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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9.16 좋은이별 - 김형경

세상에 태어날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부모와 가족의 도움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세상을 떠날 때, 가는자와 남는자들의 좋은 이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로맹 가리의 <자기앞의 생> 가운데,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쑤셔넣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지하실로 숨어들어가 자신의 의지대로 생을 마감하려고 한 로자 아줌마나 옛 선사들이 굴속에 들어가 물과 쌀알 몇톨, 명상으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것이 병상에 누워 약과 인위적인 의술에 기대어 숨을 연명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이하 본문 발췌]

 

"나날의 삶에서 신성을 찾는 일은 대체로 더하기보다는 빼기의 문제였다"라고 힌두교 성자 라마 수리야 다스는 말한다. 빼기의 문제란 바로 떠나보내기, 분리되기의 의미일 것이다. 떠나보내는 일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공간을 내면에 확보하는 일이다. ... 삶이란 흘러가는 순간을 단호히 놓아 주는 과정임을 마음에 새긴다.

 

최근에는 상실(loss) 개념을 다시 박탈(deprivation)과 결핍(privation)으로 구분할 것을 제안하는 정신분석학자도 있다. 박탈은 사랑하는 대상 자체를 상실하거나 빼앗긴 상태이고, 결핍은 사랑의 대상은 존재하지만 보살핌이 부족하거나 사랑이 왜곡되게 전달된 상태를 의미한다. 사실 요즈음은 박탈보다는 결핍이 더 문제가 되며, 결핍에 대해서도 애도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중요하게 제안되고 있다. 박탈과 결핍은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박탈당하거나 사랑의 감정이 결핍된 양육은 심각한 마음의 문제를 낳는다. 특히 성장기에 상실을 경험하고 그 상실감이 보살펴지지 못하면 애도 반응으로써 나타나는 왜곡된 정서가 성격의 일부로 굳어진다. 유아기나 사춘기의 상실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그 경험을 이해할 수도 없고, 애도할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로맹 가리의 <자기앞의 생>은 유대인 유모 로자 아줌마와 그녀가 돌보던 아랍인 소년 모모의 이야기이다. 로자 아줌마는 비만과 노화로 죽음에 다다랐을 때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피해 지하실로 숨는다.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쑤셔 넣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시간과 함께 풍화되는 사물의 속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환상도 미화도 모두 과거의 시간에 갇히는 일이다. 대상을 크리스털처럼 아름답게 만들어 간직한다면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마음도 딱딱하게 변한다. 멀쩡한 현재의 삶과 자기 자신이 문득 초라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9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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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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