가 자본의 가용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본다. 간단히 말해서, 경제가 약간 변동하면 이익은 꽤 크게 변동하는 반면, 대출 창구는 활짝 열리고 쾅 닫힌다. 신용 사이클은 가장 변동이 심하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큰 관심을 가질만하다.' - '활짝 열리고 쾅 닫힌다'(2010년 12월 메모)
'호황으로 대출이 늘면서 잘못된 대출로 인한 큰 손실이 발생하고, 결국 대출기관이 더 이상 대출을 하지 않게 되면서 호황은 끝이 난다. 이 상황은 계속 반복된다. ... 나는 투자할 때 잘 알 수 없는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자본의 공급 및 수요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이 있다. 붐비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면 큰 이점이 있다. 모두가 돈을 쏟아붓는 분야에 동참하는 것은 재앙을 만드는 공식이다.' - '예측할 수는 없지만 대비할 수 있다'(2001년 11월 메모)
'때때로 자본공급자들은 단순 실수로 많은 상황을 놓쳐버린다. 누구나 어떤 목적으로든 얼마든지 자본을 얻을 수 있는 때가 있고, 자금을 받을 만한 자격이 확실한 대출자들조차도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위한 합리적인 규모의 자금에 접근하지 못할 때도 있다. 자본시장의 양상은 심리적 측면에서 우리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지표이며, 적은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 ... 극단적인 시장 상황의 원인을 찾으려면 비디오를 몇 달 혹은 몇 년 전으로 되감아야 한다. 무분별하게 자본을 공급하려는 의욕이 강해지면서 엄청난 호황기가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위기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 잠재적 대출자 전체에 대한 자금 조달이 전면적으로 거부된 뒤 발생한다.' - '중도'(2004년 7월 메모)
'신용 완화는 자산 가격을 높이고 후속적인 손실을 가져오는 반면, 신용 경색은 가격을 낮추고 엄청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 '열림과 닫힘'(2010년 12월 메모)
조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상환받지 못할 돈을 내놓을 만큼 무분별한 대출기관이나 채권 매수자는 거의 없다. 냉정한 시기에 투자자들은 채무자 조건이 악화되더라도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안전마진을 요구한다. 하지만 신용시장이 과열되어 바닥을 향한 경주가 시작되면 한껏 달아오른 대출기관들은 자격이 불충분한 대출자들에게도 자금을 제공해주고 부실한 채권 구조까지 받아들이려 한다. 이런 경우 안전마진이 부족해지고,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상환받지 못할 채권이 발행된다. 무분별한 신용 확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크트리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과정은 다음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벽난로에 장작을 쌓아 놓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것은 과정의 전반부에 불과하다.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다 쌓은 후에도 두 번째 요소인 점화장치가 있기 전까지는 큰 불이 일어나지 않는다. 점화장치는 대개 기업 이익을 감소시키는 경기 침체의 형태로 온다. 이는 종종 대출창구가 닫히는 신용 경색을 동반하며, 기존 부채의 차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채무불이행을 초래한다. 상황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경제와 금융시장을 어렵게 하는 외부적인 사건들로 인해 악화된다.
부실채권 시장에서 기회의 증가와 감소는 경제와 투자자 심리, 리스크에 대한 태도, 신용시장의 사이클 등 다른 사이클과의 상호 작용에서 비롯된다.
경제 사이클은 투자자 심리와 기업의 수익성, 채무불이행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심리 사이클은 신용시장 상황의 변동과 투자자들의 자금 제공 및 매수, 매도 의사에 기여한다.
리스크에 대한 태도 사이클은 정점에서는 부실채권을 쉽게 발행하게 하지만, 바닥에서는 차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
신용 사이클은 차환 가능성과 잠재적 채권 발행자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신용기준의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여러 기본적인 사이클들이 상호 연결된 부실채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앞서 말했듯 각각의 사이클은 상승하고 하락한다. 이들은 다른 사이클의 상승 및 하락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사이클의 상승과 하락에서 영향을 받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부실채권 투자 기회에 극적인 사이클을 만든다.
"부동산 개발 사이클은 보통 분명하고 단순하며 정기적으로 반복된다." - 상동'ditto,(2013년 1월 메모)
그러나 이렇게 중단된 사업을 그대로 매입해서(주로 그것들을 압류한 대출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를 완공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개발업자가 토지, 계획, 허가, 골조 구축에 투자했던 것보다 이것들을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호황이 아닐 때는 노동력과 자재를 더 싸게 구할 수 있으므로 완공에 드는 비용이 줄어든다.
중단된 사업의 매입과 건물 완공 사이에 남은 기간이 더 짧다.
호황기에 허가를 받아서 불황기에 이르게 된 것처럼, 불황기에 매입한 중단된 프로젝ㅌ는 호황기에 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
부동산 개발의 긴 리드타임은 이런 가능성을 만들고, 부동산 개발 사이클은 사이클이 잠재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호황기에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위험의 근원이 될 수 있다. 반면 불황기에 프로젝트를 매수하면 아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모든 것은 당신이 무엇을 언제 하느냐에 달려 있다. 골프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퍼팅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든다."
많은 투자가 인간의 욕심과 낙관적 경향 때문에 대개 긍정적인 면에 방점을 두고 지나친 일반화와 포괄적 진술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히 부동산 분야에서 그렇다. 투자업에 종사해오면서 나는 '(땅과 관련해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든지, '(주택과 관련해서) 늘 거기에서 살 수 있다'든지, '(모든 유형의 부동산과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해지한다'는 등의 쉽게 이해되는 말들로 부동산 투자를 합리화하는 것을 들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말이 진정 의미가 있는지에 상관없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서 진행된 투자는 결국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깨닫게 된다.
투자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자산가격을 논하고, 현재 자산가격이 어디쯤에 있는지 평가하며,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판단하는 것이다. 주로 펀더멘털과 심리의 두 영역에서 전개되는 사건이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펀더멘털은 대체로 기업 실적과 현금 흐름, 그리고 이 둘에 대한 전망으로 간단히 말할 수 있다. 펀더멘털은 경제 동향, 수익성, 자본의 가용성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심리, 즉 투자자들이 펀더멘털을 어떻게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여러 요인들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특히 투자자들의 낙관론과 위험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투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매번 똑같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을 수도 없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흐름은 반복된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유와 결과는 과거와 전혀 같지 않지만 과거에 봤던 사건들을 연상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과정의 불명확함과는 별개로 과거의 사건과 예상되는 미래의 사건이 투자자의 심리와 결합해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하다. 사건과 심리는 신용 가용성에 영향을 미치고, 신용 가용성은 사건과 심리에 피드백으로 다시 영향을 미치며 자산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약하자면 이러한 것들이 모두 모여 마켓 사이클을 만든다. 이런 현상은 매일같이 일어난다. 주식시장의 상승 및 하락이 두드러지는 사례지만, 채권, 금, 통화 시장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온전히 경제적인 결정만 하는 것을 막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는데, 이것들은 투자 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요소들은 인간의 본성, 심리, 감정(이들 간의 차이는 우리 목적에 직접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이라는 이름 아래 투자자의 행동과, 나아가 시장을 분명히 지배할 수 있다.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 요소는 주기적으로 달라지며 이것들 모두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이클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이 미치는 가장 중요한 영향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가 합리적인 사고와 그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을 확고히 고수하지 않고 변동하는 방식
투자자들이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과 편향된 해석에 빠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 대해 왜곡된 견해를 갖는 경향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는 증거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증거는 부정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1달러의 수익(또는 1달러의 잠재적 이익을 포기한 경우)보다 1달러의 손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비선형적인 효용에 따른 경
투자자들로 하여금 좋은 시기에는 이익 가능성에 대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도 받아들이게 하는 수용성gullibility, 나쁜 시기에는 이익의 모든 가능성을 거부하게 하는 지나친 회의주의
투자자의 위험수용 및 위험회피 성향은 바뀌며, 그 결과 보상적인 리스크 프리미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도 바뀌는 특성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 동조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생긴 군중행동herd behavior과 그 결과 일반적인 관행을 따르지 않는 포지션을 유지하기 어려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은 거부했던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모습을 지켜볼 때 생기는 극도의 불편함
따라서 자산 거품에 저행했던 투자자들이 결국 압력에 굴복하고 패배를 인정하며 매수하는 경향(비록 거품이 껴서 자산가격이 상당히 올랐을지라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
이에 상응하여 아무리 타당하다 할지라도 인기 없고 성공적이지 못한 투자를 포기하는 경향
마지막으로 투자라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 다른 사람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대한 질투,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강력한 요소를 갖고 있는, 돈에 관한 문제라는 사실
약 45년 전인 1970년대 초, 나는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한 현명하고 나이 많은 투자자가 내게 '강세장의 3단계'에 대해 알려준 것이다.
1단계, 대단히 통찰력 있는 소수만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을 때
2단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개선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3단계, 모든 사람들이 상황이 영원히 나아질 것이라고 결론지을 때
강세장의 3단계에 관한 설명은 경제적으로 많은 지혜를 가르쳐준다. 하지만 3단계를 알게 된 지 얼마되지 않아 훨씬 더 좋고 간단한 가르침을 발견했다. 한 문장에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현명한 사람이 처음에 하는 일을 바보는 마지막에 한다." 나는 이 문장이 최고의 투자 지혜이며 사이클의 중요성을 담은 놀라운 정수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초기 발견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잠재력을 싼 가격에 산다. 초기 발견자는 정의상 다른 사람들보다 미래를 잘 예측하며 대중의 동조 없이도 매수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가진 드문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투자 트렌드는 극단으로 나아가고, 지나치게 값이 올라 마지막 매수자는 과대평가된 잠재력에 돈을 지불한다. 그는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얻는 대신 손해라는 심판을 받을 것이다.
똑똑한 투자에는 단 한 가지 형태가 있다.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내서 그것을 적정 가격이나 그 이하의 가격에 사는 것이다. 가치를 수량화해서 매력적인 매수 가격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똑똑한 투자를 할 수 없다. 가격과 가치의 관계 이외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모든 투자활동은 비이성적이다.
시장의 상승 사이클을 처음 경험한 미숙한 투자자는 강세장 또는 거품의 긍정적인 요소들이 혼합된 초기 과정의 흐름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게 계속 쏟아지는 좋은 뉴스들과 감정이 손실로 끝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랄지도 모른다. 물론 특별한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판단 오류에 기초해 사이클의 진행 과정이 극단으로 갈 수 없다면 시장은 상승 시장의 정점(또는 하락 시장의 바닥)에 도달한 이후 붕괴하지도(회복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달볼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 어떻게 미래에 대비해서 포트폴리오를 포지셔닝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장이 오르내리는 사이클의 어디쯤에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향후 시장의 움직임에 관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투자에 대한 생각>에서 썼던 것처럼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절대 알 수 없지만, 우리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더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이 사이클의 움직임을 만드는지, 무엇 때문에 사이클이 고점과 저점을 향해 나아가는지, 또 무엇 때문에 사이클이 극단에서 벗어나게 되는지 등 사이클의 기본 특성을 폭넓게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관련된 핵심 요소들을 살펴봤다.
기본적인 공통 요소와 역사의 흐름이 반복되는 경향
특히 인간 본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들이 상승하고 하락하는 경향
사이클의 각 사건이 다음 사건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
다양한 사이클이 상호 작용하고 서로 영향을 미치는 방식
합리적인 수준 이상으로 사이클 현상을 만드는 심리의 역할
따라서 사이클이 극단으로 가는 경향
사이클이 극단에서 중간지점으로 회귀하는 경향
회귀하는 움직임이 중간지점을 지나 반대쪽 극단을 향해 계속되는 규칙성
이상은 모든 종류의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 특성이다. 더불어 오리는 마켓 사이클에 영향을 미치는 특별한 요소들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투자환경을 형성하는 경제 및 이익 사이클
투자환경에서 전개되는 사건에 과민 반응하는 심리 경향
어떤 때는 리스크가 존재하지 않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간주되다가 다른 때에는 거대하고 피할 수 없으며 치명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점
어떤 때는 시장가격이 긍정적인 것만 반영해서 과장되다가, 또 다른 때에는 부정적인 것만 반영하고 모든 긍정적인 것들은 무시하게 되는 점
이상이 우리가 알고, 주의를 기울이며, 따라야 할 펀더멘털로 일반적인 사이클에 관한 기본 요소이자 그들이 시장에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우리는 시장 상황이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지, 그것이 미래의 움직임에 대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그리고 그 결과 무엇을 해야 할지 가늠하기 위해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시계추처럼 움직이는 심리와 밸류에이션(어떤 자산이나 기업의 현재 가치를 평가하는 것) 사이클이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 아는 것이다. 또 지나치게 긍정적인 심리와 높은 밸류에이션을 부여하려는 생각 때문에 가격이 정점으로 급등할 때 매수하지 않는 것(그리고 아마 매도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침체된 심리와 밸류에이션 기준의 하락으로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도했을 때, 그리하여 염가 매수가 가능할 때 기회를 잡는 것이다. 존 템플턴경은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실망하여 매도할 때 매수하고, 탐욕스럽게 매수할 때 매도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만 보상도 가장 크다."
문제는 시장이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시장 상승에 기여하는 요소들은 역사적 기준에 비해 높아진 가치평가 지표, 즉 주식의 경우 주가수익률, 채권의 경우 수익률, 부동산의 경우 자본비율capitalization ratios, 바이아웃 펀드의 경우 현금흐름에 대한 평가 승수 등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미래 수익률이 낮아질 전조이다. 시장이 붕괴해 자산가격이 아주 낮은 가치평가를 받을 때는 그 반대이다. 이러한 것들은 관찰할 수 있고, 수량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행동하고,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며, 회의주의적 시각을 적용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억제할 때 주식가격은 내재가치에 비해 합리적인 경향이 있으며, 시장은 안전하고 분별 있는 곳이 된다. 반면 투자자들이 도취되면 그들의 지나치게 열성적인 매수가 가격을 위험한 수준까지 끌어올린다. 투자자들이 낙담했을 때는 패닉에 빠진 매도세가 가격을 최저가로 떨어뜨린다.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일을 할 때 신중하지 못할수록 우리는 우리 일을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도취되어 있을 때 우리는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겁먹었을 때 우리는 공격적으로 변해야 한다.
투자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을 사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사기 위해 얼마를 지불하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를 지불하느냐는 것, 즉 주식가격과 그것의 내재가치와의 관계는 투자자 심리와 그에 따른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시장 분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여기, 심리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파악하는 데 있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라서 너무 비싼 가격이 매겨졌는지, 아니면 시장이 냉랭해서 가격이 아주 낮은지 알아야 한다.
우리가 사이클의 어디쯤 서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여뢰는 두 가지 형태의 평가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벨류에이션을 측정하는 것으로 완전히 계량적인 평가이다. 가치평가가 역사적 수준과 일치하는 경우, 즉 마켓 사이클이 위나 아래 어느 방향으로도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 같을 때가 적절한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본질적으로 질적인 평가다. 우리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특히 투자자 행동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렇게 비수량적non-quantitative 현상을 관찰하는 것도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핵심 질문은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고, 우리 주변의 투자자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 두 가지 사항을 일관되게 잘 평가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우리는 사이클의 어디쯤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주제를 마무리하면서 지겹도록 반복해온 말을 또 해야겠다. 투자 환경의 온도를 아무리 잘 측정해도 다음에 일어날 일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단지 추세만 알 수 있을 뿐이다. 마켓 사이클은 변동의 진폭, 속도, 지속 기간의 측면에서 모두 다르기 때문에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근거로 하여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신하기에는 규칙성이 부족하다. 따라서 사이클의 일정한 시점에서 시장은 위, 가운데, 아래 등 모든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세 가지 경우가 모두 똑같은 가능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서 있는 위치는 미래의 사건을 확실하게 결정짓지는 않아도 경향이나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다른 모든 조건이 같고 시장이 사이클의 고점에 있다면 지속적인 이익보다 하향 조정의 가능성이 더 높다. 반대의 경우는 그 반대가 된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사이클이 어디쯤 와 있는지 평가한다고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일의 발생 가능성이 더 높고 낮은지는 알 수 있다.
확신과 정확성을 근거로 시도되는 투자업계의 다른 많은 것들처럼 매수를 시작하기 위해 바닥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바닥을 목표로 삼는 것이 틀렸다면 언제 사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가격이 내재가치보다 낮을 때이다.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어떻게 하나? 더 사라. 지금이 훨씬 더 싼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a) 내재가치 평가, (b) 인내에 필요한 감정적 용기, (c) 결국 자신의 가치 추정이 정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시장이 사이클의 어디쯤에 있는지에 기초해 태도를 조정해야 한다. 즉 시장이 사이클의 고점에 있을 때는 돈을 잃을 가능성을 제한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고, 시장이 사이클의 저점에 있을 때는 기회를 놓칠 위험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투자는 미래 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자본을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그래서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결코 알 수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하지만 사이클의 현재 위치는 가능한 미래에 대한 대응 방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알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사이클에서 우리의 위치는 미래의 경향, 즉 일어날 것 같은 일과 그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이클 포지셔닝은 미래에 대한 확률분포를 이동 시킨다.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불확실성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미래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확률뿐이다. 확률을 알면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이 맞힐 수 있다. 하지만 확률을 아는 것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사이클을 이해했을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은 맨 처음 그 발생 가능성을 보인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실에서 위험이 비롯된다. 우리는 이 위험에 대해 포트폴리오(와 투자 사업)을 보호해야 한다. 타당한 결론에 도달하는 것과 그것이 옳다고 입증되는 것(발생 확률이 높은 일을 아는 것과 실제로 발생하는 것) 사이의 잠재적으로 긴 시간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감정적으로 강해져야 한다.
사이클을 이해해서 시장의 타이밍을 맞출 좋은 기회를 만들 수는 없다. 오히려 시장에서 우리가 기회를 잡을 시기를 정할 것이다. 어떻게해도 영리해질 수 없을 때,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영리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지금까지 주요한 사이클에 대해 우리가 했던 판단은 모두 옳다고 입증됐다. '모두'라는 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것이 마치 지속적으로 이길 수 있는 싸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모두'는 48년 동안 4~5번이었다. 나는 사이클의 최극단에서만 판단이 맞을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나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극단을 제외하고서는 꾸준히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운용업계에서 이 직책을 맡은 지 28년, 그리고 맡기 전 22년 동안, 내가 어떤 지혜를 축적했왔든지 그것은 이런 식으로 요약할 수 있다. 비결은 가장 핫한 종목 발굴가나 성공적인 예측가, 깔끔한 모델의 개발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승리는 일시적이다. 비결은 살아남는 것이다! 이 비결을 실행하려면 틀리는 것에 대한 강한 배짱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예상보다 더 자주 틀리기 때문이다.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틀리는 것은 불가피하고 정상적인 것이지, 대부분의 경우 지독한 비극도, 끔찍한 논리적 결함도 아니며, 운이 없어서도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도움이 된다. 틀린다는 것은 그 결과가 미지의 미래에 달린 일련의 행동을 동반한다.' - 제프 소트, '틀린다는 것과 여전히 돈을 버는 것', Seeking Alpha, 피터 번스타인의 말 인용.
'성공은 그 안에 실패의 씨앗을 품고 있고, 실패는 성공의 씨앗을 품고 있다.'
"모든 시스템은 최대 효율을 향해 성장하면서 최후의 쇠퇴와 종말을 초래하는 내부적인 모순과 약점을 함께 발전시킬 것이다." - 피터 코프먼의 에세이 49번, '영원한 시소', 2010
이렇게 사회적 통념과 다른 포지션 중 하나가 처음에 투자자의 기대만큼 상승하지 못하거나 또는 반대 방향으로 가버릴 경우, 투자자는 포지션을 유지하거나 심지어 늘리기 위해 충분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그는 가격 하락을 확실한 '매도'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즉 시장이 자신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전제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투자자는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하며 자기가 절대 틀리지 않는다고 가정해서도 안 된다. 그는 거시적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그는 미래의 경제, 시장, 이자율에 대해 의견을 가지겠지만 그 의견들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반대로 늘 자기가 옳고 시장이 틀렸다고 가정해서는 안 되며, 그러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논리를 재검토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거나 추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만심이다. 성공이 누적되면 사람들은 흔히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강한 상승자에서 많은 돈을 번 후에는 투자를 완전히 익혔다고 생각한다. 그런 믿음은 그들의 생각과 본능 속에서 점점 커지고, 그는 이후의 투자에서 자신의 판단에 대해 걱정을 덜 하게 된다. 이는 잘못될 가능성과 손실의 위험에 대해 덜 생각하고 덜 염려한다는 의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초기의 성공 요인인 완전한 안전마진을 고집하지 않는다.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투자 격언 중 하나인 "상승장에서 얻은 수익을 자신의 실력이라 착각하지 마라."는 말이 나온 이유이다. 분명한 사실은 성공으로부터 배울 가치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거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투자에서 성공을 하면 사람들은 두 가지 특히 위험한 교훈, 즉 돈을 버는 것이 쉽고, 위험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모든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상호 연결된 세계에서는 비상한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들에 점점 더 많은 자본이 몰린다. 포화 상태가 될 때까지, 완전히 일상화될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자본이 몰리는 동안 예상되는 위험 조정 수익률은 점점 평균(또는 그 이하로)으로 이동한다. 마찬가지로 얼마간 저조한 수익률을 내는 자산들은 상대적으로 도외시된다. 투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해 지나치게 저렴해진다. 그러나 이는 나중에 더 나은 결과를 낼 준비를 하는 것이다. 투자에서 성공의 비법은 모든 이들이 하늘만큼 자랄 거라고 생각하는 나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사이클에 있다.
이 세상에 사이클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것들은 직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시간은 계속해서 앞으로 흐른다. 기계도 적절한 동력이 공급된다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역사나 경제 같은 분야의 프로세스는 인간이 수반된다. 인간이 관여하게 된다면 결과는 가변적이게 되고 그것은 다시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내 상각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간이 감정적이고, 일관성이 없으며 꾸준하지 않고,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양적인 관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환경 변화, 기술 발전, 기업의 의사결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요소들은 사이클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과민 반응이나 미온적 반응을 야기해 사이클 변동의 진폭을 결정하는 것은 이런 요소들에 추가된 인간의 심리이다. 사람들이 현재의 일이 진행되는 상황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할 때 그들의 행동은 어떻게 될까? 더 많이 소비하고 더 적게 모은다. 사람들은 재무상태가 더 위태로워진다고 해도 즐거움이나 수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돈을 빌린다. (게다가 낙관정인 시기에는 불안정성precariousness 같은 개념은 잊어버린다.) 그리고 현재 가치나 미래 가치를 위해 기꺼이 돈을 쓴다.
투자자들은 감정, 즉 상승에 대한 욕심과 하락에 대한 공포를 간과한다. 감정은 두 가지 방식으로 사이클에 작용한다. 먼저 극단을 초래하는 요소들을 확대해 결국 조정을 가져온다. 다음으로 사이클의 과도한 움직임을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잠재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때, 강세장과 약세장의 3단계에 진입했을 때 시장 참가자들로 하여금 사이클의 순환을 간과하게 한다.
극단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지나친 움직임은 조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사이클의 발생도 마찬가지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와 시장은 과거에 한번도 일직선으로 움직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이클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의는 고사하고 국가 시스템과 법은 무시하며 상식과 염치 마저 없는 자들이 판치는 사람의 정치, 침팬지 무리도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위한 시스템이 작동한다.
[본문발췌]
'모든 인간의 일반적 경향 중에 하나가 죽음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그들의 끝없고 쉼 없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다.' - 토마스 홉스
침팬지 사회에는 권력탈취, 계급구조, 권력투쟁, 동맹, 분할 지배 전략, 연합, 조정, 특권, 거래 등이 만연해 있다. 인간 사회의 권력 주변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은 거의 모두 침팬지 사회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마키아벨리적 지능(권모술수에 능한 지능)'
미래의 새로운 리더는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해 나가지만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단독으로 자기의 리더십을 집단에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의 지위는 부분적으로 다른 침팬지에 의해 주어진다. 리더, 즉 우두머리 수놈도 다른 구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감시망에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우리는 인식하는 것만 볼 수 있다. 장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장기판 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 사람이 곁에서 한 시간 동안 지켜보더라도 게임 상황을 다른 판에 복기해 보라고 하면 정확히 재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장기에 뛰어난 사람이라면 몇초 동안만 바라봐도 말들의 배치를 모두 파악해서 기억할 수 있다. 이는 기억력의 차이가 아니라 지각력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문외한에게 체스 말의 위치는 각각 아무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말의 위치에 커다란 의미가 있으며 그들 상호 간에 서로 위협하거나 지원하는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무질서한 것의 집합보다는 어떤 유기적인 구조를 가진 편이 훨씬 기억될 수 있는 원리이다. 이것이 이른바 게슈탈트 지각(Gestalt perception)의 종합 원리이다. 즉, 게슈탈트(전체)란 단순한 부분들의 합 이상이며 지각을 학습한다는 것은 구성 부분들이 규칙적으로 전개되는 여러 가지 패턴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침팬지들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여러 패턴에 익숙해지면 그것들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명확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지엽적인 문제에 구애받거나 상황의 기본적인 논리를 놓치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게 된다.
우리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새롭게 조합시키는 능력을 표현하는 데 '추리력' 혹은 '사고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달리 적합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시행착오를 통해 특별한 행동을 시험해보지 않고서도 침팬지들은 그들 머릿속에서 선택의 결과를 가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행동을 보인다. 영장류들은 수많은 사회적 정보를 고려하며 상대방의 의도와 기분에 민감하게 잘 조율되어 있따. 그래서 그들이 가진 높은 지능이 복잡한 집단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진화되어 왔다고 추측한다. '사회적 지능 가설(Social Intelligence Hypothesis)'로 알려진 이 개념은 우리 자신의 계통에서 벌어진 막대한 뇌 용량의 팽창에도 적용될지 모른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기술적인 창의성은 부차적인 발전이다. 영장류 지능의 진화는 꾀로 상대방을 이기고, 속임수 전략을 감지하고, 상호 이익이되는 타협을 이루며, 자신의 삶에 이득이 되는 사회적 연대를 증진시키기 위한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침팬지들은 이런 영역에서 분명히 뛰어나다. 그들이 가진 기술적인 재주는 인간보다 떨어지는 것이 확실하지만, 그들의 사회적인 능력도 그렇다고는 쉽게 단정하지 못하겠다.
"싸움 능력이 아무리 탁월한 젊은 수놈이라 해도 상당히 많은 구성원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면 결코 권력을 탈취할 수 없다." - 어윈 번슈타인
강자의 보안관 역할과 그 강자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약자로부터 받는 지원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을지는 뻔하다. 암놈과 그 새끼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1인자 수놈은 장차 라이벌과의 권력투쟁에서 어떠한 지원도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1인자 수놈의 보안과 역할은 호의라기보다 의무에 가깝다.
리더는 질서를 유지해주는 대가로 집단 구성원들로부터 지원과 존경을 받는데, 이와 동일한 현상이 두 번째 정권 교체에서도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크게 달라진 점은 이런 자질이 지도자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평화를 수호한 대가로 광범위한 존경을 얻은 것은 니키가 아니라 그의 연대 파트너인 이에룬이었다. 이런 상황 전개가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한 마리의 개체가 공식적인 지배와 이런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룬과 라윗은 단독 지도자였던 데 반해, 니키는 다른 수놈과 지도력을 '공유'했던 것이다.
니키의 지도력과 구질서와의 중요한 차이는, 니키가 야심 많은 타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는 인간 세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유의 리더가 갖는 상대적 무력감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아래 <군주론> 인용문에서 '귀족'을 '서열 높은 수놈'으로, '평민'을 '암놈과 새끼들'로 고쳐서 읽어보라. 그러면, 우리는 니키의 '군주권'이 두 전임자의 '군주권'과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귀족의 원조를 받아 군주권을 얻는 것은 평민들의 지원을 받아 군주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귀족들은 스스로를 군주와 동등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군주는 원하는 대로 그들을 지배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서열을 결정짓는 원리는 성별에 따라 다르다. 수놈 사이에서는 연합이 우열을 결정한다. 수놈이 암놈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은 주로 육체적 우월성에 기인한다. 한편, 암놈끼리의 서열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보다 '성격'과 '나이'다.
아르험 침팬지 집단에 속한 암놈들의 서열은 위로부터의 위협과 과시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아래로부터의 존경에 바탕을 둔 것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남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하고 그걸 위한 전술도 개발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조차 회피할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의 사회심리학자 마우크 뮐더는 '인간은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만족을 얻으며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일련의 실험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동시에 '권력'이라는 단어의 주변에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우리가 권력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 하지만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할 때는 '책임을 지고 있다', '권위 있는 지위에 있다'거나 혹은 '힘겨운 결단을 통해 남을 돕고 있다'는 따위의 표현을 즐겨 쓴다.
실험 심리학자인 닉 험프리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사회적 동물의 이기성은, 다른 용어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내가 '공감'이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전형적으로 완화된다. 이때 '공감'이란 상대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상대의 목표를 어느 정도 자신의 목표로 인정하는 성향을 말한다." 이런 직관적인 해석을 증명하려면 공감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독립적인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감이 친밀함이나 친숙함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고 이것들이 두 개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고 해보자.
사회심리학자인 존 본드와 애드가 비나크는 여성들 간의 연합을 '협조적'이라 부르고 남자의 연합을 '착취적'이라고 지칭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연구들은 상당히 많다. 그리고 그 결론들은 한결같다. 즉, 남성은 승리에 집착하고 전략적 고려에 사로잡혀 있는 반면 여성은 개인간 접촉에 더 큰 흥미를 느끼며 주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인간적인 연합을 이룬다는 것이다.
착취적 연합과 기회주의는 정치 무대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인류학, 정치학적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과 멀리 떨어진 정치적 사건보다는 주변의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남성은 '거대' 정치에 참여하려 하고 권력의 핵심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이런식의 성차는 보편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디아든은 사회, 문화적 요인보다는 생물학적 요인을 더욱 강조했다. 하지만 성차는 언제나 통계적인 성질을 띠고 있다.예를 들어 인간의 정치 무대에서 이 규칙에 들어맞지 않은 사례들은 얼마든지 있으며 침팬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친밀한 파트너와 협력함으로써 성공의 기회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놈들은 분명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물질적인 인심과 사회적인 관용의 경계는 아주 모호하다. 심리학자인 하비 긴스버그와 셜리 밀러가 어린이들을 관찰한 바에 따르면 가장 우위에 있는 아이는 싸움에 개입해서 약자를 지켜줄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물건을 나눠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행위가 동년배들 사이에서 높은 지위를 누리는 데 도움을 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히고 있다. 인류학자들의 원시부족 연구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발견된다. 거기서 추장은 통제적 역할에 필적하는 경제적 역할을 수행한다. 즉, 추장은 주면서 받는 것이다. 추장은 부유하지만 부족 사람들을 착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대한 축제를 베풀고 가난한 자들을 돕는다. 그가 받은 선물이나 물자를 공동체로 되돌리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독점하려믄 추장은 위험에 빠지기 마련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즉 높은 신분에는 더 많은 도덕적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살린즈는 "인간은 존경 받기 위해서 너그럽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런 보편적인 인간 체계, 즉 재산 획득과 재분배의 체계는 그것이 원시부족 사회의 추장에 의해서건 아니면 현대 사회의 정부에 의해서건 간에 침팬지들이 사용하는 체계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재산'이란 말을 '지원과 사회적 베풂'이라는 말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균형(balance), 서로 라이벌 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놈들은 강한 사회적 연대를 형성한다. 그들은 상호간의 연합, 각자의 싸움 능력, 암놈의 지지 등에 기반을 둔 세력균형 체계를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
안정(stability), 암놈들 사이의 관계는 수놈들에 비해 덜 계층적이며 훨씬 안정적이다. 암놈들이 안정을 희구한다는 사실은 수놈드르이 지위 경쟁에 대한 그들의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암놈은 수놈들을 중재하기도 한다.
교환(exchanges), 중앙집권적이며 호혜적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인간의 경제 시스템은 침팬지의 집단생활에서도 발견된다. 침팬지들은 선물이나 재화보다 사회적 호의를 교환한다. 그들의 지원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리더에게 집중되고, 이 리더는 이런 기득권을 사용하여 사회적 안전을 제공한다. 만약 리더가 자신이 받은 구성원들의 지원을 재분배하는 데 실패하면 그의 지위가 위협받는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의 안녕을 지키는 것은 그의 의무이다.
내가 이 책에서 영향력과 권력이라는 용어로 묘사한 것들을 불완전한 첫 시도일 뿐이다. 내가 봤던 것은 어떤 개체가 최고의 자리를 잃었다고 해서 완전히 잊혀진 존재로 추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여전히 많은 것을 조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위가 상승해서 언뜻 두목처럼 보이는 개체일지라도 매사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자동적으로 갖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사회 조직에서 벌어지는 이런 이중성을 인간의 용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우리네 인간 사회에서 그들과 아주 비슷한 막후 영향력 때문일 것이다.
만약 정치를 영향력 있는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술수라고 넓게 정의한다면 정치는 모든 사람과 관계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우리는 정치라는 현상과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갈등을 야기하거나 혹은 다른 이들의 갈등에 개입한다. 우리에게는 지지자와 경쟁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과의 유익한 관계를 매일매일 다져간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적인 정치 행위가 항상 그 자체로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도를 은폐하는 데 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치인들은 그들의 이상과 공약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권력을 향한 개인적 야망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애쓴다. 그러한 야망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구나 똑같은 게임을 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들이 자신의 동기를 타인에게 숨기려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동기가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과소평가 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침팬지는 '더욱 천박한' 자신의 동기를 아주 뻔뻔스럽게 알린다. 권력에 대한 침팬지의 관심이 인간보다 더 강해서가 아니다. 단지 아주 적나라할 뿐이다.
모든 파벌들은 일시적인 권력 균형에 이를 때까지 사회적 영향력을 계속해서 찾는다. 그리고 이런 균형은 서열상의 지위를 새롭게 결정한다. 다소 유동적인 지위가 '고정'될 때까지 관계는 계속해서 변한다. 이 같은 서열의 공식화가 어떻게 화해 가운데 일어나는지를 보게 되면, 집단 내의 서열이 경쟁과 충돌을 제한하는 '응집적' 요소임을 이해할 수 있다. 육아, 놀이, 섹스, 협력 등은 그로 인해 찾아오는 안정 상태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의 상황은 늘 유동적인 상태이다. 권력의 매일매일 시험되며, 만일 그것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도전이 일어나고 새로운 균형이 찾아올 것이다. 결국 침팬지들의 정치도 건설적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로 분류되는 것을 명예롭게 여겨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