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마다 제법 큰 새 두 마리가 찾아와 사과꽃, 블루베리꽃을 따먹는다.

인기척에 놀라 도망갔다 다시 온곤 하는데 꿀벌들이 수정해 놓은 꽃을 따먹으니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창고 처마 밑 깊숙한 곳에는 참새가족이 둥지를 틀어 짹짹짹 요란하다.

작년에 찾아와 천정구석에 집 지었던 제비들도 강남 갔다 돌아왔는지 새 식구가 찾아왔는지 허물지 않고 놔둔 제비집 주변을 몇 마리가 오간다.

새소리에 새벽을 여는 봄이 깊어간다.


꽃 피자 나비들 가지에 가득터니
花開蝶滿枝
꽃 지자 나비는 다시금 안 보이네.
花謝蝶還稀
다만 저 옛 둥지의 제비만이
惟有舊巢燕
주인이 가난해도 돌아왔구나.
主人貧亦歸
- <당시(唐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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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전 파종했던 모종들이 자리를 잡아간다. 몇일동안 건조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 건조장 하우스 비닐 교체를 미루다가 새벽 새소리에 깨보니 잠깐 잦아든 바람! 온식구가 매달려 하우스 비닐을 씌우자마자 다시 바람!

근호씨가 거조장 안팎으로 줄도 메고 앞뒤 덥게문도 만들고 꼼꼼하게 마무리!

해질녁 삭막했던 황토밭은 초록으로 채워지고 파란하늘은 노을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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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과 경제적 풍요의 절대량은 엄청나게 발전/증가하고 그 속도도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으나 이 시간 세계에는 많은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게을러서? 부족해서? 왜?

 

환경과 역사, 시작이 다르고 불균형과 불평등 속에 그 이유가 있다.
'측은지심'의 마음과 실천이 해결책이 아닐가?

 

 

[본문발췌]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어린이들이 구조적 부조리에서 제일 먼저 당하게 되는 사회적 사건을 기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구조적 병폐는 국가 내부의 이유로 발생하기도 하고, 국제적 관계 혹은 식민지 유산에서 발생하기도 하며, 때로는 국제기구를 둘러싼 권력관계에 의해서 오히려 재생산되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의 구조악이 발생할 때마다 그 이유와 경로가 다양한 만큼 부모들이 굶어 죽은 아이들을 가슴에 묻게 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지글러의 표현대로 "어린이 무덤"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구조적 폭력의 상징이다.

 

 

유럽연합국가들의 식량 과잉 생산과 덤핑 정책... 과잉 생산된 상품들은 보조금 덕분에 아주 싼 가격으로 남반구로 수출되었다. 이런 덤핑 정책의 결과는 치명적이다. 오늘날 아프리카 각국의 시장에서 주부들은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등지에서 생산된 채소와 과일을 동질의 아프리카 농산물의 절반이나 3분의 1 가격에 살 수 있다. 시장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아프리카 농가에서는 온 가족이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하루 열다섯 시간씩 악착같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생계 수준에도 미치치지 못한다. 아프리카 53개국 중 37개국이 거의 순수한 농업국가다. 그들의 농업은 유럽연합에 의해 체계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풍요가 넘쳐나는 행성에서 날마다 10만 명이 기아니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죽어간다. 그렇지만 인간의 의식은,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북반구 국민들의 의식은 이런 상태를 오래 참지 못할 것이다. 변화된 의식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확보하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기아로 인한 떼죽음은 참으로 끔찍한 반인도적 범죄이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

 

 

제3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자연재해, 기근, 종족분쟁은 선진국의 정부나 국제원조기구, 국제여론 등이 관심을 촉구하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희생자들은 점차 망각의 제물이 되고, 문제 자체의 존재마저 잊혀버리지. 그리고 깊은 고독 속에서 죽어가게 돼. 처음에는 강했던 국제적인 연대감도 시들해지고. 토지개량도, 사막화 대책도, 빈민가의 인프라 정비도, 농업지원도, 우물 파기 프로젝트도 결국은 헛수고로 끝나버릴 응급 조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 기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자급자족경제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룩하는 것 외에는 진정한 출구가 없다고 생각해.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하지 못하게 된 살인적인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엎어야 해. 인간의 얼굴을 버린 채 사회윤리를 벗어난 시장원리주의경제(신자유주의), 폭력적인 금융자본 등이 세계를 불평등하고 비참하게 마늘고 있어. 그래서 결국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나라를 바로 세우고, 자립적인 경제를 가꾸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거야.

 

 

증시는 완전히 비이성적으로 돌아간다. 증시를 돌아가게 하는 엔진은 이윤극대화, 손실에 대한 공포, 파산 리스크에 따르는 신경전, 그리고 정신착란과 황홀경을 되풀이하는 무제한의 이윤추구 등이다. 1919년 막스 베버는 "부란 일하는 사람들이 산출한 가치가 이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부, 즉 경제력은 다혈질적인 투기꾼들이 벌이는 카지노 게임의 산물이다.

 

 

"약자와 강자 사이에서는 자유가 억압이며 법이 해방이다." -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시장의 완전한 자유는 억압과 착취와 죽음을 의미한다. 법칙은 사회정의를 보장한다. 세계시장은 규범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이것은 민중의 집단적인 의지를 통해 마련되어야 한다. 

 

 

서구 정치가들을 눈멀게 만드는 어리석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폐지되어야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유일한 생물이다. 

 

 

인도적인 도움은 절대적인 중립성, 보편성, 독립성을 요구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통받는 인간의 필요를 겨냥한 것이어야지, 결코 한 국가의 필요에 따른 것이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두 개의 발전모델이 대립하고 있다. 하나는 '워싱턴 합의'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이다. '워싱턴 합의'는 1970~1990년에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과 미 재무부 및 국제 금융조직 사이에 맺어진 비공식적 신사협정이다. 이 합의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적용될 수 있는 네 가지 원칙을 내용으로 한다. 바로 민영화, 규제철폐, 거시경제 안정, 예산 감축이 그것이다. '합의'는 자본시장의 완전한 자유화를 방해하는 모든 규범적, 국가적, 혹은 비국가적 장애물들을 제거하고자 한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에 이 네 가지 원칙은 알파이자 오메가이며, 모든 경제 행위의 법칙이자 예언자이다. 이 네 가지 원칙은 머니터리즘의 독트린이다. 자율적으로 통제되고, 전능한 시장에 대한 신봉과 제임스 울펀슨(전 세계은행 총재)의 '국가를 초월한 글로벌 거버넌스'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인권사상에 위배된다. ... 유엔의 특별 기구들, 개발프로그램, 기금, 위원회, 금융기간들은 매일매일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를 비롯한 5대륙에서 자기모순을 안고 활동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과 싸우고,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과 유니세프는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생명을 되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엔 개발기구는 저개발국가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세계무역기구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와 국가 및 공동체에 적대적인 민영화와 규제 철폐 정책으로 가뜩이나 약한 제3세계 나라들의 경제구조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는 이런 모순을 제거하기에는 너무 우유부단하고 유약하다. 그러므로 희망은 새롭게 탄생할 전 지구적인 민간단체에 있다. 사회운동, 비정부조직, (다국적 자본과 그 과두제에 저항하는) 노조들의 세계적인 연대만이 '워싱턴 합의'와 인권 사이의 대립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 기아와의 투쟁은 이런 대립을 끝낼 수 있는가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로 전쟁, 정치권력의 부패, 환경 파괴로 인한 자연재해, 살인적이고 불합리한 세계경제질서 등을 꼽았다. 남반구에서는 기아 희생자들의 피라미드가 쌓이고 있는 반면에, 북반구에서는 다국적 금융자본과 그 과두제가 부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끔찍한 기아에 대한 범세계적 투쟁이 어려운 것은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국제통화기금 등의 무차별적인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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