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낭만적 이상이고, 현실은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완하며 살아가는 것이겠지....

 

낭만적 연애중이면서 결혼이 사랑의 완성이라 생각하는 연인이나, 결혼의 현실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 알랭 드 보통의 현실 사랑 이야기....

 

 

[본문 발췌]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의사 전달을 잘하는 기본 요건은 자신의 성격 중 더 문제가 되거나 더 특이한 면이 있더라도 그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능력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의사 전달을 잘 하는 사람 못지않게 드물거나 중요하다. 잘 들어주는 사람 역시 특별한 자신감이 그 비결이다. 어떤 확고한 가정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는 정보로 인해 경로를 이탈하거나 그 무게에 무너져 내리지 않을 수 있는 수용력 말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마음속에 얼마간 담아둘 혼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미 경험을 통해 모든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못 가진 것에 아파하기 보다는 가진 것을 소중히 한다면 좋겠다.

 

굴욕, 분노, 위협의 수준을 높여 개인의 발전을 앞당긴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꺾이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아가 신랄한 모욕을 감당한 결과로 더 이성적이되거나 자신의 성격을 더 깊이 통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 성격의 고질적인 측면들을 다루는 데 있어서 따뜻하게 접근한다기보다 우리의 천성을 야멸치고 분별없이 공격하는 것만 같은 제언에 맞닥뜨리면, 우리는 방어적이되고 과민해질 수밖에 없다.

 

성숙함이란 낭만적 사랑이 사랑을 주기보다는 찾기를, 사랑하기보다는 사랑받기를 추구하는 데 주로 초점을 맞춘 편협하고 다소 인색한 감정일 수도 있다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은 봉사라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친다.

 

아이는 어른에게 사랑의 다른 측면을 가르쳐준다. 진정한 사랑은 까다롭고 불쾌한 행동 이면에 놓여 있을지 모르는 무언가를 최대한 관대하게 해석하려는 끊임없는 시도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부모는 울음, 발길질, 슬픔, 화가 진정 무엇 때문인지를 짐작해야 한다. 이 해석 활동의 두드러진 특징이자 평범한 성인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해석 양상과 확연히 차별되는 점은 자애심이다. 부모는 아이가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괴로워하고 아파할  수는 있겠지만, 단지 아이를 찌르고 있는 핀을 확인하고 제거해주면 아이는 즉시 타고난 천진함을 회복할 것이라고, 아이가 울 때 우리는 아이가 심술궂거나 자기 연민에 빠졌다고 비난하지 않고, 무엇이 불편하게 만드는지를 생각한다. 아이가 깨물 때 우리는 아이가 틀림없이 겁을 먹었거나 순간적으로 골이 났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배고픔, 소화 장애, 수면 부족이 기분에 서서히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잘 알아본다. 만일 이 본능을 성인들의 관계에 조금이라도 도입한다면 우리는 얼마나 친절한 사람이 되겠는가? 그렇다면 성인들의 관계에서도 심술궂음과 잔임함을 보아 넘기고 거의 항상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두려움, 혼란, 피로를 감지해낼 수 있다. 인류를 사랑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아이는 비정상으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행히 아직 아이의 상상 속에 그런 범주가 없다. 아이의 감정은 아직 무방비 상태이고, 현재로서는 창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이는 품격, 똑똑함, 남자다움의 개념, 즉 재능과 정신을 파멸로 이끄는 억제 요인들을 아직은 모른다.

 

어떤 관점에서는, 공상을 확실한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대신에 판타지를 지어내야 하는 신세가 처량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판타지는 대개 다수의 모순된 소망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이다. 판타지가 존재하는 덕분에 하나의 현실을 파괴하지 않고 다른 현실에 거주할 수 있다. 판타지는 완전히 무책임하고 무섭도록 기이한 우리의 충동으로부터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을 모면시킨다. 판타지는 나름대로 인류의 성취이자 문명의 결실이며, 친절한 행동이다.

 

그런 변덕스러움을 배경에 놓자 외교적 기술, 즉 항상 생각한 대로 말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절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가 눈에 들어온다.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9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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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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