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의 작동원리는 작고 단순하지만 뉴런의 집적도와 복잡한 연결성이 우리 생각의 한계를 예측할 수 없게 한다.
[본문발췌]
포유류의 뇌, 특히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집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계층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배열을 기호로 재현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기호를 훨씬 복잡한 배열 속에 하나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신피질'이라고 하는 뇌구조가 수행한다. 인간의 신피질은 발전을 거듭한 결과, '생각' -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 을 할 수 있는 '진화의 문턱'을 넘어섰다. 이 문턱을 넘어선 순간 호모사피엔스는 끝없는 순환프로세스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고, 이로써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훨씬 복잡한 생각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순환적으로 연결된 생각이 집적된 거대한 배열을 우리는 '지식'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쌓아온 지식기반은 다시 급속도로 성장하였고, 이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며 지식은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추상성의 또 다른 수준을 넘어섰다. 뇌의 지능은 우리 눈앞에서 조작할 수 있는 부속물 - 엄지손가락 - 을 사용하여 환경을 조작함으로써 도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로써 신경학은 '기술'을 낳았다. 우리가 만들어낸 도구는 진화가 새로운 방식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인간의 지식기반이 지금까지 무한하게 성장하고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도구(기술) 때문이다. 인간이 처음 발명해낸 도구는 '말'이다. 말이란 '구별되는 발화'로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뒤 이어 발명해낸 '글'은 '구별되는 기호'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글을 모아놓은 도서관은, 순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생각의 지식기반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은 우리 뇌의 능력을 크게 확장시켜준다.
지적인 바보는 어떤 것이든 더 크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고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 아인슈타인
[패턴인식 마음 이론]
신피질의 계층구조 : 신피질은 약 50만 개의 피질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질 기둥에는 대략 600개의 패턴인식기가 담겨 있고, 패턴인식기에는 각각 100여 개의 뉴런이 담겨있다. 신피질 전체를 따졌을 때 패턴인식기는 총 3억 개, 뉴런은 총 300억 개 존재한다. 신피질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패턴인식기다. 말 그대로 정보를 패턴으로 인식한다. 논리적 사고에 최적화된 구조가 아니다. 인간은 왜곡되거나 변형된 패턴을 인식하는 데에는 컴퓨터를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뛰어나지만 논리적 사고를 수행하는 데에는 매우 미숙하다.
패턴인식기의 구조
패턴인식기는 뉴런 100개 정도가 집적되어 있는 신피질의 기본적인 정보처리모듈이다. 기본적인 정보처리과정은 뉴런과 동일하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입력부(수상돌기)는 하위레벨에 위치하는 패턴인식기의 축삭(출력부)에 연결된다.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 밑에는 또다시 무수한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가 존재한다. 이처럼 모든 패턴인식기는 다른 패턴인식기와 계층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입력신호들의 세기가 일정한 수준(인식의 문턱)을 넘으면 축삭이 활성화된다. 즉 개개의 모듈이 담당한 패턴을 인식했다고 외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입력이 유효할 필요는 없다. 모듈은 자신이 담당하는 패턴이 인식될 가능성을 '가중치'와 '크기' 파라미터를 고려하여 계산하기 때문이다.
수상돌기는 기본적으로 모듈 안으로 신호를 받아들이는 기능을 하지만 때로는 신호를 모듈 밖으로도 내보내기도 한다. 수상돌기를 통해 들어온 하위레벨 패턴들이 일정 비율 이상 확인되면, 이 패턴 인식기는 거꾸로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하위레벨 패턴을 처리하는 패턴인식기에 신호를 내려 보내, 그 패턴이 곧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면 신호를 받은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는 인식의 문턱을 나춘다. 이로써 입력 중 일부가 빠지거나 불분명해도 축삭이 활성화될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에서 올라오는 신호는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 (억제신호). 이 패턴인식기가 담당하는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하위레벨 패턴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예컨대, 콧수염을 인식했다면, 그 사람이 '아내'일 가능성은 낮아진다.) 축삭은 상위레벨에 위치한 여러 패턴인식기의 수상돌기로 연결된다. 이로써 출력은 다시 입력이 되어 올라간다. 이 신호는 파라미터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개념적인 계층구조에서 상위레벨에 있는 패턴인식기들이 이 정보를 인식을 결정하는 요소로 고려한다. 상위레벨 패턴인식기에서 내려오는 신호 역시 패턴을 인식할 가능성을 낮추기도 한다(억제신호). 이 패틴인식기가 담당하는 패턴과 일치하지 않는 상위레벨 패턴(맥락)을 발견했다는 뜻이다.
모든 입력에는 가중치, 예상되는 크기, 예상크기의 가변성이라는 파라미터가 저장되어있다. 패턴인식모듈은 이러한 파라미터와 더불어 입력되는 신호의 세기를 고려하여 패턴이 나타날 전체적인 가능성을 계산한다. 패턴인식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계산해내는 방법은 HMM(은닉마르코프모형)이라는 기법이다. 이러한 모형을 (신피질이든 신피질을 모방한 인공지능이든) 계층구조에 맞게 조직한 HHMM(계층적 은닉마르코프모형)이라고 한다.
패턴의 특성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는 정보는 최소 2차원 이상의 데이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정보들은 신피질의 패턴인식기로 입력되는 과정에서 1차원 데이터로 변환된다. 우리 뇌에 입력된 데이터는 이로써 여러 계층에 걸친 패턴의 나열로 저장된다. 어떤 패턴이든 '리스트'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면 그것을 촉발한 또다른 패턴이 활성화되었다는 뜻이다. 패턴인식기의 계층은 물리적인 계층이 아니라 개념적인 계층이다. 맨 아래에는 감각데이터를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있고 맨 위에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패턴을 처리하는 패턴인식기들이 있다. 이것은 언어의 계층적 구조와 같다. 물론 생각이 곧 언어는 아니지만, 언어와 구조가 매우 비슷하다. 우리 생각이 본래 언어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만, 언어 역시 신피질에서 패턴의 계층구조로 존재하기 때문에 언어에 기반하여 생각을 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 자연스럽다.
패턴의 계층적 리스트는 또다른 리스트 속에 하나의 항목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이것을 '순환'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순환과정을 무한하게 반복할 수 있다. 인간만이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신피질에 활성화된 패턴을 모조리 탐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 활성화된 패턴의 위아래 레벨에 있는 패턴을 모두 파악하지 못하면 - 다시말해, 전체 계층구조에 접근하지 못하면 - 활성화된 패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그 의미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신피질을 속속들이 꿰고 있어야 한다. 하물며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물론 다른 사람의 신피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자 하는 언어나 몸짓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람들의 의사소통능력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오해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피질의 놀라운 패턴인식능력.
인간은 왜곡되어 있는 패턴도 쉽게 인식할 수 있는데, 이는 아직 컴퓨터가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 중 하나다. 이처럼 뛰어난 패턴인식이 가능한 것은 자동연상과 불변이성이라는 기능이 패턴인식과정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동연상. 패턴의 일부만 보고도 패턴 전체를 떠올리는 능력으로, 이는 패턴인식과정에서 '가중치'가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변이성. 패턴에 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것을 일관되게 인식해내는 능력으로, 이는 다음 네 가지 메커니즘이 작동한 결과로 여겨진다.
데이터변형. 감각데이터는 신피질에 입력되는 과정에서 포괄적으로 변형된다.
리던던시(Redundancy). 수많은 변이를 이미 저장하고 있다.
다른 리스트의 응용. 이미 학습한 리스트를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는 데 적용한다.
크기 파라미터 활용. 패턴의 가변성을 패턴 자체에 표시한다.
신피질 기능의 열쇠 : 학습, 학습은 곧 세상을 인식하는 작업이며, 인식한 패턴을 기억으로 저장하는 작업이다. 학습 없이는 신피질은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한다. 인간의 경우, 수정 후 한 달쯤 지나면 파충류의 뇌가 완성되고, 26주가 되었을 때 신피질이 완성된다. 태어나기 전부터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억은 새롭게 입력되는 자극을 해석하는 이데아 역할을 한다. 실제 개를 볼 때 이전에 개를 인식하여 학습한 기억은 그것이 개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결국 모든 학습은 - 기억은 - 더 정확한 인식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생각의 방향성
생각의 작동방식 측면에서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방향성 없는 생각으로, 논리와 무관한 생각을 촉발하는 것이다. 낙엽을 쓸거나 거리를 걷다가 몇 년 전 기억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라고 해도, 그것은 아무 관련성 없이 떠오른 것이 아니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모든 패턴은 언제나 순서대로 촉박되며, 기억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 떠오른다. 따라서 과거의 어떤 장면이 눈앞에 갑자기 떠올랐다고 해도, 그 기억을 떠올리기 전부터 그 기억을 암시하는 어떤 '힌트'로부터 출발하여 그 장면이 떠오를 때까지 우리 마음속에는 무수한 패턴의 촉발이 일어난 것이다. 기억을 촉발한 계기가 명확하게 인지될 수도 있지만 어렴풋할 수도 있고, 전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인지한다고 해도 연관성이 떨어지는 비선형적인 연상들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장면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연상되는 여러 기억을 종합하여 좀더 생생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뇌는 그림이나 소리를 그대로 저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방향성 있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체계적인 반응을 형성하고자 할 때 우리가 의도적으로 촉발하는 것이다. 예컨대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예행연습을 할 수 있으며, (진짜 종이 위에 글을 쓰든, 마음 속 공간에 글을 쓰든) 어떤 문장을 쓸 것인지 마음속으로 구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을 곰곰이 분석해보면, 우리가 원래부터 그러한 과업을 계층적인 구조로 쪼개어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책을 쓰는 것은 장을 쓰느 것으로 이루어지고, 장은 단락으로 이루어지고, 단락은 문단으로 이루어지고, 문단은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문장은 아이디어로 이루어진다. 아이디어는 여러 요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요소와 요소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아이디어는 성립한다. 동시에 신피질은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면서 따라야 하는 규칙을 학습한다. 글쓰기 과업의 경우, 불필요한 내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써야 한다. 문법과 문체에 관한 규칙도 따라야 한다. 또한 글을 쓸 때 마음속에 가상의 독자를 세워놓아야 하는데, 그러한 심상 또한 계층구조로 이루어진다.
방향성 있는 생각을 할 때는 신피질 안에 존재하는 리스트를 하나씩 거쳐야 하는데, 그 리스트에는 제각각 고려사항마다 하위리스트가 달려 있어 복잡한 계층구조로 확장된다. 더욱이 신피질 패턴에 있는 리스트에는 조건문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에 나타날 생각과 행동은 처리과정에서 형성되는 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 나아가, 방향성 있는 생각은 제각각 방향성 없는 생각의 계층구조를 촉발한다. 감각경험은 물론 방향성 있는 생각을 하는 중에도 우리를 깊은 생각 속으로 빨아들이는 강렬한 폭풍이 끝없이 휘몰아친다. 우리의 정신적 경험은 실제로 매우 복잡하고 산만하다. 1초 사이에도 수백 번씩 무수한 패턴들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신피질의 정보처리방식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뇌의 가소성이다. 가소성plasticity은 학습을 통해 뇌의 연결망이 달라지거나 어느 한 영역의 역할을 다른 영역이 대신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이는 신피질 전체의 공통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공포는 미신의 주요원인이자, 잔인함의 주요원인이다. 공포를 정복하는 데에서 지혜는 시작된다. - 버트란드 러셀
문제는 어떻게 새롭고 혁신적인 생각을 떠올리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낡은 생각을 떨쳐내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은 낡은 가구로 가득 찬 건물과도 같다. 머리 한 구석을 비우는 순간 창조성이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 디 호크
창조성의 핵심요소는 위대한 은유, 즉 다른 것을 재현하는 상징을 찾는 과정이다.
공포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고 사랑은 위험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개인적 행동에서조차 모든 사람이 선천적으로 완벽하게 자유롭다고 믿으며, 매 순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전혀 자유롭지 않으며, 필연성에 종속되어있으며, 어떠한 결심과 성찰에도 행동이 바뀌지 않으며,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이 저주하는 바로 그 인성을 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괴로워한다. ... 우리는 앞으로 할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어느 시점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체적인 단 하나뿐이다. 그 하나를 뺀 나머지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 - 쇼펜하우어
진화과정에서 뇌가 발생한 1차적인 이유는 미래를 예측해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우리 선조 중 한 명이 수천년 전 사바나를 걸어가다 어떤 동물이 다가오는 모습을 봤다고 하자. 자신이 가던 데로 계속 간다면 그 동물과 마주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에 따라 방향을 바꿨고, 그러한 선견지명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은 신피질의 선형적 구상에서 나오는 자질이다.
발명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은 타이밍이다. 수많은 발명과 발명가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대개 발명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타이밍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발명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도 전에 먼저 만들어내거나, 기회의 문이 열리는 순간을 놓치고 너무 늦게 만들어내 실패하는 것이다.
한 철학자가 꿈을 꾸었다. 먼저 아리스토텔레스가 나타났다.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말했다. “당신의 철학을 15분 안에 모두 요약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습니까?” 정말 놀랍게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엄청난 양의 철학을 단 15분으로 압축해서 훌륭하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그 순간 철학자가 어떤 반박하는 말을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사라져버렸다. 그 다음 플라톤이 나타났다.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졌고,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에 했던 말을 플라톤에게도 똑같이 했다. 플라톤 역시 대답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렇게 역사상 유명한 철학자들이 하나씩 나타났지만, 우리의 철학자는 단 한 마디 말로 그들을 모두 물리쳐버렸다. 마지막 철학자가 사라지고난 뒤 우리의 철학자는 혼잣말을 했다. “나는 지금 잠을 자고 있으며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걸 알아. 하지만 나는 지금 어떠한 철학체계도 대답하지 못하는 보편적인 반박을 찾아냈어!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잊어버릴지도 몰라. 이 대단한 발견을 놓친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야!” 불굴의 의지로 이 철학자는 몸을 일으켜 책상으로 가서 자신이 발견한 보편적인 반박을 종이에 썼다. 그러고는 안도의 숨을 쉬며 다시 이불 속으로 뛰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책상으로 가서 자신이 무엇을 써놓았는지 보았다. “그건 ‘네’ 생각일 뿐이고.” –레이먼드 스멀리언Raymond Smullyan, 데이비드 차머스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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