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옮겨 담은 화폭을 방안에서 보는 즐거움, 여유로운 삶.


[본문발췌]

'읽고 생각하는 즐거움' 못지않게 '눈으로 보고 감상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산은 높고 높아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이다. 초목이 살고, 뭇 생명이 자리 잡고, 새와 짐승이 무리 지어 살고, 달리는 짐승이 쉬며, 보배로운 것들이 번성한다. 기이하게도 만물을 키워내면서도 지치지 않고 사방으로 뻗쳐 끝이 없도다. 
물이라는 것은 군자의 덕에 비유된다. 두루두루 흐르고 사사롭게 치우치지 않으니 덕을 닮았고, 이르면 생명을 살려내니 어짊을 닮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며 순리대로 하니 의로움을 닮았다. 얕으면 흐르다 깊으면 헤아릴 수 없게 되니 지혜로움을 닮았고, 낭떠러지에서 주저 없이 흐르니 용기를 닮았고, 가는 물줄기로 구석진 곳까지 이르니 성찰함을 닮았고, 오물을 받아도 사양하지 않으니 포용을 닮았고, 더러운 곳에 들어가 맑게 하여 나오니 세상을 교화시키는 것을 닮았고.....' 
- 유향, <설원> "잡언" 편 중에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으며, 뭇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 노자, <노자>, 제 8장 중에서


'숲과 못으로 들어가 너른 들에 살며 고요한 곳에서 낚시하고 무슨 일도 일삼지 않을 뿐이다. 이는 강해의 사람이며 세속을 피한 사람이니 여유로운 자가 좋아하는 바이다.' - <장자> "각의" 편 중에서


중국 산수화의 흐름,
송대의 산수화는 화원 화가들에 의해 주로 그려지면서 경외의 존재에서 감상의 대상으로 전이되었고, 이와 함께 문인의 뜻을 그리는 문인화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원대에 들어서는 서예적 필법을 담은 문인산수화가 발전했고 명대에 들면 송대의 화원화풍을 계승하는 절파와 원대 문인화의 기법을 계승하는 오파의 두 개 화파가 전개되면서 이들은 각각 이상공간과 경험공간을 그리는 차이를 보여주었다. 청대에는 오파 계열의 문인산수화가 하나의 양식으로 정착되었다.


여말선초에 주로 그려지고 감상된 산수화 즉 청산백운, 사시팔경, 소상팔경, 몽유도원 등은 실제 산수 공간에서 초연히 벗어난 초월의 시간, 영원한 질서 속에 드러나는 순간을 관념화시킨 산수 이미지라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여말선초의 문사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산수의 참된 모습으로 상정하였다. 산수의 참된 이미지는 청산백운, 소상팔경, 사시팔경의 대표경으로 그들 관념 속에 정형화되었다. 이는 새 왕조의 주역이 누린 산수관이었다. 이러한 산수관은 그들의 낙관적 현실관과 부합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산수를 현실로 끌어들여 혼연히 향유할 수 있었다.
  

해 비추는 향로봉에 붉은 안개 피어 오르고 / 멀리 보니 폭포수가 시내 앞에 걸려 있네 / 나는 듯 쏟아지는 삼천 척의 물줄기 /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하수인가 - 이백의 시 <여산관폭>


조선 중기의 산수 인물도들이 기려, 어부, 수면, 관폭 등 철리적 이상으로 완전무장된 은자의 고차원적 달관의 세계를 지향하였다면, '시의도'에서는 시적이고 서정적인 감상 혹은 세속에 얽힌 개인 정감도 표현하려 한다. 
조선 중기의 산수인물도가 철리적 사유를 추구하였다면, 조선 후기의 시의도는 감상적 정감을 중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철리적 사유가 보편적 당위성의 원칙을 중시한다면, 감상적 정감의 표현은 개인적 경험을 기억시켜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다. 이러한 차이는 산수 표현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조선 중기 산수인물도류에는 강호, 폭포, 등의 대상 산수가 암시적, 상징적으로 간솔하게 표현되어 산수화 속 인물은 산수경 자체보다 더욱 높은 사유 세계를 누리는 것으로 펴현된다. 그러나 시의도의 산수 속에는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지점이 매우 섬세하게 처리된다. 그 지점에는 꽃이 피거나 지고, 낙엽이 지거나, 새가 날거나, 구름이 피어오른다. 시인이 감정이입의 대상으로 제시한 장면이다. 이는 산수 표현에서 간접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산수 속 인물이 이러한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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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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