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자유인 空超.
 
 

방랑(放浪)의 마음 - 오상순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오! 흐름 위에 
보금자리 친 
나의 혼(魂) ······ 

바다 없는 곳에서 
바다를 연모(戀慕) 하는 나머지에 
눈을 감고 마음속에 
바다를 그려보다 
가만히 앉아서 때를 잃고 ······ 

옛 성 위에 발돋움하고 
들 너머 산 너머 보이는 듯 마는 듯 
어릿거리는 바다를 바라보다 
해 지는 줄도 모르고 ······ 

바다를 마음에 불러일으켜 
가만히 응시(凝視) 하고 있으면 
깊은 바닷소리 
나의 피의 조류(潮流)를 통하여 오도다.

망망(茫茫) 한 푸른 해원(海原) ㅡ 
마음 눈에 펴서 열리는 때에  
안개 같은 바다의 향기(香氣)
코에 서리도다. 

 
 
[본문발췌]

창 밖에 달은 밝고 바람은 아니 이는데, 뜰 앞에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 가을이 완연한데, 내 사랑 거위야, 너는 지금도 사라진 네 동무의 섧고 아름다운 꿈만 꾸고 있느냐? 아아, 이상도 할사, 내 고향은 바로 네로구나. 네가 바로 내 고향일 줄이야 꿈엔들 꿈꾸었으랴. 이 일이 웬일인가? 이것이 꿈인가, 꿈깨인 꿈인가? 미칠 듯한 나는 방금 네 속에 내 고향 보았노라.
천추千秋의 감격과 감사의 기적적 순간이여, 이윽히 벽력 같은 기적의 경이와 환희에 놀란 가슴 어루만지며, 침두枕頭에 세운 가야금 이끌어 타니, 오동나무에 봉이 울고 뜰 앞에 학이 춤추는도다. 모두가 꿈이요, 꿈 아니요, 꿈 깨니 또 꿈이요, 깨인 꿈도 꿈이로다. 만상이 적연히 부동한데 뜰에 나서 우러러보니 봉도 학도 간 곳 없고, 드높은 하늘엔 별만 총총히 빛나고, 땅 위에는 신음하는 거위의 꿈만이 그윽하고 아름답게 깊었고녀. 꿈은 깨어 무엇하리. - '짝 잃은 거위를 곡하노라'
 
 
 
이 세상은 고해苦海와 같다고 말한다.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태胎히 인류 생활의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고苦가 아닐까. 사실을 회피하고 음폐陰蔽하고 부정함은 어리석다. 사실은 사실대로 그대로 승인하고 그것을 처리하며 그것을 초월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시대고와 그 희생'
 
 
 
약한 인간이나 민족은 그 고苦에 눌려서 그의 노예가 되고 그 고苦에 못 견디어서 쇠멸하고 만다. 강한 자는 그 고苦와 싸우고 정복하여 쳐 이기고 퇴치코자 최후까지 백방으로 분투한다. 이에 불꽃이 튀고, 천지를 움직이는 대활동이 일어나고 처창悽愴한 대비극이 연출된다. 그러고 분투의 정도를 따라 승리의 운명을 복卜한다. 강자의 승리는 과연 선전건투善戰健鬪에만 있다. 우리는 그 싸움 속에 사는 가치와 의미를 발견한다. 소극적으로 일체 곤란, 압박, 부자유, 불여의不如意의 고통과 싸워 이기고 적극적으로 일체 진선미와 자유, 모든 위대한 것, 신성한 것, 숭고한 것을 얻기 위하여 싸운다. 그 싸움이 얼마나 신성하며, 이 싸움을 잘 싸우는 자者 얼마나 영광이랴. - '시대고와 그 희생'
 
 
 
우리 청년은 영원한 생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눈은 늘 무한한 무엇을 바라보아야 하겠다. 우리의 발은 항상 무한한 흐름 한가운데 서서 있어야 하겠다. 이러한 태도로 우리는 또한 오해나 핍박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자유에 살고 진리에 죽고자 한다. - '시대고와 그 희생'
 
 
 
봄은 동방에서 꽃수레를 타고 온다는데 가을은 지금 먼 서방에서 내 파이프의 연기를 타고 온다. 가을은 이상하게도 환희와 비애가 서로 교차하고 융합하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모르는 중에 무엇인지 하나씩 둘씩 여위어가고 시들어가고 떨어져가고 없어져가는 호젓하고 고독하고 애달픈 반면에 건강하고 씩씩한 생의 환희의 힘이 골절 속에서 샘솟듯 솟아오르는 계절이다. 조선이 가을 하늘은 한없이 높고 속 모르게 깊고 애타게 푸르다. -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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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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