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1.11 여행자의 서재 - 이권우 (동녘)

왠만한 여행자들의 가방에는 책이 들어있고, 여행 중간의 잠깐의 휴식에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여행과 독서는 이렇게 항상 함께 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변화를 이어주는 도구로 작용하는 것 같다.


여기 여행자의 독서에 관한 책 한 편을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을 발췌해 본다.


[발췌]


* 탐험가와 독서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지적 호기심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문을 박차고 나가 그곳에 직접 발을 딛느냐, 아니면 책상머리에 앉아서 노골적인 인용과 은밀한 표절로 세계상을 그려보냐 하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과장이라 생각하시나요? 탐험, 열정, 각성은 여행과 독서가 공유하는 열쇳말입니다. - <들어가는 말 중>


*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동물인지 정주하는 동안에는 깨달음을 얻지 못합니다. 멀리 가서 보아야 비로소 자신의 민낯을 바로 보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큰 변화를 겪습니다. 종교인이나 문인들이 여행을 일삼아 떠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터입니다. - <들어가는 말 중>


<여행할 권리>, 김연수

* 여행은 권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 더 나은 것을 꿈꾸는 것, 고여 썩지 않고 흐르는 것은 우리의 천부적인 권리이므로...

* 권리로서 여행이란, 달리 말하면 월경하기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말처럼 매력 넘치면서 위험한 것이 어디 있던가. 한발만 넘어서면 꿈에도 그린 곳이기는 하나 낯설어 두려운 곳이 펼쳐진다. 그 역설에서 호기심과 탐험심이 발동하는 법이고 여행이 시작된다. 새로운 곳으로 발 딛기는 존재의 전환 가능성을 상징한다.

*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된 자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여행의 기술>은 목차가 '출발'에서 시작해 '귀환'으로 끝난다. 모든 여행이 그런 듯이. 그 사이에 '동기' '풍경' '예술'이 있다. .... 여행은 유목과 같지만 다르다. 떠나 방황한다는 점에서 유목이지만, 다시 돌아와 현실 문법대로 산다는 점에서 유목과 다르다. 그런데 왜 여행할까. '동기'에 나오는 대로 이국적인 것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것이 없다면 현실의 삶을 일시 중지하고 전혀 다른 삶의 문맥에 자맥질할 리 없다. 그 이국 풍경에서 여행자를 사로잡는 것은 숭고함이다. 

* 이 책에는 여행에 대한 사유의 결정체들이 가득 담겼다. 남는 거은 결국 사진뿐이라 여기는 이는 읽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이 더 깊은 사유를 자극하는 것이라 믿는 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상상력은 실제 경험이라는 천박한 현실보다 훨씬 나은 대체물을 제공할 수 있다." - J.K. 위스망스

*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 토머스 풀러

* 왜 여행을 하는가? 어디 가서, 무엇을 보고 마실 것인지보다 왜 떠나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가 돌아올 때 달라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여행 사고 셋>, 윤여일

* 어쩌면 고여 있다. 흘러 다니다, 다시 고여야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 게 공부인 모양이다.

* 여행을 하면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겪고 깨닫게 된다. 그러나 그 무엇인가를 언어로 옮기는 일은 상당히 지난하고 위험하다. 자칫 여행기가 감상의 범람으로 넘치고 마는 일이 벌어진다. 진짜 여행기는 '금욕'의 수사학이어야만 한다. 함부로 말하지 않되, 그곳의 활력을 전하는 글은 쓰기 어렵다. 더욱이 해석하는 대목에서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번역만큼 어려운 것이 여행기 쓰기란 말이다.

*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세상은 한 페이지만 읽은 책과 같다. - 아우구스티누스

* 여행은 번역인 셈이다. ...

첫째는 어떻게 체험을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했단다. 여행기가 빠지기 쉬운 감상의 나열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사유의 실마리가 된 경험의 공유에 신경 써야 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보편주의와 문화상대주의 사이에서 사고를 버려내야 한단다. 경험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타문화와 맺는 의미 있는 접촉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타자성에 대한 물음이다. "타자는 쉽사리 만날 수 없다는 태도로써만 만날 수 있다"라는 깨달음을 담아야 한다는 뜻이다.

* 자기 체험을 소재로 삼아 거기서 생각의 자원을 건져내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학문과 여행은 공동의 토대를 지닌다. 체험에 육박하지 못하고 감정으로 고양되지 못하는 학문과 여행은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대신 날것의 체험과 감정이라면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없다. 그리하여 자칫 지식과 개념에 걸러질 수 있는 개체의 체험과 감정을 소중히 다루되, 사변적 언어로 그 체험과 감정을 정제하지 않고 개체가 지닌 개성을 훼손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표현을 일권내야 한다. 바로 이 여행이 내게 안기는 사고의 실험리자 여행이 공부로서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 괴테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정진국

* 책읽기를 여행으로 여기는 이는 늘 새로운 책을 찾는다. 다른 사람이 세운 전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하는 이들이 책 읽는 것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없다. 힘들고 어렵고 지칠 때마다 책 읽어 힘을 내니, 여행과 책은 궁합이 제대로 맞는다. 책 읽는 이들이 잠시 책을 덮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제격이다. 질서와 현실의 세계에서 신화와 이상의 세계로 건너가는 것에 익숙해 있으니 말이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 고운기

* 노련한 여행자에게느 정해진 계획이 없으며, 그 목적도 '도착'이 아니다. - 노자

* 알고 떠나든, 가서 비로소 알든 떠나지 않는 이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고, 오래된 지혜를 만날 수 없다. 그곳에 가면 켜켜이 쌓여 있는 이야기들을 만나 볼 것.


<천천히 걸어, 희망으로>, 쿠르트 파이페

*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여행은 여행 중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 헨리 보예

* 그는 바뀐다. 산전, 수전 두루 겪는 여행을 하며 "낙관, 희망, 미소, 흥미로운 인상, 인간적으로 깊은 만남"의 기회를 잡는다. 다른 사람의 친절을 흔쾌히 받아들이게 된 것도 큰 변화다. 그는 처음에는 물병을 채워주거나 먹을거리를 주거나 잘 곳을 마련해주면 거절하거나 돈으로 갚으려 했다. "누가 나에게 뭔가를 주면 나도 반드시 뭔가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 해서다. 하지만 친절과 배려는 다른 무엇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선의를 거절하는 것은 상대방의 기쁨을 앗는 일이었다. 여행은 녹인다, 우리의 아집과 자존심을. 다른 이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훨씬 향상된다는 사실도 경험한다. "다른 사람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 편견이나 선입관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 흥미를 보이며 마음을 열고, 긍정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실천하게 된다.

* '내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란, 당신에게 기쁨과 충만함을 가져다주는 일에 첫 발걸음을 떼라는 것이다. 비록 당신의 소원이 가까운 사람들의 눈에 턱없이 미친 짓으로 보인다 해도 상관없다. 시작하기만 하면 이미 당신 내면에 있는 예감하지 못했던 능력이 깨어난다. 굉장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당신을 사로잡으며, 당신의 삶과 병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다. 당황스러운 모든 일도 자신이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또 받아들임으로써 최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야 큰 충족감과 깊은 내적 평온을 찾을 수 있다.'


<제주 올레 여행>, 서명숙

* 본디 혁명이란 이런 것이어야 했다. 일상에서 비롯해야 하고, 스스로 동의해야 하고, 변화의 가치를 몸소 체험해야 하고, 다시 동참하고 싶어 해야 하고, 자발로 다른 이들에게 권해야 하는 법이다. 몸으로 하는 것이로되 정신을 황홀경에 이르게 해야 하며, 당장 성과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아무런 효용이 없어도 하는 것이어야 하며, 누구를 앞질러가는 것이 아니라 같이 가는 것이어야 하며,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겨야 하는 법이다.

* '참 표한 일이었다. 걷다보면 그 모든 증오, 미움, 한탄, 연민이 다 부질없이 느껴졌다. 송곳 하나 꽂을 틈 없던 가난한 마음밭이 어느덧 넉넉해지는 듯했다. 흙탕물로 뿌옇던 마음의 호수는 앙금이 가라앉아 어느새 말갛게 되었다. 적어도 걷는 순간만큼은 '강 같은 평화'가 찾아들었다. 걷기는 마음의 상처를 싸매는 붕대, 가슴에 흐르는 피를 멈추는 지혈대 노릇을 했다. 자연이 주는 위로와 평화는 훨씬 따뜻하고 깊었다. 보이지 않던 꽃들이, 눈에 띄지 않던 풀들이, 들리지 않던 새소리가 천천히 걷는 동안 어느 순간 마음에 와 닿았다. 개화산 산책은 육체를 단련하는 시간일뿐더러, 정신을 샤워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걷기는 온 몸으로 하는 기도요, 두 발로 추구하는 선이었다.'

* 진정한 여행의 발견은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 '밀실에서 광장으로 확장되는 변곡점, 소우주인 자기 집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최초의 통로가 올레다. 자기네 집 올레는 나서야만 이웃집으로, 마을로, 옆 마을로 나아갈 수 있다. 올레를 죽 이으면 제주뿐만 아니라 지구를 다 돌 수도 있다. 제주를 걷는 길에 딱 들어맞는 이름이다.'

* 우리의 삶은 늘 혁명을 꿈꾼다. 이미 낡았고 해어졌고 부러져있다. 그저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거죽은 축 늘어지고 눈은 퀭해진 자화상. 어찌 이대로 계속 살아야만 하겠는가. 다시 곧추세워야 한다. 다시 충만하게 해야 한다. 다시 활기 넘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 속도에 대한 미련을, 성과에 대한 집착을, 물질에 대한 애착을, 길 위에 서야 삶의 혁명이 시작된다. 걸으면 보인다, 자연과 내가. 걸으면 용서된다, 미운 이들과 내가. 걸으면 화해된다, 가족과 나와. 걷는 것은 낡은 허물을 벗고 새살을 입는 것과 같다.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 여행의 즐거움의 반은 길 잃음의 미학이다. - 레이 브래드버리

* 모든 여행과 산행이 그러한 법. 내가 가는 듯하지만, 실은 불러서 갔을 뿐. 그래서 자연의 '온화한 힘에 대해 깊은 존경'을 느끼고. '세계의 웅장한 규모를 이해'하며, '전에는 있는 줄 몰랐던 인내심과 용기'를 발견하는 법. 그것이 어느 길이든 우리가 떠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다 담겼다. 숲이 호명하면, 응답하시길. 우리가 거듭날 절호의 기회렸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오소희

*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다. 전혀 새로운 것 앞에서 변화하는 나 자신, 그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 - 다치바나 다카시

* 여행 하며 확실하게 확인한다. 자신과 아이는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그림을 보고 있을 때 아이는 개미를 보고 있었다. 해협의 별장을 쳐다볼 때 아이는 그곳을 스쳐가는 기차를 눈여겨보았다. 톱 카프 궁전에서 일찌감치 확인했다. 전시실을 한번 둘러보고는 정원으로 달려나갔다. 꽃을 보고 개미와 지렁이랑 놀고 싶어 한다. 정말, 대단한 방문객이다. 이곳을 찾은 누구도 관심 기울이지 않았을 미물에 마음을 빼앗겼으니. 어른의 눈은 자꾸 죽은 자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하나, 아이는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삶의 에너지에 환호한다. 과연 누가 더 현명할까?

* 일상이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도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한번쯤 그이처럼 생각해보길. 다 버리고 떠나는 것만 여행이 아니라, 함께하는 이가 있을 때 더 가치 있는 여행일 수 있다는 점을.

* '아들아, 세상에는 유희가 생략된 유년을 보내야 하는 아이들도 있단다. 따스함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단다. 네게는 세 살부터 시작된 이런 여행이, 한평생을 다해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사치가 되는 사람들이 많이 많이 있단다. 나는 네가 그런 사람들을 부단히 많이 보아서, 끝없는 속도전에서 비롯되는 초조와 이기심으로 차감게 마음이 식어버렸을 때마다 스스로 발광하는 태양처럼, 스스로 네 마음을 뜨뜻하게 덥힐 수 있기를 바란다. 가진 것을 느끼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부터 나누고, 함께함으로써 더 많이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웅숭깊은 사람으로 자라주렴. 네가 살아있는 한 온 세상이 너의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담그고 느끼거라. 그 안에 네가 안아줄, 너를 안아줄 모든 것이 다 한데 어우러져 있단다.'


<비우고 채우는 즐거움, 절집 숲>, 전영우

* 나무의 거대한 뿌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심연과 연결돼 있다. 우리가 다다를 수 없는 세계, 혹은 두려운 세계와 소통하는 나무는, 거기서 오히려 자양분을 끌어올려 자신을 키워나간다. 올곧게 쭉 뻑든 줄기는 지상과 관련돼 있음을 상징한다.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기지개를 켜는 형상은 천상과의 연결을 뜻한다. 나무는 그 모습 자체로 삼계와 소통한다. 그러니, 우리 앞에 떡 버티고 있는 나무를 보면 저절로 경배의식이 솟아나는 법. 실로, 나무 앞에 서면 머리 조아리고 치성을 드려야 마땅한다.

그 신성한 나무를 떼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절집에 이르는 길에 펼쳐진 숲이다. 이 나라의 절집에는 길든 짧든 숲길이 있고, 그곳을 찾는 이들에게 신성한 기운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그 길을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쏜살같이 지나가는 이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속세의 속도를 버리고 아주 게으른 걸음으로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숲은 신성의 한 가닥을 엿보게 해준다. 걸오본 사람들은 알리. 절집에 이르기 전에 숲에서 이미 우리는 변하고 있음을.

* '절집 숲이 명상과 사색을 통해 잊고 살던 자아를 되찾고, 대면 하기를 꺼리던 자신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서 마음의 풍요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절집 숲에 대한 이런 새로운 기능 제안은 절집 숲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는 특성 덕분에 가능하다. 이런 개방성 덕분에 절집 숲은 그 숲을 향유하고자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극심한 경쟁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내가 풍광의 아름다움을 즐긴다고 해서 남에게 돌아갈 즐거움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런 점이 바로 생태소비, 자연소비의 특성이다. 따라서 덜 소비하고 덜 훼손하며 덜 폐기해야 하는 생태환경의 시대에 절집 숲은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훈련하는 멋진 실습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걷는 다는 것은 존재의 확인 과정이다. 우리는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 우리를 만들고 해체한다. 여행이 우리를 창조한다. - 다비드 르 브르통

* '자연이 연출하는 장대함은 우리 각자의 행동거지를 조심스럽게 만들고 긴장감을 갖게 한다. 또한 인간이 얼마나 왜소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 확인시켜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종교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숲이 내뿜는 세월의 무게와 신성한 기운을 직접 체험하면 흐트러진 몸가짐을 바로하고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힐 수 밖에 없다. 별로 길지 않은 이 숲길에서 우리는 어느덧 수도자로 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 이처럼 숲은 위대한 종교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 됨됨이를 바꾸는 스승이 될 수도 있다.'

* 나무는 그 자체로 길이다. 수십, 수백 년 동안 한곳에 머물면서도 길을 만드는 게 나무다. 나무는 억지로 길을 만들지 않는다. 미련스럽게 한곳에 머물러 있는 내공이 곧 길이 된다. 이곳저곳에서 찾는다고 길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나무처럼 자신의 자리가 곧 길이라는 것만 깨달으면 길이 보인다. - 강판권, <미술관에 사는 나무들> 중


<왕오천축국전>, 혜초

* 행복한 여행의 가장 큰 준비물은 가벼운 마음이다. - 생텍쥐페리

* 꿈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간절함이 가치 있는 것은, 그것이 기득을 버리고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게 하기 때문이다. 말씀에 대한 간절함이 사막과 광야를 건너게 해주었고, 고원과 산맥을 넘게 해주었다.


<서른살의 인생 여행>, 대니 월러스

* 친구들은 내 삶의 거울이다. 그들을 만나면 내가 보이는 법이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서경식

* 관광객은 그들이 어디 있었는지 모르고, 여행자들은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 폴 데로스

* 청춘이라는 말에는 반드시 예찬이 붙어야 한다. 여러모로 인생의 황금기는 이때가 아닐 수 없다. 밝고 맑고 싱그러워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 두렵고 힘들고 위축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기억해주길. 오늘 보이는 성취가 가능하리라 여기지 못했던 지난날의 청춘들이 있음을. 자신에게 던져진 짐짝을 힘겹게 둘러메고 먼 길을 걸어와 비로소 지금의 자리에 있는 이들이 있음을. 얼핏 보기에 너무나 약할 듯싶은 것들, 그러니까 책과 그림과 음악을 그늘막 삼아 험한 곳을 건너온 이들이 있음을.


<파타고니아>, 브루스 채트윈

* 여행한다는 것은 완전히 말 그대로 '사는 것'이다. 현재를 위해 과거와 미래르 잊는 것이다. 그것은 '가슴을 열어 숨을 쉬는 것'이고, '모든 것'을 즐기는 것이다. - 알렉상드르 뒤마


<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 손호철

* 누구도 제 눈으로 제 얼굴을 볼 수는 없다. 비춰진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여행이란 거울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아집에 물든 만큼 더 멀리, 더 자주 여행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

* 여행과 병에는 자기 자신을 반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 다케우치 히토시

* 이 땅에 사는 누가 자시늬 삶을 되돌아보며 유쾌하게 즐기며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경제적 성공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어야 하거늘, 우리는 전도된 가치에 얽매여 살고 있지 않은가. 손호철은 이런 삶을 일컬어 "라틴적 삶"이라 말한다. 이를 달리 정의하면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고, 조금 더 가난하더라도 자기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삶이라 할 수 있을 터이다.


<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 마이클 예이츠

* 교수였지만, "주변의 아름다움을 보고, 관조하고, 즐기면서 보낸 적은 거의 없었다." 기득을 버리고 유목민처럼 대륙 곳곳을 떠돌아 다니면서 그는 자연이 주는 놀라운 세계에 접속한다. "자연의 어마어마한 규모와 거침없는 태도"에 경회감을 품고, "놀라움으로 가득한 사막에서 거의 손에 잡힐 듯한 진홍색 태양과 빛나는 달을 보는 일"에 비견할만한 것이 없음을 인정한다. 뭇 순례자들이 그렇듯 그의 인생관도 바뀐다. "아름다움, 관조, 향유 같은 정서는 단순한 인생의 부속물이 아니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었다."

* 여행할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행 자체다. - 어슐러 르 귄

* '맨해튼이 굉장한 도시라는 것 외에도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또 있었다. 맨해튼은 진보정치와 진보적 사상의 중심지다. 진보정치의 목표는 온갖 종류의 불평등을 끝장내는 것이다. 또한 노동하는 남녀를 해방시키고 자신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창조적 소동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 이곳에 왔지만 이곳에서 내가 만났던 지식인들은 내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들은 뉴욕 외의 다른 지역은 무시했다. 또 이곳에 있는 자신의 친구들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고 실천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그 모임에 속한 사람들은 아주 부유하고 고립된 이기주의자에 불과했다.


<지중해 문화기행>, 이희수

* 지중해 문명의 현장은 공존과 화해의 정신이고, 문화는 섞일수록 아름답고 발전한다는 문화법칙을 확인시켜준 생생한 현장이다.

* 여행은 무엇보다도 위대하고 엄격한 학문과도 같은 것이다. - 알베르 카뮈

* 지중해야말로 오래된 미래다. 거기서 벌어졌던 충돌과 교류의 역사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내는가에 따라 인류의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터다.


<문명의 배꼽, 그리스>, 박경철

* 여행과 변화를 사랑하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증거이다. - 리하르트 바그너


<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정신을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 안데르센

* 원폭 피해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우리 삶의 미래와 깊은 관련성을 맺고 있다 할 수 있다. 우리는 핵발전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시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핵발전소는 결코 안전한 전력 생산 방식이 아니다. 더 큰 시련을 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고치려 하면 너무 어리석은 짓이다. 원폭이 미친 엄청난 피해를 찬찬히 살피며, 핵발전소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야 한다. 당연히 거기에는 절제와 의생이 따를 터이다.


<행복한 라디오>, 리사 나폴리

* '부탄의 국왕은 화폐가치의 복잡한 행렬로 이루어진 국민총생산을 대신하여 한 국가의 척도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냈다. 그는 여기에 국민총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떤 의미로든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하는 경제발전은 진정한 발전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부탄의 전통과 환경을 위협하는 세력은 신중희 경계해야 할 대상이며 도입할 가치가 없었다. 국왕은 상품과 현금을 생산해내는 것보다, 상승하는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 무분별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보다, 국민의 행복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성공보다 삶의 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을 함부로 짓밟고 올라서서 성공을 도모하는 삶보다는 다른 인간을 향한 연민과 협력을 근본적인 미덕으로 삼는 삶이 필요하며, 이것이 국민총행복이 추구하는 가치였다.'

* 여정은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이지만, 그 자체로 보상이다. - 스티브 잡스

* 부탄으로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미디어에 대한 '멀미'였다. 진정성은 사라지고, 기능성만 강조되는 미디어 현장에서 한발 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과도한 소비 중심의 생활을 일시 중단하게 된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미디어에 멀미하면서도 다시 일해야 했고, 일상에서 소비 중심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발 딛고 있는 곳이 어디냐가 이토록 중요할지 몰랐다.

* 정말, 지금 - 이곳 아닌 곳에 행복한 나라는 있을까? 지겹게 들어 온대로 유토피아라는 말이 현실에 없는 곳이라는 뜻이라면, 다른 곳에서 그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지금 이곳에 행복한 나라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오더라도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서재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72976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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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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