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느끼고, 행하라!

 

 

[본문발췌]

 

 

천천히. 이 책을 관통하는 한 단어를 꼽으라면 '천천히'가 될 것이다. 요즘 같은 광속의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을 하건 천천히 하려는 자세가 아닐까. 책 읽기도 예외는 아니다. 남보다 더 많이 읽고, 남보다 더 빨리 읽으려 애쓰며 우리는 책이 주는 진짜 가치와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천천히 읽어야 친구가 된다. '천천히'는 물론 단순히 물리적 시간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읽고 있는 글에 내 감정을 들이밀어 보는 일, 가끔 읽기를 멈추고 한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일, 화자의 상황에 나를 적극적으로 대입시켜 보는 일. 그런 노력을 하며 천천히 읽지 않고서는 책의 봉인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나는 믿는다.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 호학심사 심지기의(好學深思 心知其意), 즐겨 배우고 깊이 생각해서 마음으로 그 뜻을 안다. 우리에게 심사 깊이 생각함이 빠져 있는 듯합니다. 많이 읽는 게 제일이잖아요. 1년에 100권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심사할 시간이 없죠. 결국 내 것이 되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양적으로는 많이 읽었을지 몰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책 속의 지식이 진짜 내 것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습, 즉 배운 것을 때때로 익히려는 노력입니다. 이 문장을 늘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양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주관적인 이성으로 내가 책에 담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소중한 지식이 된다는 사실도요.

  • 다독은 인간의 정신에서 탄력을 빼앗는 일종의 자해다. 압력이 너무 높아도 용수철은 탄력을 잃는다. - 문장론

  •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 한다. - 세네카

  • 지나친 독서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떨어뜨리는 위험성을 내포되어 있다. - 문장론

  • 진정 스스로 사색하는 자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그 소재를 현실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독서는 어디까지나 작가에 의해 가공된, 인공적 현실이다. - 문장론

  • 많은 지식을 섭렵해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가치는 불분명해지고, 양적으로는 조금 부족해 보여도 자신의 주관적인 이성을 통해 여러 번 고찰한 결과라면 매우 소중한 지적 자산이 될 수 있다. - 문장론

  • 알기 위해서는 물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여러 조건을 통해 스스로 깨달은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앎은 깨닫기 위한 조건에 불과하다. - 문장론

  •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 문장론

  •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했다. - 문장론

  • 우리는 작가의 지혜가 끝날 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됨을 느끼고... - 독서에 관하여

  • 독서가 정신의 개인적인 삶에 눈을 뜨게 하는 대신에 그것을 대체하려 할 때 위험해진다. 그럴 때면 진리는 ... 몸과 마음이 쉬고 있는 상태에서 수동적으로,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이미 준비된 꿀을 음미하는 것과도 같이 서재 선반들에 꽂힌 책들에 손을 뻗어 당기만 하면 되는 물질적인 것이며, 위험 존재가 된다. - 독서에 관하여

 

 

'관찰과 사유에 대하여'

  • 늘 거기 있는 것을 주목해 보아 또하나 삶의 즐거움을 만드는 것. 그것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더라. 잘 익어가자.

  • 별 볼 일 없는 풍경, 그것을 주목하는 힘. 그게 삶의 지혜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자 시인의 재능.

  • 어디를 여행하는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습니다. 어떤 눈을 가지고 여행하느냐가 정말 중요한 것이죠.

  • 나란히 누워 서로의 살갗을 부비는 집들, 담장들, 빤히 들여다보이는 이웃들의 꿈, 가난, 숨결들. - 포구 기행

  • 눈앞에 걸여야 할 길과 만나야 할 시간들이 펼쳐져 있는 사실만으로 여행자는 충분히 행복하다. - 포구 기행

  • 짧은 길을 긴 시간을 들여 여행한 사람은 경험상 행복한 사람입니다. - 포구 기행

  • 섬과 / 섬 사이로 / 새가 날아갔다 / 보래색의 햇살로 묶은 / 편지 한 통을 물고 / 섬이 섬에게 / 편지를 썼나 보다. - 포구 기행

  • 우리 삶이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삶에 대해 명료한 답을 할 수 없다. 어떠한 일반론도 각자 삶의 특수성 앞에서는 무력하다.

  • 연륜은 사물의 핵심에 가장 빠르게 도달하는 길의 이름이다. - 포구 기행

  • 아름다움은 아득히 먼 곳에서 빛나는 별빛 같은 것. 가까이 다가가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것. - 포구 기행

  • 살아간다는 건 봄을 한 번 더 본다는 것.

  • 살아 있음이란 내게 햇살을 등에 얹고 흙냄새를 맡으며 터벅터벅 걷는 일입니다. - 길귀신의 노래

  •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 고맙다 /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 사랑이 투입되지 않으면 시는 읽힐 수 없다. 마치 전기를 투입하지 않으면 음반을 들을 수 없는 것처럼. - 시를 어루만지다

  • 지난 20년 동안 대체로 나는, 시 쓰기는 제 할말을 위해 말을 잘 '사용하는' 또는 '부리는' 데 있지 않다고 말해왔다. 시공부는 말과 마음을 잘 '섬기는'데에 있고,..... 시를 제대로 읽어 보려는 사람은 어떻든 시 앞에서 일단 겸헣고 공경스러워야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내 마음의 문이 열리고, 마음이 열려야 한 편의 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목소리와 빛깔과 냄새들이 나에게 와 닿을 수 있다. ... 실물적 상상력을 토대로 한 정서적 공감과 일치.- 시를 어루만지다

  • 지식은 밖에서 들어오지만 지혜는 안에서 우러나온다. - 법정 스님

  • 우리는 멈출 줄 모르는 속도와 낮출 줄 모르는 성장에 갇혀 '정신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 오로지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앞'만 '위'만 바라볼 뿐, 우정과 사랑과 진리를 나누기 위하여 '옆'과 '뒤'를 보지 않는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 수행은 늘 깨어 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깊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 우리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과 성과를 쌓아가며,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평형수 수위를 낮춰가고 있다. 욕심으로 내 삶을 가득 채운 후 높아져 버린 무게 중심으로 뒤뚱거리며 위태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느새 위태롭게 높아져버린 내 삶의 무게 중심, 다시 안전하게 낮추어야 한다. - 박준현 상계 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배가 한 번 왔다 갔다 할 때마다 돈을 더 벌려면 평형수를 빼면 됩니다. 그 안에 사람을 더 태우면 되니까요. 지금 우리가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펙관리를 하기 위해서, 더 좋은 직장을 위해서 부모와의 대화, 친구들과의 좋은 시간, 타인에 대한 배려심, 이런 것들을 다 빼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자리를 욕망으로 채우죠. 그 배는 겉으로만 보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나 그 배는 언제라도 가라앉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가는 거죠.

  • 수행은 곧 내 삶의 참된 변화와 완전한 내적 혁명이다. 수행은 언젠가의 지향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실현해야 할 삶 그 자체이다. ...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온전히 '느끼며' 사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크고 비싼 집과 재물을 갖고 있고, 권력과 명예를 갖고 살아간다 해도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느낌을 누리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 행복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 송이 꽃과 바람소리, 물소리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 풍부하게 소유하느냐, 풍요롭게 존재하느냐. - 법정 스님

  •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 -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미성의 시간이다.'

  •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구분해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악인일 때보다 선인일 때가 더 많다든가, 게으를 때보다 부지런할 때가 더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똑똑할 때가 더 많다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 톨스토이, <부활>

  •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우리 인생을 이렇게 직선으로 놓고 봤을 때, 9할은 기존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이에요. 내가 살고 있는 당대, 내가 타고난 삶의 조건 등 대부분의 것은 기존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나머지 1할인데, 그것의 9할은 기성입니다. 이미 이루어졌어요. 저는 이제 오십대이고, 남자로 태어났고, 많은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이건 끝난 겁니다. 되돌릴 수 없어요. 이것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것이 1할의 1할입니다. 바로 미성이죠. 미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입니다. 그게 뭐냐면 나의 하루입니다. 이불 개고 일어나, 오늘의 강독을 열심히 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 집사람과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함께 TV도 보고 잘 자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 현재의 삶이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는 다른 때, 다른 곳에서 더 큰 축복을 얻게 되리라 기대하며 현재의 기쁨을 무시하고는 한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행복을 추구하는 한 너는 /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이 모두 너의 거일지라도 //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 하는 한 /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 목표와 욕망을 잊어버리고 /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 그때 비로소 세상일의 물결은 / 네 마음을 괴롭히지 않고 / 너희 영혼은 마침내 평화를 찾는다. - 헤르만 헤세, [행복]

  • 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 시간과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둘 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그 길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는 여행입니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이며, 오늘은 선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present'라고 말합니다. - 코카콜라 전 CEO 더글라스 대프트의 신년사 중

  • 삶의 아름다움은 미래를 위해 무엇이 좋을지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죽는다는 것은 언젠가 육체를 원소로 돌리고 자연을 다른 형태로 소생시켜야 할 때를 뜻한다. -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시대를 바꾼 질문, 시대를 품은 미술'

  • 중세는 "왜?"라는 질문이 없던 시대였습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고, 세상을 지배한다고 믿으면 그만이었습니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나 르네상스 시데에는 "왜?"라는 질문이 존재했죠. 신의 말은 언제나 옳은가?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인류는 어디서 시작됐을까? 같은 질문들이요. 

  • 우주는 신의 도움 없이도 움직이고, 사후세게에 경험하게 된다는 종교적 공포는 인간생활의 적이며, 쾌락과 미덕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뒤엉켜 있다. ... 무한한 우주 공간에서 영속적으로 서로 충돌하고 결합하여 "일탈한" 결과로서 물질들을 구성한다. ... 우주에는 창조자도 설계자도 없다. ... 우주는 인간을 위해서 혹은 인간을 중심으로 해서 창조된 것이 아니다. - 1417년, 근대의 탄생...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에 본성에 관하여>

  • 소크라테스는 결국 젊은이들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질문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나요? 왜 대학에 가고 싶지? 왜 돈을 벌고 싶지? 왜 결혼을 하지? 왜 아이를 낳고 싶지? 이런 질문 없이 무조건 대학에 가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습니다. 안 물어봐요. 아니, 묻긴 묻죠. 자기 자신이 아닌 부모님, 선생님,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묻죠.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는 묻지 않습니다.

  • 이 세계에 들어왔던 것처럼. 당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왔던 그 똑같은 길을 따라 어떤 감정이나 두려움 없이 다시 삶에서 죽음으로 나아가자. 당신의 죽음은 우주의 질서를 이루는 한 부분이다. 죽음 역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의 한 부분이다. - 몽테뉴, 1417년, 근대의 탄생

  • 쾌락에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고통이 아니라 망상이다. ... 실제로는 꿈에 불과한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 마음을 파고들며 끝내 전소시키고 마는 그 망상적인 소유욕. - 1417년, 근대의 탄생

  •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을 통해서 커져가고 훈련을 많이 받은 사람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 유홍준

  • 인간이 바라본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미술의 과제가 되었다. ... 서적의 보급은 독서의 형태를 낭독에서 묵독으로 바꾸었으며, 개인적인 독서를 허용했다. 미래를 얻기 위해서 현실과의 단절이 필수적이다. 추상은 구상의 억압과 배제 위에서 탄생한다. - 시대를 훔친 미술

 

 

'희망을 극복한 자유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

  • 일반적인 여행서는 대상에 대한 객관을 담습니다. 기차표가 얼마이고, 맛집이 어디에 있고 하는 식의 객관적인 사람들을 알려줍니다. 그런데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대상에 대한 저자의 사색'이 주제가 됩니다. 이 사람 외에는 건져 올릴 수 없는 것들이죠. 오늘 소개해드릴 기행문들을 읽을 때에는 그것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카잔차키스의 기행문은 '어떻게 삶을 대할 것인가?'라는 한 가지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는 온몸이 촉수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순간순간 예민하고 싶어 했죠. 그 순간에 오전하고 싶었던 겁니다. '나는 그런 영혼이오. 세계를 만지는 촉수가 다섯 개 달린 덧없는 동물.'

  • 우리는 지금 모두 숨을 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숨 쉬는 것에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그것에 관심을 기울여 눈을 감고 가만히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면 코를 통해 공기가 삭 들어갔다가 내 몸에 퍼져나갈 때의 느낌, 그리고 그 숨을 다시 내쉴 때의 느낌을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세상과 접촉하는 나의 모든 촉수를 예민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문장입니다. 여기서 다섯 개의 촉수는 미각, 촉각, 후각, 청각, 시각의 오감입니다. 이 감각이 얼마나 예민하느냐가 '얼마나 좋은 삶을 사느냐'의 핵심이라고 본 거에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물 한 잔을 마실 때에도 아무 생각없이 마시는 사람과 아주 예민한 촉수로 느끼면서 먹는 사람은 그 순간 존재하는 방식이 다를 겁니다. 만약에 물을 한 잔 마시더라도 물의 온도, 물의 맛, 목넘김의 느낌을 오전히 느낀 사람에게는 그 순간이 찬란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요?

  • 그런데 왜 온몸이 촉수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어디에도 완벽한 것은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 현명하게 사는 방법은 그 순간을 온전하게 사는 것뿐이죠. 행복은 저 멀리 있지 않아요. 카잔차키스가 그런 말을 했죠. "신은 천둥 벼락 같은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신은 빗방울 같은 모습으로 온다."

  • 나는 또 한 번 행복이란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소리처럼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데 필요한 것이라고는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뿐이다. - 그리스인 조르바

  • 보고 듣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서둘러서는 안 된다. 서두르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이다. ... 나는 성급함과 초조함과 서두름을 극복했다. ... 예술품의 완전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예술품이 태어난 나무와 물과 언덕 사이에서 그것을 보아야 한다. ...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미소를 지으며 서 있게나. 자신 앞에서는 엄격한 얼굴로 서 있게나. 절망적인 상황에서는 용감하게 서 있게나. 일상 생활에서는 기분 좋은 얼굴을 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칭찬할 때면 무심하게나. 사람들이 자네를 야유할 때면 꼼짝도 하지 말게나. ... 실패한 곳으로 돌아가고 성공한 곳은 터나라. - 천상의 두 나라

  • 나는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론 강의 원천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비단 리본만큼 좁다란 파란 물이 초록색 빙하 아래로, 마치 어디로 갈지 무엇이 될지 모르는 듯 주춤거리며 나아간다. 그것은 천천히 움직이며 조금씩 커져 다른 물의 띠와 만난다. 그리고 결심한 듯 길을 파 만들며 더 이상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이 나아간다. 이제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것은 더 넓어지고 깊어져 마을을 적시고, 방앗간을 돌리고, 멜론 밭을 축이고, 도시를 가르며 지나 흘러 - 이미 그것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 바다로 향한다. - 천상의 두 나라

  • 영국인은 외부의 법규는 모름지기 개인 내부의 입법자에게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영국 기행
  • 그는 <진리를 파악하는 데 방해가 되는 주요 장애물 네 가지> - 허영, 통속적 견해에 대한 신뢰, 당국의 견해에 대한 복종, 그리고 습관 - 를 줄기차게 공격했다. - 로저 베이컨

  • 심한 육체적 단련이나 지나친 정신적 긴장을 주장하여 인간을 영육 간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불구자로 만들지 않는다.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소속 칼리지들의 주요 목표는 학식이나 지식을 두뇌에 채워 넣는 것만이 아니다. 이곳 졸업생은 의사나 변호사, 신학자, 물리학자, 운동선수 같은 전문가가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어느 한 방면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그레이트브리튼 최고의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치고 와서 2, 3년 머무르며 <조화>를 배운다. 육체, 정신, 심리가 고루 단련된 완벽한 인간이 유일한 목표이다. 이 기간이 지난 후에는 본인의 희망에 따라 종합 대학이나 법학 대학원, 종합 기술 전문대학, 병원 등 어디서나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한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에서는 전공 분야에 대한 증서를 받지 않는다. 그들이 받는 것은 <인간의 증서>이다. - 영국 기행

  • 옥스퍼드 졸업생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걷습니다. <온 세상이 내 것이다>. 반면에 케임브리지 졸업생은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걸어요. <세상이 누구의 것이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 영국 기행

  • 시간은 모든 것을 삼켜 버리는 본연의 의무를 수행한다. ...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가 읽는 대목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오직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단단하든 부드럽든 단어들의 껍질을 깨고, 그 단어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응축되어 있는 의미가 자신의 가슴속에서 폭발하게끔 해야 하는 것이다. 작가의 기술이란 인간의 정수를 알파벳 문자들에 압축해 넣는 마술,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독자의 기술은 그 마술적 장치들을 열고 그 속에 갇혀 있는 뜨거운 불이나 부드러운 숨결을 느끼는 것이다. ... 나는 이 세상에 왔던 것에 만족합니다. 내가 무수한 고난을 겪었음에, 중대한 실수들을 저질렀음에, 만족합니다. - 영국 기행

  • 스페인은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슬픈 얼굴의 기사>라는 돈키호테의 열정적이면서 긴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실용주의자인 산초의 멍청한 얼굴이다. ... 하느님은 번개와 천둥에 사여 오시지 않는다. 또한 하느님은 불쌍한 거지처럼 강림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조롱조의 야유를 받고 피를 흘리면서 십자가에 못 박히시지 않는다. 하느님은 찬물을 담아두는 청동 잔이나 지저귀는 새로, 혹은 사랑받는 동쪽의 나이팅게일의 모습으로 이곳에 오신다. 그것이 우리가 늘 준비하고 있어야만 하는 이유다. ... 여자와 포도주와 태양과 꽃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있는 사람만 느낄 수 있다. - 스페인 기행

  • 순간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이 완벽해야 한다. 부족함 없어야 하고 바라는 게 없어야 한다. 모든 희망의 극복이 필요하다.

  •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든다.

  •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세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부터 해방되었다. ...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 - 영국 기행

 

 

'장막을 걷고 소설을 만나는 길'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치통을 과소평가하는 지식인의 말이다.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야말로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훨씬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진실이다. - 밀란 쿤데라, <불멸>

  • 서사시의 영웅들은 승리의 순간이나, 혹은 패배했다 해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위대함을 잃지 않는다. 돈키호테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 어떤 위대함도 없었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인간 삶이 패배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삶이라고 부르는 이 피할 수 없는 패배에 직면한 우리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것은 바로 그 패배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 기술의 존재 이유가 있다. - 커튼

  • 그동안의 소설은 인간 본성이 무엇인지 탐구하겠다는 목표 없이 그저 이야기만 했어요. 재미있는 얘기를 해주는 게 소설의 전부였죠. 그러나 필딩은 소설을 통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얘기를 해주고자 했던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무의미한 소설을 썼습니다.

  • 과학의 역사는 진보의 특성을 지닌다. ... 역사의 개념이 예술에 적용되면 진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것은 완성, 개선, 향상을 함축하지 않으며, 미지의 땅을 탐험하고 그것을 지도에 넣으려고 시도하는 어떤 여행에 가깝다. - 커튼

  • 과학이 추구하는 것이 '더 나은better'의 세계라면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다른different'의 세계입니다.

  • 키치는 편집입니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는 거죠. 로맨티스트는 모두 키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로맨티스트는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거든요. 지극히 주관적이죠.

  • 사회 현상의 실존적 영향력은 그것이 팽창할 때가 아니라 더할 나위 없이 미약한 상태인 초창기에 가장 날카롭게 인지될 수 있다. ....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 시의 독창성은 상상력에 의해 발현되지 전체의건축술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까. 반대로 소설의 아름다움은 그 소설의 건축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 커튼

 

 

'소설이 말하는 우리들의 마술 같은 삶'

  • 부분적인 정보만 가지고 사랑에 빠진 뒤 나머지를 내 상상으로 채워요. 그 상상은 대부분 내 욕망이지요.

  • 공적인 생활의 과제는 두려움을 지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부부 생활의 과제는 지겨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나만을 위한 괴테의 선물, 파우스트'

  • <파우스트>에는 자본의 논리, 과학, 사랑, 남녀관계, 지식인, 종교, 자연,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수많은 인간사가 녹아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전체적인 스토리로 따라 읽기보다 한 편의 시를 읽듯, 한 줄 한 줄 명언을 읽듯 자신만의 문장을 찾아나가며 읽어보시길 권하는 겁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줄 만한 한 줄을 찾겠다는 목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요? 그냥 내 몸속에 들어온 <파우스트>를 만나보셨으면 해요. 이렇게 펼쳐도 좋고, 저렇게 펼쳐도 좋은 책이 될 겁니다. 괴테가 우리에게 큰 선물을 줬다고 생각해요. 그 선물을 감사히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극단주, 극작가, 어릿광대.... 오늘날의 자본가, 순수예술가, 대중예술가로 대치시켜볼 수 있다.

  •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은 순간을 위해 태어나지만, 진실한 것은 후세에도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단 말이오. - 파우스트

  • 그때 내겐 아무것도 없었으나 충분히 갖고 있었으니, 진리에 대한 충동과 환상에 대한 쾌락이 있었다오. - 파우스트.... 젊음

  • 성취의 다락방은 삭막합니다. 연애, 결혼, 섹스, 여행도 마찬가지구요. 언제나 처음이 설레죠. 시작하기 전, 준비할 때요. 그러나 이루고 나면 힘들고 삭막해요. 성취는 환상일 때 아름다워요. 현실이 되면 힘들어지죠.

  • 친구여, 부득이 그대가 청춘을 필요로 할 때란, / 전쟁터에서 적들이 그대에게 밀어닥칠 때, / 사랑스럽기 한량없는 소녀들이 / 전력을 다하여 그대 목을 끌어안고 매달릴 때, / 빨리 달리기 경주의 월계관이 멀리 / 도달하기 어려운 골인 지점에서 눈짓하고 있을 때, / 회오리바람처럼 돌아가는 격렬한 춤을 춘 다음 / 주연을 베풀어 술 마시며 밤들을 지새울 때올시다. ... 그러나 대답하고도 우아하게 / 이미 익숙해 있는 현악을 연주하며, / 자기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향하여/  즐겁게 방황하며 소요해가는 것이, / 노인장, 당신네들의 의무올시다. - 파우스트

  • 지상의 작은 신이라 자처하는 놈들은 언제나 판에 박은 듯, 천지창조의 그날 그대로 괴상망측하지요. 차라리 당신이 하늘의 빛을 비춰주지 않았더라면, 인간들이 조금은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텐데요. 인간은 그걸 이성이라 부르며, 어떤 짐승보다 더 동물적으로 살아가는 데만 쓰고 있지요. ...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 여보게, 이론이란 모두 회색빛이고, 푸르른 것은 오직 인생의 황금나무뿐이라네. - 파우스트

  • 온갖 지식의 혼탁한 연기로부터 해방되어 네 이 슬에 흠뻑 몸을 적시고 싶구나! ... 슬프도다! 나 아직 이 감옥에 갇혀 있단 말인가? ... 이곳엔 저 사랑스런 하늘의 빛까지도 채색된 창유리를 통해 침울하게 비쳐드는 구나! ... 신은 인간을 자연 속에 만들어 넣어주었는데, 그런 생동하는 자연 대신에, 연기와 곰팡이 속에 너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동물의 뼈다귀와 죽은 인간의 해골뿐이로다. ... 도망쳐라! 일어나라! 드넓은 세계로 나가거라! ... 너의 오관이 닫혀 있고, 네 마음이 죽었노라! 일어나라, 학생들이여, 세속의 병든 가슴을 붉은 아침 햇빛 속에 끊임없이 씻어내도록 하라! ... 모든 개체들이 어울려 전체를 이루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작용하며 살아가고 있구나! ... 그러면 고서들이 신성한 샘물과 같아서, 그걸 한 모금 마시면 갈증을 영원히 진정시켜준단 말인가? 그것이 자네 자신의 영혼에서 솟아나지 않는다면, 결코 상쾌한 마음을 얻지는 못할 것일세. - 파우스트

  • 진심으로 느끼질 못한다면, 사람들을 사로잡진 못하리라. ... 영혼으로부터 우러나와서, 원초적으로 강한 즐거움으로 모든 청중의 마음을 몰아가지 못한다면 말일세. ... 아교풀로 붙여도 보고, 남들이 남겨놓은 향연의 찌꺼기로 잡탕을 끓여보고, 자네들의 빈약한 잿더미 속에서 보잘것없는 불꽃을 불러일으켜보라! ... 그러나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결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할걸세. ... 이성이 있고 올바른 생각만 있으면,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연설은 저절로 나오는 법일세. 자네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진지하다면, 말마디를 꾸미려고 애쓸 필요가 있겠는가? - 파우스트

  • 진실한 말에는 꾸밈이 없고, 꾸미는 말에는 진실이 없다. - 노자

  • 좋아요! 그건 돈도 안 들고, 의사나 마술도 필요 없는 요법이지요. 당장 저 바깥 들판으로 나가셔서, 괭이로 갈고 땅을 파는 일을 시작하시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극히 제한된 생활권 안으로 국한하고, 가공되지 않은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고, 가축과 더불어 가축으로 살면서, 추수할 밭에다 몸소 거름 주는 일을 약탈이라고 언짢게 여기지 마시오. 이것이 믿을 수 있는 최선의 요법이니, 팔십 고령에도 당신을 젊게 유지해줄 것이오! - 파우스트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64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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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은 다른 생각과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만나고, 다른 환경과 경험을 하고, 능동적 열정이 가득할 때 이루어진다.

 

 

[본문발췌]

 

 

'피터의 카페' 처럼 새로운 세상과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우리의 마음속에도 있다. 이곳은 다양한 문화, 영역, 분야 등이 서로 한 지점에서 만나 함께 흘러가는 곳이다. 이들은 서로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그들은 기존의 생각들과 충돌을 빚거나, 또는 새로운 결합을 시도하면서 마침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 서로 다른 수많은 생각들이 한곳에서 만나는 지점을 '교차점(Intersection)'이라고 하고, 또 이 지점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라고 불렀다. 

 

 

메디치 효과를 위한 7가지 실행계획

  • 서로 다른 분야들 간의 장벽을 허물어라

  • 불편한 환경을 일부러 조성하라

  • 업무의 다각화를 실시하라

  • 많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라

  • 끝까지 동기부여를 유지하라

  • 기존 네트워크를 확실히 끊어라

  • 위기를 받아들이고 두려움을 극복하라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독창적이다. 또한 그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실제로 '실현되었기' 때문에 혁신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정치, 문화, 기술, 금융, 국가안보, 생태학 등의 전통적 경계선이 그 어느 때보다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교차점의 출현에는 세 가지 원동력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것들은 교차적 혁신이 발생하는 근거이자, 우리가 어떻게 해서 더 많은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 사람들의 이동성 노마디즘(인구의 이동성 증가), 다양한 문화의 혼합

  • 과학의 통합화

  • 비약적 컴퓨터 활용

 

일반적으로 우리의 두뇌는 특정한 개념을 끌어 모으면서 사물의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것에 익숙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연상 장벽을 쌓아가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많은 경우에 연상 장벽이 높은 사람은 어떠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고는 곧바로 결론을 내려버린다. 그들은 과거에 비슷한 문제나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떠올리면서 자기 나름대로 문제해결에 나선다. 반면에 연상 장벽이 낮은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 논리적 근거를 쉽게 찾을 수 없는 아이디어나 개념을 연계시키면서 문제해결을 모색한다.

 

 

연상 장벽을 무너뜨리는 구체적 방법

  • 다양한 문화를 접하라. 여행...

  • 다양하게 배워라.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에 "이론적 틀을 새롭게 만든 사람들은 거의 젊은이들이거나, 아니면 그 분야에서 초보자들이었다."

  • 가설을 뒤집어라. 마이클 미칼코의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 생각하기 Cracking Creativity>

    • 먼저 자신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한 상황, 제품, 개념 등을 생각하라. 그리고 그 상황과 관련한 가설을 생각하라.

    • 다음에는 가설을 적고 그것을 뒤집어라.

    • 끝으로 그 반전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하라.

    • 식당 운영과 관련한 가설을 뒤집는 방법

      • 가설 : 식당에 메뉴가 있다. 식당은 음식에 요금을 청구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내놓는다.

      • 반전 : 식당에 메뉴가 없다. 식당은 음식에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음식을 내놓지 않는다.

      • 음식 메뉴가 없는 식당, 주방장은 매일 시장에서 구입한 신선한 재료를 고객들에게 알려준다. 고객은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고, 주방장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즉석으로 요리를 만든다.

      • 음식에 요금을 청구하지 않는 식당, 이 식당은 카페이다. 사람들은 그곳에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면서 일을 한다. 카페는 사람들이 먹은 음식이 아니라 식당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요금을 청구한다. 비용이 적게 드는 식사와 음료는 무료로 제공한다.

      • 음식이 나오지 않는 식당, 식당은 이국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아름답고 특이한 장식으로 꾸며졌다. 사람들은 자신의 음식을 직접 장만하여 가져오고 자리 값만 지불한다.

  • 다양한 관점을 시도하라.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한 사물을 충분히 이해하려면, 적어도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믿었다.

 

창의력이란 독특한 발상의 결합(다양한 발상의 결합)이며, 또 이것은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두 가지 중요한 우발적 결합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그 첫번째 형태는 으레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동안 발생하는데 나는 이것을 '마른하늘에 번개 치듯' 하는 우연성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특별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단지 확실한 해결방법을 모를 뿐이다. 그 목표는 혁신적인 마케팅 캠페인이나 새로운 인허가, 또는 특별한 기술 등 매우 다양하다. 사람들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랫동안 골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그것은 몇 시간, 며칠, 몇 달, 심지어 몇십 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단 한 순간에 해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생각과 고민에 기진맥진한 나머지 문제에 대해 별로 골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뜻밖에도 잠시 문제로부터 멀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해결방법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매우 아이러니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속에 잠복해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사람들의 생각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순간적으로 다른 생각과 우연히 연결된다. 이런 '생각의 접속'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 우발적 결합의 두 번째 형태는 준비된 마음을 가진 사람이 기대하지 않았던 현상을 만났을 때 발생한다. 나는 이것을 '준비된 마음의 발견'이라 부른다. 내가 이렇게 부르는 까닭은 사람들이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아무리 특별한 기회도 쉽게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 수 있지만, 또 전혀 무관한 일과 관련한 현상도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우발적 발견의 사례들은 과학과 기술 분야에 많이 기록되어 있다.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회를 포착하는 방법

  • 지식의 깊이와 너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라.

  • 많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창출하라.

  • 아이디어를 평가할 시간을 확보하라.

 

교차점에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과정은 으레 시행착오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당신이 혁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실패의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이 계속 나아가야 한다. 교차점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이런 어려운 과정을 다음 세 가지 원칙에 따라 잘 극복해냈다.

  •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다.

  • 시행착오에 대비하여 여력을 남겨라.

  • 끝까지 동기유발을 유지하라.

 

일이 목적의 수단이 되어버리면, 그것은 창의력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 어떤 행동이 또 다른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고 말함으로써 오히려 창의력이 감소한다. 우리는 '행동에 대해 보상'이라느고 느낄 때, 이러한 외부 통제는 실제로 창의력에 해가 된다. ... 내재적 동기가 높으며 행동도 열정적이라면 창의력은 흘러넘칠 것이다. 반면에 외형적인 기대와 보상은 내재적 동기를 떨어뜨리는데 이는 창의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럴 때 교차점에서 새로운 모험과 아이디어를 탐구하려는 의지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

 

 

돈은 가지고 있으면 괜찮은 물건이지만, 창조적인 행위에 관한 한 무시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 과정에서 돈은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 스티븐 킹

 

 

교차적 아이디어와 지향적 아이디어는 그것을 추구하는 데 있어 큰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지향적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 시행착오를 반복해 가면서 목표에 근접해간다. 반면에 교차적 영역에서는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이 쉽게 통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이다. 여기에서는 실패의 허용치가 매우 낮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 부담감도 높은 편이다.

 

 

우리는 더 많은 자금능력이 생기면 소비지출을 더 확대시킨다. 또 시간이 많아지면 추가적인 시간을 더 투입하게 된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갖고 있는 자산으로 더 많은 일을 시도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자원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일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실패의 위기도 다가오는 것이다.

 

 

두려움과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 두려움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우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과 타협하고, 현재 지니고 있는 것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것은 당신이 모든 것을 잃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일을 실행해나갈 수 있을 만큼 편안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 우리는 두려움을 항상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것을 관리할 수는 있다.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실패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교차적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전진할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용기는 두려움에 저항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지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따르고,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열정을 다할 수 있는 일을 하라. 창의력은 바로 거기서 나온다. - 코닝 유리 연구팀 책임자, 리나 에케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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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렵생활에서 농업혁명, 인지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양적/물질적 풍요와 과학기술을 활용한 생활의 편리성은 높아졌지만 여유와 정신적 측면에서 삶의 질은 어떤가?

 

 

[본문발췌]

 

 

인간은 권력을 확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

 

 

기술은 이야기의 절반에 불과하고, 마침내 사람들이 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역사연대표>

  • 135억 년 전. 물질과 에너지 등장. 물리학 시작. 원자와 분자 등장. 화학 시작
  • 45억 년 전. 지구 행성 형성
  • 38억 년 전. 생명체 등장. 생물학 시작
  • 6백만 년 전. 인간과 침팬지의 마지막 공통 조상.
  •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호모 속 진화. 최초의 석기 사용.
  • 2백만 년 전.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퍼짐. 다양한 인간 종의 진화
  • 50만 년 전. 유럽과 중동에서 네안데르탈인 진화.
  • 30만 년 전. 불을 일상적으로 사용
  • 2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호모 사피엔스 진화.
  • 7만 년 전. 인지혁명. 창작하는 언어의 등장. 역사의 시작. 사피엔스 아프리카에서 퍼져 나감
  • 45,000년 전. 사피엔스 호주에 정착. 호주 대형동물 멸종
  • 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 멸종
  • 16,000년 전. 사피엔스 아메리카 대륙 정착. 아메리카 대륙 대형동물 멸종.
  • 13,000년 전. 플로레스인 호모 플로레시엔시스.
  • 12,000년 전. 농업혁명. 동물의 가축화와 식물의 작물화. 영구 정착 생활 시작.
  • 5천 년 전. 최초의 왕국. 글씨와 돈 사용. 다신교 종교.
  • 4,250년 전. 최초의 제국 탄생(사르곤의 아카드 제국)
  • 2,500년 전. 주화의 발명-보편적 통화. 페르시아 제국-'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한' 하나의 보편적 정치 질서. 인도의 불교 - '모든 존재를 번뇌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하나의 보편적 진리.
  • 2천 년 전. 중국의 한 제국. 지중해의 로마 제국. 기독교 전파.
  • 1,400년 전. 이슬람 발생.
  • 5백 년 전. 과학혁명. 인류 스스로 무지를 인정하고 전대미문의 힘을 얻기 시작. 유립인들, 아메리카 대륙 정복 시작. 지구 전체가 단일한 역사의 무대가 됨.
  • 2백 년 전. 산업혁명. 가족과 공동체가 국가와 시장에 의해 대체됨. 동식물의 대량 멸종.
  • 현재.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의 경계를 초월. 핵무기 인류의 생존을 위혐. 생명체의 형태가 자연선택보다 지적설계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커짐.
  • 미래. 지적 설계는 생명의 기본 원리가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는 초인에 의해 대체될 것인가?

 

빅뱅이라는 사건이 일어나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다.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다.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아침을 먹기도 전에 불가능한 일을 여섯 가지나 믿어버릴 수 있다는 데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원숭이를 설득하여 지금 우리에게 바나나 한 개를 준다면 죽은 뒤 원숭이 천국에서 무한히 많은 바나나를 갖게 될 거라고 믿게끔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다.

 

 

사피엔스가 발명한 가상의 실재의 엄청난 다양성 그리고 그것이 유발하는 행동 패턴의 다양성은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일단 등장한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 발전했으며, 그 멈출 수 없는 변화를 우리는 '역사'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인지혁명이란 역사가 생물학에서 독립을 선언한 지점이었다. 인지혁명 이전에 모든 인간 종의 행위는 생물학의 영역에 속했다. 인지혁명 이후에는 생물학 이론이 아니라 역사적 서사가 호모 사피엔스의 발달을 설명하는 일차적 수단이 되었다.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렇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역사의 몇 안 되는 철칙 가운데 하나는 사치품은 필수품이 되고 새로운 의무를 낳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사치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 다음에는 의존하기 시작한다. 마침내는 그것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우리 시대의 친숙한 예를 또 하나 들어보자. 지난 몇십 년간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는 기계를 무수히 발명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식기세척기, 전화, 휴대전화, 컴퓨터, 이메일.... 이들 기계는 삶을 더 여유 있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과거엔 편지를 쓰고 주소를 적고 봉투에 우표를 붙이고 우편함에 가져가는 데 몇 날 몇 주가 걸렸다. 이메일을 휘갈겨 쓰고 지구 반대편으로 전송한 다음 몇 분 후에 답장을 받을 수 있다. 과거의 모든 수고와 시간을 절약했다. 하지만 내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고 있는가? 슬프게도 그렇지 못하다. 종이 우편물 시대에 편지를 쓸 때는 대개 뭔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머릿속에 처음 생각나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역시 그렇게 심사숙고한 답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고받는 편지가 한 달에 몇 통 되지 않았으며 당장 답장을 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지도 않았다. 오늘날 나는 매일 열 통이 넘는 메일을 받고, 상대방은 모두 즉각적인 답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을 절약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인생이 돌아가는 속도를 과거보다 열 배 빠르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에는 불안과 걱정이 넘쳐난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은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미래의 몇 해나 몇 십년이라는 세월 속으로 상상의 항해를 떠났다.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믿는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으며, 이들은 창조주에게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를 포함하는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 미국 독립선언문 중... 해당 구절을 생물학 용어로 번역한다면, "우리는 다음의 진리가 자명하다고 본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르게 진화했으며, 이들은 변이가 가능한 모종의 특질을 지니고 태어났고 여기에는 생명과 쾌락의 추구가 포함된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독교나 민주주의, 자본주의 같은 상상의 질서를 믿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그 질서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결코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는 위대한 신이나 자연법에 의해 창조된 객관적 실재라고 늘 주장해야 한다. ... 또한 사람들을 철저히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이 태어나자마자 세상 만물에 스며들어 있는 상상의 질서 원리들을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한다. ...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상상의 질서가 정확히 어떻게 삶이라는 직물 속에 짜 넣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조직화하는 질서가 자신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주된 요인은 세 가지다.

  • 상상의 질서는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우리 욕망의 형태를 결정한다. ...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낭만주의는 우리에게 인간으로서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속삭인다. ... 소비지상주의는 우리에게 행복해지려면 가능한 한 많은 재화와 용역을 소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양자의 결합은 현대 여행산업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무한한 '경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여행산업은 비행기표나 호텔 객실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경험을 판다. 파리는 도시가 아니고, 인도는 나라가 아니다. 그것은 경험이다. 그것을 소비하면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으로서 잠재력이 실현되고, 더 행복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상상의 질서는 상호 주관적이다. 설령 내가 초인적인 노력으로 스스로의 개인적 욕망을 상상의 질서의 속박에서 풀려나게 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나는 한 개인에 불과하다. 상상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면, 수백만 명의 낯선 사람에게 나와 협력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상상의 질서는 내 상상력 속에만 존재하는 주관적 질서가 아니라 수억 명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상호 주관적 질서이기 때문이다.이를 이해하려면 '객관' '주관' '상호 주관'이란 용어의 차이를 알 필요가 있다. 객관적 현상은 인간의 의식이나 믿음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 주관이란 한 개인의 의식과 신념에 따라 존재하는 무엇이다. ... 상호 주관이란 많은 개인의 주관적 의식을 연결하는 의사소통망 내에 존재하는 무엇이다.
  • 상상의 질서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우리가 감옥 벽을 부수고 자유를 향해 달려간다 해도, 실상은 더 큰 감옥의 더 넓은 운동장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일 뿐이다.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복잡한 인간사회에는 상상의 위계질서와 불공정한 차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악순환은 수세기 수천 년 지속되면서 역사적으로 우연히 발생한 질서에 불과한 상상의 위계질서를 지속시킬 수 있다. 부당한 차별은 시간이 흐르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돈은 돈 있는 자에게 들어오고, 가난은 가난뱅이를 방문하는 법이다. 교육은 교육받은 자에게, 무지는 무지한 자에게 돌아가게 마련이다. 역사에서 한번 희생자가 된 이들은 또다시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역사의 특권을 누린 계층은 또다시 특권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남성male과 여성female으로 나뉜다. 호모 사피엔스 남성은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진 존재이고, 여성은 X염색체 두 개를 가진 존재이다. 하지만 '남자man',와 '여자woman'는 생물학적 범주가 아니라 사회적 범주를 지정한다. 물론 대부분의 인간사회에서 대다수의 경우는 남자는 남성이고 여자는 여성이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사회적 용어는 많은 것을 담고 있으며 이것은 생물학적 용어와는 관련이 희박하다. 남자는 단지 XY염색체와 고환 같은 특정한 생물학적 속성을 지닌 사피엔스를 일컫는 것만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가 속한 사회가 상상하는 인간의 질서 상에서 특정한 자리에 딱 맞는 존재를 일컫는다. ... 생물학이 아니라 신화가 남녀의 역할, 권리, 의무를 규정하기 때문에, '남성성'과 '여성성'의 의미는 사회에 따라 크게 달랐다.

 

 

기원전 첫 밀레니엄 동안, 보편적 질서가 될 잠재력이 있는 후보 세 가지가 출현했다. 세 후보 중 하나를 믿는 사람들은 처음으로 세계 전체와 인류 전체를 하나의 법 체계로 통치되는 하나의 단위로 상상할 수 있었다. 적어도 잠재적으로는 모두가 '우리'였다. '그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최초로 등장한 보편적 질서는 경제적인 것, 즉 화폐 질서였다. 두 번째 보편적 질서는 정치적인 것, 즉 제국의 질서였다. 세 번째 보편적 질서는 종교적인 것, 즉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같은 보편적 종교의 질서였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의 규범과 가치체계'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백 년간 인간의 힘은 경이적으로, 유례없이 커졌다. 1500년에 지구 전체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5억 명이었다. 오늘날에는 70억 명이 산다. 1500년 인류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 가치는 오늘날 화폐로 치면 약 2500억 달러였다. 오늘날 인류의 연간 총생산량은 60조 달러에 가깝다. 1500년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한다. 인구는 열네 배로 늘었는데 생산은 240배,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었다.

 

 

과학혁명은 되먹임 고리다. 과학이 진보하려면 연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상호 강화에 의존한다. 자원을 제공하는 정치 경제적 제도가 없으면 과학연구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과학연구는 새로운 힘을 제공하는데, 이 힘은 새로운 자원을 획득하는 데도 쓰인다. 새 자원의 일부는 연구에 재투자된다.

 

 

행복이란 불쾌한 순간을 상쇄하고 남는 여분의 즐거움의 총합이 아니라, 그보다는 개인의 삶을 총체적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것이다. 행복에는 중요한 인지적, 윤리적 요소가 존재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아기 독재자의 비참한 노예'로 볼 수도 있고, '사랑을 다해 새 생명을 키우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 큰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체계다. 니체가 표현한 대로, 만일 당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일이든 견뎌낼 수 있다. 의미 있는 삶은 한창 고난을 겪는 와중이더라도 지극히 행복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의미 없는 삶은 아무리 안락할지라도 끔찍한 시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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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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