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든 글이든 표현은 나의 내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데서 나온다. 그러나 그 표현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받아들이고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본문발췌]

 

 

표현의 기술은 자유롭고 자신 있게 내면을 표현하려는 마음에서 나온다.

 

 

가방끈이 얼마나 길든, 하는 일이 뭐든, 사람은 다 비슷한 결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잘 속이고, 쉽게 속아 넘어가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빠지고, 감정과 충동에 휘둘리고, 믿고 싶은 것만 하는 동물. 우리는 모두 그런 불완전한 존재로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그래서 누가 쓴 어떤 책이든 다 비판적으로 읽어야 한다는 겁니다.

 

 

작가는 세상사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사실에 근거를 두고 진리와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게 쓴 글이라야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무엇이 내 것이고 뭐가 남의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적인 글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생각하면서 글을 씁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나다운 시각과 색깔로 써야 한다. 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진부하고 상투적인 생각과 표현에서 멀어져야 한다."

 

 

정치적 글쓰기에도 예술성이 중요합니다. 예술성은 문장의 아름다움과 아울러 독창적인 논리의 미학을 요구합니다. 그런 글을 쓰려면 생각과 감정에 자유의 날개를 달아 놓아야 해요. 고정관념과 도그마에 갇히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글을 쓸 수 없거든요.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다수 학설로 통하는 이론과 인식 방법을 답습하면 상투적이고 진부한 글을 쓰게 됩니다. 현실은 빨주노초파남보인데 흑백필름으로만 사진을 찍어서 현실이 그와 같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예술적으로 쓰고 싶다면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정해진 도그마보다 자기 자신의 눈과 생각, 마음과 감정을 믿는 게 현명합니다. ... 예술은 자유를 먹고 피어납니다. 돈과 권력만 사람의 생각과 감각을 얽어매는 게 아닙니다. 고정관념과 이념의 교조에 생각과 감정이 묶이면 글이 진부해집니다. 뻔한 글, 지루한 글, 첫 문장만 보아도 마지막 문장을 짐작할 수 있는 글을 쓰게 됩니다. 독창적인, 기발한, 창의적인, 흥미로운, 반전이 있는 글을 쓰지 못합니다. 진보냐? 보수냐? 내 이념을 어떻게 글쓰기에 반영할까? 창의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이런 헛된 질문을 털어 버리고 오로지 아름다운 것과 옳은 것만 생각하면서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다면 반드시 근거와 논리를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방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주장만 하면 논쟁을 중단하는 게 현명합니다. 논쟁의 주제와 관계없는 것을 끌어들이지도 마십시오. ... 상대방이 토론하다 말고 화를 내면 한발 물러서는 게 좋습니다. 화를 내는 것은 논리적으로 흔들린다는 증거입니다. 그럴 때 굴복을 강요하면 안 돼요. 그 정도에서 멈추고, 나도 더 생각해 볼테니 다음에 다시 대화하자고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 논리적으로 완전히 격파했다고 확신하는데도 상대가 인정하지 않고 계속 우길 때도 화를 내지는 말아야 합니다. 내가 확신한다고 해서 그게 옳다는 보장은 없고, 단 한 번의 논쟁으로 옳고 그름 또는 승패가 가려지는 문제도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이성과 욕망을 다 가진 존재입니다. 욕망은 아름답고 또한 추악합니다. 이성은 고결하지만 때로 나약합니다. 그래서 인간은 빛나는 선과 끔찍한 악을 다 저지릅니다. 저는 인간의 사악함은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악함은 누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인간 본성의 일부여서 악한 사람 자신도 스스로 어떻게 하지 못합니다. 어떤 사회악이 생기면 그 원인을 나쁜 사람한테서 찾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악이 악한 사람 때문에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소수의 사악함보다 다수의 어리석음이 사회악을 부르는 때가 더 많습니다. 정치적 글쓰기는 사악함과 투쟁하는 일이 아니라 어리석음을 극복하려고 하는 일입니다. 사악함과 어리석음은 모두 인간의 본성이지만, 조금이라도 더 승산이 높은 것은 어리석음과 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리서음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노력하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질 수는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 말하려면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지해야 해요.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태도, 사회를 보는 관점,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 내게 중요한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려고 선택한 방법,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이 어떠하며 그게 남들과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합니다. 이걸 모르면 남을 흉내 내는 글밖에 쓰지 못해요.

 

 

행복하게 살려면 나하고 잘 맞는 사람, 통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해야 합니다. 맞지 않는 사람과 다투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같은 이치로 내게 재미있는 책,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책, 내가 감동받는 책을 읽으면서 사는 게 최선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문장 쓰는 기술, 글로 표현할 정보, 지식, 논리, 생각, 감정 등의 내용, 그리고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어느것이 가장 중요할까요? 독자의 감정 이입을 끌어내는 능력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글쓰는 기술은 외모입니다. 내용은 사람이 가진 것이에요. 체력, 돈, 재능, 지식입니다. 감정 이입 능력은 성격, 마음씨, 인생관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은 흔히 외모를 부러워하고 돈과 지식을 선망하지만 행복한 삶을 사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성격과 마음씨와 인생관입니다.

 

 

생활 글쓰기의 열쇠는 문장 기술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우리는 보통 문장 쓰는 기술을 고민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마음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입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63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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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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