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커즈와일, 일론 머스크,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HER>, <스타트렉>, <백투더 퓨처> 등에서 보던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특이점'이 그 속도를 더 가속시킬 것이고,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머나먼 안드로메다로 향하는 <은하철도 999>의 주인공 '철이'가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

 

 

[본문발췌]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발명가가 자신의 지적 창조물이 성공하는 것을 볼 때 느끼는 전율보다 더 큰 전율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 니콜라 테슬라, 1896년, 교류 발명가

 

 

대부분의 발명이 실패하는 이유는 연구 개발 부서가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라 시기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발명은 파도타기와 비슷하다. 물결을 정확히 예측하고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세계는 원자가 아니라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 뮤리엘 러카이저.

 

 

사람들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생각한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특이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를 뜻한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이때, 비즈니스 모델부터 인간의 수명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위해 사용하는 온갖 개념들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죽음도 예외가 아니다. 특이점을 이해하게 되면 지나간 과거의 의미와 미래에 다가올 것들에 대한 시각이 바뀐다. 특이점을 정확하게 이해하면 보편적 삶이나 개인의 개별적 삶에 대한 인생관이 본질적으로 바뀐다.

 

 

특이점은 생물학적 사고 및 존재와 기술이 융합해 이룬 절정으로서, 여전히 인간적이지만 생물학적 근원을 훌쩍 뛰어넘은 세계를 탄생시킬 것이다. 특이점 이후에는 인간과 기계 사이에, 또는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 사이에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그때에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는 인간성이란 게 있을까? 물론이다. 늘 현재의 한계를 넘어 물질적, 정신적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인간의 고유의 속성은 여전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변화로 인해 인간성의 중요한 부분들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문제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것은 다가올 기술의 모습에 대한 오해에 근거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기계들은 인간의 섬세한 생물학적 성질들이 결여된 존재였다. 특이점의 여러가지 함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가장 인간다운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정교함과 유연함에 있어 인간에 맞먹게 되고 나아가 뛰어넘으리라는 것이다.

 

 

진화는 더 복잡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아낸다. ... 질서는 정보를 필요로고 한다. 질서란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다. 질서의 크기는 정보가 목적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생물 진화의 목적이라면 살아남는 것이다. 제트 엔진 설계에 진화 알고리즘(문제 해결을 위해 진화를 시뮬레이션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적용한다면, 그때의 목적은 엔진의 성능, 효율 등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질서를 측정하는 것은 복잡성을 측정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 질서를 측정하려면 각 상황에 맞는 '성공'의 척도가 필요하다. 진화 알고리즘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는 이러한 성공 척도('효용 함수'utility function라 불리는)를 제공해야 한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계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계를 자신에게 맞추려고 애쓴다. 그럼으로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려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혁명가를 위한 격언>, <인간과 초인> 중, 1903년

 

 

경제학 수업에서 가르치는 경제 모델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통화 정책을 수립할 때나 정부 기관들이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 그리고 여러 경제 예측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경제 모델들은 거의 대부분 장기적인 추세를 평가하는 시각에 결함이 있다. 역사적으로 증명된 기하급수적 관점에 근거하지 않고 '직관적인 선형' 관점(변화의 속도가 현재 속도로 지속될 것이라고 가정하는)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선형 모델들이 얼마간 유효한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초에 직관적 선형 관점을 채택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즉 기하급수적 추세는 짧은 기간 동안, 특히 많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초기에 관찰하고 경험할 때는 확실히 선형적인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곡선의 무릎'에 다다라 기하급수적 성장이 폭발적으로 시작되면, 선형 모델은 무너진다. 이 책을 쓰는 동안, 미국에서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변경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2042년까지 내다보는 프로그램인데, 그것은 내가 특이점의 도래 시기로 추정한 때와 가깝다. 이 경제 정책 검토는 이례적으로 매우 긴 기간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경제 성장 및 수명 연장에 대한 선형 모델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비현실적인 예측이다. 우선, 수명 연장의 폭은 정부의 신중한 예측을 훨씬 앞지를 것이다. 둘때, 예순 다섯 살에도 서른 살 때와 같은 몸과 뇌를 유지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굳이 은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GNR' 기술이 도입될 경우 경제 성장은 정보 예측치인 연간 1.7퍼센트를(지난 15년간 실적의 반 정도로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훨씬 능가할 것이다. 생산성의 기하급수적 증가세는 이제 막 폭발적인 단계를 시작하고 있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왔다. 기술에 의한 생산성 개선의 결과였다. 일부 비평가들 중에는 국내총생산의 기하급수적 성장 원인이 인구 증가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일인당으로 계산해보아도 동일한 추세를 볼 수 있다.

 

 

상식이란 단순한 게 아니다. 힘겹게 얻어낸 실용적 발상들이 방대하게 모여 이룬 것이다. 생활에서 배운 규칙과 예외, 기질과 경향, 균형과 제어가 무수하게 모여 형성한 무엇이다. - 마빈 민스키

 

 

인간 수준 지능의 가장 중요한 면모는 제대로 기능할 때 어떤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궁지에 몰렸을 때 어떤 일을 하느냐이다. - 마빈 민스키

 

 

21세기 전반부에 우리는 세 개의 혁명이 꼬리를 물고 중첩되어 발생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유전학의 혁명, 나노기술의 혁명, 로봇공학의 혁명이다. 그로써 내가 제5기라 칭한 시대, 즉 특이점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지점은 'G(Genetics, 유전학)' 혁명의 초기 단계다. 우리는 생명이 간직한 정보 처리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인체의 생물학을 재편하는 법을 익히고 있다. 질병을 근절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극적으로 넓히고, 수명을 놀랍도록 연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한스 모라벡의 지적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DNA에 기반을 둔 생물학을 자유자재 활용하게 된다 해도 인간은 '2류 로봇'으로 남을 것이다. 일단 생물학의 작동 원리를 완벽히 이해한 뒤 손질을 가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더 이상 생물학의 도구만으로는 부족하리라는 뜻이다. 생물학의 한계는 넘게 해줄 것은 'N (Nanotechnology), 나노기술)' 혁명이다. 우리 몸과 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분자 수준으로 정교하게 재설계하고 재조랍하게 해줄 것이다. 가장 강력한 혁신은 다가올 ' R(Robotics, 로봇공학)' 혁명이다. 인간의 지능을 본받았지만 그보다 한층 강력하게 재설계될 인간 수준 로봇들이 등장할 것이다. R 혁명은 최고로 의미 있는 변화다. 지능이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다. 지능은, 제대로 발달하기만 한다면, 자기 앞에 놓인 어떤 장애물이라도 쉽게 내다보고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것이다. 각 혁명은 직전 혁명으로 발생한 문제점들을 풀어주겠지만 또한 새로운 위험을 끌어들이기도 할 것이다. G 혁명은 질병과 노화라는 인류 고래의 문제를 풀겠지만 생물학 바이러스 무기라는 새로운 위협을 양산할 것이다. N 혁명이 충분히 발전하면 생물학적 사고에 대한 대비를 갖출 수 있겠지만, 이번엔 자기복제라는 나노봇으로 인한 위협을 겪을 것이다. 생물학이 야기하는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오는 것이다. 그런 사고에 대비하려면 R 혁명을 충분히 발전시키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그 때는 어찌할 것인가?

 

 

무언가를 한 가지 방식으로만 이해한다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뭔가가 잘못될 경우 그 고정관념에만 사로잡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의 의미를 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던 다른 모든 사실들과 그 사실을 연결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은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한 가지 사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줄 안다면 어떨까? 한 가지 접근법이 실패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 물론 지나치게 마구잡이로 사건들 간 연결을 시도했다가는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하지만 표상들을 적절히 연결하게 되면 마음속에서 생각들이 제대로 구성되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고, 그러다보면 잘 들어맞는 것을 고를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생각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인 것이다! - 마빈 민스키

 

 

미래에 대한 통념 중 제일 잘못된 것은 미래를 우리에게 벌어지는 어떤 일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창조하는 어떤 것인데 말이다. - 마이클 아니시모프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것만 창조할 수 있다.

 

 

어느 바람 부는 날, 두 수도승이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입씨름을 했다. 한 수도승이 말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지, 바람이 아니라네." 다른 수도승이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지, 깃발이 아니라네." 세 번째 수도승이 그 옆을 지나다 이렇게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오, 깃발이 펄럭이는 게 아니오. 당신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오." - 선승들의 우화

 

 

물리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예측해내는 것이 물리학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끈 이론' 이나 'M 이론' 도 그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하지만 그들은 왜 우주에 표준 우주 모형이라는 것이 존재해야 하는지, 왜 40개 이상의 변수들이 현재와 같은 값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 끈 이론이 예측하는 유일한 상태가 현재와 같은 혼란스런 세상이라고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가? 나는 사람들이 마치 눈가리개라도 한 듯, 우주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는 묻지 않고 최종적인 상태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모습이 우습다. - 제임스 가드너

 

 

인간과 기술의 융합은 분명 급속한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다. 하지만 놀라운 혜택들을 가능케 할 오르막이지, 니체의 심연에 빠지게 할 내리막은 아니다. 융합 후의 인간을 새로운 '종'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순수한 생물학적 개념인데, 정작 변화는 생물학 자체를 초월하는 것이다. 특이점이라는 변화는 기나긴 생물학적 진화 역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아예 생물학적 진화를 통째로 딛고 올라서는 단계인 것이다.

 

 

꿈을 꾸는 동안에는 현실이다. 삶 또한 겨우 그런 것 아니려나? - 헤이블록 엘리스

 

 

존재론적 위험에 대해서는 시행착오적 접근법을 써선 안된다. 이른바 '예방 원칙' 접근법(어떤 행위의 결과를 완벽히 알 수는 없다 해도, 무척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과학자들의 분석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행위 자체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원칙)을 취해야 할 텐데, 문제는 예방 원칙을 해석하는 데도 여러 상충되는 의견이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기술에 따른 위험을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을 최고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새로운 존재론적 위험이 등장하기 전에 아예 기술 발전 자체를 막아버리자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포기는 적절한 반응이 못 된다. 미래 기술의 편익을 놓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훨씬 끔찍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막스 모어도 예방 원칙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는 대신 '행동 장려 원칙'을 세우자고 주장한다. 행동할 때의 위험과 하지 않을 때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자는 것이다. 

 

 

미래의 기술의 영향을 숙고하는 사람들은 종종 세 가지 생각의 단계를 겪는다. 첫째는 오래된 골칫거리들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데서 오는 경외와 놀라움, 둘째는 새로운 기술에 수반할 심각한 위험들에 대한 두려움, 마지막은 우리가 책임감 있게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여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심스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뿐이라는 깨달음이다.

 

 

마이클 덴턴을 인용하면, 유기체는 "자기 조직적이고 .... 자기 참조적이고.... 자기 복제적이고..... 상호 호혜적이고.... 자기 형성적이며...... 전체론적이다." 그러한 유기체는 오로지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만 탄생될 수 있으며, 그런 유기체만이 "변환 불가능하고... 침투 불가능하고.... 근본적인 존재의 실체이다." 실로 생물학적 설계에는 심오한 원칙들을 활용할 수 있으며, 활용하고 있다. 비생물학적 체계가 생물계의 특성인 패턴 창발성을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인간 지능에 대한 완벽한 모델이 구축되면 기계는 양쪽 세계의 장점들을 취한다. 유연하고 미묘한 인간적 패턴 인식 능력에다가 기계 본연의 장점, 즉 빠른 속도, 엄청난 기억 용량, 무엇보다도 지식과 기술을 쉽게 공유하는 능력까지 갖출 것이다.

 

 

뇌를 역분석함으로써 우리는 병렬적, 자기조직적, 카오스적 인간 지능 알고리즘을 강력한 연산 기관에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옮겨진 지능은 자신의 설계를 개선해갈 것이다.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반복적 개량 과정을 통해 급속히 성장할 것이다.

 

 

과학 덕분에 인간이 스스로에 대한 지나친 자만을 고쳐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과학 혁명들이 유일하게 공통적으로 지녔던 특성은, 인간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기존의 신념을 차례차례 부숨으로써 인간의 교만에 사망선고를 내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말은 옳은 것 같다. 인간은 머릿속에서 모델 즉 가상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대단한 엄지손가락을 지녔고, 덕분에 기술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진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그로써 생물학적 진화로부터 시작된 가속적 발전은 끊이지 않고 지속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발전은 온 우주가 우리 인간의 손가락 끝에 놓일 때까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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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의 작동원리는 작고 단순하지만 뉴런의 집적도와 복잡한 연결성이 우리 생각의 한계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본문발췌]

 

 

포유류의 뇌, 특히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집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계층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배열을 기호로 재현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기호를 훨씬 복잡한 배열 속에 하나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신피질'이라고 하는 뇌구조가 수행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발전을 거듭한 결과, '생각' -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 을 할 수 있는 '진화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 문턱을 넘어선 순간 호모사피엔스는 끝없는 순환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훨씬 복잡한 생각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순환적으로 연결된 생각이 집적된 거대한 배열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쌓아온 지식기반은 다시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지식은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추상성의 또 다른 수준을 넘어섰다. 뇌의 지능은 우리 눈앞에서 조작할 수 있는 부속물 - 엄지손가락 - 을 사용하여 환경을 조작함으로써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신경학은 '기술'을 낳았다. 우리가 만들어낸 도구는 진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간의 지식기반이 지금까지 무한하게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도구(기술) 때문이다. 인간이 처음 발명해낸 도구는 '말'이다. 말이란 '구별되는 발화'로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뒤 이어 발명해낸 '글'은 '구별되는 기호'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글을 모아놓은 도서관은, 순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생각의 지식기반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은 우리 뇌의 능력을 크게 확장시켜준다.

 

 

지적인 바보는 어떤 것이든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고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 아인슈타인

 

 

[패턴인식 마음 이론]

  • 신피질의 계층구조 : 신피질은 약 50만 개의 피질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질 기둥에는 대략 600개의 패턴인식기가 담겨 있고, 패턴인식기에는 각각 100여 개의 뉴런이 담겨있다. 신피질 전체를 따졌을 때 패턴인식기는 총 3억 개, 뉴런은 총 300억 개 존재한다. 신피질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패턴인식기다. 말 그대로 정보를 패턴으로 인식한다. 논리적 사고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다. 인간은 왜곡되거나 변형된 패턴을 인식하는 데에는 컴퓨터를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논리적 사고를 수행하는 데에는 매우 미숙하다.

  • 패턴인식기의 구조

    • 패턴인식기는 뉴런 100개 정도가 집적되어 있는 신피질의 기본적인 정보처리모듈이다. 기본적인 정보처리과정은 뉴런과 동일하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력부(수상돌기)는 하위레벨에 위치하는 패턴인식기의 축삭(출력부)에 연결된다.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 밑에는 또다시 무수한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가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패턴인식기는 다른 패턴인식기와 계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입력신호들의 세기가 일정한 수준(인식의 문턱)을 넘으면 축삭이 활성화된다. 즉 개개의 모듈이 담당한 패턴을 인식했다고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입력이 유효할 필요는 없다. 모듈은 자신이 담당하는 패턴이 인식될 가능성을 '가중치'와 '크기' 파라미터를 고려하여 계산하기 때문이다.

    • 수상돌기는 기본적으로 모듈 안으로 신호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지만 때로는 신호를 모듈 밖으로도 내보내기도 한다. 수상돌기를 통해 들어온 하위레벨 패턴들이 일정 비율 이상 확인되면, 이 패턴 인식기는 거꾸로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하위레벨 패턴을 처리하는 패턴인식기에 신호를 내려 보내, 그 패턴이 곧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 신호를 받은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는 인식의 문턱을 나춘다. 이로써 입력 중 일부가 빠지거나 불분명해도 축삭이 활성화될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에서 올라오는 신호는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 (억제신호). 이 패턴인식기가 담당하는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하위레벨 패턴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콧수염을 인식했다면, 그 사람이 '아내'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축삭은 상위레벨에 위치한 여러 패턴인식기의 수상돌기로 연결된다. 이로써 출력은 다시 입력이 되어 올라간다. 이 신호는 파라미터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개념적인 계층구조에서 상위레벨에 있는 패턴인식기들이 이 정보를 인식을 결정하는 요소로 고려한다. 상위레벨 패턴인식기에서 내려오는 신호 역시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억제신호). 이 패틴인식기가 담당하는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상위레벨 패턴(맥락)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 모든 입력에는 가중치, 예상되는 크기, 예상크기의 가변성이라는 파라미터가 저장되어있다. 패턴인식모듈은 이러한 파라미터와 더불어 입력되는 신호의 세기를 고려하여 패턴이 나타날 전체적인 가능성을 계산한다. 패턴인식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계산해내는 방법은 HMM(은닉마르코프모형)이라는 기법이다. 이러한 모형을 (신피질이든 신피질을 모방한 인공지능이든) 계층구조에 맞게 조직한 HHMM(계층적 은닉마르코프모형)이라고 한다.

  • 패턴의 특성

    •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는 정보는 최소 2차원 이상의 데이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정보들은 신피질의 패턴인식기로 입력되는 과정에서 1차원 데이터로 변환된다. 우리 뇌에 입력된 데이터는 이로써 여러 계층에 걸친 패턴의 나열로 저장된다. 어떤 패턴이든 '리스트'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면 그것을 촉발한 또다른 패턴이 활성화되었다는 뜻이다. 패턴인식기의 계층은 물리적인 계층이 아니라 개념적인 계층이다. 맨 아래에는 감각데이터를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있고 맨 위에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패턴을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있다. 이것은 언어의 계층적 구조와 같다. 물론 생각이 곧 언어는 아니지만, 언어와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우리 생각이 본래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만, 언어 역시 신피질에서 패턴의 계층구조로 존재하기 때문에 언어에 기반하여 생각을 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 자연스럽다.

    • 패턴의 계층적 리스트는 또다른 리스트 속에 하나의 항목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이것을 '순환'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순환과정을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다. 인간만이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신피질에 활성화된 패턴을 모조리 탐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 활성화된 패턴의 위아래 레벨에 있는 패턴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면 - 다시말해, 전체 계층구조에 접근하지 못하면 - 활성화된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신피질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한다. 하물며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물론 다른 사람의 신피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나 몸짓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람들의 의사소통능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오해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신피질의 놀라운 패턴인식능력.

    • 인간은 왜곡되어 있는 패턴도 쉽게 인식할 수 있는데, 이는 아직 컴퓨터가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다. 이처럼 뛰어난 패턴인식이 가능한 것은 자동연상과 불변이성이라는 기능이 패턴인식과정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자동연상. 패턴의 일부만 보고도 패턴 전체를 떠올리는 능력으로, 이는 패턴인식과정에서 '가중치'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불변이성. 패턴에 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것을 일관되게 인식해내는 능력으로, 이는 다음 네 가지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로 여겨진다.

      • 데이터변형. 감각데이터는 신피질에 입력되는 과정에서 포괄적으로 변형된다.

      • 리던던시(Redundancy). 수많은 변이를 이미 저장하고 있다.

      • 다른 리스트의 응용. 이미 학습한 리스트를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는 데 적용한다.

      • 크기 파라미터 활용. 패턴의 가변성을 패턴 자체에 표시한다.

  • 신피질 기능의 열쇠 : 학습, 학습은 곧 세상을 인식하는 작업이며, 인식한 패턴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작업이다. 학습 없이는 신피질은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경우, 수정 후 한 달쯤 지나면 파충류의 뇌가 완성되고, 26주가 되었을 때 신피질이 완성된다. 태어나기 전부터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억은 새롭게 입력되는 자극을 해석하는 이데아 역할을 한다. 실제 개를 볼 때 이전에 개를 인식하여 학습한 기억은 그것이 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결국 모든 학습은 - 기억은 - 더 정확한 인식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 생각의 방향성

    • 생각의 작동방식 측면에서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방향성 없는 생각으로, 논리와 무관한 생각을 촉발하는 것이다. 낙엽을 쓸거나 거리를 걷다가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은 아무 관련성 없이 떠오른 것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모든 패턴은 언제나 순서대로 촉박되며, 기억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 떠오른다. 따라서 과거의 어떤 장면이 눈앞에 갑자기 떠올랐다고 해도, 그 기억을 떠올리기 전부터 그 기억을 암시하는 어떤 '힌트'로부터 출발하여 그 장면이 떠오를 때까지 우리 마음속에는 무수한 패턴의 촉발이 일어난 것이다. 기억을 촉발한 계기가 명확하게 인지될 수도 있지만 어렴풋할 수도 있고,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지한다고 해도 연관성이 떨어지는 비선형적인 연상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연상되는 여러 기억을 종합하여 좀더 생생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뇌는 그림이나 소리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 두 번째는 방향성 있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체계적인 반응을 형성하고자 할 때 우리가 의도적으로 촉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예행연습을 할 수 있으며, (진짜 종이 위에 글을 쓰든, 마음 속 공간에 글을 쓰든) 어떤 문장을 쓸 것인지 마음속으로 구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곰곰이 분석해보면, 우리가 원래부터 그러한 과업을 계층적인 구조로 쪼개어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쓰는 것은 장을 쓰느 것으로 이루어지고, 장은 단락으로 이루어지고, 단락은 문단으로 이루어지고, 문단은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문장은 아이디어로 이루어진다. 아이디어는 여러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요소와 요소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아이디어는 성립한다. 동시에 신피질은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따라야 하는 규칙을 학습한다. 글쓰기 과업의 경우, 불필요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써야 한다. 문법과 문체에 관한 규칙도 따라야 한다. 또한 글을 쓸 때 마음속에 가상의 독자를 세워놓아야 하는데, 그러한 심상 또한 계층구조로 이루어진다.

    • 방향성 있는 생각을 할 때는 신피질 안에 존재하는 리스트를 하나씩 거쳐야 하는데, 그 리스트에는 제각각 고려사항마다 하위리스트가 달려 있어 복잡한 계층구조로 확장된다. 더욱이 신피질 패턴에 있는 리스트에는 조건문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에 나타날 생각과 행동은 처리과정에서 형성되는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방향성 있는 생각은 제각각 방향성 없는 생각의 계층구조를 촉발한다. 감각경험은 물론 방향성 있는 생각을 하는 중에도 우리를 깊은 생각 속으로 빨아들이는 강렬한 폭풍이 끝없이 휘몰아친다. 우리의 정신적 경험은 실제로 매우 복잡하고 산만하다. 1초 사이에도 수백 번씩 무수한 패턴들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신피질의 정보처리방식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뇌의 가소성이다. 가소성plasticity은 학습을 통해 뇌의 연결망이 달라지거나 어느 한 영역의 역할을 다른 영역이 대신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이는 신피질 전체의 공통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공포는 미신의 주요원인이자, 잔인함의 주요원인이다. 공포를 정복하는 데에서 지혜는 시작된다. - 버트란드 러셀

 

 

문제는 어떻게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떠올리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낡은 생각을 떨쳐내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은 낡은 가구로 가득 찬 건물과도 같다. 머리 한 구석을 비우는 순간 창조성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 디 호크

 

 

창조성의 핵심요소는 위대한 은유, 즉 다른 것을 재현하는 상징을 찾는 과정이다.

 

 

공포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고 사랑은 위험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개인적 행동에서조차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믿으며,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전혀 자유롭지 않으며, 필연성에 종속되어있으며, 어떠한 결심과 성찰에도 행동이 바뀌지 않으며,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저주하는 바로 그 인성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괴로워한다. ... 우리는 앞으로 할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어느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체적인 단 하나뿐이다. 그 하나를 뺀 나머지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 쇼펜하우어

 

 

진화과정에서 뇌가 발생한 1차적인 이유는 미래를 예측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우리 선조 중 한 명이 수천년 전 사바나를 걸어가다 어떤 동물이 다가오는 모습을 봤다고 하자. 자신이 가던 데로 계속 간다면 그 동물과 마주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에 따라 방향을 바꿨고, 그러한 선견지명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은 신피질의 선형적 구상에서 나오는 자질이다.

 

 

발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은 타이밍이다. 수많은 발명과 발명가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발명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발명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도 전에 먼저 만들어내거나,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놓치고 너무 늦게 만들어내 실패하는 것이다.

 

 

한 철학자가 꿈을 꾸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가 나타났다.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말했다. “당신의 철학을 15분 안에 모두 요약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정말 놀랍게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엄청난 양의 철학을 단 15분으로 압축해서 훌륭하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철학자가 어떤 반박하는 말을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사라져버렸다. 그 다음 플라톤이 나타났다.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졌고,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했던 말을 플라톤에게도 똑같이 했다. 플라톤 역시 대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렇게 역사상 유명한 철학자들이 하나씩 나타났지만, 우리의 철학자는 단 한 마디 말로 그들을 모두 물리쳐버렸다. 마지막 철학자가 사라지고난 뒤 우리의 철학자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지금 잠을 자고 있으며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지금 어떠한 철학체계도 대답하지 못하는 보편적인 반박을 찾아냈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잊어버릴지도 몰라. 이 대단한 발견을 놓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야!” 불굴의 의지로 이 철학자는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가서 자신이 발견한 보편적인 반박을 종이에 썼다. 그러고는 안도의 숨을 쉬며 다시 이불 속으로 뛰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책상으로 가서 자신이 무엇을 써놓았는지 보았다.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레이먼드 스멀리언Raymond Smullyan, 데이비드 차머스의 인용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859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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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우고자 하면 먼저 비워야 한다. 집착,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무지, 삶의 짐을 내려놓는 것! 앎을 버림으로써만 깨닫게 되는 것!

 

 

[본문발췌]

 

 

사미를 괴롭혔던 것은 여인이라는 물체가 아니라, 여인에 대한 사미의 의식이었고, 그 의식의 집중을 일으킨 집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내려놓아도 될,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을 짐이었습니다. 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걸어가면 될 텐데 계속 짐을 지고 가는 것이지요.

 

 

삼(사)법인

    • 제행무상(諸行無常 · Anicca), 움직이는 모든 현상은 향상됨이 없다. 인과에 의해 끊임없이 변한다.

    • 일체개고(一切皆苦 · Dukkha), 모든 것이 고苦다!

    • 제법무아(諸法無我 · Anatta), 모든 다르마는 아我가 없다. 주체가 없다! 자기동일성의 지속이 없다!

    • 열반적정(涅槃寂靜), 번뇌의 불길을 끄자! 그러면 고요하고 편안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삼학, 가장 기본적인 불교 교리이며, 일체의 법문(法門)은 모두 삼학으로 귀결된다. 삼학은 계학(戒學)·정학(定學)·혜학(慧學)의 세 가지이며, 증상계학(增上戒學)·증상심학(增上心學)·증상혜학(增上慧學)이라고도 한다.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정사유(正思惟) · 정사(正思): 바르게 생각하기, 정어(正語): 바르게 말하기, 정업(正業): 바르게 행동하기, 정명(正命): 바르게 생활하기, 정정진(正精進) · 정근(正勤): 바르게 정진하기, 정념(正念): 바르게 깨어 있기, 정정(正定): 바르게 삼매(집중)하기....

정견은 나머지 일곱을 달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리고 팔정도는 여덟 가지 항목이지만, 이것은 하나의 성도를 이루는 각 부분이며, 여덟 가지는 일체로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별개의 것이 아니다. 또한 팔정도를 계(戒)·정(定)·혜(慧) 삼학과 관계지어 보면 정견과 정사유는 혜이며, 정어·정업·정명은 계이며, 정정진은 삼학에 공통되고, 정념·정정은 정과 관계지을 수 있다.

 

 

인생은 고통스럽고, 그 고통에는 집적된 원인이 있고, 그 집착을 없애면 열반적정에 든다. 그런데 그 멸집에 8가지 방법이 있다. 그 8가지 방법을 요약하면, 계, 정, 혜 삼학이다!

 

 

"바라밀다"("건너간다"라는 뜻이 있다)를 전제로 해서 말한다면 차안(此岸(이쪽 강둑)에서 피안彼岸(저쪽 강둑)으로 가는 배가 큰 것은 대승이고 작은 것은 소승일 텐데, 건너간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큰 수레나 작은 수레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버스와 자가용을 생각한다면 버스는 아무나 탈 수 있지만 자가용은 그 주인과 아는 사람만이 탈 수 있습니다. 버스는 개방적인 데 반해 자가용 세단은 폐쇄적이죠. 버스는 대중이 "더불어" 갈 수 있는 수단이고 자가용은 "선택된" 소수만이 갈수 있는 수단입니다.

 

 

수행자들의 성격에 따라 그들이 타는 수레와 관련하여 쓰는 삼승(三乘)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3종류의 수레라는 뜻이지요.

    • 그 첫째가 성문승, 그 둘째가 독각승(혹은 연각승), 그 세째가 보살승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3승은 실제로 기나긴 초기불교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성문승이라고 하는 것은, 문자 그대로 말하자면 싯달타가 말하는 소리(聲)를 실제로 들은(聞) 사라믈이니까 가섭, 수보리, 가전연, 목건련 같은 불제자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싯달타의 자가용에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는 선택된 소수들이겠지요. 그 다음에 독각승이라는 것은 홀로(獨) 깨닫는(覺) 사람, 즉 선생이 없이 홀로 토굴에서 수행하여 깨닫는 사람들, 12인연因緣을 관觀하여 깨닫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연각승이라고도 합니다. 분명 이 독각, 연각이야말로 성문 다음 단계에 오는 수행자들이었겠죠.

    • 그 다음이 보살이라는 개념인데 보살이라는 것은 "보리살타"의 줄임말입니다. "보리"는 지혜, 깨달음의 뜻이 있죠. "살타" 즉 "사트바"는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 외연이 넓은 말입니다. "본질", "실체", "마음", "결의", "태아", "용기". 그리고 "유정"(정감이 있는 존재라는 뜻)을 의미하죠. 그러니까 보리살타라는 것은 "깨달음을 지향하는 사람", "그 본질이 깨달음인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 세 가지 부류의 사람 중에서 성문과 독각은 물론 작은 수레의 인간들이겠죠. 그렇다면 셋째 번의 보살이야말로, 보살이 타는 보살승이야말로 큰 수레가 될 것입니다.

 

싯달타의 "4문출유四門出遊"라 하는 것을 살펴보면 그의 고뇌의 테마는 노老(늙음), 병病(병듦), 사死(죽음)의 3자입니다. 노, 병, 사가 고苦로서 자각되었다는 것은 인간 모두가 평소에 젊음에 대한 오만과 건강에 대한 오만과 살아있음에 대한 오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죠. 젊음에 대한 오만이 깨질 때 인간의 늙어감에 대한 비통이 생겨나고, 건강에 대한 오만이 깨질 때 병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게 되고, 삶에 대한 오만이 깨질 때 나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뇌하고, 부끄러워하고, 혐오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노, 병, 사를 고苦로서 자각할 수 있었던 아주 예민한 감성의 젊은이가 싯달타였기에 그의 고뇌는 모든 인간에게 공감이 되는 보편성이 있는 것입니다. 노, 병, 사를 자각할 때,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결국 나라는 존재의 파며를 의미하는 것이죠. 이 자기파멸의 과정을 어떻게 자기완성의 길로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고뇌 속에서 무명無明(인간의 본질적 무지)을 발견하고, 사성제의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금강경"은 실제로 "벼락경" "벽력경"으로 번역되어야 했습니다. 벽력처럼 내려치는 지혜! 그 지혜는 인간의 모든 집착과 무지를 번개처럼 단칼에 내려 자르는 지혜인 것입니다. 지혜는 멸집의 지혜입니다.

 

 

"앎도 없고 얻음도 없다!" 여기 "지智"는 반야의 지혜가 아닙니다. 그냥 "안다"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의 하나도 뭘 모르는 자들이 그렇게 "안다고" 떠들어대는 데 있습니다. 반야는 앎을 버림으로써만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5257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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