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적 여행이 어려운 시기. 독서, 그림, 음악, 사진을 통해 감각적, 시간적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다.

 

 

[본문발췌]

 

 

그림이란 뭘까? 그림은 명사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동사이기도 한 말이다. 꿈을 꿈, 삶을 삶, 그림을 그림. 이런 말들에는 결과와 과정을 동등하게 중시하는 뜻이 읽힌다. 이런 의미에서, 그림이라고 하면 대게 종이에 남는 결과물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나에게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행동, 더 자세히 말해 그리는 사람 속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변화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사람은 다른 시간 속을 걷게 된다. 이 과정이 종이에 그럴싸한 무엇을 남기는 결과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누군가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요."라고 말하면 나는 "아, 이 사람은 지금 다른 시간을 필요로 하는구나."라고 받아들인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 볼 수 있을 때는 바쁨을 자각할 수라도 있지만, 문제는 우리가 바쁜 상태에 너무 익숙해져 오히려 여유 시간이 주어지면 불안해한다는 점이다. 마치 여유를 즐길 능력을 상실해 버린 것처럼. 분주함은 여행 최대의 적이자,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다.

 

 

상실을 겪었을 때 누군가와 함께 그 슬픔을 애도할 수 있으면 점진적으로 치유가 되지만, 함께 공유할 상대가 없으면 결국 트라우마가 돼 버린다.

 

 

모든 비극의 원인은 자만!

 

 

뇌의 정보 처리 과정은 '효과적인 정보 손실 프로세스' 이다. 정보의 대홍수 속에서 잘 잊어버리는 건 정말 중요한 능력이다. 그런데 정작 대화 상대를 앞에 두고, 쉴 새 없이 끼어드는 중요하지도 않은 메시지와 전화에 응답하랴, 잡을 필요도 없었던 다음 약속 때문에 끊임없이 시간을 확인하랴, 어디를 가든 주위를 끄는 모니터에서 드라마나 스포츠 경기를 틈틈이 체크하랴.... 결국 가장 중요한 걸 잃는다. 눈앞의 사람을.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21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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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도사님의 글쓰기 비법! 결국은 기본기에 대한 연습과 노력.

 

 

[본문발췌]

 

 

단어 채집 노트

예를 들어 내몸에 있는 것들부터 시작해서 단어를 채집해 본다

머리 - 대가리, 대갈통, 골, 뇌, ....

머리에 속한 관계어 - 모자, 왕관, .....

내 몸에 있는 것들은 대부분 남의 몸에도 있다. 그러므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내 몸에 머무르지 말고, 내 방도 둘러보고, 온 동네를 둘러보고 온 나라를 둘러보아야 한다. 바다도 둘러보고 하늘도 둘러보고 사막도 둘러보고 벌판도 둘러보아야 한다.

모름지기 문장을 자유자재로 다스리고 싶다면 지극히 미세한 부분에서 지극히 거대한 부분까지를 샅샅이 훑어보고 단어를 채집하는 일에 열중하라.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

 

 

효과적으로 글을 쓰려면 겉으로 판단되는 속성은 물론이고 보다 내면적인 속성을 찾아내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그것은 사물에 대한 사유의 힘을 키우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속성찾기. 사전을 활용해 단어의 속성 알아 맞히기와 오감에 따른 기본 속성을 바꾸어 본다.

  •     시각은 어떤 사물의 크기, 색깔, 모양
  •     청각은 어떤 소리의 강도, 속도, 질감
  •     미각은 어떤 사물의 단맛, 쓴맛, 매운맛, 신맛, 짠맛, 떫은맛
  •     후각은 냄새, 또 그 냄새의 자극성
  •     촉각은 감촉, 또한 그 감촉의 자극성

사물의 크기를 바꾸자(시각), 소리의 강도를 바꾸어 보는 것(청각). 시간성과 공간성 부여하기, 감정이입을 활용한다.

속성은 사전적으로 어떤 사물의 특징이나 주요 성질을 말한다. 한 단어는 여러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글은 쓰는 자의 인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이며 사물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일은 사물과의 사랑을 시도하는 일이다.

 

 

사안론(四眼論)

  •  육안은 얼굴에 붙어 있는 눈이고
  •  뇌안은 두뇌에 붙어 있는 눈이며
  •  심안은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는 눈이고
  •  영안은 영혼속에 간직되어 있는 눈이다.

사과에 비유해보면 

  •  육안(둥글다는 사실과 색깔), 
  •  뇌안(사과나무에 열린다는 사실과 비타민C를 많이 함유)
  •  심안(한 알의 사과 속에서 시를 끄집어 내거나 음악을 끄집어 내거나 그림을 끄집어 내고 그것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한다)
  •  영안(한 알의 사과 속에 만우주의 본성이 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영안을 가진 자는 온 세상에 하찮은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만물이 진실로 가치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비로소 진실한 사랑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깃발이 흔들리는가 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 것이다.

 아니다. 바람이 흔들리는 것이다.

 스님들이 깃발이 흔들리냐 바람이 흔들리냐는 명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때 지나가던 선승 혜능이 말했다. 깃발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요 바람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바로 그대들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본성 접근하기

 속성 - 현상 - 육안, 뇌안

 본성 - 본질 - 심안, 영안

 우리는 대개 육안과 뇌안의 범주에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관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심안과 영안의 범주에서 사물의 가치를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대가 만약 심안과 영안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만 있다면 천하만물들이 모두 보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예술은 창조적 욕구로부터 출발한다. 어떤 경우에도 창조적 욕구 없이는 예술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창조적 욕구만으로도 예술에 이르기 힘들다. 창조적 욕구에 창조적 능력이 구비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남다른 시각부터 가져야 한다. 남들과 똑같은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남들과 똑같은 사고를 하게 되고 남들과 똑같은 사고를 하게 되면 남들과 똑같은 글을 쓰게 된다. 그대가 남들과 다른 글을 쓰고 싶다면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부터 가지도록 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면 그대가 알고 있는 사실 이상의 소득을 얻어 낼 수가 없다. 있는 것을 없애고 없는 것을 만들어 보는 습관부터 가져라. 물론 실제 사물에게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가급적이면 의식으로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감각개발, 창작을 하건 감상을 하건 머리보다는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

 

 

감성사전식 반대말

 논리에 의존하는 국어사전식 반대말 : 목구멍<->똥구멍, 모래<->바위, 홑이불<->솜이불

 감성에 의존하면 : 목구멍<->골프공, 모래<->솜털, 홑이불<->대리석

 

 

비가 내리면 육신만 적시지 말고 영혼까지 적셔라

 글쓰기가 그대의 외형을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대의 내면은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가 있다. 그대의 능력에 따라 독자들의 내면까지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세상 만물은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세상 만물의 이름 또한 모두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대가 아직도 육안이나 뇌안의 범주에 머물러 있다면 어찌 세상 만물을 사랑하는 영혼을 가질 수가 있으랴.

한 음절의 단어가 사유를 거치면 어떤 울림을 가지는가?

 

 

 

인격과 문장은 합일성을 가지고 있다. 문장이 달라지면 인격도 달라진다. 인격이 달라지면 문장도 달라진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격조 높은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의 자신에서 탈피하라

 

 

글쓰기의 필수요건

  1. 진실 :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하는 최상의 창작행위다.
  2. 소망 : 절실한 소망은 돈지갑을 뚫는다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3. 감성 : 지성은 뇌안의 범주에 속하고 인간을 아는 경지에 이르게 만들고 감성은 심안의 경지에 속하며 인간을 깨닫는 경지에 이르게 만단다. 감성은 오로지 마음에 의해서만 표출된다. 그러나 감성은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에 의해서 척박해지기도 하고 무성해지기도 한다.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과의 교감이 없으면 감성의 생성이나 감지나 표출은 불가능해진다. 그대가 죽은 문장으로 점철된 글을 쓰고 싶지 않다면 끊임없이 마음 바깥에 있는 것들과의 교감을 시도하라
  4. 애증 : 사랑할 수 없으면 증오라도 해라. 사랑이나 증오는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사랑도 눈물겹지만 증오도 눈물겹다. 예술에는 시간의 한계도 없고 공간의 한계도 없다.
    사랑을 근거로 글을 쓸 것인지 증오를 근거로 글을 쓸 것인지는 그대의 자유의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그대가 진실로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다면 방관만은 금물이다. 방관은 그대의 모든 감성을 말라 죽게 만들고 그대의 모든 소망을 말라 죽게 만든다. 그것들이 말라 죽은 상태에서는 국어사전을 만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제격이다.

 

 

글쓰기에서 경계해야 할 병폐들 : 가식, 욕심, 허영

  • 욕심이 잉태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면 죽음을 불러들인다.
    글쓰기에도 욕심은 금물이다. 욕심이 들어가 있는 문장은 모두 죽어 있는 문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대가 진정한 화가가 되고 싶다면 아이 같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라' - 고흐
    아이들은 가식도 없고 욕심도 없다. 잘 그린다는 기준도 없고 못 그린다는 기준도 없다. 단지 자기의 생각이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즐거움에 심취한다.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 어떤 대가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기술 이상의 진실이 담겨 있다.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대가들도 나이가 들면 아이들의 그림을 닮아간다.
  • 허영 뒤에는 정신적 빈곤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정신적 빈곤을 겉치레로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허영 중에서도 글쓴느 사람들이 특히 매력을 느끼는 허영이 지적 허영이다. 여기에 빠지게 되면 창작을 하더라도 보고서나 논문을 연상시키는 문장들을 구사하게 된다. 소화되지 않은 학문, 소화되지 않은 철학은 글쓴이를 위선자로 만들기도 하고 읽는이를 청맹과니로 만들기도 한다.
  •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된 문장. 끊임없이 열거되는 전문용어. 철학적인 사고나 지적인 이론으로 점철된 문장. 지나치게 남발되는 외국어. 이런 허영들을 도구로 사용해서 자신이 돋보이기를 바라지 말라. 허영은 자신의 정신적 빈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가식이나 욕심과 마찬가지로 문장의 생명력과 설득력을 말살시킨다.
    서양의 철학의 대상은 수시로 달라졌다. 때로는 자연이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가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이성이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존재가 철학의 대상이 디기도 한다. 때로는 구조가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혼돈이 철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수만년 동안 철학의 대상이 도(道) 하나였다.

 

 

왜 쓰는가

  •  행복해지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  천재는 결코 위대한 존재가 아니다. 타고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라.

무엇을 쓸 것인가

  •  쓰고 싶은 길을 써라
  •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서 쓰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충동과 의욕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의해서 고개를 쳐드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쓸 것인가

  • 진실하게 써라. 글쓰기에는 무엇보다도 진실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담가라도 자신이 감동받지 않은 소재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먼저 닫혀 있는 그대의 가삼부터 열어라. 진실은 머리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감동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라.

누가 읽어 줄 것인가

  • 제일 먼저 그대가 그대의 글을 읽게 된다.

글이 밥을 먹여 주는가

  • 물론 밥도 먹여 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을 쓴다면' 이라는 단서가 붙는다.

 

어떤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모두 기량이 뛰아나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건 뛰어난 기량은 자신이 선택한 일에 남다른 애정을 쏟아 부어야만 얻어질 수 있는 산물이다.

 

 

그대의 의식을 밥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채우지 말고 그대의 의식을 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채우라.

사물에 대한 애정은 글쓰기의 기본에 해당한다. 그대가 진실로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먼저 사물에 대한 거부감이나 현오감부터 몰아내 버려라. 그대 마음 바깥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사물도 그대에 대한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대가 그것들에게 애정의 눈길을 주는 순간 그것들도 그대에게 애정의 눈길을 준다.

 

심안과 영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글을 쓰는 사람은 가급적이면 육안과 뇌안의 범주를 탈피해야 한다. 육안과 뇌안은 현상을 보는 눈이고 심안과 영안은 본성을 보는 눈이다. 육안과 뇌안에 의존해서 글을 쓰면 다변화하는 현상에 따라 글의 생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그대의 글이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하기를 바란다면 심안과 영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는 어떤 사물(인간)이 하찮아(추악해) 보이는가?

그대는 그것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그대 자신을 먼저 혐오하거나 증오해야 한다. 그대가 눈으로 보고 사실로 여기는 것들이 반드시 사실이 아니라면 글을 쓰는 자로서의 사물과 인간에 대한 그대의 편견은 일종의 죄악이다

 

 

글쓰기의 실제

  1.  어떤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구상한다. 기승전결의 대략적인 뼈대와 거기에 따른 분량
  2.  일단 구어체로 스케치한다. 스케치는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구어체로 거침없이 써내려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급적이면 정치법에 의거해 단문을 사용하자.
  3.  문어체로 바꾼다
  4.  수식어나 수사법을 사용해서 문장을 다듬는다

 

 

세련된 문장 만들기 : 삭제하기, 절단하기, 수식하기

 적절한 수식어는 문장에 설득력과 생명력을 부여해 주지만 남발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수식어를 많이 쓸수록 유식해 보인다는 생각도 버리고 수식어를 많이 쓸수록 아름다운 문장이 되다는 생각도 버려라. 그런 생각들이 가식을 불러들인다.

 

 

수사법 : 비유법, 강조법, 변화법

 1) 비유법 : 직유법, 은유법, 활유법, 대유법

 2) 강조법 : 과장법, 반복법, 점층법

 3) 변화법 : 설의법, 돈호법, 대구법

  • 직유법 : 어떤 사물이나 개념의 유사성을 토대로 처럼, 같이, 듯이, 인양 등의 조사를 붙여서 표현. 먼저 대표속성으로 유사성을 찾아서 비유
  • 은유법 : 은유법은 표면적 유사성보다 내면적 동일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사유를 통해서 찾아낸 의미를 전달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무엇은 무엇이다' (내 마음은 황무지), '무엇은 무엇의 무엇이다' (해파리는 바다의 방랑자). 직유법은 속성에 근거를 두고 있고 은유법은 본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 활유법 : 무생물을 생물처럼 표현
  • 의인법 :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
  • 제유법 : 사물의 일부로 자체나 전체를 대신해서 표현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 대유법 : 사물의 속성으로 자체나 전체를 대신함 (너는 집안의 기둥이다)

 

 

문학은 예술이다.

 사람과 세상을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글이라면 문학이라 간주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창조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응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 엘리엇

사람들은 흔히, 저는 시를 잘 모르는데요, 라고 말한다. 당연하다. 시는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일차적인 목적은 감동이다. 그러나 머리는 감동을 모른다. 따라서 예술을 머리로 이해하겠다는 소치는 수학을 가슴으로 풀겠다는 소치와 동일하다.

 

 

감정이입 : 자신이 다른 사물이 되어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시인은 모든 실체와도 합일이  가능하고 모든 의식과도 합일이 가능하다. 그것이 시인의 자격이다. 따라서 시인은 위대하면서도 숭고한 존재다. 오로지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은 결코 시인이 될 자격이 없다.

 

 

사랑은 대상에 대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부터 발아한다. 그런데 대상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어떻게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며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사랑을 할 수가 있겠는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랑이 필요하다. 이성간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만물과의 사랑도 필요하다. 그대가 진실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그대가 먼저 만물에게 눈길을 주어라. 만물에게 눈길을 주는 일이 만물과의 사랑을 시작하는 일이다. 그대가 만물에게 눈길을 주는 순간 만물도 그대에게 눈길을 준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그대의 심안도 열릴 것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이유는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회 없는 인생이란 많은 것들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우리는 수시로 우리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에게 눈길을 주면서 그것들에게 사랑을 느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슴 안에 사랑이 간직되어 있지 않은 인간은 결코 예술을 느낄 수도 없으며 예술을 행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유시형 곤충(날개가 있는 곤충)과 무시형 곤충

그대가 만약 곤충으로 환생한다면 어느쪽을 선택하겠는가?

절대고독이 두렵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이 두렵다면 무시형 곤충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대는 오로지 먹고사는 즐거움 하나로 만족하면서 밑바닥을 기어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러나 날개를 가진 곤충들은 거의가 아주 소량의 먹이만으로 생명활동을 영위한다. 그것들은 먹이를 최상의 즐거움으로 삼는 단계를 벗어난 생명체들이다. 기어 다니는 생명체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들이다. 그것들에게는 하늘을 날아 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날개가 없는 곤충들은 대부분 집단적으로 먹이를 공격하거나 남이 잡아놓은 먹이를 훔치거나 상처 입은 먹이를 찾아 헤매거나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거나 함정을 만들어 놓고 먹이가 지나가기를 끈질기게 기다려야 한다. 날개를 가진 곤충들에 비하면 다소 치사해 보이는 생존법이다.'

적어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몇 번씩이라도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기를 소망하라. 그대 스스로 몽상의 고치 속에 고립되어 절대 고독을 감내하고 등껍질이 찢어지는 아픔을 감내하라. 그것이 글을 쓰는 자로서의 올바른 정신상태다.

 

 

소설은 허구다. 그러나 진실을 바탕으로 해서 창조된 허구다. 사실과 진실은 엄연히 다르다. 사실은 마음 밖에 존재하는 실제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진실은 마음 안에 존재하는 감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글쓰기의 성패는 기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탁마로 결정되는 것이다.

 

 

장인정신 : 장인은 전문적인 기능과 도덕적인 품성을 중시한다.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어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소설의 기본 요소 : 주제, 구성, 문체

  • 주제. 존재에 대한 궁극적 의문이나 현상에 대한 궁극적 의문들은 주제와 직결된다. ....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해답을 탐구하라. 그러는 동안에 저절도 그대의 의식이 깊어지고 그대의 의식이 깊어지면 소설의 주제도 선명해진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대가 만약 교육이라는 제도적 장치 속 에서 정답찾기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라면 아직도 분별심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다닐 것이다. 분별심은 어떤 대상을 옳고 그름, 크고 작음, 길고 짦음, 많고 적음, 있고 없음 따위의 잣대로 가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가 분별심이라는 잣대로 대상을 가름한 정답들은 모두 부분과 순간을 보고 판단한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문학은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견성의 산물이다. 작가는 정답을 찾아서 독자들에게 글로 전달해 주는 존재가 아니라 깨달음을 통해서 얻어낸 정서를 독자들에게 글로 전달해 주는 존재다.
    시인 서정주가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고 노래한 것도 깨달음의 결과다. 그리고 소설과 헤르만 헤세가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라고 설파한 것도 깨달음의 결과다.
  • 구성의 기본 요소 : 인물, 사건, 배경
    • 음양오행에 근거한 창의적 인물구도
      상생 : 수->목->화->토->금->수
      상극 : 수<->화<->금<->목<->토<->수
      목의 성질을 가진 사람 : 나무는 끊임없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다. 이상주의자
      금의 성질을 가진 사람 : 쇠는 쉽사리 형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 고집이 세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사람
      수의 성질을 가진 사람 : 유연하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가진다. 적응력이 좋다. 쉽게 뜨거워지고 쉽게 차가워진다.
      화의 성질을 가진 사람 : 정열적이다. 화를 잘 낸다. 냉철하지 못하다.
      토의 성질을 가진 사람 :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헌신적이다 성격이 원만하다.
    • 사건 : 발단, 전개, 절정, 결말
      소설에는 우연이 없다. 소설에는 합리성과 필연성이 있을 뿐이다.
    • 배경 : 시간적 배경(시대, 계절, 날짜), 공간적 배경(장소, 물건, 위치)
  • 문체 : 길이에 따라 만연체/간결체, 느낌에 따라 우유체/강건체, 수식에 따라 화려체/건조체
    서술적 문체와 묘사적 문체. 묘사적 문체는 감각의 정밀성을 요구한다. 평소 사물을 건성으로 보아 넘기는 습관을 버려야만 묘사적 문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다. 유능한 주방장은 먹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음식을 만들지 설명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다. 서술적 문체가 독자들에게 육개장이 맛있다고 말해 주는 수준이라면 묘사적 문체는 독자들에게 육개장을 먹여주는 수준에 해당한다.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져라. 자기 세계를 구축하라!

  1. 인간을 탈피하라. 바람이 되거나, 먼지가 되거나, 풀꽃이 되거나, 물새가 되거나, .... 명색이 작가가 되기를 꿈꾸는 자로서, 시종일관 뻔뻔스럽게 인간으로만 살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
  2. 현실을 탈피하라. 글을 쓰는 순간에는 불가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은 과학을 초월한다. 시공의 제약으로부터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다. 적대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은 그대가 바로 절대자다.
  3. 지식을 탈피하라. 그대가 지식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무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과 진배없다. 자신이 무엇에 대해 안다고 말하는 것은 곧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무한과 연계되고 있다. 그대가 무엇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지극히 작은 부분이거나 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식이 쓸모없다거나 하찮다는 뜻이 아니다. 그대가 작가를 지망한다면 지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가급적이면 지식을 발효시켜 깨달음에 접근토록 하라는 것이다. 그대가 대한민국에서 교육과정을 통해 학습한 내용들은 모두가 진리가 아니라 현상이다. 진리는 영원불변하는 것이며 우주 어디에 적용시켜도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그러나 현상은 끊임없이 변화하여 시공에 따라 다른 현상으로 나타난다.

 

 

인체 중에서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가장 거리가 멀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머리는 앎을 대신해서 쓰인 단어고 가슴은 깨달음을 대신해서 쓰인 단어이다.

 

 

글쓰기의 점검

  1.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 부족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없는가를 세심하게 살펴보고 바꾸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면 당연히 바꾸어 주는 것이 작가적 양심이다.
  2. 산만하지 않은가? 과욕을 떨쳐 버리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에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고쳐 나가라.
  3. 지루하지 않은가? 구태의연한 표현이나 상투적인 내용들은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자신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철학이나 지식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 특히 지적 허영이 지나치면 현학적인 전문용어나 관념어들을 남발하기 십상이다. 어떤 철학이나 지식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라면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글을 못 쓰는 것은 결코 죄악이 아니다. 그러나 글을 못 쓰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척 행세하는 것은 지탄 받아야 할 죄악이다.
  4.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는가? 용두사미를 피하라
  5. 지나치게 이론을 의식하지 않았는가? 
  6. 독자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았는가? 작가는 독자를 무시해서도 안 되고 독자를 신봉해서도 안 된다. 오로지 장인정신과 작가정신만으로 독창적인 문학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그래서 진실한 작가는 독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고독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사색하라. 사색은 명상의 출발이다. 현대인들의 의식은 대부분 자신의 마음 바깥으로 향해 있다. 그래서 언제나 긴장과 잡념에 시달린다.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고요한 상태에 이르게 하고 어떤 대상과 자신을 합일시키는 경지로 들어가라.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아픔을 발효시키고 지혜를 숙성시킨다. 산도 나이를 먹어야 생명체들과 조화하는 성정을 가지게 된다. 그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 되기를 소망하지 말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평지가 되기를 소망하라. 한 글자 한 문장이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가 되기를 소망하라. 그대가 허무는 살과 뼈들 속에서 수 많은 생명과 영혼들이 무성하게 자라오르기를 소망하라.

 

 

우주의 중심에서 쓰여지는 글들은 조화로울 수밖에 없고 조화로울 수 밖에 없는 글들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좋은 글을 쓰려면 예술의 본성도 아름다움에 있고 우주의 본성도 아름다움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향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똥 싼 종이에서는 똥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어떤 것들을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인품도 달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대가 어떤 인연을 만나든 상관하지 않고 향내가 나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대에게는 악연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경지를 획득하지 않았다면 가급적이면 좋은 물을 찾아 다니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

 

 

글에도 기운이 있다. 증오가 담긴 글이 담긴 쌀밥이 먼저 부패한다. 전쟁, 욕에는 경음과 격음이 대부분

 

 

이외수의 문장 백신

  1.  (증세) 완성된 글을 읽어 보니 도처에 어색한 표현들이 눈에 뜨인다.
    (처방) 글에도 기혈의 순환이 있다. 기혈의 순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글도 중병에 걸려서 생명을 잃게 된다. 욕심과 가식과 허영은 기혈의 순환을 방해한다. 진실에 입각해서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완치되지 않는다.
  2. 아무리 보아도 문장이 어색하다. 한 문장 안에 두 가지 이상의 수식어를 쓰지 않았는가. 섣불리 수사법을 남발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수식어를 제하거나 수사법을 제거해 보라. 특히 수사법을 쓸 때는 적절한 단어에 속성을 부합시켰는가를 확인해 보라.
  3.  위의 방법을 다 써 보아도 여전히 문장이 어색하다. 과감하게 전문장을 삭제해 버려라.
  4.  문장이 어느 한 부분에서 중단된 채 진전되지 않는다. 거기서 지문을 중단하고 내용을 연결시키는 대사를 삽입해 보라. 또는 거기서 한 단락을 끝내고 다음 단락으로 넘어가라.
  5.  글만 쓰면 급격히 피로감이 엄습한다. 휴식과 명상을 취한 다음 재도전하라.
  6.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글이 무미건조하다. 열심히 사랑을 하고 열심히 연애편지를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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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의 <정호승을 노래하다>라는 앨범을 자주 듣는다.
앨범에 수록곡 중 『수선화에게』와 『우리가 어느별에서』를 듣다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시는 노래가 되고, 마음에 울림이 되고, 눈물이 되어 흐른다.


[본문발췌]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와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꽃 지는 저녁』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윤동주의 서시』

너의 어깨에 기대고 싶을 때
너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놓고 울어보고 싶을 때
너와 약속한 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해 창가에 앉았을 때
그 창가에 문득 햇살이 눈부실 때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뒤늦게 너의 편지에 번져 있는 눈물을 보았을 때
눈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어이 서울을 떠났을 때
새들이 톡톡 안개를 걷어내고 바다를 보여줄 때
장항에서 기차를 타고

가난한 윤동주의 서시를 읽는다
갈참나무 한 그루가 기차처럼 흔들린다
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인가
사랑한다는 것은 산다는 것인가



정동진』

밤을 다하여 우리가 태백을 넘어온 까닭은 무엇인가
밤을 다하여 우리가 새벽에 닿은 까닭은 무엇인가
수평선 너머로 우리가 타고 온 기차를 떠나보내고
우리는 각자 가슴을 맞대고 새벽 바다를 바라본다
해가 떠오른다
해는 바다 위로 막 떠오르는 순간에는 바라볼 수 있어도
성큼 떠오르고 나면 눈부셔 바라볼 수가 없다
그렇다
우리가 누가 누구의 해가 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의 햇살이 될 수 있을 뿐
우리는 다만 서로의 파도가 될 수 있을 뿐
누가 누구의 바다가 될 수 있겠는가
바다에 빠진 기차가 다시 일어나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우리가 지금 다정하게 철길 옆 해변가로 팔짱을 끼고 걷는다해도
언제까지 함께 팔짱을 끼고 걸을 수 있겠는가
동해를 향해 서 있는 저 소나무를 보라
바다에 한쪽 어깨를 지친듯이 내어준 저 소나무의 마음을 보라
네가 한때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기대었던 내 어깨처럼 편안하지 않은가
또다시 해변을 따라 길게 뻗어나간 저 철길을 보라
기차가 밤을 다하여 평생을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서로 평행을 이루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굳이 하나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기보다
평행을 이루어 우리의 기차를 달리게 해야 한다
기차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늘 혼자 남는다
우리를 떠나보내고 정동진은 울지 않는다
수평선 너머로 손수건을 흔드는 정동진의 붉은 새벽 바다
어여뻐라 너는 어느새 파도에 젖은 햇살이 되어 있구나
오늘은 착한 갈매기 한 마리가 너를 사랑하기를



고래를 위하여』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리기다소나무』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 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이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서 비로소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당신』

당신을 만나러
서울구치소로 가는 밤길에 함박눈이 환희 길을 밝힙니다
눈송이들은 눈길을 달려가는 어린 쥐들의 눈동자인 양 어여쁘고
당신이 기대어 잠들던 벽들은 길이 되어
추운 나무뿌리들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던 날
눈길에 십자고상 하나 던져버렸던 일이 부끄럽습니다
이제 곧 나무를 떠난 나뭇잎들은 돌아옵니다
적게 가질수록 더 많이 갖게 된 나뭇잎들은 썩어 다시 싹을 틔웁니다
당신은 상처입을 때까지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는 까닭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새벽별들이 가끔 나뭇가지에 걸려 빛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나무뿌리들의 고요한 기쁨 때문입니다



첫마음』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풍경 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갈 줄 알아라



자국눈』

지상에 내리는 눈 중에서
가장 어여쁜 눈은 자국눈이다
첫사랑처럼
살짝 발자국이 찍히는 자국눈이다

어머니 첫사랑 남자를 만날 때마다
살짝살짝 자국눈이 내렸다지
그 남자가 가슴에 남긴 발자국이
평생 자국눈처럼 지워지지 않았다지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

첫눈이 가장 먼저 내리는 곳은
너와 처음 만났던 도서관 숲길이다
아니다

네가 처음으로 무거운 내 가방을 들어주었던
버스 종점이다
아니다

버스 종점 부근에 서 있던
플라타너스 가지 위의 까치집이다
아니다

네가 사는 다세대주택 뒷산
민들레가 무더기로 피어나던 강아지 무덤 위다
아니다

지리산 노고단에 피었다 진 원추리의 이피리다
아니다

외로운 선인장의 가시위다
아니다

봉천동 달동네에 사는 소년의 똥무더기 위다
아니다

초파일 날
네가 술을 먹고 토하던 조계사 뒷골목이다
아니다

전경들이 진압봉을 들고 서 있던 명동성당 입구다
아니다

나를 첫사랑이라고 말하던 너의 입술 위다
그렇다

누굴 사랑해본 것은 네가 처음이라고 말하던
나의 입술 위다
그렇다



입산』

너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너는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너를 향해 급히 달려갔다
너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한찬 길가에 앉아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시들어가는 미들레 꽃잎을 들여다보다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길은 끝이 없었다
지상을 떠나는 새들의 눈물이 길을 적셨다
나는 그 눈물을 따라가다가
네가 들어간 산의 골짜기가 되었다

눈 녹은 물로
언젠가 네가 산을 내려올 때
낮은 곳으로 흘러갈
너의 깊은 골짜기가 되었다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결혼에 대하여』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알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깍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깍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반지의 의미』

만남에 대하여 기도하자는 것이다
만남에 대하여 감사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아름답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순결하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언제나 첫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이다
사랑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에도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꽃이 진다고 울지 말자는 것이다
스스로 꽃이 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가난하자는 것이다
처음과 같이 영원하자는 것이다



달팽이』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 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



나뭇잎을 닦다』

저 소나기 나무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가랑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가는 것을 보라
저 봄비가 나뭇잎을 닦아주고 기뻐하는 것을 보라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가 고이고이 잠드는 것을 보라
우리가 나뭇잎에 안은 먼지를 닦는 일은
우리 스스로 나뭇잎이 되는 일이다
우리 스스로 푸른 하늘이 되는 일이다
나뭇잎에 앉은 먼지 한번 닦아주지 못하고 사람이 죽는다면
사람은 그 얼마나 쓸쓸한 것이냐



사막』

들녘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듬뿍 머금고
들녘엔 들꽃이 찬란하다
사막에 비가 내린다
빗물을 흠뻑 빨아들이고
사막은 여전히 사막으로 남아 있다
받아들일 줄은 알고
나눌 줄은 모르는 자가
언제나 더 메말라 있는
초여름
인간의 사막



마음의 똥』

내 어릴 때 소나무 서 있는 들판에서
아버지 같은 눈사람 하나 외롭게 서 있으면
눈사람 옆에 살그머니 쪼그리고 앉아
한 무더기 똥을 누고 돌아와 곤히 잠들곤 했는데
그날 밤에는 꿈속에서도 유난히 함박눈이 많이 내려
내가 눈 똥이 다 함박눈이 되어 눈부셨는데
이제는 아무 데도 똥 눌 들판이 없어
아버지처럼 외롭고 다정한 눈사람 하나 없어
내 마음의 똥 한 무더기 누지 못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새벽의 시』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뭇잎이 나무의 눈물인 것을
새똥이 새들의 눈물인 것을
어머니가 인간의 눈물인 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 얽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새들이 우리의 더러운 지붕 위에 날아와
똥을 눈다는 것이
그 얼마나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나는 새벽이 되어서야 알았다
거리의 노숙자들이 잠에서 깨어나
어머니를 생각하는 새벽의 새벽이 되어서야
눈물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들』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셋방이다
너희들은 햇볕이 잘 드는 전세집을 얻어 떠나라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 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 짝이다
너희들은 새구두를 사 신고 언제든지 길을 떠나라
아버지는 페인트칠할 때 쓰던 낡고 때묻은 목장갑이다
몇 번 빨다가 잃어버리면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말아라
아버지는 포장마차 우동 그릇 옆에 놓인 빈 소주병이다
너희들은 빈 소주병처럼 술집을 나와 쓰러지는 일은 없도록 하라
아버지는 다시 겨울이 와서 꺼내 입은 외투 속에
언제 넣어두었는지 모르는 동전 몇 닢이다
너희들은 그 동전마저도 가져가 컵라면이라도 사먹어라
아버지는 벽에 걸려 있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 고장난 벽시계다
너희들은 인생의 시계를 더이상 고장내지 말아라
아버지는 동시상영하는 삶류극장의 낡은 의자다
젊은 애인들이 나누어 씹다가 그 의자에 붙여놓은 추잉껌이다
너희들은 설가 서로에게 깨끗한 의자가 되어주어라
아버지는 도시 인근 야산의 고사목이다
봄이 오지 않으면 나를 베어 화톳불을 지펴서 몸을 녹여라
아버지는 길바닥에 버려진
붉은 단팥이 터져나온 붕어빵의 눈물이다
너희들은 눈물의 고마움에 대하여 고마워할 줄 알아라
아버지는 지하철을 떠도는 먼지다
이 열차의 종착역이다
너희들은 너희들의 짐을 챙겨 너희들의 집으로 가라
아버지는 이제 약속할 수 없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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