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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2 인연 - 피천득

사람 인(人), 혼자가 아니라 둘, 둘 보다는 셋... 아름다운 인연을 맺으며 선뜻 내어주는 멋도 알고, 사랑할 줄도 아는 시간에 맞서는 여유도 부릴 줄 아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본문 발췌]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 신춘新春'

 

선물은 뇌물이나 구제품같이 목적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고 싶어서 주는 것이다. 구태여 목적을 찾는다면 받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선물은 포샤가 말하는 자애慈愛와 같이 주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무엇을 줄까 미리부터 생각하는 기쁨, 상점에 가서 물건을 고르는 기쁨, 그리고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것을 바라보는 기쁨, 인편이나 우편으로 보내는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기뻐하는것을 상상하여 보는 기쁨, 이런 가지가지의 기쁨을 생각할 때 그 물건이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아깝지 않은 것이다. 선물을 받는 순간의 기쁨도 크지마는 선물을 푸는 순간의 기쁨이 있다. - 선물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한다. /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 맛은 얕고, 멋은 깊다. / 맛은 현실적이요, 멋은 이상적이다. / 정욕생활은 맛이요, 플라토닉사랑은 멋이다. / 그러나 맛과 멋은 반대어는 아니다. 사실 그 어원은 같을 지도 모른다. 맛있는 것의 반대는 맛없는 것이고, 멋있는 것의 반대는 멋없는 것이지 멋과 맛이 반대되는 것은 아니다. /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과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 그러나 맛만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되는 사람도 있다. /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 맛과 멋

 

30년 전이 조금 아까울 때가 있다.나의 시선이 일순간에 수천 수만 광년밖에 있는 별에 갈 수 있듯이, 기억은 수십 년전 한 초점에 도달할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나와 그 별 사이에는 희박하여져가는 공기와 멀고 먼 진공이 있을 뿐이요, 30년 전과 지금 사이에는 변화 곡절이 무상하고 농도 진한 생활이라는 것이 있다.이 생활 역사를 한 페이지 읽어보면 일년이라는 세월은 긴긴 세월이요,하룻밤,아니 오분에도 별별 사건이 다 생기는 것이다. 과거를 역력하게 회상할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장수를 하는 사람이며, 그 생활이 아름답고 화려하였다면 그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유복한 사람이다. 예전을 추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의 생애가 찬란하였다 하더라도 감추어둔 보물의 세목과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과 같다. 그리고 기계와 같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사람은 그가 팔순을 살았다 하더라도 단명한 사람이다. 우리가 제한된 생리적 수명을 가지고 오래 살고 부유하게 사는 방법은 아름다운 인연을 많이 맺으며 나날이 착한 일을 하고, 때로 살아온 자기의 과거를 다시 사는데 있는가 한다. - 장수 중에서

 

과학을 토대로 하지 않는 철학은 기초 작업이 튼튼치 않은 성채와도 같다. 한편, 과학자에게는 철학 공부가 매우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은 광맥을 파 들어가는 것과 같이 좁고 깊은 통찰은 할 수 있으나 산 전체의 모습을 알기 어렵고 산 아래 멀리 전개되는 평야를 내려다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시간을 아껴 철학과 문학을 읽고, 인정이 있는, 언제나 젊고 언제나 청신한 과학자가 되기 바란다. - 딸에게

 

위대한 사람은 시간을 창조해 나가고 범상한 사람은 시간에 실려간다. 그러나 한가한 사람이란 시간과 마주 서 있어 본 사람이다. - 치옹 윤오영, <비원의 가을> 중에서

 

나의 시간과 기운을 다 팔아 버리지 않고, 나의 마지막 십분의 일이라도 남겨서 자유와 한가를 즐길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 - 나의 사랑하는 생활

 

멋은 허심하고 관대하며 여백의 미가 있다. 받는 것이 아니라, 선뜻 내어주는 것이 멋이다. -

 

누구나 큰 것만을 위하여 살 수는 없다. 인생은 오히려 작은 것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 

 

어떠한 운명이 오든지 / 내 가장 슬플 때 나는 느끼나니 /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잃은 것은 / 사랑을 아니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 테니슨,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구'. 순례 중에서

 

나는 작은 놀라움, 작은 웃음, 작은 기쁨을 위하여 글을 읽는다. 문학은 낯익은 사물에 새로운 매력을 부여하여 나를 풍유豊裕하게 하여준다. 구름과 별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눈, 비, 바람, 가지가지의 자연 현상을 허술하게 놓쳐 버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하여 준다. 도연명을 읽은 뒤에 국화를 더 좋아하게 되고 워즈워스의 시를 왼 뒤에 수선화를 더 아끼게 되었다. 운곡耘谷의 <눈 맞아 휘어진 대>를 알기에 대나무를 다시 보게 되고, 백화白樺나무를 눈여겨 보게 된 것은 시인 프로스트를 안 후부터다. - 순례

 

미美는 그 진가를 감상하는 사람이 소유한다. - 비원

 

하품을 하면 따라 하품을 하듯이 우정은 오는 것이다. 오랫동안 못 만나게 되면 우정은 소원해진다.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나무는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르는 것이 더욱 어렵고 보람 있다. 친구는 그때그때의 친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말 좋은 친구는 일생을 두고 사귀는 친구다. 우정의 비극은 이멸이 아니다. 죽음도 아니다. 우정의 비극은 불신不信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데서 비극은 온다. - 우정

 

젊어, 정열에다 몸과 마음을 태우는 것과 같이 좋은 게 있으리오마는, 애욕번뇌실망에서 해탈되는 것도 적지 않은 축복이다. 기쁨과 슬픔을 많이 겪은 뒤에 맑고 침착한 눈으로 인생을 관조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여기에 회상이니 추억이니 하는 것을 계산에 넣으면 늙음도 괜찮다. 그리고 오래오래 살면서 신문에서 가지가지의 신기하고 해괴한 일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 송년送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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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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