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11.27 [검색사전] 감동(感動)
  2. 2019.09.24 [검색사전] 기억(記憶)

감동이 있어 삶이 풍요롭고 아름답다.

 

 

감동(感動) 명사,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유의어] 감명적 감명 감복2

 

(네이버 영어사전) [동사] be moved[touched, affected] (by)      

나는 그 소식을 듣고 크게 감동했다 I was deeply moved at[by] the news.

아내의 정성이 그를 감동시켰다 His wife's sincerity[devotion] touched his heart.

그녀는 그의 이야기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She was moved to tears by what he said.

나는 그녀의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I was very[deeply] touched by her words. Her words moved me deeply[very much].

그의 연설은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His speech moved[touched] the audience very deeply. His speech touched the heart of the audience.

 

 

 

[시, 글과 책 속에 쓰인 '감동'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

 

 

감동이 사라지는 순간, 삶은 그만큼 삭막해진다. 감동이 있으므로 삶이 아름다운 것이다. - G.E.레싱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나는 행복을 경직된 것에서 찾지 않네. / 전율은 인류에게 주어진 최고의 것일세. / 세상이 전율의 감정을 자주 베풀지 않을지라도, / 인간은 감동해야만 엄청난 것을 깊이 느끼는 법일세

 

 

강판권, <나무 철학>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쉽사리 감동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감동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감동할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디에 감동해야 할지 무지하기 때문이다. 감동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습관만 들인다면 감동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감동의 횟수를 늘려야 하는 이유는 감동지수와 행복지수HPI가 비례하기 때문이다. ... 행복한 사람은 감동에 익숙하다. 감동이란 느낀 것을 과감하게 밖으로 표출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느끼는 것을 즐기지 않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은 대부분 절대적인 기다림에서 나온다. 

 

 

법인 스님,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생명은 살아 있는 유기체이다. 생명은 그 자체로 주체이다. 주체적인 생명은 남의 삶을 엿보거나 자기 삶을 헛되게 소비하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 의미 있는 것을 찾아 자기만의 느낌과 감동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생명이다.

 

삶이란 끝없이 묻는 일이고 의미를 캐는 일이며 고통을 견디면서 사랑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깨침과 함께 온몸으로 전율하고 감동하는 것이라고.

 

 

전영우,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많이 비워낸 뒤 찾은 절집 숲에서는 많이 채워 넣을 수 있었고, 복잡한 일상을 그대로 마음에 쟁여둔 채 찾은 절집 숲에선 불러내기 어려울 지경으로 당시의 기억이 스러져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깨달은 사실은 절집을 찾는 시간만이라도 마음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놓아버리면 그에 반비례해서 감성의 그릇은 그만큼 더 커지고, 채워 넣을 감동도 더 커진다는 것이다. 비워야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진리는 자연을 담는 마음의 그릇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김홍신, <인생사용설명서>

베풂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기쁨을 나누어주는 묘약입니다.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사실 전 세계의 산과 정글 속에서 행해지는 트레킹의 진정한 의미는 목표 지점에 서둘러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정의 매 순간을 즐기고 감동했는가'에 있다. 그 즐거움과 감동이 고난을 불사른다. 순간순간을 즐기면 발거음도 가볍고 자연스럽게 목적지로 나아간다. 그 기쁨이 신비하게도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때 나아가는 길이 더 명확해진다. 모든 여행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의 내용이다.

 

부자는 누구인가? 많이 감동하는 사람이다. 감동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다.

 

우리는 보고 느끼기 위해 태어났다. 그 밖에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움에 몰입하고 감동할 줄 아는 영혼을 가지고 우리는 이곳에 왔으며, 그 몰입과 감동이 삶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인생을 살아 나가게 하는 힘이다. 하버드대 심리하작 대니얼 길버트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배경이나 환경이 아니라 일상의 순간에 대한 집중도'라고 말했다.

 

영적인 깨어남이란 새로운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삶을 원하고 새로운 장소를 갈구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새로운 눈이다. 관념은 우리를 보호해 주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무엇보다 경이로움을 빼앗는다. 눈앞의 사람과 사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지 않게 도고, 놀라워하지 않고 감동하지 않게 된다. 합리적인 머리만 작동할 뿐 직관적인 가슴이 기능을 멈춘다. 어느 순간 세상이 빛을 잃었다면 시인의 눈으로 바라볼 일이다. 인생의 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얼마나 많이 느끼고 감동하며 살았는가'이다. 시인은 평범한 자두 열매에도 감동할 줄 알는 사람이라고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말했다. 풀벌레 하나, 꽃 한 송이, 저녁노을, 사소한 기쁨과 성취에도 놀라워하는 사람이 진정한 부자이다. 감동을 느낄 때 우리는 정화되고, 행복해지고, 신성해진다. 그리고 감동받아야 감동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불을 전하려면 먼저 자신의 마음이 불타야 한다. 가장 가난한 사람은 내면의 불이 꺼진 사람이다.

 

 

이희인, <여행자의 독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감동하는 능력, 작고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능력인지 모른다. 언제부터 우리가 쿨한 것, 감정을 억제하거나 표현하지 않는 것, 쉽게 만족하지 않는 것을 세련되고 고상한 것으로 여기는 세상에 살았던가.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하고 세련되었는가. 감동이 드문 사람의 삶은 얼마나 무미건조한 것인가. 반대로 쉽게 감동할 줄 아는 자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김용규, <생각의 시대>

수사학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문학과 논리학의 중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언제나 문학과 논리학 그 양쪽에 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 한 다리가 문예적 수사이고 다른 한 다리는 논증적 수사다. 그 하나가 감동시키기에 주력하고 다른 하나가 확증하기에 매진한다. 인간의 마음은 감성과 이성, 두 개의 날개로 날아오르는 새이기 때문이다.

 

 

P. G. 해머튼, <지적 생활의 즐거움>

인생을 감동시키는 것은 사랑입니다. 내 마음을 사로잡고, 나를 어린아이처럼 들뜨게 만드는 것은 사랑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문명 속에서도 나는 사랑을 기다립니다. 지적 노동을 사랑하고, 그 노동에 뒤따르는 고통을 사랑하고, 고통의 아픔을 사랑하고, 고통의 아픔이 전해주는 진실을 사랑합니다. 사랑의 표현은 기다림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기다림은 고독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랑은 그 고독을 기다리는 행위입니다. 기다리다 지쳐 거리를 헤매고, 잠을 이루지 못하고, 황무지 같은 들판을 찾아가 자학하듯 울음을 터뜨리고 스스로 양심을 무너뜨리고, 또다시 기다리는 것입니다. 어떤 이는 아픔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고통과 기다림에 대한 인내인 것입니다. 고통을 치르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기다림이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입니다. 내가 나를 기다리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나의 고통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장 깊은 수준에서 보면,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대상과 장소를 물리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내적으로 닮는 것이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한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박웅현, <여덟단어>

"시인의 재능은 자두를 보고도 감동할 줄 아는 재능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롤프 포츠, <Vagabonding, 여행의 기술>

대부분의 사람은 세상 안에 있지 못하고 세상 위에 떠 있다. 주변의 것들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 곳에 있지만 홀로 떨어져 있을 뿐이다. 감동적이지만 나와 하나가 되지 못하는 잘 다듬어진 대리석처럼! - 존 뮤어, <존 뮤어의 야생의 세계>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애매모호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라. 뭔가 위대하고 변혁적인 것에 대한 약속과 모호함, 이 두 가지를 섞으면 청중은 온갖 상상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모호함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의미는 불분명하되 큰 감동을 주는 말, 열정으로 가득한 말을 사용해야 한다. 단순한 대상에 멋진 제목을 붙이거나, 숫자를 활용하거나, 모호한 개념에 신조어를 붙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는 전문지식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당신을 심오한 사람으로 비치게 한다. 마찬가지 원리로, 새롭고 참신한 것을 숭배의 대상으로 제시하여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거의 없게끔 하라. 모호한 약속, 의미하지만 매력적인 개념, 인간의 열정이 결합되면 사람의 영혼을 파고들 수 있다.

 

 

김태진/백승휴, <아트인문학 여행>

아트, 인문학, 여행, 이들 셋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건 우리를 성장시켜 현실을 '낯설게 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여행은 떠남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을 둘러보고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과 만나고 돌아올 때 우리는 보다 객관적인 시야를 갖게 된다. 예술은 예술가의 눈을 빌어 자연이 숨겨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체험이다. 그것에 감동할 때 '그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폭넓고 진지한 통찰을 배우는 것이다. 그 통찰의 맨끝에는 '낯선 나 자신'이 있다. 낯설게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익숙한 것들 속에 숨어 있던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당장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 말하자면 본질 같은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성의 핵심이기도 하다.

 

 

최인철, <굿 라이프>

첼로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파블로 카살스는 아흔이 넘어서도 꾸준히 연습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어느날, 그 세계적인 거장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모습이 의아했던 누군가가 물었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아직도 그렇게 연습을 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카살스의 대답은 품격 있는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I'm begining to notice some improvement. (요새 실력이 느는 것 같아.)

 

 

김연수, <소설가의 일>

핍진성은 소설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토대다. 소설가는 구체적인 문장을 넘어서 핍진한 문장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까지가 소설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많은 독자들이 내게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좋아요"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핍진한 문장보다 구체적인 문장이 더 좋아요'로 이해한다. 물론 구체적인 문장만 해도 대단하다. 하지만 소설가에게는 구체적인 문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이해해주기를. 지금 나는 허구의 세계를 문장으로 창조해서 실제 감동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허구이지만, 소설에 푹 빠진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허구가 아니다. 그게 다 핍진한 문장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플롯을 짜는가가 모두 이 핍진성에 기초한다.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두다>

아내에 대해, 또는 남편에 대해 이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는 사소한 감동이 전해져서다. 사회적으로 큰 일을 하는 남자들이 정작 자기 아내에겐 평생토록 미움을 받아 불행하게 살아온 예를 많이 알고 있다. 반려자마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사람이 국민의 행복을 담보로 정치가가 되고, 사원들의 목숨줄을 쥐고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이처럼 웃기는 상황이 또 있을까 싶다.

 

 

유시민, <표현의 기술>

행복하게 살려면 나하고 잘 맞는 사람, 통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교감해야 합니다. 맞지 않는 사람과 다투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요. 같은 이치로 내게 재미있는 책,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책, 내가 감동받는 책을 읽으면서 사는 게 최선입니다.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종은 자신을 더 아프게 때려야 멀리까지 그 소리가 퍼집니다. / 지금의 힘든 노력이 없으면 세상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 세상은 내가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공을 들였는지 / 생각보다 금방 알아봅니다.

 

 

토머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실존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보와 영감을 얻지 않고서는 결코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논평 칼럼을 쓸 수 없다. 그 칼럼은 단지 추상적인 원칙들을 옹호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자시느이 가치 체계가 대기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와 결합하면 글쓴이는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게 된다. 데이터 분석가가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데 그 모든 체계화되지 않은 자료와 소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알고리듬이 필요한 것과 똑같이 의견을 쓰는 이는 열과 빛을 만들어내기 위한 세계관이 필요하다.

 

 

아베 히로시 / 노부오카 료스케,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

청량한 아침 바람에 눈 뜨고, 바다의 광대함을 느끼며 작은 소일거리로 생선을 잡고, 밤이면 별이 총총한 하늘에 몸을 마틱고 감동하는 삶. 그런 삶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내가 나아갈 방향이 혹시 이쪽은 아닐까?'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건축 공간이 주는 감동은 여러 가지 현상의 조합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건축은 인간의 몸보다 큰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몸보다 작은 물체를 디자인하는 것과는 다르게,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사용자의 시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디자인해야 한다.

 

 

권오상, <돈은 어떻게 자라나는가>

여러 대상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그 자체로 반취약하다. 이러한 태도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 불확실성에서 혜택을 보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호기심과 선호는 사실 당신의 생각과 말로는 알 수 없고 오직 당신의 행동으로써만 알 수 있다. 즉 당신이 정말로 어떠한 사람인가는 삶에서 옵션과 선택을 마주했을 때만 드러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리스크를 회피하지 않고 의연하게 떠안는 모습에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감동을 받는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리스크를 지는 사람을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이들에 대한 존경은 사회가 바치는 일종의 보상인 셈이다. 다른 사람의 범주를 보편적 인류까지 확장할 수 있는 사람은 성인이나 순교자의 반열에 오른다.

 

 

시라토리 하루히코, <니체의 말>

함께 침묵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더 멋진 일은 함께 웃는 것이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동일한 체험을 하고, 함께 감동하고 울고 웃으며 같은 시간을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멋진 일이다. -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박종인, <기자의 글쓰기>

아무리 의미가 있고 깊이가 있는 글을 써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읽지 않는다.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다. .... 글이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은 울림이다. 재미가 있어도 내용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깔깔 웃으며 끝까지 읽었어도 뭘 읽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마지막 문장까지 읽은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글이다.

 

 

알랭 드 보통, <불안>

사람들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든 가장 힘 센 인간과 커다른 자연 - 큰 사막, 높은 산, 빙하와 대양 - 사이의 차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주 큰 자연을 보면 두 사람 사이의 차이는 우스울 정도로 작아 보이는 것이다. 광대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회적 위계 내에서 우리가 하찮다는 느낌은 모든 인간이 우주 안에서 하찮다는 느낌 안에 포섭되면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다. 우리 자신이 주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느낌은 우리 자신을 더 중요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누가 우리보다 몇 밀리미터 더 큰가 하는 관심은 우리보다 10억 배 큰 것들, 우리가 감동을 받아 무한, 영원, 또는 단순하게 또 어쩌면 가장 유용하게 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힘에 대한 경외감에 밀려나게 된다.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의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 실제로 또는 예술작품을 통하여 - 것일 수도 있다.

 

 

가오싱젠, <창작에 관하여>

우리가 문학 안에서 새로운 느낌과 인식, 감동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문학이 어떤 생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필요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문학은 끝난 것입니다. 문학이 우리에게 새로운 생각과 감수성을 일깨울 때, 그 일깨움 안에 문학의 의미는 존재합니다. 바로 이때 독자와 작가도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같은 층위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개인이라는 고독한 존재는 언제나 타인의 이해를 갈망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최소한의 이해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용이나 연민은커녕 폭력과 투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해가 이토록 어려운 일이라 해도, 문학은 저마다 자신이 경험에만 갇혀 있는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가능케 합니다. 

 

 

문요한, <여행하는 인간>

체험하는 여행. 오감과 신체감각을 통해 경험하는 여행이다. 이들의 감각은 열려 있기에 더 깊이 경험하고 감동을 느낀다. 이국의 맛과 예술을 즐기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가슴 뛰는 활동에 도전하면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 '여행의 등급, 6단계' 중에서

 

 

장 그르니에, <섬>

가장 달콤한 쾌락과 가장 생생한 기쁨을 맛보았던 시기라고 해서 가장 추억에 남거나 가장 감동적인 것은 아니다. 그 짧은 황홀과 정열의 순간들은 그것이 아무리 강렬한 것이라 할지라도 - 아니 바로 그 강렬함 때문에 - 인생 행로의 여기저기에 드문드문 찍힌 점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순간들은 너무나 드물고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이어서 어떤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자아내는 행복은 덧없는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항구적인 어떤 상태이다. 그 상태는 그 자체로서는 강렬한 것이 전혀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력이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는 그 속에서 극도의 희열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런 상태인 것이다. - 생 피에르 섬에서 맛본 행복감에 대한 루소의 묘사...

 

 

강상구,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많은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싸움에 임하게 하려면, 그들에게 감동을 주어 마음을 다잡도록 해야 한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는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든 고객의 관심과 시간을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그것이 생존의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서비스, 고객을 감동시키는 체험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시간을 어떻게 해서든 많이 확보하려고 한다. 산업 자본주의 시대에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지상 과제였지만 이제 기업은 고객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외수, <글쓰기의 공중부양>

진실하게 써라. 글쓰기에는 무엇보다도 진실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담가라도 자신이 감동받지 않은 소재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먼저 닫혀 있는 그대의 가삼부터 열어라. 진실은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감동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라.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우리가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득은 어떤 풍경이나 건물에 이끌리는 이유를 의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우리의 취향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며, '미학', 즉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생기게 된다. ... 감명 깊은 장면을 좀 더 빠르게 분석하여, 감동을 주는 힘이 어디에서 생기는지 집어낼 수 있다.

 

 

마루야마 겐지,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진정한 빛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

 

 

마루야마 겐지,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

나는 칠십 가까이 살면서 절체절명, 고립무원, 사면초가 등의 궁지에야말로 명실상부한 삶의 핵심이 숨겨져 있음을 느꼈다. 그안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과정에야말로 진정한 삶의 감동이 있다고 확신했다.

 

 

<작가란 무엇인가> 중 '윌리엄 포크너' 인터뷰 중

작가는 경험, 관찰, 상상력이라는 세 가지를 필요로 합니다. 이 중의 두가지, 또는 한가지가 다른 것의 결여를 보충해줄 수 있습니다. 제게 이야기는 대개 한 가지 생각이나 기억이나 저신적인 그림에서 시작합니다.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왜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다음에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게 되는 지점에 이르기까지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작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방식으로, 그럴듯한 감동적인 상황에서 그럴듯한 사람들을 만들려고 노력하지요.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환경을 자신의 수단의 하나로 분명히 사용해야 합니다. 음악은 인간의 경험과 역사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기 때문에 표현하기 가장 쉬운 수단은 음악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러나 제가 가진 재능은 말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순수한 음악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을 말로 서투르게나마 표현하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즉, 음악이 더 훌륭하고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으나, 제가 듣는 것보다 읽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말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소리보다 정적을 더 좋아하는데, 말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정적 가운데서 만들어집니다. 즉, 산문의 천둥과 음악은 정적 가운데서 발생합니다.

 

 

마쓰우라 야타로, <마흔부터 다르게 살기>

인간의 키는 변하지 않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릇을 넓히는 일은 가능하다. 까치발은 30대쯤에서 그만두고 70세를 향한 인생 후반기에는 그릇을 넓히는 편이 낫다. 그릇을 넓히는 데는 '보다 나은 것은 무엇인가를 아는 현명함'을 갖추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떤 일에든 어린아이와 같은 투명한 마음으로 대하면서 감동하고  놀라고 기뻐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모든 일을 마주하면 보다 나은 것, 정말로 좋은 것을 찾아내는 힘이 조금씩 몸에 밴다. 어떤 존재든 한두 가지 장점은 반드시 갖고 있는 법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반드시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을 계기로 책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직접 찾아보거나 하면서 깊이 공부하다 보면 점차 자신의 그릇이 커진다.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여행법>

여행을 하는 행위가 그 본질상 여행자의 의식의 변혁을 강요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 움직임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행기라는 것이 지닌 본래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갔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했습니다"하고 재미와 신기함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 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지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 하는 것을 (차례가 거꾸로 되더라도 좋으니까) 복합적으로 밝혀 나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또한 정말 신선한 감동은 거기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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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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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시간과 함께 쌓여가지만 그 길이가 오래될수록 어떤 기억들은 잊혀진다. 기억과 망각의 균형으로 우리 뇌가, 생각이 과부하에 걸리지 않는 것일지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기억도 있지만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도 있다.

 

간직하고 싶은 좋은 기억들의 시간을 늘리는 방법 : 감동, 반복적 회상, 기록,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 기억 등....

 

 

 

기억, 記憶

1.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 <컴퓨터>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유의어] 메모리, 상기, 암기

 

(네이버 영어사전) [명사] memory, recollection, (formal) remembrance, [동사] remember; (생각해 내다) recall, recollect; (마음에 담아 두다) bear[keep] (sth) in mind

 

(생명과학대사전) 인상, 지각, 관념 등을 불러 일으키는 정신기능의 총칭. 사람이나 동물이 경험한 것을 특정 형태로 저장하였다가 나중에 재생 또는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새로운 경험을 저장하는 작용, 기명된 내용이 망각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작용, 유지하고 있는 사항을 회상할 수 있는 활동을 기억의 3요소라 한다. 기억은 여러 가지로 분류되는데, 시간적 측면에서 불필요하면 잊게 되는 단기기억과, 장시간, 때로는 평생 동안 유지되는 장기기억이 있다. 기억은 대뇌피질의 감각연합역에 저장되고, 해마는 기억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시, 글과 책 속에 쓰인 '기억'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가슴의 기억은 나쁜 기억은 지우고 좋은 기억만 과장하는 법이며, 이런 책략 덕택에 우리가 과거의 짐을 견디고 살아갈 수 있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공간은 실질적인 물리량이라기보다는 결국 기억이다. 우리가 몇 년을 살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어떠한 추억을 만들어 냈느냐가 우리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이 같은 현상은 나이가 들수록 기억력이 나빠져서 기억할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 만큼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어렸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서 하루만 생각해도 기억할 일이 많고 그만큼 시간이 꽉 찬 느낌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이정우, <개념 뿌리들>

기억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시간에는 현재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인간이 기억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인간은 그저 매 순간을 살아갈 수 있을 뿐이고 '나'라는 정체성을 가지지 못할 것입니다. 기억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생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죠.

 

 

김영하, <살인자의 기억법>

과거 기억을 상실하면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게 되고 미래 기억을 못하면 나는 영원히 현재에만 머무르게 된다. 과거와 미래가 없다면 현재는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어쩌랴. 레일이 끊기면 기차는 멈출수밖에.

 

 

한동일, <라틴어 수업>

인간은 죽어서 그 육신으로 향기를 내지 못하는 대신 타인에 간직된 기억으로 향기를 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기억이 좋으면 좋은 향기로, 그 기억이 나쁘면 나쁜 향기로 말입니다. 인간은 타인을 통해 기억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주는 존재입니다.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성공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유명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반면, 정의로움은 영원한 진리의 반석이 된다.

 

 

정철, <불법사전>

"이별", 남자와 여자가 만나 서로의 가슴에 느낌표를 찍고, 서로의 품에서 쉼표를 찍다가, 어느날 서로에게 물음표를 던진 후, 한동안 조용히 말없음표를 찍고, 결국 서로의 기억에 마침표를 찍는 것. 그리고 둘 중 한 사람은 자꾸 되돌이표를 만지작거리는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죽을 때 삶에서 배운 걸 모두 기억해야 한다.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도리어 우리를 완성시킨다. 실패할 때마다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억지로 잡아 두거나 움직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유일무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비교하지 말고 오직 이 사람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김영하, <말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간접적인 행위이지만 오감을 동원하면 그것은 마치 놀라운 가상현실처럼 우리에게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주고, 그런 글쓰기가 습관이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더 민감하게 오감을 동원하게 됩니다. 감각과 기억, 표현은 이렇게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감성 근육을 키우는 것입니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혜민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우리는 늘 행복할 수는 없지만 순간순간 행복했던 기억의 힘으로 살아간다.

 

 

최인철, <굿 라이프>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 두 가지의 구분을 위해 경험하는 자기(experiencing self)와 기억하는 자기(remembering self)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우리에게는 현재 순간을 경험하는 자기가 있고, 나중에 그 경험을 기억하고 회상하면서 새롭게 재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가 있다. 카너먼은 우리에게 두 가지 자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하나는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고, 다른 하나는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이다. 경험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의 만족과 기분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기억하는 자기를 위한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은 삶 전체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정재승, <열두 발자국>

아날로그의 반격 현상을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대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왜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다시 찾는 걸까요? 아마도 그것을 '복고의 귀환'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요? 인간은 행복을 '상태'로 인식하지 않고 '기억'에서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면 좋은 기억으로 뇌 속에 저장됩니다.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과거의 한 순간에서 애써 찾지만, 당시엔 그 시간이 행복인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행복으로 덧칠된 복고의 기억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시대가 바뀌어도 종종 소환되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때가 참 좋았지" 하면서 말입니다. 실제로, 미국 작곡가 오스카 레번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행복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

캄캄한 어둠이라면, 우리 안에 남는 건 그 캄캄함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 미미하게 비치던 빛 같은 것이죠. 그게 기억의 속성인 것 같아요. 글쓰기는 기억을 닮았어요. 사람은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글로 쓰는 거죠.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경험을 망각해요. 이 의도적인 망각이 창작의 원동력이에요. 어쩌면 삶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고요.

 

 

유시민, <역사의 역사>

교류가 전혀 없었던 두 문명에서 비슷한 때 본격적인 역사서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려는 욕망이 우리 인류의 본성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미치오 카쿠, <미래의 물리학>

과학자들은 기억력과 망각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너무 많이 잊으면 과거의 실패나 좌절감과 함께 애써 습득한 기술까지 잊게 된다. 그 반대로 너무 많이 기억하면 중요한 정보와 함께 과거에 겪었던 모든 좌절과 슬픔이 수시로 떠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기억과 망각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최상의 이해력이 발휘된다.

 

 

전주희 외, <우리는 왜 이런 시간을 견디고 있는가>

인간의 시간이란 연속적이지 않다. 시계가 가리키는 초침과 분침은 균질적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란 기억과 미래일 뿐이다. 현재는 늘 순식간에 과거로 흘러가 기억으로 쌓인다. 기억으로 쌓인 시간이 미래를 정확하게 그릴 수 없다는 것은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서 벗어나는 시간, 다른 시간을 꿈꿀 수 있는 이탈의 가능성을 포함한다. 하지만 자본의 시간, 부채가 결정하는 시간은 이러한 인간의 시간을 설계하고 계산하며 통제한다. 부채가 인간의 삶을, 인간의 모든 시간을 강탈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면 기억과 미래라는 연속적이지 않은 인간의 시간은 화폐가치로 환산된 시간표가 될 것이다. 1교시가 끝나면 어김없이 2교시가 기다리는 시가느이 연속이 삶의 전부를 이루게 될 것이다.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사건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 않는 개인에게는 시간이란 지금-지금-지금이 무한히 반복되는 시간만이 남겨지게 될 것이다.

 

 

박완서, <잃어버린 여행가방>

풍성하게 쌓인 낙엽을 밟는 맛은 보는 맛 못지않았으며, 젖은 낙엽이 풍기는 냄새는 특이했다. 꽃내음도 아닌, 코끝과 정감을 동시에 건드리는 은은하고도 격조 높은 향기였다. 나는 그 향기를 기억하기 위해 깊이깊이 들이마셨고, 옷자락에도 스미라고 일부러 오래 이슬비 속에 서 있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 <영혼의 편지>

지난 삶의 기억들, 이별한 사람들이나 죽어버린 사람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시끌벅적한 사건들.... 모든 것이 마치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기억 속으로 되돌아올 때가 있지요. 과거는 그런 식으로만 붙잡을 수 있는가 봅니다.

 

 

P. G. 해머튼, <지적 생활의 즐거움>

동일한 시간 동안 사람의 인생이 다르게 결정되는 이유는 시간의 '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질'은 기억과 관련이 깊습니다. 질 좋은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질 나쁜 시간은 방금 전에 일어난 일도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기억의 형성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감정적 충격입니다. 선명한 감정적 충격이 뇌리와 마음에 깊게 새겨져 기억할 의사가 없음에도 저절로 기억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반복입니다. 시간을 들여 반복적으로 주입시킨 기억입니다.

 

 

<사랑은 나의 약점> 중에서 / 심보선

 

그는 내게 말하는 듯했다.

시인이여, 노래해달라.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나의 머지않은 죽음이 아니라

누구도 모르는 나의 일생에 대해.

나의 슬픈 사랑과 아픈 좌절에 대해.

그러나 내가 희망을 버리지 않았음에 대해.

모든 것을 극복하고 생존하여 바로 오늘

쪽동백나무 아래에서 당신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음에 대해.

나는 너무 많은 기억들을 어깨 위에짊어지고 있는데

어찌하여 그 안에는 단 하나의 선율도 흐르지 않는가.

창가에 서 있는 시인이여,

나에 대해 노래해달라. 나의 지친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들에게는 없는 독특한 강점을 지녔노라고 제발 노래해달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프래질>

이론과 실행의 중요한 차이는 사건의 순서를 정확하게 탐지하고 그 순서를 기억하는 데 있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듯이, 우리가 앞을 향해 살아가지만 뒤를 향해 기억한다면, 책은 우리의 기억, 학습, 본능이 순서를 가지려는 성향을 악화시킨다. 오늘 누군가가 살아보지도 않았던 사건을 바라본다면, 주로 사건의 순서에서 나타나는 혼란때문에 인과관계의 환상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바이어스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 우리는 역사학과 학생만큼의 비동시성을 갖지는 않는다. 역사는 거짓말과 바이어스로 가득 찬 고약한 것이다.

 

 

로버트 그린, <권력의 법칙>

자기 창조의 두 번째 단계는 기억에 남는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다.

 

 

코에케 류노스케, <생각 버리기 연습>

무언가를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무명(無明)'을 키운다. 버릴 수 없이 두는 것이 늘어날수록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도 점점 복잡해지고 기억할 수 없는 것도 늘어난다. 기억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나면, 현재 자기 마음의 상태를 인식하는 능력, 자신의 마음을 구석구석까지 넓게 훑어보는 능력, 자기 통제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것은 자기 마음속에서 의식화할 수 없는 정보가 늘어가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두고 싶다는 번뇌와 버려버리고 싶다는 솔직한 충동, 이 상반된 두 가지가 일으키는 갈등을 생각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마음이 혼란스러워져 이런 갈등 자체가 싫어지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되어 서랍이나 벽장 한구석에 처박아 놓을지도 모른다. ... 무명이란 진리의 빛이 비추어지지 않는 혼란한 상태이다. 마음속에 있는 진정 어두운 영역이다. 스스로 자신이 보이지 않는 영역을 늘려가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무명이란 영역은, 욕망에 따라 물건을 점점 더 많이 소유하고 집착할수록 점점 더 커진다.

 

 

안드레아 울프, <자연의 발명>

인간은 기억과 정서적 반응을 통해 자연을 경험하고 이해한다.

 

 

라 로슈푸코, <잠언과 성찰>

사람들은 곧잘 기억력이 나쁘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판단력이 둔하다는 것은 아무도 개탄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머릿속에 넣어 두는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상대방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카트린 지타,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당신이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해라. 언어를 배우고, 국가를 이해하고, 사람들을 받아들여라. 당신의 기억력이 곧 당신의 여행 가방이 될 수 있도록... -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냥 내가 / 약간 손해 보면서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사십시오. / 우리는 자신이 한 것은 잘 기억하지만 / 남들이 나에게 해준 것은 쉽게 잊기 때문에, / 내가 약간 손해 보며 산다고 느끼는 것이 / 알고 보면 얼추 비슷하게 사는 것입니다.

 

 

구본권, <로봇시대, 인간의 일>

 

우리에게 기억은 의도적 망각과 삭제의 과정을 거친 결과이고 추상화 작용의 핵심이다.  망각은 인간 기억 기능의 결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추상화와 일반화를 가능하게 해서 창의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기억을 외부에 의존하는 행위가 스스로 무지함을 깨닫지 못한 채 자신에게 지식이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게 만든다는 말은 인터넷 환경에서 더욱 돋보이는 통찰이다. 기억은 우리가 주의력을 집중하는 정도에 따라 자세하게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부 기억장치에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뇌는 그 대상에 주의력을 덜 할당하게 된다.

 

우리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형성하는 기억의 총체가 곧 의식이자 삶이다. 풍부한 기억이 곧 풍요로운 삶이다. 친구와 가족, 배우자가 각별한 것도 서로 공통된 기억을 통해 삶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기억은 비록 부실하지만 우리가 부여받은 값진 선물이다. 기억의 아웃소싱은 결국 사람의 본질적 특성인 사고와 판단마저 기계에 위임하는 결과로 연결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고하는 존재인 우리는 편리하다고 주요 기억을 함부로 외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인간의 비극은 '미래를 예측하고 싶어 한다'는 것과 '기억한다'는 것에서 기인합니다. 과거를 아쉬워하고 미래를 불안해하기에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는 말이지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나쁜 소녀의 짓궂음>

대부분의 작가에게 기억은 상상의 출발점이다. 상상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기억은 그런 상상을 소설을 향해 발사하는 트램펄린이다. 작품 속에서 기억과 창안은 종종 작가조차도 풀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다. 소설에서는 기억이 꿈과 용해되거나, 꿈이 기억과 용해된다.

 

 

데이비드 호크니 / 마틴 게이퍼드, <그림의 역사>

우리는 기억을 통해 세계를 바라본다. 같은 사람을 보더라도, 만약 내가 그를 잘 알고 있다면, 그를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기억은 당신의 기억과 다르다. 우리가 같은 시간,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동일한 것을 동일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18>

행복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물질보다 경험에 돈을 지불할 때 사람은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건은 구입한 직후부터 싫증을 느끼게 되는 반면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기억만 남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소비자의 두 손에 무엇을 들릴 것이냐보다 소비자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 거이냐가 더 중요하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 한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는 여행의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인지도 모른다. 행여 여행길에서 하염없이 방황하고 있다 해도 낙담할 이유는 없다. 방황이 끝날 무렵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훗날 그 방황은 꽤 소중한 여행으로 기억될 테니까.

 

 

니콜라스 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기계에 기억을 아웃소싱할 때 우리는 지성이나 정체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 역시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기억을 아웃소싱하면 문화는 시들어간다.

 

 

피코 아이어, <여행하지 않을 자유>

삶의 상당 부분은 우리 머릿속에서 벌어진다. 기억이나 상상, 추측이나 해석 같은 것들로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바꾸기만 해도 내 삶을 훌륭하게 바꿀 수 있을 것만 같다.

 

 

시어도어 젤딘, <인생의 발견>

생각은 혼자 두면 외롭고 무력하다. 생각은 소통을 통해 수정되어야만 남들에게도 의미 있는 생각이 된다. ... 모든 개인은 각자의 감성과 기억을 토대로 새로 흡수한 정보를 생각으로 형성한다. 그리고 생각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하기 전에는 그 나름의 가치를 모른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서 기억이 손상된 치매 환자는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망각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수록 미래는 텅 비어간다. 사람들이 과거에 환상을 품을수록 미래에 대한 생각도 환상이 된다. 시각 기억이 선명할수록 미래는 더욱 시각적인 형태를 띤다. 따라서 기억은 과거의 것만이 아니고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구성 요소다. 기억의 폭이 좁을수록 미래를 폭넓고 독창적으로 구상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기억을 먹여살리는 방법은 몸을 먹여살리는 방법만큼 중요하다. 개인의 경험만으로 구성된 식단은 빈약하지만 남들에게서 습득한, 사실상 살아 있거나 죽은 모든 인류에게서 습득한 간접 기억으로 보완할 수 있다. 기억이 빈약하면 이전에 가본 곳 말고는 앞으로 어디로 갈지를 상상할 수 없다.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우리는 인생을 두 번 산다. 처음에는 실제로, 그 다음에는 회고담으로. 처음에는 어설프게, 그 다음에는 논리적으로. 우리가 아는 누군가의 삶이란 모두 이 두번째 회고담이다. 삶이란 우리가 살았던 게 아니라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이란 다시 잘 설명하기 위한 기억이다.

 

 

레이 커즈와일, <마음의 탄생>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

  • 우리 기억은 순차적이며 그 순서는 정해져있다. 입력된 순서대로만 출력할 수 있다. 우리는 기억의 순서를 거꾸로 뒤집지 못한다.

  • 뇌에는 이미지, 비디오,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장치가 없다. 우리 기억은 패턴의 나열로 저장된다. 자주 접근하지 않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진다.

  • 우리 뇌는 패턴을 인지한다. 정보의 일부분만 인지하더라도 (보더라도, 듣더라도, 느끼더라도) 또는 정보가 일부분 변형되더라도, 우리 인지능력은 패턴의 변하지 않는 특징을 명확하게 감지해낸다.

  •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앞으로 무엇을 경험할지 가정한다. 이러한 기대는 우리가 실제로 인지하는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

  • 대상이나 상황을 인식할 때 우리는 길게 나열된 리스트가 아니라, 정교하게 포개어진 계층으로 기억한다.

  • 우리의 의식적인 인지경험은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생각의 작동방식 측면에서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방향성 없는 생각으로, 논리와 무관한 생각을 촉발하는 것이다. 낙엽을 쓸거나 거리를 걷다가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은 아무 관련성 없이 떠오른 것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모든 패턴은 언제나 순서대로 촉박되며, 기억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 떠오른다. 따라서 과거의 어떤 장면이 눈앞에 갑자기 떠올랐다고 해도, 그 기억을 떠올리기 전부터 그 기억을 암시하는 어떤 '힌트'로부터 출발하여 그 장면이 떠오를 때까지 우리 마음속에는 무수한 패턴의 촉발이 일어난 것이다. 기억을 촉발한 계기가 명확하게 인지될 수도 있지만 어렴풋할 수도 있고,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지한다고 해도 연관성이 떨어지는 비선형적인 연상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연상되는 여러 기억을 종합하여 좀더 생생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뇌는 그림이나 소리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희인, <여행의 문장들>

기억을 조금이라도 잃어버려봐야만 우리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기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억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라고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지어지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을.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 루이스 부뉴엘의 말,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문요한, <여행하는 인간>

기록의 과잉은 여행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우리는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로 더 이상 타인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의 전화번호조차 외우지 못하기도 한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뇌는 갈수록 할 일이 없다. 기억의 저장고가 점점 내부에서 외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에서 사진 등 촬영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뇌는 덜 느끼고 덜 기억한다. 가뜩이나 바쁜 일정으로 인해 여행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데, 과도한 기록 작업은 여행을 더욱 메마르게 만든다. 미국의 비평가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에서 이러한 세태를 꼬집었다. 그녀는 노동 윤리가 냉혹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사진 찍기에 더욱 집착한다고 본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은 휵를 가거나 일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는데, 사진 촬영을 열심히 함으로써 일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고 안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희망을 가지고서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망각 할 수 있어서다. 아이들이 늘 웃을 수 있는 것은 나쁜 일을 오랫동안 곱씹지도,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잘 잊을 수 있는 망각 능력 즉, '쾌망'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할 때 우리의 기억은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우리의 기억 기능과 망각 기능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즉, 여행 중에는 나쁜 일을 빨리 잊어버릴 수 있다. 반면 잊고 있던 추억이나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것도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말이다. 낯선 공간에서의 새로운 자극이 우리 안에 감쳐둔 기억과 감정을 일깨우는 것이다.

 

 

사사키 후미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물건은 기억해주는 주인을 잃을 때 가치도 함께 잃는다.

 

 

로버트 M. 피어시그,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과거는 과거를 기억할 수 없으며, 미래는 미래를 생성할 수 없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야말로, 촌각에 해당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항상 존재하는 모든 것의 총체, 바로 그것이다. 가치 - 즉, 현실을 움직이는 동력 장치의 맨 앞 표면 - 는 더 이상 구조의 우발적 부산물이 아니다. 가치는 구조를 선행한다. 가치란 대상에 대한 지적 활동 이전에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지적인 인식으로, 구조를 낳는 것은 이 전지적인 인식이다. 우리의 구조화된 현실은 가치에 근거하여 미리 선택된 것으로, 구조화된 현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조화된 현실의 모태가 된 근원적 가치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미하엘 엔데, <모모>

차라리 음악을 듣지 않고, 색채들을 보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선택을 하라고 했다면, 이 세상 어떤 것을 준다고 해도 음악과 색채에 대한 기억과 바꾸진 않았으리라. 그 기억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모모는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에는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으면,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파멸에 이르는 그런 보물이 있다는 사실을....

 

 

도정일, <뱔들 사이에 길을 놓다>

기억과 사유, 상상과 표현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독특한 능력들의 목록을 대표한다. 인간이 천사를 향해 자랑할 것도 그 네 가지 능력으로 집약된다. 인간은 기억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존재이다. 그 네 가지 능력의 어느 것도 완벽하지 않다. 기억은 수많은 구멍들을 갖고 있고 사유는 불안하다. 상상은 기억과 사유의 한계를 확장하지만 유한한 경험의 울타리를 아주 벗어나지는 못하다. 표현의 형식과 내용도 시간성에 종속된다. 그러나 기억, 사유, 상상, 표현의 인간적 시도들은 그것들이 지닌 한계 때문에 무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것들만이 가지는 순간적 아름다움의 광채를 포착하고 표현하기 때문에 위대하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스완>

심각한 심리적 질병들은 주변 환경에 대한 통제력-주변 환경에 대한 '이해' 능력-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동반한다. 예술과 달리 과학의 목적은 조직된 느낌을 얻거나 기분을 전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는데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식을 심리 치료 요법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전통적인 지식에는 기억이란 컴퓨터 디스켓처럼 자료를 차례차례 이어서 기록하는 장치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 기억은 마치 같은 종이 위에 글을 계속 쓰는 것과 같아서(혹은 처음의 글을 새로 고쳐 쓰는 것과 같아서) - 정적인 것이 아니라 - 역동적이다. 이는 그만큼 과거의 정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주기 때문이다. 기억은 역동적이되 단순히 스스로 새롭게 보충해 나가는 자동기계는 아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는 이 최신 사건을 기억하면서 이전의 기억에 이를 덧붙여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자기도 모르게 발휘하지 않는가?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인간의 기억을 팰림프세스트'palimpsest', 즉 이전에 쓴 글을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글을 쓴 양피지에 비유한바 있다)

우리는 인과관계의 사슬 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내고, 무의식적으로 이를 수정해 나간다. 우리는 새로 발생한 사건까지 감안하여 논리적으로 들어맞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 짓기를 되풀이한다.

 

 

제러미 리프킨, <소유의 종말>

"새롭게 떠오르는 체험 경제에서는 상품이 아니라 '기억'을 만든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제조업체는 상품을 <체험화> 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는 <모는 체험>을, 가구업체는 <앉는 체험>을, 가전 업체는 <닦는 체험과 요리하는 체험>을, 의류 업체는 <입는 체험>을 격상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박웅현, <책은 도끼다>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다.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한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지식은 기억으로부터 온다. 그러나 지혜는 명상으로부터 온다. 지식은 밖에서 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움튼다. 안으로 마음의 흐름을 살피는 일. 이것을 일과 삼아 해야 한다.

 

 

손철주,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기억은 실물을 덮어버린다. 풀은 초록색이라는 기억, 사람의 팔은 양쪽이 같다는 지식이나, 눈은 둘이요 코는 하나라는 정보 등은 그림의 진실을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교양에 복종하지 않는 천진함, 대상의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는 어린아이의 눈이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한다.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는 사람은 달을 가리켰으되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과 같다.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

귀중한 요소들은 현실보다는 예술과 기대속에서 더 쉽게 경험하게 된다. 기대감에 찬 상상력과 예술의 상상력은 생략과 압축을 감행한다. 이런 상상력은 따분한 시간들을 잘라내고, 우리 관심을 곧바로 핵심적인 순간으로 이끌고 간다. 이렇게 해서 굳이 거짓말을 하거나 꾸미지 않고도 삶에 생동감과 일관성을 부여하는데, 이것은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보푸라기로 가득한 현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기억은 단순화와 선택을 능란하게 구사한다는 점에서 기대와 흡사하다. 현재를 긴 영화에 비유한다면, 기억과 기대는 거기에서 핵심으로 꼽힐 만한 장면들을 선택한다.

 

 

박노해, <다른길>

집이란 이렇게 사고 파는 부동산 가치가 아니라

내 삶의 무늬를 새기며 오래될수록 아름다워지는

지상의 단 하나뿐인 기억과 소생의 장소이니.

 

 

조정래, <정글만리>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과거를 되풀이한다.' - 조지 산타야나

 

 

이현석, <여행자의 인문학>

에빙하우스의 '보유곡선'은 '망각곡선'....

'보유'와 '망각'의 골은 깊어 보인다. 하지만 그물을 볼 때 씨줄과 날줄을 보는 이도 있고, 그 사이의 공간을 보는 이도 있는 것처럼 그것은 같은 상황을 달리 받아들이고 해석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보유)은 누군가를 잊어가는 일(망각)인 셈이다. 그리움으로 치환된 기억. 어쩌면 우리는 그것을 '망각'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오르한 파묵, <내이름은 빨강>

안다는 것은 본 것을 기억하는 것이며, 본다는 것은 기억하지 않고도 아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란 무엇인가?> 인터뷰 중에서

기억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은 일종의 연료 역할을 하지요. 타오르면서 인간을 따뜻하게 해주거든요. 제 기억은 일종의 궤짝과 같아요. 그 궤짝에는 수없이 많은 서랍이 달려 있답니다. 어떤 서랍을 열면 고베에서 보낸 소년 시절의 광경이 떠올라요. 공기의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땅도 만질 수 있고, 초록색 나무도 볼 수 있답니다. 그게 제가 책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지요.

 

 

도정일, <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보르헤스의 천국과 도서관.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나고 기억과 상상력이 용접되는 곳, 지적 모험의 땅, 돈도 비자도 필요 없는 여행지, 국경과 인종과 계급이 영원히 퇴각한 코즈모폴리턴의 세계, 거기가 도서관이다.

 

인간은 기억과 망각의 균형 속에서 그의 현재를 관리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이것이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이다. 양자 균형이 깨질 때 인간은 기억의 노예가 되거나 유쾌한 망각의 바보가 된다. "잊지 마라"라는 기억 명령은 과거의 신성화와 신비화를 위한 명령일 때에는 죽음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은 과거를 섬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다. 망각도 그러하다. 비편력이 마비될 때 망각은 죽음의 책략이 된다. 그러나 기억과 마찬가지로 망각도 건강한 현재를 위해 필요하며, 이 경우에만 망각은 유용성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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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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