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위처럼 보이는 것도 주변 관계를 이해하고 전체적 공간의 조망, 시간의 흐름 속에서 패턴을 찾아보면 나름의 법칙이 있다.
[본문발췌]
컴퓨터에서 휴대 전화, 우주여행에서 신약까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기술 진보의 대부분은 지난 수백 년 동안의 과학적 탐구 덕분이었다. 이것은 우리가 자연 현상을 이해하고, 묘사하고, 정량화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결국 통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 ....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계몽적인 혁명은 자연과학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고, 오늘날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개인과 사회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인간의 행동이라는 영역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목격하는 여러 사건들이 여전히 불가사의하고 혼란스럽게만 보인다.
과학의 장기는 결국 일반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을 밝혀내는 것이다. 인간의 행동을 고찰할 때도, 우리의 목표는 결국 보편적 성질을 밝혀내는 것이다.
1915년에는 사람들이 겪는 사고 횟수가 푸아송의 예측을 따른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푸아송의 수학은 보험 산업의 기반이 되었다. 오늘날의 인터넷 라우터는 사용자들의 마구잡이식 웹 브라우징 및 소통 트래픽이 무작위적 푸아송 과정을 따른다는 가정하에 설계된다. 푸아송 공식은 전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나 한 가구 내에서의 장티푸스 발병 횟수를 예측하는 데도 쓰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학자들은 인간 행동이 사실상 무작위적이라는 가정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게 되었고, 이 가정은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과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패러다임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니까 인간의 행동은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고, 일회적이고, 결정 불가능하고, 예견 불가능하고,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이 가정에는 문제가 딱 하나 있다. 틀렸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든 무의식적으로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단순하지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법칙이나 패턴은 이전에는 설명되지 않았던 현상들을 분명하게 해석해줄 때만 중요하게 여겨질 가치가 있다.
인생은 무작위성을 근절하려는 전쟁이고, 안전하고 질서 있는 상태를 추구하는 과정이다.
최근의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은 친구의 수와 질에 달려 있다고 한다.
확률적인 방법은 사전에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으면 랜덤한 것부터 시작한다.
환원주의(reductionism)는 20세기의 과학적 연구를 배후에서 이끌어간 주된 원동력이었다. 이에 따르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그것의 구성 성분들을 해독해야 한다. 여기에는 부분을 이해하며 전체를 이해하기 훨씬 쉬울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세계를 그 구성 성분들을 통해 바라보도록 강요당한 것이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원자나 초끈을,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분자를, 복잡한 인간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개별 유전자를, 유행과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예언자를 연구하도록 훈련 받아왔다. 이제 조각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은 거의 다 아는 상태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전체로서 자연을 이해하는 데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왔다고 하기 어렵다. 재조립은 과학자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환원주의를 따를 때, 복잡성(complexity)이라는 견고한 벽에 맞닥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자연은 다시 재조립하는 방법이 오직 하나뿐인 잘 설계된 퍼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건이나 현상은 복잡한 세계(complex universe)라는 퍼즐의 엄청나게 많은 다른 조각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들에 의해 생겨나고 또 상호작용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는 좁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히 상이한 학문 분야에 속한 모든 과학자들이 모든 복잡성은 엄격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일제히 발견하게 되면서, 우리는 거대한 혁명이 진행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비로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 <링크> 중에서
공간적인 요동 현상에 의해 나타난 것이 척도 없는 네트워크였다면, 시간적인 요동 현상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 버스트(bursts) 현상이다. 가우스 확률분포 함수로써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하는, 숨어 있는 신의 손에 의해 벌어지는 요동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주식 가격의 연쇄 폭등 또는 폭락, 글로벌 경제 현상,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누리꾼들의 댓글 잔치와 그로 말미암아 각광을 받은 루저, 거리로 나선 촛불 시위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도 숨어 있다. 시간적으로 사건의 발생이 요동치면서 숨 돌릴 수 없이 밀어닥치는 버스트 현상 그 이면에는 가우스 랜덤 확률 법칙이 아닌 새로운 법칙, 멱함수 법칙이 숨어 있다. "아웃라이어, 즉 남들과 다른 그 무엇이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처럼, 드물지만 그러나 정말 드물다고 할 수 없는 갑자기 일어나는 버스트 현상이 역사를 바꾸기도 했고, 우리의 미래를 바꾸기도 할 것이다"
인간 역학 연구,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폭발성이라는 패턴이 숨어 있다.
인간 행동에 폭발성이 드러나는 것은 '우선순위 설정' 때문이다. 우리가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때문에 그 행동 패턴이 멱함수 법칙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우선순위를 끌어들이는 순간, 모든 데이터들이 엇비슷한 규모인 세상과는 안녕이다. 대신에 행동이 폭발적으로 몰려 벌어지는 시기들이 등장하고, 어처구니없이 큰 규모인 예욋값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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