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중 mariage(마리아주)라고, 마실 것(특히 와인)과 음식의 조합[궁합]이 좋은 것을 이르는 말이 있다.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술이 정해진 법칙은 없더라도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등 와인의 차이에 따라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조합이 있다는 이야기겠지.

 

제철 음식을 먹으며 곁들이는 술의 종류를 달리해 보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밖에서 갖는 조촐한 모임에 원하는 술을 곁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소주와 맥주, 막걸리로 한정되 있고, 일부 고급 음식점에서 정종/사케나 와인, 위스키 등을 팔고 있지만, 동네 조그만 단골집에서 내가 원하는 술을 가져가 먹을 수 있는 두 곳을 소개한다.

 

강북에 술사와, 강남에 최우영식당!

 

두 곳 모두 회와 해산물을 안주로 취급한다.

 

술사와는 방학, 수유, 노원/상계 등 강북지역에 몇 곳의 체인형태로 운영을 하는데, 내가 주로 찾는 곳은 방학역 인근의 방학점이고 수유점도 1~2회 방문해 본 적이 있다. 제철회나 양식으로 사시사철 나는 회, 그리고 해삼/멍게 등 해산물을 곁들여 판다. 두 명이서 가면 25000원정도 제철회를 주문할 수 있다.

 

최우영 식당은 강남 선정릉점을 가 봤는데, 회는 모듬회 중심으로 종류가 술사와보다 제한된 듯 하지만 초밥이나 문어/소라 숙회 등의 해산물까지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영업시간이 짧은편이고 예약을 하거나 미리가서 자리를 잡기 어려운 나름의 운영시스템이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

 

회뿐 아니라 다른 음식 메뉴를 취급하는 이런 식당이 좀 더 생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

 

PS. 애주가의 필독서 두 권!

음주와 관련해 술을 마시는데도 급수가 있다는... 조지훈 시인의 음주론! "주도유단(酒道有段)"

변영로 선생의 40년 간 애주인생을 담은 수필집 "명정사십년 [酩酊四十年]"

 

 

酒道有段(주도유단) - 조지훈, 1956년 新太陽

 

술을 마시면 누구나 다 氣高萬丈(기고만장)하여 英雄(영웅) 豪傑(호걸)이 되고 偉人(위인) 賢士(현사)도 眼中(안중)에 없는 법이다.

그래서 주정만 하면 다 주정이 되는 줄 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주정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酒歷(주력)과 酒力(주력)을 당장 알아 낼 수 있다.

주정도 敎養(교양)이다.

많이 안다고 해서 다 교양이 높은 것이 아니듯이 많이 마시고 많이 떠드는 것만으로 酒格(주격)은 높아지지 않는다.

酒道(주도)에도 엄연히 段(단)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술을 마신 年輪(연륜)이 문제요,

둘째 같이 술을 마신 친구가 문제요,

세째는 마신 기회가 문제며,

네째는 술을 마신 동기,

다섯째 술 버릇,

이런 것을 종합해 보면 그 段(단)의 높이가 어떤 것을 알 수 있다.

飮酒(음주)에는 무릇 十八(십팔)의 階段(계단)이 있다.

1)不酒(불주)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

2)畏酒(외주)

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

3)憫酒(민주)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

4)隱酒(은주)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어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

5)商酒(상주)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利(이)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6)色酒(색주)

性生活(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

7)睡酒(수주)

잠이 안 와서 술을 먹는 사람.

8)飯酒(반주)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

9)學酒(학주)

술의 眞境(진경)을 배우는 사람(酒卒(주졸)).

10)愛酒(애주)

술의 趣味(취미)를 맛보는 사람(酒徒(주도)).

11)嗜酒(기주)

술의 眞味(진미)에 반한 사람(酒客(주객)).

12)耽酒(탐주)

술의 眞境(진경)을 體得(체득)한 사람 (酒豪 (주호)).

13)暴酒(폭주)

酒道(주도)를 수련하는 사람(酒狂(주광)).

14)長酒(장주)

酒道(주도) 三昧(삼매)에 든 사람(酒仙(주선)).

15)惜酒(석주)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주현)).

16)樂酒(낙주)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悠悠自適(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주성)).

17)觀酒(관주)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주종)).

18)廢酒(폐주)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涅槃酒(열반주)).

不酒(불주) 畏酒(외주) 憫酒(민주) 隱酒(은주)는

술의 眞境(진경) 眞味(진미) 를

모르는 사람들이요,

商酒(상주) 色酒(색주) 睡酒(수주) 飯酒(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3술의 眞諦(진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學酒(학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初級(주도초급)을 주고

酒卒(주졸)이란 칭호를 줄 수 있다.

飯酒(반주)는 二級(이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不酒(불주)가 九級(구급)이니

그 이하는 斥酒(척주) 反酒黨(반주당)들이다.

愛酒(애주) 嗜酒(기주) 耽酒(탐주) 暴酒(폭주)는

술의 眞味(진미) 眞境(진경)을 悟達(오달) 한 사람이요,

長酒(장주) 惜酒(석주) 樂酒(낙주) 觀酒(관주)는

술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 번 넘어서

任運自適(임운자적)하는 사람들이다.

愛酒(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酒道(주도)의 初段(초단)을 주고

酒徒(주도)란 칭호를 줄 수 있다.

嗜酒(기주)가 二段(이단)이요,

차례로 올라가

涅槃酒(열반주)가 구단으로

名人級(명인급)이다.

그 이상은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니니 段(단)을 맬 수 없다.

그러나 酒道(주도)의 段(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質量(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降等(강등)이 심하다.

다만 이 大綱領(대강령)만은

確乎(확호)한 것이니

有段(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수업료가 幾百萬金(기백만금) 이 들 것이요,

修行年限(수행연한) 이 또한

幾十年(기십년)이 필요할 것이다.

(旦(단) 天才(천재)는 此限(차한)에 不在(부재)

이다).

요즘 바둑 열이 왕성하여 도처에 棋院(기원)이다.

酒道熱(주도열)은

그보담 훨씬 먼저인 太初(태초) 이래로

지금까지 쇠미한 적이 없지만

亂世(난세)는 斯道(사도)마저 타락케 하여 질적 저하가 심하다.

내 비록

學酒(학주)의 小卒(소졸)이지만

아마추어 酒院(주원)의 師範(사범) 쯤은

능히 감당할 수 있건만

二十年(이십년) 정진에 겨우 初級(초급)으로

이미 몸은 觀酒(관주)의 경에 있으니

咄咄(돌돌) 人生事(인생사) 한도 많음이여!

술 이야기를 써서

생기는 稿料(고료)는

술 마시기 위한 酒餞(주전)을 삼는 것이

제 格(격)이다.

글 쓰기보다는

술 마시는 것이 훨씬 쉽고

글 쓰는 재미보다도

술 마시는 재미가 더 깊은 것을 깨달은 사람은

글이고 무엇이고 萬事休矣(만사휴의)다.

술 좋아하는 사람 쳐놓고

惡人(악인)이 없다는 것은 ,

그만치 술꾼이란 만사에 악착같이 달라 붙지 않고 흔들거리기 때문이요,

그 때문에 모든 일에 야무지지 못하다.

飮酒有段(음주유단)!

高段(고단)도 많지만

學酒(학주)의 境(경)이

최고경지라고 보는 나의 拙見(졸견)은

내가 아직 세속의 念(망념)을 다 씻어버리지 못한 탓이다.

酒道(주도)의

正見(정견)에서 보면

功利論的(공리론적) 경향이라 하리라.

天下(천하)의

好酒(호주) 同好者(동호자)

諸氏(제씨)의 의견은 若何(약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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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는 대도시에 접해 있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쉼터 같은 곳이다. 그 북한산 국립공원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은 우이령길 구간을 포함해 전체가 70km에 이른다고 한다.

(http://ecotour.knps.or.kr/dulegil/index.asp)

마음먹고 돌면 무박으로 쉼 없이 돌수도 있겠지만, 하루 10~20km 정도로 3~4번에 나누어 걷는 것이 무리없이 좋은 것 같다.


21개 구간마다 이름을 가지고 있는 둘레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은 무수골을 가운데 두고 방학동길(19구간)과 도봉옛길(18구간) 사이다. 무수골 입구 방학동길 끝은 나무를 재활용해 길 양옆에 축을 쌓아 놨는데,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상쾌한 공기 냄새가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길이고, 무수골에서 도봉옛길로 넘어가는 구간은 걷는 이에게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길이다. 그리고 사전 예약이 필요한 우이령길은 저 멀리 오봉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중간에 석굴암이란 조그만 암자로 가는 길이 나오는데,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다. 


1구간(소나무숲길) ~ 8구간(구름정원길)과 18구간(도봉옛길)~20구간(왕실묘역길)은 둘레길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근처에 음식점들이 많아, 길과 먹거리를 조합한 도보여행도 해볼 만 하다.


도봉/강북 둘레길 추천 음식점


구간 

먹거리 

 도봉옛길

 무수옥, 삼오정

 방학동길, 왕실묘역길

 술사와, 방학곱창, 북청생고기

 소나무숲길

 춘천 막국수, 우이동 주막집

 순례길, 흰구름길

 수유 서서갈비, 양다리 걸쳤네, 연화 양꼬치




[19구간 방학동길 중 무수골 근처]

[21구간 우이령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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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과 북한산(삼각산)은 수많은 등산로 조합이 있어 접근성이 정말 탁월하다.

자주 다니는 코스 중에 정의공주묘~방학능선~우이암~무수골로 이어지는 코스는 2~3시간 정도 짧게 도봉산과 북한산의 암벽 전망과 서울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코스다. 올해 초겨울은 여느 해보다 따뜻해서인지 철모르고 핀 진달래도 가끔 구경할 수 있는 길이다.


산행의 시작은 정의공주묘 옆 북한산 둘레길 중 방학동길 입구에서 시작해서 방학능선으로 올라간다. 방학능선을 올라가는 길도 여러갈래가 있지만 방학동길 입구에서 5분정도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샛길을 이용하면 성당 공동묘지를 지나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거의 없어 한적하게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방학능선에 오르면 좌측에는 인수봉과 백운대, 만경대의 북한산 세봉우리와 우측에는 가까이 우이암부터 신선대, 자운봉, 만장봉으로 이어지는 도봉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다소 평탄한 능선을 따라 원통사까지 이른다.

원통사에서 한숨 돌리고 원통사부터 우이암까지는 다소 가파르지만 20~30분정도의 등산으로 탁 트인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과 서울의 전경이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가을, 겨울에는 2시정도 산행을 시작하면 우이암 근처에서 석양과 함께 보는 전망은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심에 가까운 산에서 보는 경치로 손에 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후에 오른 산행은 우이암에서 보문능선을 타고 내려오다 다시 무수골방향으로 둘레길로 접어 들어 방학동으로 빠져나오는 코스로 나오면 딱 저녁과 반주를 즐기기 좋은 시간이다.


이 코스로 내려와서의 저녁은 도봉역 근처 삼오집 곱창과 방학역 홈플러스 맞은편 골목에 작지만 가성비가 좋은 황소곱창에 소주가 제격이다. 만약 횟거리를 찾는 다면 방학동 술사와라는 곳을 추천한다. 이름 그대로 먹고 싶은 술을 사가서 먹을 수 있는 횟집이다. (단, 회 말고 다른 찬거리는 없으니 푸짐한 횟상을 찾는다면 근처의 일반 횟집을 찾으시길).

옆에 슈퍼에서 사도 되고, 근처 마트에서 술을 사가는데, 회와 법주의 조합을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편이다.


2015.11.21



볼거리 : 우이암, 원통사, 오봉, 정의공주묘

할거리 : 도봉산 산행, 둘레길 산책

먹거리 : 술사와(회), 삼오집(곱창), 방학황소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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